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159화
* * *
“서아?”
“응.”
“진짜 서아야?”
“아, 그럼 진짜 서아지. 가짜 서아야? 쿡쿡... 왜 이래. 웃기게.”
나에게는 어색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다니엘이 불렀다지만, 그녀가 우리 집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도 신기했고 그녀가 내가 필요할 때마다 달려오는 것도 신기했다. 나와의 대화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내 앞에서 아리땁게 웃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내 기억 속 마지막 서아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그닥 좋은 기억 따위는 없었다. 아, 물론 접전은 있었다. 얽힐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의아했을 뿐.
그러나 내 가슴을 더 뛰게 만드는건 내 휴대폰에 저장된 그녀의 사진이었다. 함께 찍은 나체 셀카라던지 삽입 장면을 찍은 것도 그렇고... 나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건 그렇다 치고 이미 깊은 관계가 되어버린 듯.
나는 무뚝뚝하게 서 있었고 서아는 내 모습에 어쩔줄 몰라하며 두리번거렸다.
“근데 왜 다니엘 신부님이랑 그레이스 쌤이 자리를 비워준 거야? 흐음... 전이랑 달라진건 없는거 같은데.”
그녀는 괜히 집안을 둘러보다가 나를 지나쳐서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지나쳐가는 서아에게서 과거의 냄새를 맡곤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서아에게는 특유의 샴푸 냄새가 났는데 나는 그 냄새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의 뒤로 돌아가 어깨를 주물러주는 것도 좋아라했던 거다. 딱히 안마셔틀이어서 그랬던건 아니다. 음, 뭐랄까. 다른 애들은 죄다 비누나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는데 서아한테는 서아한테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고 할까.
그 유명한 살냄새라는 거다.
그 특유의 살냄새를 맡고 있자면 학창시절의 내 사타구니가 나도 모르게 불끈 달아올랐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발기가 되는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현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나도 모르게 고등학생 때를 회상했더니 아랫도리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이후 내가 한 행동은 꽤나 저돌적이었고 나조차도 예상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뒤로 돌아간 서아의 등뒤로 걸어가서 그녀의 허리부분을 허그하듯 안았다.
갑자기 백허그를 당한 서아는 주춤하다가 이내 얌전해졌다. 오히려 그녀는 가슴이 부풀어오르도록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무슨 일 있어? 쭌?”
백허그한 내 팔을 감싸는 그녀의 팔. 피부가 접촉해오자 가슴이 짜르르 울렸다. 아까까지 치요와 정사를 나눴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응. 이것이 순애보의 결과인가. 내가 그 김서아를 안고 있다니.
‘허리 엄청 가늘다...’
서아는 항상 말랐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완전 무결점한 몸매의 소유자였다는건 아니다. 학창시절 때부터 그녀의 약점은 아담한 엉덩이였다. 물론 그런걸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많거나 전혀 신경쓰지 않는 남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여자의 몸매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 나는 항상 그녀가 힙업에 신경을 썼으면 어떨까 하곤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그녀를 안게 될거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서아는 학교에서 항상 비주얼 탑3 안에 들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 미모는 유명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럴만 하지. 가슴도 크고 허리도 잘록한데 얼굴은 완전 작고 예쁘다. 사실 서아 정도면 연예인을 해도 괜찮았을 거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니엘이 불렀으니까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걸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순간 내 발기된 사타구니가 그녀의 엉덩이에 닿았을 때, 나는 그녀의 단점이 더 이상 단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빈약했던 서아의 엉덩이는 어느새 빵빵하게 차 있었다. 실리콘이라도 넣은 것처럼 맨질맨질하고 부풀어올라있는 그녀의 엉덩이는 내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앗...”
나는 엉덩이의 촉감을 느끼자마자 곧바로 내 골반을 뒤로 뺐다.
백허그도 괜찮다고 하는 그녀였지만, 이건 선을 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니까. 그런데 서아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녀는 오히려 엉덩이를 뒤로 빼내며 내가 빼낸 거리감이 무색할만큼 따라들어와서 갖다 붙였다.
“에휴, 이러려고 자리 비워준 거구나?”
“뭐, 뭐가?”
“오늘 하고 싶은거 아니야?”
“내가 뭘 하고 싶은데..?”
“어휴, 오늘따라 능청이 왜 더 심해졌어? 어떻게 해줄까? 일단 빨아줄까? 아니면 바로 침대로 갈래? 아, 아..!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좀 더 과감한거 해볼래? 뭐 해볼래?”
으아... 서아가 나한테 안긴채로 저렇게 말하고 있는게 믿기지 않는다.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대체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이나 구했길래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거지...
내가 아무 말 없자 서아는 뒤를 돌아서 두 개의 젖가슴을 내 가슴에 뭉갰다. 그러면서 꽉 붙들면서 내 허리를 제쪽으로 당겼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스커트 밑으로 내 사타구니가 들어가면서 딱딱하게 선 고추가 서아의 다리 사이로 쑥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엉?
안으로 밀고 들어간 고추의 촉감이 어딘가 이상하다.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꽂힌 것까지는 알겠는데 어째서인지 도톰한 조갯살의 촉감까지 느껴진달까. 밑에서 향긋한 냄새가 물씬 올라왔다. 달달한 냄새... 서아가 뿜어내는 페로몬일까. 키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기에 서아의 머리가 내쪽으로 치켜 올랐고 그녀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버렸다. 머리에 벼락을 한 차례 맞은 듯 멈춰버렸다.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이면서도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기득권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감정의 산물이라고 할까. 이 세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마법같은 단어.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나는 서아를 위해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내 뮤즈일 것이다! 서아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 순간 확신이 들었기에 더욱 신뢰도가 높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서아야...”
“응?”
“나랑 너... 혹시...”
“뭐, 뭐... 무슨 말 하려는 거야?”
“혹시 우리가... 사귀는 사이야?”
“으아... 너 이렇게 초근접한 상태에서 그런 부끄러운 소리를 아무렇게나 하는 거야? 으... 당황스러워.”
“아, 미안... 안 할게.”
“너 근데 오늘 진짜 이상하다.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해? 너 그런 스타일 아닌데... 음...”
서아는 허깅을 풀고 살짝 뒷걸음질쳤다.
나는 내가 단단히 실수를 했다고 여겨 두손을 합장하고 싹싹 빌었다.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아니, 뭐... 그런거 묻는다고 너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아. 그런데... 좀 당황스럽긴하네. 약간 이질감이 느껴진다... 고... 해야할까. 너 정말 내가 알고있는 쭈니가 맞는 거야?”
“어..?”
“너 아니지. 너 지금 나 속이고 있는 거지.”
이쯤에서 진실을 말하는게 나을까. 내가 지금 기억을 잃었다고 말이다.
아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치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거슬리는 게 하나 있다.
서아의 이마에서 오색찬란한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던 거다. 아까 나와 마주볼 때부터 조금씩 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명확해졌던 거다. 치요에게서 봤던 빛과 똑같다는 걸 말이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에 내 손을 포개면서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줬다.
“내가? 내가 널 왜 속여.”
“그, 그치... 그럴 이유가 없지.”
“우리, 나갈래?”
“나가자고? 섹스 안 하고?”
“응. 나가자.”
나는 섹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약간의 떨림이 있긴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얘는 그걸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 아무튼 서아에게서도 찬란한 빛을 없앤 후에 그녀와 러브러브하는 걸 생각하면...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시발. 그 김서아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가. 하... 미쳤는데, 이거. 내가 욕망을 잘 참아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서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서아는 내게 노팬티를 들켰지만, 외출 따위 개의치 않아보였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노팬티라니. 서아가 노팬티라니. 서아의 그곳은 어떤 느낌일까. 치요와는 완전 다르겠지. 질감도 생김새도 완전 다를 거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모든 야동에서의 데이터를 따져봤을 때, 어떤 여자도 똑같은 성기의 모양을 갖고 있지 않다. 색깔도 다르고 보여지는 질감이나 길이가 다 다른 거다.
뭐, 아무튼. 아까 느꼈을 때, 사타구니 사이로 다소 야릇한 액체를 흘렸던 서아라 걱정이 좀 되긴 하지만, 밖에서 무슨 일이나 있겠는가. 밤 늦은 시간이고 스커트가 제대로 작동을 한다면 누구도 그녀의 사타구니가 젖었다는걸 알지 못할 터였다.
우리는 한동안 손을 잡고 터벅터벅 산책로를 걸었다.
나는 틈틈이 그녀의 동향을 살피면서 언제쯤 이마에 손을 얹어볼지 계산했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아야 했다. 아까도 그녀는 내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의심을 더 불러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골목 사이사이를 난폭하게 운전하는 운전자가 있어서 서아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정말 위험천만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서아가 다칠 수도 있었을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
“뭐야? 저 차?”
서아도 신경질이 났는지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런데 이내 그 눈은 커다랗게 됐다. 나 역시 그 눈길을 따라 차량이 이동했던 곳으로 눈을 돌렸고 이내 그 결과물을 봤다.
콰앙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데 차량은 어느 집 담벼락을 향해 충돌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