소설리스트

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23화 (23/148)

EP.23 오버히트

가끔 보면 그런 뉴스가 있다. 인사불성의 상태에 빠진 여성을 강간하는 그런 내용의 뉴스가.

술에 취하거나, 약에 절여지거나.

굳이 비유하자면 카렌이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닐까.

───!

입술을 맞추고, 혀를 밀어 넣으며, 마력 패스를 형성하자 카렌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여전히 저항은 없다. 오히려 애정을 갈구하듯 카렌 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혀를 내밀었다.

덕분에 당혹스러워진 건 반대로 네토루였지만,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기에 다가오는 카렌의 허리를 강하게 당기며, 동시에 턱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체격 차이 탓에 부자연스럽던 자세가 조정되며, 입과 입으로 연결된 카렌의 열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상할 정도로 기분 좋은 뜨거움이었다.

덕분에 착 달라붙어 있는 슈트의 너머로 카렌의 체온과 피부는 물론이고,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 또한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입을 맞추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족한 숨 때문인지 카렌의 얼굴이 붉게 변하는 게 보였다.

──쪽

이윽고 그렇게 입술을 누르고 있던 입맞춤이 끝나자,

그 순간 서로의 침이 뒤섞인 은빛 실 줄기가 힘없이 끊어지며, 메말라 있던 카렌의 붉은 입술이 어느새 생기를 되찾듯 선정적으로 빛났다.

“하아…. 하아….”

카렌은 흐트러진 숨소리로 멍하니 호흡을 정리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잠을 자는 것처럼 몽롱하면서도 처연했다.

하지만 그러한 상태로도 카렌의 검은 눈동자만큼은 네토루를 뚜렷하게 응시했다.

그 순간 주변에 있는 불빛이라고는 콕피트 내부의 마력원뿐이었지만, 카렌의 검은 눈동자에는 네토루의 얼굴이 거울처럼 깨끗하게 비치고 있었다.

이윽고 호흡을 정리하며 한참 동안 네토루를 멍하니 바라보던 카렌이 중얼거렸다.

“……더 해줘.”

달뜬 소녀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이성을 유혹하는 듯한 고혹적인 소리였다. 어느새인가 가느다란 손가락이 네토루의 가슴팍을 꽈악 쥐었다.

그런 카렌의 행동은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학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뭘.”

“방금…. 그거, 있잖아….”

“그게 뭔데.”

“……”

침묵하던 카렌은 고개를 조용히 떨구더니 가슴팍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차마 직접 말하지는 못하겠다는 건가.

대신 카렌은 아랫입술을 씹으면서 뜨거운 숨결을 흘렸다. 목덜미에서 그녀의 숨소리가 간질였다.

누가 보더라도 카렌의 모습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머리에 오른 열 때문에 제대로 의식을 못 차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아마 지금 그녀는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계속 이런 식으로 카렌을 괴롭히는 건 너무한 일이겠지.

게다가…. 네토루도 내심 참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애달프게 요구하는 카렌의 모습이 귀여워서 간신히 참고 있을 뿐.

“…너, 너무 뻔뻔해.”

정작 제대로 말은 하지 못하고 오물거리는 카렌의 연분홍색 입술은 보기만 해도 풋풋한 소녀다운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방금…. 그거 부탁이니까 계속 해줘….”

아직 ‘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소녀의 색이다.

그것에 숨길 수 없는 강한 소유욕을 느끼면서도 문득 머릿속에서 의문이 떠올랐다.

나츠오는 이 입술을 그동안 얼마나 탐했을까?

과연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입맞춤으로 끝났을까?

뭐든 좋다. 어차피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녀석이 아닌 자신이었으니.

네토루는 카렌에게 나직이 말했다.

“그래, 해줄 테니까, 고개 들어.”

──읍!

카렌이 고개를 들기 무섭게 네토루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녀에게 키스했다. 자연스럽게 열린 입술 틈새로 혀를 밀어넣으며, 그녀의 타액을 탐한다.

낯선 살덩어리의 침입에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카렌의 혀가 앞을 막아섰지만, 침입에 성공한 혀는 카렌의 입안 모든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자신의 색을 칠하듯 타액을 묻혔다.

“흣… 흐아… 으응….”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카렌에게서 저항감은 사라지고 순종적인 태도만이 남았다. 그 증거로 네토루가 허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자, 그에 호응하듯 카렌은 목덜미에 팔을 두르며 엉겨 붙어왔다.

어느새인가 까치발을 든 채 서로의 것을 탐하고 있는 그것은 누가 봐도 연인의 키스에 가까웠다.

만약 평소의 카렌이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행동.

애초에 카렌과 네토루는 그런 뜨거운 사이가 아니었다. 그저 커플링 파트너에 불과하다.

“으읏…. 어서, 다시 해줘.”

하지만 카렌은 적극적이었다.

계속된 키스에 숨이 찼는지 잠시 입술을 떼고서, 호흡을 정리하기 무섭게 또다시 키스를 요구한다.

“뭐해, 어서….”

투정 거리는 말투가 퍽 귀엽다.

붉게 달아오른 뺨, 들뜬 숨소리, 희미하게 떨려오는 가느다란 육신, 그러한 상태로 네토루를 노려보는 카렌의 검은 눈동자에는 탐욕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욕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한, 무의식적인 생존본능에 가까웠다.

설명 해주지 않아도 카렌도 아는 것이다. 지금의 행위가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현재 네토루는 카렌의 마력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알았으니까 보채지 마.”

네토루는 그런 그녀를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소녀가, 요구하면 순순히 따를 뿐이다.

곧 자연스레 다시 서로의 입술이 부딪쳤다.

──쪽

몇 번이나 뒤얽히는 혀와 혀 사이에서 끈적끈적한 침이 미끄러지며, 서로의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한 듯 목을 감은 카렌의 팔이 조금씩 올라가더니 머리를 완전히 끌어안았다.

네토루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키스만으로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카렌이 키스에 집중하는 사이, 그는 카렌의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풋풋한 소녀의 육신은 충분히 어른스러움을 뽐내듯 매력적으로 굴곡져 있었다. 몸의 선을 따라 손을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느새 빳빳해진 자지가 카렌의 하복부에 몸을 맞대며 미친 듯이 요동쳤다. 허리를 살짝 비틀 때마다 느껴지는 카렌의 부드러움이 네토루를 선동질하며 말하고 있었다.

이대로 카렌을 취하라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어차피 곧 성인이다. 남자를 알아도 되는 시기.

이윽고 카렌의 몸을 쓰다듬으며 올라가던 손은 카렌의 목덜미 인근까지 올라갔다. 네토루는 슈트가 아닌, 진정한 의미로 서로의 살을 맞대고 싶어졌다.

그렇게 슈트의 탈착 버튼을 찾아 헤매던 손이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였다.

그때 네토루는 올라가던 손을 멈추었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손을 막아서는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

뭔가 싶어 보니 어느새인가 카렌의 손이 탈착 버튼을 찾던 네토루의 팔을 잡고 있었다.

비록 그 힘은 당장이라도 떨쳐낼 수 있을 만큼 미약했지만, 네토루는 카렌을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혼탁하면서도 열기로 가득 찬 눈동자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작지만, 마지막 선은 넘길 수 없다는 카렌의 의지가 느껴졌다.

네토루는 그런 카렌을 뚜렷이 응시하며 물었다.

“…안 되는 건가?”

“………”

카렌은 아무런 말이 없다. 단지 입을 오물거리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어쩌면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뒤늦게 깨달은 걸지도 모른다.

이윽고 카렌이 단호하면서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이건 안 돼.”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로 만족해야 할 듯했다.

이 이상 무리하게 나아가기에는 역시 아직 서로의 관계가 부족하다는 거겠지.

“미안.”

네토루가 순순히 사과하자 카렌은 조용히 눈을 감고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마냥 네토루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스스로 입술을 열며 혀를 밀어 넣었다.

네토루는 그런 카렌과 입술을 맞추며 그녀의 마력 신경계에 간섭하였다. 그러자 뜨겁게 작열하던 카렌의 마력 신경계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2.

일반적으로 성기병 파일럿들은 서로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으면 커플링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네토루에게는 무의미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네토루는 수많은 전장을 거치면서도, 그때마다 매번 다른 커플링 파트너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커플링이 가능하다고 해도 서로 파장이 맞지 않은 탓에 여러 문제가 종종 생기고는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버 히트였다.

그렇기에 여성 파일럿의 오버 히트는 네토루에게도 큰 고민 거리였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을까.

당연하지만 여성 파일럿에게 해결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네토루는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직접 분석하며 스스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답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네토루는 여성 파일럿의 마력 신경계에 간섭하는 게 가능했고, 이러한 능력으로 여성 파일럿의 오버히트 상태를 완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부스럭부스럭.

흐릿한 의식 속, 자그마한 소음이 귓가를 스친다.

뭔 소리인가 싶어 조종석에 누워있던 네토루는 조용히 눈을 떠보았다. 그러자 웬 아침부터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혼자 궁상떠는 카렌의 모습이 보였다.

네토루가 깬 걸 모르는 카렌이 울 것같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내, 내가 어젯밤에는 오버 히트 때문에 정신이 나갔던 건가?”

“……”

“어째서? 내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아아! 도대체 그게 뭐냐고….”

“……”

“그, 그래…. 카렌아…. 그건 꿈일 거야…. 솔직히 내가 미쳤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지? 하하….”

“……”

“일단…. 침착하게 생각하자. 네토루, 이 녀석이 일어나면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

역시 근본이 애니메이션 세계라 그런가.

혼자 궁상떠는 행동이 어디 모니터 너머의 애니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면서도 흥미롭다.

그래서 계속 구경하고 있자니,

“…응?”

시선을 느낀 걸까. 혼잣말하던 카렌이 돌연 입을 꾹 다물며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거덕거리는 동작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마침 눈이 마주친 네토루가 말했다.

“이렇게 아침부터 기운 찬 거 보니, 몸 상태는 좋아진 것 같네.”

“……”

“어젯밤 서로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노력한 보람이라면?”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처럼 카렌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네토루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어제 카렌이 키스를 하면서 네토루를 강하게 끌어안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자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카렌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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