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15화 (15/148)

EP.15 커플링 연공법

1.

전장에서 커플링 파트너는 자연스럽게 애인 혹은 섹스 파트너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반복되는 목숨을 건 극한의 전투 속에서 젊은 남녀 사이에 정분이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성교는 서로의 커플링 파장을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 덕분에 파일럿들은 자연스레 성에 개방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길 마련이었다.

실제로 그 탓인지 여러 전장을 겪었던 네토루의 커플링 파트너들은 전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친 여자들뿐이었다.

“……”

그런데 카렌, 이 녀석은 왜?

이상한 일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카렌은 길거리를 걷다 보면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들 수려한 외모의 아가씨였다. 가끔 틱틱 거리는 느낌이 적지 않게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왜 나츠오라는 녀석은 이런 아가씨를 건들지 않고 있던 걸까.

혹시 무언가 문제가 있던 건가.

남성으로서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 그럴 일은 없다. 만약 정말로 문제가 있는 거라면 성기병 파일럿이 될 수가 없으니까.

그러면 어째서인가?

설마 혼전순결 같은 건 아닐 테고….

답을 알기 위해 고민하던 그때였다.

문득 네토루의 뇌리에 모래알 같은 작은 번뜩임이 떠올랐다.

아…. 그런 거였나.

정말로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지금까지 제393 부대처럼 평균 연령이 낮은 부대에 배치된 적이 없던 탓에 깨닫는 게 늦었다.

나츠오는 카렌을 건들지 않은 게 아니다.

정확히는 건들지 못한 거였다.

얼추 정답에 도달하자 네토루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비틀고 말았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에서 비롯된 웃음이었다.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위에 제일 먼저 발자국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남자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2.

사람마다 마력의 성질이 다르다.

그렇기에 마력 패스를 통해 네토루의 마력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몸 안에 이물질이 들어오는 듯한 감각….

카렌은 그런 불쾌감을 아랫배에서 뚜렷하게 느꼈다.

보통 커플링 파장이 맞으면 서로의 마력이 잘 동화되길 마련인데, 역시 서로 커플링 파장의 일치율이 바닥을 기는 만큼이나 네토루의 마력도 혼자 따로 놀고 있었다.

덕분에 힘들어지는 것은 카렌이었다.

커플링한 남자는 파트너에게 마력만 보내면 그만이지만, 정작 마력을 받는 여성은 남성의 마력을 어떻게든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야 했다.

비록 그 과정이 아프거나 괴로운 건 아니지만, 어딘가 낯간지러운 감각에 카렌은 슬며시 미간을 좁히며 속으로 생각했다.

매번 커플링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역시 마력도 주인을 닮는 건가?’

뭐라고 해야 할까. 네토루의 마력은 짓궂은 아이처럼 어딘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카렌의 몸 안에 들어온 네토루의 마력은 제 주인만큼이나 제멋대로였다.

그래도 이제는 나름 익숙해진 탓인지 카렌은 어렵지 않게 네토루의 마력을 달래며 자신의 마력 신경계 쪽으로 유도했다.

그렇게 유도된 네토루의 마력은 카렌의 마력과 적당히 동화된 채, 하복부에 구축된 마력 신경계에 의해 특별한 ‘동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만약 옛 시대의 기사들이었다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을 얻었겠지만,

카렌을 비롯해 여성 파일럿들이 몸 안에 구축한 마력 신경계는 오로지 성기병의 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의사 기관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여성 파일럿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마력 패스를 통해 받아들인 커플링 파트너의 마력을 마력 신경계를 이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기병의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지였다.

그리고 이것이 남성 파일럿이 성기병을 조종하는 역할을 책임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여성 파일럿이 성기병을 움직이는 동력을 생산하는 역할에 집중할 때, 남성 파일럿은 그러한 동력으로 전투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여성 파일럿이 뛰어나도 서로 커플링 파장 어긋나면, 남성 파일럿이 제대로 성기병을 움직일 수 없게 되지만….

현재 카렌의 파트너인 네토루에겐 무의미한 이야기였다. 그는 커플링 파장이 어떻든 ‘성기병’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으니까.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특별한 재능이었고,

동시에 카렌에게는 부담스러운 재능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두기에는 아깝다.

어떻게든 나츠오가 복귀할 때까지는 이 남자의 재능을 써먹어야…….

그러던 그때였다.

‘……응?’

마력 신경계에 집중하던 카렌의 눈썹이 들썩였다.

자신이 깔고 앉은 네토루의 하체 쪽에서 엉덩이를 톡톡 건드리는 딱딱한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게 뭔지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녀석, 지금 훈련 중에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덕분에 카렌은 물건의 정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 그녀는 생각지 못한 접촉에 벌떡 일어서려는 몸을 간신히 억눌렀다.

당혹스러운 감촉에 몸이 희미하게 떨려온다.

나츠오면 몰라도 다른 사람의 것과 접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부끄러움에 카렌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떠보았다.

““……””

그러자 자연스레 그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네토루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뻣뻣하게 세워진 녀석의 기둥이 카렌의 하체에 기대고 있는데도 말이다.

“……너.”

뭔가 말하려다가 카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당장 치우라고 말해야 하나?

하지만 카렌은 알고 있다.

이건 남성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는 걸.

그리고 동시에 커플링 연공법이 남성 파일럿에게 얼마나 자극적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세레스가 옛날에 커플링 연공법을 알려줄 때도 말하지 않았는가.

하다 보면 파트너가 종종 발기할 때가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부드럽게 흘려넘겨달라고.

그게 여성 파트너로서의 배려라고….

생각해보면 나츠오랑 커플링 연공법을 할 때도 이런 상황은 종종 일어났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훈련이 끝난 뒤에 손으로 직접 해결해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때는 나츠오가 얼마나 부탁을 하던지….

카렌은 그 모습이 왠지 귀여운 강아지 같아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훈련 내내 딱딱해진 물건 때문에 계속 힘들어하기도 했으니 불쌍하기도 했었다.

“……”

예전 기억을 되새기던 카렌은 애써 차분함을 되찾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이 녀석도 남자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카렌은 스스로를 그렇게 납득시키고는, 다시 눈을 감고서 커플링 연공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렌은 쉽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3.

훈련은 어찌어찌 무사히 끝났다. 샤워실에 들어온 카렌은 차가운 물줄기를 맞으며 땀을 씻겨냈다.

그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과연 오늘 네토루랑 커플링 연공법을 했던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

사실 카렌은 본래 네토루랑 커플링 연공법을 할 생각이 없었다. 네토루도 미리 경고했다시피 몸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커플링 연공법은 커플링 파장이 맞는 사람끼리 하는 훈련이다.

그러니 커플링 파장 수치를 생각하면 커플링 연공법 또한 카렌에게 큰 위험 요소였다.

덕분에 이쯤되니 요즘 들어서는 어쩌다 이런 유리 몸 같은 신세가 되었는지 한탄스러울 정도다.

‘…아니, 어쩌면 나라서 그나마 이 정도인가?’

만약 네토루가 다른 여성 파일럿과 커플링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 여성은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직접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라고 카렌은 예상했다.

비록 지금은 커플링 한 번에 몸의 컨디션이 무너지는 걸 걱정하는 유리 몸 신세였지만, 카렌은 지금까지 자신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당장 그 바보 같은 나츠오랑 커플링 했을 때를 생각해도 그렇다.

매번 무리하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싸우는 그 녀석을 끝까지 따라갔던 게 바로 카렌, 본인이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어쩌면 자신은 나츠오보다 몸이 튼튼할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퇴원도 훨씬 빨리하지 않았는가.

그런 자신이 이 정도인데…. 다른 여성 파일럿이 네토루의 파트너가 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위험한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녀석에 대한 질 나쁜 소문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넘쳐흘렀다.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제법 둥글둥글해진 듯한 느낌이 적지 않게 있지만, 그렇다고 녀석의 소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물컹─!

“꺄앗!?”

그때였다. 멍하니 상념에 잠겨 있던 중에 누군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자 깜짝 놀란 카렌은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봤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익숙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흐음…. 이 정도면 대충 D컵 정도 되겠네요.”

“세, 세레스….”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긴 자색 머리카락이 아슬아슬하게 젖가슴을 가려준 채, 세레스가 새하얀 나신을 드러내며 등 뒤에 서 있었다.

“으읏…. 그, 그만 놔줘. 부끄럽잖아.”

“잠시만요. 좀 더 즐기고요.”

“아… 정말…!”

세레스의 장난스러운 손길에 카렌은 얼굴을 붉히고는 저항을 포기했다. 여기서 괜히 저항해봤자 이길 수 없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쿡쿡 웃으며 손장난을 즐기던 세레스가 카렌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후후. 이걸 보니 나츠오 군이 꽤나 좋아하겠어요? 이제 곧 카렌도 성인이잖아요.”

“가, 갑자기 그 녀석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야?”

“그야….”

세레스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19번째 생일이 지나면 카렌도 남녀 간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게 되니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느새 벌써 15화네요... 흥미롭게도 여기는 15화가 되면 플러스에 합류 할 수 있더군요.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19살은 아청법에 안 걸리겠죠?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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