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161화
* *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거센 숨소리가 들린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몸에 빙의된채 이동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이렇게나 거칠게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숨이 차지도 않으며 전혀 힘이 들지도 않았다.
얼마나 뛰었을까. 골목을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서 몸을 홱 돌려 뒤를 돌아보자 그 순간 나는 빙의된 곳에서 빠져나와 3인칭으로 대상을 직접 바라보게 됐다.
내가 빙의했던 대상은 다름아닌 서아였다. 서아는 방금까지 나와 함께 있을 때 입은 옷이 아닌 다른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방독면을 차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야구방망이도 들려 있었다.
쫒아오는 무엇인가를 향해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는 정확하게 대상에게 직격했다. 그대로 쓰러진 상대는 몸이 축 늘어져서 재기불능해 보였다. 상대가 쓰러진걸 확인한 서아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 하아... 하아... 죽을거 같아... 하아...”
나는 그런 서아의 뒤를 쫒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달리던 서아는 어느 순간 딱 멈춰섰다.
“씨발...”
입이 거친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구나.
그런데 나도 서아의 뒤에 완전히 밀착하고서 그녀가 바라보던걸 보는 순간,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저게 다 뭐야?’
서아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약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 괴상망측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수 많은 여자들이 집단 성교를 당하는 모습이었다. 여자들은 죄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 위에서 내려꽂는 괴물같은 남성들은 전부 무방비 상태였고 심지어 옷도 깨벗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몸이 근육질로 우락부락했고 여자들이 저항하려고 할 때마다 힘으로 억눌렀다.
여럿이서 하나를 강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폭력적인 장면은 난생 처음이다. 서아가 지레 겁을 먹고 우뚝 서버린 것도 당연했다.
“후욱... 후욱...”
도망칠 힘도 남아있지 않았는지 양쪽에서 누군가 쫒아오는데 서아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도망칠 곳이 없다고 하는게 맞겠다.
까앙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남자의 머리를 거세게 내려치는 서아의 방망이.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리며 반대쪽에서 오는 남자도 때리려고 하는데 뒤쪽에서 서아를 덮치는 하나의 그림자. 그 그림자는 다른 놈들처럼 옷을 벗고 다니는 종류가 아닌, 검은옷을 입고 있었으며 서아를 덮치는 순간 그 더러운 손을 서아의 티셔츠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어 게걸스럽게 젖가슴을 훑었다.
그러자 서아는 방금까지 저항했던 마지막 힘이 빠져나간 듯 손에서 방망이를 놓쳤다.
“흐윽... 아으...”
“드디어 잡았다. 이 썅년. 끈질기기도 하지.”
검은옷을 입은 남자는 서아의 젖가슴을 벗겨 꼭지쪽을 쪽쪽거리며 빨아댔다. 그리곤 옷을 죄다 찢기 시작했다. 서아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저항을 하면 충분히 벗기는걸 막을 수 있음에도 전혀 저항하지 않고 벗기는대로 내버려뒀다.
팬티를 찢는건 일도 아니었다. 쫙하는 소리와 함께 팬티가 뜯어졌고 그 순간 검은옷을 입은 남자는 자신의 거근을 꺼내서 서아에게 겨냥했다.
“너희는 내가 먹은 다음에 마음껏 드셔.”
검은옷을 입은 남자가 그 말을 하자 주변에서 씩씩거리는 남자들이 조용해졌다. 먹이를 주는 주인 앞에서 절대복종하는 듯 우람하게 발기된 고추를 점차 주눅들게 만들면서 욕정을 삼켰다.
‘이 미친놈들이...’
나는 화가나서 그들을 뿌리치려고 검은옷을 입은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로 눈앞에 있는 것들이 재처럼 사라지고 내 앞에는 내 입술에 이마를 대고 있는 서아만이 웃으면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쭌? 뭐해?”
킥킥거리며 몸을 떠는 서아. 얼마나 웃겼는지 이내 깔깔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너 정말 어디 아픈거 아니야? 갑자기 이마에 뽀뽀는 왜 하는데?”
“아... 미안... 거기다 뽀뽀해달라는줄 알았어.”
“에이, 그럴 리가 있어?”
서아는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내 손을 잡고 자기 골반을 내 하반신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어느새 발기된 내 성기가 그녀의 노팬티 사타구니쪽에 살포시 닿았다.
“너, 오늘 너무 귀엽다.”
“아...”
쑥쓰러워하는 모습마저 귀여워 죽겠는지 서아는 발그레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우리 야한거 하자.”
“응?”
“야한거 왕창하자. 지금 너네 집 비잖아. 이런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거 잘 알고 있다고.”
나는 돌처럼 굳어버렸다.
방금 전에 환상을 통해 서아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다. 분명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치요의 환상이 그녀의 과거가 아니라는 것까지 확실해졌다. 두 가지에는 공통된 주제들이 몇 가지 있었다. 방독면과 본능에 빠져버린 남자들. 그리고 섹스. 강압적인 섹스가 분명한 그 섹스들은 서아나 치요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서아가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다.
서아의 과거를 어느정도 알고있기에 그 환상이 그녀의 과거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으니까. 방금 본 환상은 미래가 분명하다. 앞으로 닥칠 어두운 미래! 그게 아니라면 내가 단순한 환상을 봤다는건데...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들이 우연이거나 내 상상의 산물이라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결론을 지어버렸다.
미래.
내가 막아야할 미래인 것이다.
*
뭐, 아무튼.
내가 막아야할 미래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와 서아는 집에 들어가서 정말이지 미치도록 야하고 최대한 방탕하게 놀았다.
처음에는 그녀가 야한 걸 하자고 해서 얼마나 야한걸 말하는건가 했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일단 그녀는 보통의 옷차림으로 있었던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속옷을 챙겨오지 않았다는걸 유독 강조하고 싶었는지 하반신을 완전히 벗은채로 앞치마만 걸쳤다.
이게 참... 윗도리는 입은 채로 앞치마로만 거길 가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상상력이 폭발했다. 야해도 너무 야했다.
그 차림새로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도 하고 요리도 한다. 나한테 야식을 만들어준다면서 소시지 야채볶음을 해줬다.
“쏘야다, 쏘야.”
“쏘야에는 청하가 맛있다?”
“아, 그래?”
“너 내가 지난번에도 알려줬는데 금세 까먹었구나?”
“아... 그랬지, 참. 하하하...”
나는 최대한 기억 잃은걸 들키지 않게 애둘러야 했고 서아는 별 의심없이 넘어갔다.
식탁 밑으로 서아의 발이 내 사타구니쪽으로 쑥 들어왔다. 이 요망한 발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지켜봤는데 정말이지 별걸 다 한다. 자동차 기어였으면 벌써 후진도 하고 고속도로도 달리고 다 했다. 여기서 나를 더 자극시켰던건 그녀의 옷차림새였다. 앞치마만 걸치고 있기 때문에 발이 올라가면서 하반신이 전부 노출됐을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발을 올려서 맞풋잡을 했다.
더러운 발가락이 그녀의 성기를 찾아서 비집고 들어간다. 맛나게 뇸뇸거리면서 들어가 클리를 괴롭히고 질꺽이는 소리를 냈다.
쏘야에 청하를 한잔씩 마신 후에 서아는 한숨을 푹 쉰 후,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서 내 걸 빨기 시작했다.
“읏, 윽.”
치요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기술있는 펠라였다. 흡입하는 압력과 혀의 움직임이 교묘하게 작용해서 발기된 성기 밑부분을 억척같이 달라붙어 자극시키는 탓에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나는 사정을 지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득 깨닫고는 타오르듯 뜨거워진 안쪽 허벅지를 부여잡고 손톱 두 개를 이용해서 날카롭게 짓눌렀다.
“크흡...”
여기서 쌀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렇지 여기서 싸는건 말이 안 된다. 젠장.
그나저나 내가 왜 사정지연하는 법을 알고 있는 걸까. 내가 예전에 하지도 못할 섹스에 대해 우려가 있어서 지식인들의 정보를 제공 받았던 기억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때마다 뭐, 사람마다 다 방법이 다르니까 섹스를 하면서 노하우를 쌓으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섹스를 뭐, 해볼수 있어야 연습도 한다는 건가. 최악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 말은 즉, 내가 결국 사정지연을 터득했다는 거다. 내가 기억을 잃은 동안의 ‘나’ 녀석은 얼마나 섹스를 즐기고 있었던 걸까. 나인데도 불구하고 부럽고 재수없다.
서아는 어느새 오랄을 마치고 내 위로 올라탔다. 등을 진 채로 내 위에 올라탄 서아는 그대로 자기 밑에 내걸 밀어넣었다.
“흐앗.”
깜짝 놀랐다. 일단 촉감에 놀랐고 서아의 과감함에 놀랐다.
아니, 과감함은 됐고, 촉감이 미쳤다. 뭐라고 할까. 뻑뻑함 없이 들어갔는데 쫀득하면서도 말랑거린다. 성기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꺾여서 뒤틀렸고 그 꺾인 각도 때문에 흥분은 점입가경. 아, 이것이 화려한 식탁인가. 아니면 이것이 최후의 만찬인가.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좀처럼 식탁 앞에서 날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 격했고 너무 야릇했다.
안쪽 깊숙하게 닿을 때마다 귀두 끝이 간질간질해서 금방이라도 사정을 할것만 같았고 서아의 벗은 엉덩이가 내 가슴을 또한 찌릿찌릿하게 만들었다.
‘내가 김서아랑 이러고 있다니... 그 김서아랑!’
그렇게 떡을 치다가 머릿속으로 문득 피카츄 빤쓰가 떠올랐다. 왜 지금 그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하, 할래?”
서아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가면서 또 하나의 야릇한 장면이 지나갔다. 이건 또... 아까와 비슷한 환상인걸까? 아니다. 뭔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피카츄 팬티를 살짝 걸쳐 치운 서아의 표정은 미래의 환상을 봤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행복해 보였고 나름 설렌다고 느껴질 정도로 얼굴에 홍조가 달렸다.
‘예쁘다...’
나는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가만 있어봐. 과거..? 그럼 지금 떠오르는건 과거의 모습인가.
그 견해의 뒷받침이 되어주는 장면도 또 다시 떠올랐다. 서아의 빈약한 엉덩이. 그리고 샤워실에서의 뒤죽박죽 엉킨 뒷치기. 나는 그때만큼은 서아에게 주인님 소리를 듣는 모양이었다.
휴대폰에 절대복종 김서아라고 저장해놨었지.
서아는 제발 넣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고 나는... 쓴웃음을 삼키며 달뜬 마음을 잘 숨긴채 삽입을 시도했다.
‘과거 회상이라기엔 너무 맛있는데?’
아, 아니... 이 맛은 과거의 맛이 아니라 지금 박는 맛이구나.
아니, 뭐 어쨌든... 과거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