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화 속 금태양이 되었다-14화 (14/148)

EP.14 커플링 연공법

“흐으읏……”

카렌의 등줄기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양 허벅지가 일직선으로 벌려지며 발가락 끝이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유연한 몸이네.’

자연스럽게 찢어지는 다리를 보아하니 평소에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몸에 군살이 없다.

벌써 카렌의 준비 운동을 도와주길 한 시간째.

스트레칭 같은 이것을 뭐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가 싶을 수 있겠지만, 꽤나 중요했다.

요가, 혹은 필라테스 비스무리한 이 준비 운동은 여성 파일럿의 몸 내부에 구축된 마력 신경계를 원활하게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제 손 놓아도 돼.”

한참 동안 준비 운동을 하던 카렌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제 끝났나 보다.

아쉽지만 네토루는 카렌의 요청대로 쥐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아까부터 계속 손을 쥐고 있던 탓에 손아귀로 그녀의 온기가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음…. 일단 준비 운동은 여기까지 하자. 안 그래도 계속 기다리느라 많이 지루했을테니까. 그렇지?”

지루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솔직히 카렌을 구경하는 재미가 썩 나쁘진 않았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여자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특히 카렌이 몸을 숙일 때마다 꽉 조여진 탱크탑 사이로 얼핏 보이는 가슴골도 그렇고,

입고 있는 그녀의 탱크탑이 땀으로 젖은 탓에 옅고 짙은 서로 다른 색상이 보기 좋은 느낌으로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모습도 퍽 자극적이었다.

“잠시 물 좀 마시고 올게.”

수건으로 땀을 닦던 카렌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물병을 찾아 일어서자, 네토루는 근처에서 들려오는 쌍둥이 자매의 작은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앗…. 라, 란…. 갑자기 허리 흔들지 마….”

“흐흐…. 언니! 이것도 훈련이야 훈련!”

“그, 그렇지만…. 근처에 네토루가 있는데….”

자기들끼리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닐 테고…. 설마 자신들의 대화 소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생각에 힐끔 쳐다보고 있자니,

거기서 네토루는 문득 란과 시선이 마주쳤다.

“흐이잇!?”

“꺄앗? 뭐, 뭐야! 왜 그래?”

부끄러운 걸 들킨 것처럼 란의 반응은 격렬했다. 설마 시선을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깜짝 놀란 란이 몸을 들썩였다.

“그, 그게….”

얼굴을 붉힌 란이 시선을 피했다. 그런 란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린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 이유를 깨달았는지 네토루를 노려보았다.

“뭘 그렇게 힐끔힐끔 쳐다봐? 언니가 부끄러워하잖아. 빨리 그 더러운 시선 치워.”

린의 싸가지 없는 어투에도 네토루는 그저 헛웃음만 흘렸다. 그 순간 네토루의 뇌리에는 부대 구석에서 남들 몰래 즐기던 린과 란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이것도 근친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시선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런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이후로 네토루는 두 자매를 평범하게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네토루 역시 하도 충격이 커서 말이다.

“뭐야. 그 표정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자매끼리 사이좋은 게 참 보기 좋아서.”

“…뭐?”

린이 표정을 찡그렸다. 방금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차마 란과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들켰을 거라고 생각은 못 하는 건지 린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고개를 돌렸다.

“언니. 다시 시작하자.”

“으응…. 그래.”

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현재 란은 린의 배 위에 올라타 있었는데, 서로의 손을 연결하며 깍지까지 낀 것이 그건 마치 기승위 자세를 연상케 했다.

저게 바로 커플링 연공법이었다.

성기병을 타지 않고도 커플링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어 커플링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때 얼마 기다리지 않아 물을 마시고 온 카렌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우리도 슬슬 커플링 연공법 시작하자.”

고개를 끄덕인 네토루는 방금까지 카렌이 땀 흘리며 쓰고 있던 매트 위에 천천히 몸을 눕혔다.

아니, 눕히려던 찰나였다.

보고 있던 카렌이 흠칫 놀라며 말렸다.

“자, 잠시만…! 야! 설마 거기에 누우려고?”

“왜? 뭐 문제 있어?”

“너 미쳤어? 아무튼 거기는 안돼! 안 그래도 내가 새로운 매트 가져왔으니까 여기에 누워.“

“흠. 나는 이쪽이 좋은데.”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카렌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평소의 눈초리에서 온도가 한 칸 내려갔다고 해야 할까.

“물론 농담이야.”

본인이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네토루는 카렌이 가져온 새 매트에 몸을 눕혔다. 이제 남은 건 카렌이 배 위에 올라타는 걸 기다릴 뿐.

작은 기대감과 함께 기다리고 있자니 카렌이 엉금엉금 조심스레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윽고 카렌의 두 발이 네토루의 허리 양옆에 내려섰고, 카렌은 그 상태로 가만히 멈춰 섰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헌데 카렌이 먼저 쓰윽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음.”

카렌의 얼굴에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다분해 보였다.

뭐 어찌보면 당연한가.

아무리 훈련이라고 하지만 자세가 그러하니.

“걱정하지 마. 무거워도 뭐라 안 할 테니까.”

“…무겁기는 누가 무겁다는 거야.”

다행히 농담이 통한 건가. 카렌은 그리 투덜거리고서 천천히 하체를 내리더니, 곧 다소곳한 자세로 네토루의 배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음.’

카렌의 두 살덩어리가 부드럽게 안착하는 순간 기분 좋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말랑말랑하고 따스한 것이 당장 손으로 움켜쥐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하필 레깅스를 입고 있어서 그녀의 체온과 살결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참는다. 대신 배 위에 앉은 카렌이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비트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이윽고 자세를 잡은 카렌이 손을 잡아달라는 무언의 시선과 함께 손을 뻗었다.

그것에 응답하듯 네토루 역시 카렌을 향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손깍지를 끼며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그러자 카렌이 조금 놀란 듯 몸을 살짝 떨었다.

그대로 잠시 눈을 깜박이며 고민하던 카렌이 넌지시 말했다.

“네토루. 굳이 이 정도로 강하게 손을 안 잡아줘도 되는데…?”

“아니, 이래야 마력 패스가 더 잘 만들어져.”

“…어? 그래?”

순진하게도 카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거짓말이다.

그냥 손을 강하게 잡고 싶었을 뿐이다.

“어쨌든 마력 패스 형성은 내가 유도할 테니까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그리 말한 카렌은 눈을 감고서 깍지 낀 손에 더욱 힘을 더했다.

의식을 집중하고 몸 내부에 있는 마력 신경계를 일깨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두 손을 잡는 것은 단순히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서로의 마력 신경계를 이어주는 마력 패스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본래 콕피트 안에서 커플링을 할 때는 성기병을 움직이는 조정간이 알아서 마력 패스를 형성해주는 역할을 해주지만,

커플링 연공법을 할 때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신체를 연결하며 인위적으로 마력 패스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 서로 연결만 할 수 있다면 굳이 손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효율만 따지고 볼 때 손으로 연결하여 마력 패스를 생성하는 건 비효율적이었다.

서로의 감정이 맞고, 피임만 제대로 하면 제일 확실한 건 역시 섹스였다.

뭐하러 굳이 외부에서 손을 연결하는가.

몸과 몸을 연결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물론 이 소리를 카렌 앞에서 하면 당장 뺨을 맞게 되겠지만, 어쨌든 설마 이렇게 카렌이랑 커플링 연공법을 하게 될 줄이야.

본래 커플링 연공법이라는 건 서로 ‘커플링 파장이 맞는 이들끼리 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네토루와 카렌이 할 만한 짓은 아니었다.

“카렌.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 건데 커플링 연공법이라고 해서 네 몸에 무리가 안 가는 건 아니야.”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 마.”

“그래?”

커플링 연공법이 커플링과 유사한 상태를 조성하는 만큼이나, 당연히 서로 커플링 파장이 맞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한다."

말과 동시에 네토루는 연결된 손에서 카렌의 마력이 흘러내려 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은 사람의 성향을 알려준다고 하던가.

카렌의 마력은 호수면 위의 바람처럼 청량했다. 이 정도로 맑고 정련된 마력이라니….

역시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소녀다. 네토루는 카렌에 대한 평가를 한등급 더 올려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 한쪽으로는 짙은 아쉬움이 맴돌았다.

티뜰 하나 없는 새하얀 도화지 위에 자신이 제일 먼저 점을 찍지 못했다는 것은 남성으로서나, 커플링 파트너로서나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었다.

당연하지만 카렌이라는 도화지 위에 제일 먼저 점을 찍은 건 ‘나츠오’ 일 것이다.

3년 동안 이어온 커플링 파트너였으니 깊게 고민할 것도 없는 일이다.

“…네토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지금은 딴생각 말고 나한테만 집중해야지.”

“아, 미안. 집중할게.”

딴생각을 하는 게 그렇게 티가 났던 걸까.

아니면 여자라서 감이 좋았던 걸까.

카렌의 불만스러운 시선에 네토루는 정신을 차리고서 사과했다.

네토루는 카렌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카렌과 연결된 손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선 따위가 만들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선의 정체는 서로의 마력 신경계를 연결하는 마력 패스였다.

카렌도 그걸 느꼈는지 긴장한 듯 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약하게. 알지?”

“걱정 마. 처음은 살살 할 테니까.”

낮은 커플링 파장 수치 때문에 여러 의미로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아가씨다.

그러니 소중하게 살살 다루어줘야 한다.

“그것보다 카렌. 몸에 힘 좀 빼. 그런 식으로 괜히 긴장했다가는 마력 패스만 불안정해지니까.”

“…너랑은 처음이라 그래. 어쨌든 걱정 말고 빨리해. 커플링 연공법은 나도 많이 해봤거든?”

“누구랑?”

“누구라니. 당연히 나츠오지.”

그래, 나츠오겠지.

알고 있었지만, 그냥 물어봤다.

네토루는 연결된 마력 패스를 통해 성기병을 조종할 때처럼 카렌에게 마력을 흘렸다.

“읏…!”

그러자 커플링된 것처럼 카렌의 입 밖으로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이윽고 카렌은 탐욕스럽게 네토루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자신의 마력과 뒤섞고는, 몸 안에 구축된 마력 신경계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그 증거로 희미하지만 그녀의 하복부 쪽에 새겨져 있는 마력 신경계의 문신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이걸로 인위적인 커플링 상태가 완성되었다.

이제 앞으로 네토루가 할 일은 카렌에게 부담이 안 될 정도로 적당한 수준의 마력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뿐이었다.

‘…어디 한 번 살펴볼까.’

하지만 기 빨리는 연료통처럼 이대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심심하다.

네토루는 마력 패스를 통해 카렌에게 흘러 들어가는 자신의 마력에 의식을 집중했다.

지금부터 카렌의 몸 안에 구축된 마력 신경계의 구조를 한 번 살펴볼 생각이었다.

커플링 연공법의 장점 중 하나가 상대방의 마력 신경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네토루의 마력은 카렌이 유도하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하복부 쪽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달할 수 있었다.

카렌의 하복부,

정확히는 자궁구 쪽에 구축된 마력 신경계에.

‘…이게 카렌의 마력 신경계인가.’

머릿속으로 수십 수백 개의 선이 휘어지고, 나뉘기를 반복하며 아름다운 형상을 그렸다. 카렌이 구축한 마력 신경계의 구조였다.

마력 신경계라는 건 인간이 외부의 자극을 느끼기 위해 지니고 있는 신경계통과는 개념이 많이 다르다.

마력 신경계는 마력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가공하기 위한 도구이자 의사 기관에 불과했다.

그 예로 성기병이 없던 검과 마법의 시대에는 기사들이 초인의 힘을 내기 위한 기관이었으며,

현시대에 이르러선 성기병을 움직이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여성 파일럿마다 성기병의 출력과 연비가 차이 나는 것이다.

네토루는 카렌의 마력 신경계를 세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딱히 큰 의미가 있는 행위는 아니다.

네토루는 기회가 될 때면 종종 커플링 파트너의 마력 신경계를 확인해보고는 했다.

여성의 몸안에 구축된 마력신경계를 연구하다 보면 혹시라도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

그래서 흔히 하던 버릇처럼 카렌의 마력 신경계를 둘러보던 중일 때였다.

문득 네토루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냥 무시하려고 했지만,

마력으로 상대방의 몸 안을 확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게 된다.

덕분에 그는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고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왠지 모르지만, 카렌의 하체에는 마력 패스가 형성된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카렌은 아직 경험 없는 처녀다.

3년차 커플링 파트너가 있으면서 말이다.

다음화 보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