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제 39 구역
찌걱! 찌걱! 찌걱!
“으으읏!”
추잡한 소리 속에서 란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흘러나왔다. 나체 상태로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던 소녀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 란의 반응이 즐거운 걸까.
“헤에…. 언니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이러니까 꼭 언니가 동생 같잖아.”
서로의 가슴이 맞닿으며 그 형태가 으스러질 정도로 밀착해 있던 린은 란의 균열에서 손가락을 빼내며 묻어 있던 액체를 핥았다.
“맛있네. 언니. 왠지 계속 핥고 싶은 맛이야.”
황홀함과 애정. 달콤한 꿀이라도 핥은 것처럼 감미로운 표정을 짓는 린을 보며 란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응…. 린…. 부끄러워…. 도대체 그걸 왜 먹는 거야?”
“에이, 부끄럽긴. 우린 자매잖아?”
“우우…. 보통 자매끼리는 이런 짓…. 읍!”
란의 말을 끊듯 린이 입술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저항하던 란이었지만 무의미했다. 곧 린의 입술과 혀를 받아들이며 란은 얌전하게 변하였다.
츄룹… 츄룹….
그런 란의 항복을 즐기듯 린은 한참 동안 란을 탐하다가 천천히 얼굴을 떼었다.
“…으응.”
“헤헷.”
이윽고 얼굴이 같은 두 소녀 사이에서 찐득찐득한 침이 흘러나왔다. 투명하면서도 음란한 느낌의 은빛 실 가닥이 서로의 입술에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다가 가슴팍 위로 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걸 근처에서 지켜보던 네토루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충격적이다.
그렇게밖에 할 말이 없다.
커플링 파트너끼리 섹스를 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렇기에 네토루는 남녀가 뭔 짓을 해도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뭐라 해야지. 뭔가…. 뭔가다.
같은 얼굴, 같은 몸매, 같은 가슴….
게다가 잘 보니 하복부 위에 그려진 분홍빛 문신 또한 그 형태가 완전히 똑같다. 흔히 여성 파일럿들이 커플링을 위해 자궁 위에 구축하는 마력 신경계였다.
눈매만 다를 뿐이지 서로 모든 것이 같은 두 소녀.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그런 쌍둥이 자매가 부대 뒷편에서 저러고 있으니, 네토루도 약간 혼란스러웠다.
─쭙… 쭙….
─하아앙…. 리, 린….
“…둘이 저런 관계였나?”
취침을 앞둔 저녁 시간이다. 하지만 주변에 깔린 어둠 속에서도 네토루가 입술을 맞추고 있는 두 소녀를 관찰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기사들의 시대. 그런 초인들이 익혔던 마력 신경계가 네토루의 몸 안에도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신경계에 마력을 담자 어둠과 수풀을 방패 삼아 나체 상태로 서로 엉켜있는 두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자, 잠시만…. 그 이상은 역시 안 돼.
─걱정하지 마. 옷 입으면 안 보이니까.
각도 탓에 린의 것은 잘 보이지 않지만 훤히 드러난 란의 나체는 생각 이상으로 선정적이었다.
쪼그마한 몸집을 가진 주제에 정작 가슴은 크다고 해야 할까.
의외로 란은 벗겨보면 커다란 타입인 듯했다.
그러면 린도 똑같은 건가?
겉모습은 애 같지만 의외로 훌륭한 몸들이다.
─으으…. 씻을 때 누군가 보면 어쩌려고….
─뭐, 어때? 남친이라도 생겼다고 해.
─미쳤어!? 그, 그러면 누군가랑 바람피우고 있다고 말하는 꼴이잖아…. 모두 커플링 파트너가 있는데….
─그게 큰 문제인가?
─바보야! 당연히 큰 문제지!
그동안 린이 얼마나 물고 빤 것인지 란의 몽글몽글한 가슴과 유두 근처에는 린의 잇자국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우스운 건 그런 린의 애무가 싫은 건 아니었는지 란의 가느다란 두 허벅지 사이가 묘하게 젖어 있다는 것이다.
린의 계속된 애무에 바짝 선 유두와 부족한 자극을 찾듯 비비적거리는 허벅지.
─후후…. 말은 그렇게 해도 언니 몸은 솔직하네.
그걸 발견한 린의 입가에 심술 궂은 미소가 새겨졌고, 그녀는 거침없이 란의 두 허벅지 사이에 있는 균열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읏! 소, 손가락 두 개는….
─그치만 이젠 한 개로는 뭔가 부족한걸?
─히이잇!
란은 일방적으로 괴롭힘당하는 쪽인 건가?
아무튼, 둘을 구경하던 네토루는 입맛을 다셨다.
직접 즐기는 거면 모를까 역시 이렇게 구경만 하는 건 취향이 아니다.
그나마 흔치 않은 쌍둥이 자매의 애정 행각이라서 몰래 훔쳐보고 있을 뿐이다.
“쌍둥이 자매라….”
침대 위에 두 사람을 사이좋게 눕혀보면 어떤 느낌일까. 꽤나 신선한 경험이 되겠지.
다만 애 같은 생김새가 문제인데….
그래도 지금 이렇게 다시 보니 어느 정도 허용선은 통과할 듯하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의외로 발육이 훌륭해서 살집을 쥐는 맛도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네토루는 두 쌍둥이 자매의 하복부에 새겨져 있는 마력 신경계의 문신에 시선을 집중했다.
두 소녀 전부 사이좋게 자궁구 쪽에 마력 신경계를 구축했다는 건,
둘 다 커플링의 ‘키’ 역할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과연 쌍둥이라면 생김새만큼이나 커플링 했을 때의 감각도 비슷할까?
네토루는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지금은 다른 녀석이 우선이니까.
귀찮게 설득할 필요 없이 알아서 굴러넘어온 귀여운 아가씨가 먼저다.
* * *
새벽에 비라도 오려는 걸까.
구름이 낀 탓인지 달은 흐릿한 형태를 유지한 채 밤하늘을 빛내고 있었고, 간신히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온 옅은 월광만이 창가에 닿았다.
그 미약하기 짝이 없는 빛에 의존한 채,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소년은 초조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회복이 너무 느려.’
소년은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마력을 깨워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몸 안에 구축된 마력 신경계가 비명을 지르며 날카로운 통증을 저며냈다.
무리한 성기병 조종으로 인한 후유증이었다.
그래도 이게 그나마 첫날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상태였지만, 소년은 언제 회복될지 모를 부상이 무척이나 답답했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고 해도 사실 파일럿의 부상은 제대로 치료하기가 어렵다.
정확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해야겠지.
전투중에 입는 파일럿의 부상은 대부분 마력 신경계였고, 의사가 그걸 정확히 진단할 방법은 없다.
마력 신경계라는 건 실체가 없는 의사 신경이었기에 필요한 것은 사용자의 확고한 회복 의지였다.
그러니 스스로가 노력할 수밖에 없다.
어서 회복해서 부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카렌을 혼자 싸우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매일 같이 속으로 그걸 다짐하고 있던 그때였다. 소년의 곁으로 한 남성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뭐하냐, 이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있고.”
“…칼라일 씨. 안 자고 있었습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혼자 창가에서 무섭게 궁시렁거리고 있으니까 나도 깨버린 거지.”
칼라일이라 불린 남성은 소년을 따라 창가에 등을 기대고는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는 이 소년이 왜 이러는지 대충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팍 떠오르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뿐.
아마 며칠 전에 먼저 퇴원한 검은 단발머리 소녀 때문이겠지.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였다.
“왜? 네 애인이 먼저 퇴원해서 옆구리가 허전해?”
“…허전하기는요.”
“에이, 내심 허전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복되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던데, 그러면 그동안 혼자 외롭게 해결해야 하잖아.”
“해결이요?”
“이거 말이야.”
칼라일은 씨익 웃더니 기묘한 손 모양을 보이며 손을 위아래로 까딱거렸다.
순간 뭔가 싶다가 그 의미를 깨달은 소년은 눈을 크게 뜨고는 시선을 픽 돌렸다.
그런 소년의 반응에 칼라일은 큭큭 웃었다.
“야, 알거 다 아는 사내새끼가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 하지 마라. 징그러우니까.”
“…제 생각에는 칼라일 씨가 너무 부끄러움이 없는 것 같은데요. 게다가, 아직 애인 아니에요.”
“아직 아니라고? 뭐야, 그러면 그냥 파트너 관계야? 그 동안 뭐했어.”
“···그게.”
나츠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츠오도 카렌하고 계속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좀 더 남녀 간의 긴밀한 관계가 되고 싶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남동생 취급 받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 아이는 항상 앞가림을 잘했고, 나츠오는 그러지를 못했다. 덕분에 알게 모르게 기관에서부터 카렌이 누나처럼 챙겨주고는 했다.
“음. 며칠 전에 퇴원했던 그 아가씨의 이름이 카렌이라고 했던가? 너네는 커플링 몇 개월 차냐.”
“기관에서부터 했던 경력을 포함하면 대략 3년 정도 됐네요.”
“워…. 무려 3년이라고? 꽤나 오래 했네. 너도 그렇고, 그 아가씨도 제법 실력이 좋은가 봐? 그 정도로 길게 가는 파일럿들은 많이 없는데.”
전장에서는 1년도 안 돼서 커플링이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누군가 죽거나, 사람이 맞지 않아 깨지거나, 혹은 부상으로 인한…. 갈라짐.
나름 파일럿 경력이 쌓여 있던 칼라일은 후자의 경우를 떠올리며 소년에게 말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 건데 부대에 복귀했을 때 너무 기대하지는 마라. 어쩌면 그때는 그 카렌이라는 애가 너 말고 다른 놈을 커플링 파트너로 계속 고집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커플링 파트너….”
불쾌한 이야기를 들은 듯 소년이 미간을 좁히자, 칼라일은 평소의 능글맞은 표정을 지운 채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제법 흔한 일이야. 복귀했더니 원래 있던 커플링 파트너가 다른 놈이랑 계속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말이지.”
“걱정하지 마세요. 카렌에게는 그럴 일이 없을 테니까요. 비록 지금은 제가 입원한 탓에 당분간은 다른 사람하고 커플링을 하고 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임시일 뿐이니까요.”
소년의 확신 어린 목소리에 칼라일은 입가를 씰룩였다. 비웃기보다는 그냥 귀여워서였다. 아직 멋 모르는 어린 동생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호오. 커플링 3년 차의 끈끈한 정을 믿는다는 건가? 혹시 네 첫 커플링 상대가 그 여자애야?”
“…예. 카렌도 첫 커플링 상대가 저고요.”
“하핫. 과연….”
그런가. 그래서 이렇게 순수한 건가.
문득 뇌리를 스친 아련한 기억에 칼라일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소년을 보고 있자니 괜히 자신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서 조금 씁쓸해졌다. 사람이라는 건 생각 이상으로 쉽게 변하는 존재이거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8/12 내용 일부 수정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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