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 1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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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현이 사라졌다.
진아영은 준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고 있었으나 준현의 뜻에 따라 그를 뒤쫒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준현이 말했던대로 사업에 힘을 쏟았고 덕분에 머발에스 2호점의 사업은 나날이 발전했다.
신이설은 실장으로써 상담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고 이를 잘 따르는 허도하의 어시스트도 컸다. 두 사람의 실적으로만 본다면 신규 가입자를 따져볼 수 있었는데 준현이 사라지기 전 달 매출보다 무려 50%에 달하는 추가 성적을 내는데 성공했다.
“도하, 이번 달 마감 고생했어.”
“키야~ 다음달 월급은 꽤 많이 들어오겠어요. 사장님이 계셨다면 분명히 칭찬 해줬을텐데.”
“그만큼 네가 발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야. 사장님 없어도 내가 칭찬 해줄게. 수고했어. 다음달에 얼마 들어오는지 계산 해봤어?”
“음... 일단 매출 4억 5천에 커미션 2.5%랑 월급까지 하면 600~700! 방송국에서 일했던 것보다 거의 3배 이상 더 받아요.”
실장인 신이설이 버는 돈은 허도하의 약 1.5배 정도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태 실장직을 하면서 월급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치의 금액을 받는 셈이었다.
당연히 테라피스트들의 급여는 더 높았다. 개인 커미션부터 시작해서 팀 커미션으로 적용되는 수치 덕분에 이연두처럼 잘 나가는 테라피스트의 경우에는 실장인 신이설보다 100~200 정도를 더 벌었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어디를 가도 이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매장은 없었다.
교육도 잘 되어 있어서 김서아를 비롯해 박유영과 치요 그리고 얼마 전에 부상에서 복귀한 그레이스의 능력도 크게 향상했기에 월급 두둑이 챙겨가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급여정산은 한서연이 관리했다. 애초에 그녀는 거의 반 취미생활 느낌으로 준현의 사업을 도왔다. 이것저것 정산할 것 다 정산해서 준현 앞으로 돌아가는 돈은 무려 2억. 직원들 만족도도 최상에 앞으로 성장할 잠재성까지 더 하면 몇 개월 후에 3호점을 낼 수 있을 터였다.
한서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머발에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진아영과 상의를 한 후에 건물의 나머지 상가까지 사 들인 후에 공사를 시작해서 한층을 전부 수영장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2층은 수면실로 만들었다.
현대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주변상가 직원들이 쪽잠이라도 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수면실은 값도 싸서 일주일 전까지만 예약을 받을 정도로 전화가 폭주. 바로 그 다음달에는 수면실로만 1억을 벌어들일 정도로 강력한 수입원이 됐다.
아래층에서 마사지를 받고 피곤하면 위층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수면실에서의 꿀잠 때문인지 VIP 혜택에 수면실 이용권을 추가로 붙여넣자 VIP 티켓을 구매하는 이들도 대폭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준현의 부재였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졌다한들 고객들이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었다. 특히 예전에 박유영같은 경우에는 오로지 준현만이 그 병을 고칠 수 있었듯이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준현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중에는 어느 기업의 회장이나 이사들이 드글드글했고 연예계 쪽에도 적지않게 있었다.
신용섭의 용천궁 사건 이후 입소문을 탔던게 큰 요인이었다.
그런데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흠... 역시 우리는 강준현이 없으면 안 되는건가...”
한참을 고민하던 신이설은 뭔가 떠올리면서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준현이 적어준 편지봉투 하나를 꺼냈다. 허도하는 그게 뭐냐고 물었고 신이설은 편지를 앞뒤로 살피면서 말했다.
“나도 잘 몰라. 근데 확실한 건 나한테 매출에 제동이 걸렸을 때 이 편지를 열어보라고 했어.”
“J라는 인장으로 밀폐됐네요. 꼭 무슨 기밀문서 같아요!”
“기밀문서 맞지...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라고 했으니까. 자, 그럼 열어볼까?”
“헉! 벌써요?”
“응. 그럼. 벌써지. 지금 2주동안 전달 대비 매출이 확 떨어졌다는거 몰라? 이대로 가다간 우리 월급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봤어. 근데 저번달에 너무 확 땡긴것도 있어서 좀 더 대기했다간 오히려 낭패봐.”
신이설의 타이밍은 확실했다. 준현이 말하는 타이밍이 지금 이 순간일거라고 확신했던 거다.
편지를 개봉한 신이설은 한동안 편지를 보다가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이게... 해결책이라고..?”
웃기는 일이었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여서 허도하에게 보여주기도 부끄러울 정도.
그런데 준현을 찾던 이들은 신이설의 한 안내를 받고서 그대로 따랐고 서비스를 받고 난 후에 모두가 만족하고 돌아갔다.
“와 어떻게 이게 되는 거지?”
“... 대체 뭐라고 써 있었길래 그러세요?”
“음... 너는 모르는게 더 나을거야...”
신이설이 해줄 말은 거기까지였다.
준현이 테라피스트들에게 문란한 일을 시킨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준현은 자신이 없을 때 모든 여자들이 문란한 짓을 하면 바로 해고를 시켜버린다는 철저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여자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겼고 절대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참 대단해...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했다는 얘기잖아? 그리고 애들 교육도 잘 시켰다는 뜻이고.’
그랬다. 준현은 자신의 노하우를 여자들에게 전수해줬던 거다.
이연두나 김서아는 처음에 준현이 알려준 스킬을 발현하고서 눈을 의심했다. 지금까지 준현이 어떤 방식으로 마사지를 했는지 알고나니 허탈감이 찾아오면서도 속된 말로 눈이 돌아갔다.
보라색 반점부터 시작해서 반점들의 활용법을 찾은 준현은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뮤즈들이 자신과 같은 능력을 활용하게끔 했다.
‘푸른색 반점은 기능의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것. 이걸 풀어주면 지금 다리를 절고 왼쪽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이 남자를 치료해줄 수 있어.’
순식간에 디스크를 낫게 했더니 돈 많은 회장님도 금세 VIP 마사지를 등록했다. 설득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회장님이 등록하니 그 밑에 있는 직원들도 줄줄이 등록했고 매출은 한 순간에 범핑됐다.
그에 따라 수면실을 만든 이후로 또 한 차례 격정적인 수익을 낸 머발에스 2호점은 오픈 1년도 되기 전에 월매출 7억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준현의 앞으로 돌아온 돈만 해도 4억원. 신이설과 이연두의 월급은 2천만원이 넘었고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김서아도 엇비슷한 수준으로 월급을 받았다.
지출에 개방적인 이연두나 김서아는 곧바로 외제차를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이설은 돈을 아끼는데 집중했고 치요는 맛있는걸 먹는데 돈을 많이 썼다. 허도하는 자기 몸매를 가꾸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이제는 정말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서 꿇리지 않는 무결점 몸매를 보유하게 됐다. 아니, 커다란 바스트까지 합치면 이제는 정말 넘사벽의 몸매라고 해도 무방했다.
박유영은 부업으로 모델 일을 했는데 한서연이 일하고 있는 쇼핑몰에서 촬영을 하면서 한서연과 부쩍 친해졌다.
그레이스는 수녀임에도 꽤 많은 돈을 받자마자 플렉스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플렉스는 명품 쇼핑이었는데 대부분 속옷이었다. 집에서 입는 속옷에 왜 그렇게 지출을 많이 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니엘은 김광래와 함께 계속해서 준현의 행방을 찾기 위해 힘 썼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쏟아도 준현을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준현이 죽었다고 밖에 생각을 할 수 없었지만, 준현의 뮤즈들에게 그의 부고를 알릴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다니엘은 준현이 남기고 간 편지봉투를 만지작거렸다.
도저히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던 다니엘은 끝끝내 버티다가 준현의 편지봉투를 개방했다.
편지 내용을 확인한 다니엘은 기분이 울적해졌다가도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레이스의 처녀성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약을 만들어냈다. 언제든 준현이 복귀하면 사용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은 거다.
그렇게 3개월이 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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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옷을 입은 사람들은 엘란코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터치했고 병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들은 그 능력을 기프트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래서 그걸 종교적인 용어로 ‘은사’라고 불렀다.
엘란코는 영국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내가 머발에스 2호점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거물급 인사들과 연예계, 탑급 배우들을 모조리 집합시켜서 큰돈을 쓸어담았다.
진이라는 중국 남자는 혈과 맥을 짚어서 인간 체내의 에너지 원천을 다스렸다. 초능력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인 과학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무술이었고 이 무술을 잘 이용하면 의술이 된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케이머는 만져서 사람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케이머를 말렸던 프랑스 여자인 루델은 유체이탈을 이용한 정신치료를 담당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이지 올곧은 집단.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목적이 있었으며 이 의술행위 자체도 법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불법 의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냥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 부분이 소민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으레 병원이라고 불리는 우리 단체의 시설물에서 소민을 자주 마주치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 시그널을 보내지만 그때마다 소민은 내가 섹스를 요구하는 거라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식으로 나를 회피했다.
어떻게 해야 엘란코가 나쁜 집단이라는걸 설득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그녀는 세뇌당할 데로 당해버려서 데리고 나가기가 힘든 상황이다.
내가 소민을 설득하려고 할 때마다 케이머가 내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
“준현. 너는 이미 죽은 상태나 다름 없는 거야. 내가 죽이려고 했을 때, 루델이 말리지만 않았으면 정말 죽였을 거야. 근데 네가 또 다시 우리 뒤통수를 치려고 해? 그럼 나는 다시 널 죽일 수밖에 없어.”
케이머의 손길에 닿자마자 나는 곧바로 성욕이 들끓는걸 느꼈다. 그러나 곧바로 내 몸에 있는 반점들을 터치해서 늪에서 빠져나왔다.
“능력은 발군. 하지만 아직까지 사상은 바뀌지 않았으니... 가끔씩은 정말 난잡하게 죽이는 상상을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니까. 내 방법을 다른 멤버들은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거든. 네가 아주 좋은 멤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날 멤버로 받아들이기 위해 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묵묵히 그들이 하라는대로 누군가를 치료하는 데에만 신경 쓸뿐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들을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세뇌당할 것 같아서 애써 자리를 회피하는데 항상 그 소리를 듣고, 들었던 소민은 오죽할까.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됐다.
그들의 리더격인 진이 모두를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는 준비 됐다.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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