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1화 〉 151화 (150/173)

〈 151화 〉 1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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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사업을 시작했고... 심지어는 대한민국을 구할 구원자라고... 요?”

다니엘이라는 남자는 처음부터 인상이 요란했다. 아니, 웬 가정집에서 사제복을 입고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땅덩어리에 아프리카계 흑인이 등장해서는 한국말을 하며, 나와는 동거인이라고 말하는게... 참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에게 별 이상한 소리를 해댄 거다.

“믿기 힘들겠지만, 맞습니다.”

사실 믿기 힘든건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웬 아리따운 서양 여자가 함께 누워있었다는 점이 제일 신비로운 일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두근대본적이 없을 정도로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일이 벌어진 거다.

‘거기서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나.’

그런데 마냥 의심만 하고 믿기 힘들다고 얘기하는게 맞을까? 이건 어쩌면 내게 주어진 기회가 아닐까 싶었던 거다.

내가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면 내 기억상의 과거보다 훨씬 나은 것이고, 대한민국의 유일한 구원자라는 사실 또한 나에게 있어서 좋은 소식이 아닌가 싶었던 거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나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걸까?

다니엘에 말에 따르면 기억상실인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을 당했길래 기억이 사라졌을까? 나는 다니엘과 그레이스의 면면을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누구든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섣불리 승낙하기 어려울 거다.

차라리 여기있는 사람들이 죄다 한국인들이었으면 몰라. 죄다 외국인이니까 더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다.

그러다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밖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여자 목소리였다.

“치요네.”

“치요야.”

“치요?”

두 사람이 치요라는 이름을 언급했고 나는 반문했다. 이번에도 정상적이거나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치요라니. 이번에는 일본인이냐?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다니엘이 문을 열어주자 우당탕거리며 짧은 머리의 미소녀가 내게 달려와서 안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덮치는 수준이었고 나는 허리에 힘을 줘서 단단하게 버텼다.

“사장님! 나 오늘은 같이 출근하려고 이렇게 왔어.”

“흐억...”

“잠깐만, 치요... 지금 일이 조금 복잡하거든?”

“복잡할게 뭐 있어? 여러 가지 일이 해결됐다고! 나 도저히 못 참아. 나한테 금욕지령을 내렸으니까. 오늘은 그걸 풀어줘야할 때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그레이스쌤은 모르는 척 해요! 이건 나와 사장님의 거래라고요. 이미 예약 다 찼고 원한다면 줄을 서도 좋아요. 하지만 그 줄 맨앞에는 언제나 제가 서 있다는걸 명심해요!”

“한국말이 정말 많이 늘었잖아!”

치요라는 여자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볼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리곤 미적지근한 내 반응에 실망하며 토라진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그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당장에라도 고개를 앞으로 조금만 내밀면 입술이 닿을만한 거리여서 숨결과 숨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단순간에 이 치요라는 여자 아이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순간 헤롱헤롱하면서 입술을 박을 뻔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모쏠아다 인생을 살아온 나로써는 여자에게 와락 달려들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라는 동물은 남자와 다른 동물로 인식. TV나 동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동물 NO.1 혹은 외계인이라고 해도 달라질게 하나 없다.

다니엘은 치요를 달래주고 내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치요가 완강하게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레이스도 손을 거들었지만, 역시 실패였다.

내 입장에서는 나쁠게 하나도 없었다. 치요는 적당한 크기의 젖가슴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내 몸에 와서 뭉개지면서 느껴지는 촉감이 매우 좋았다. 아니... 이 정도면 안에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것 같다. 그 정도로 말캉했던 거다. 예전에 잠 자고 있는 여사친 젖가슴을 만졌던 기억이 있어서 브래지어의 촉감과 노브라의 촉감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어... 근데 이 치요라는 여자... 어디서 본적 있는거 같은데..?’

나는 순간 기억이 돌아오나 싶어서 살짝 기대했다. 그런데 기억은 이상한쪽으로 발달했고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치요라는 존재를 찾아냈다.

“치요... 그 치요? 사쿠라 치요..?”

그렇다. 다름아닌 AV에 등장했던 치요를 기억해냈던 거다.

사쿠라 치요라는 풀네임을 들은 치요는 펄쩍 뛰며 내게서 멀어졌다.

“나, 나는 본명을 말한적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다니엘은 뒤에서 머쓱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치요가 등장했던 AV를 잘 알고 있었다. 아, AV라고 말하긴 좀 어색한 구간이 있긴 하다. 이상 성욕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AV는 보통 삽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전부 여자가 남자를 마사지해주는 영상이었다. 말 그대로 대딸을 쳐주는 동영상이라는 얘기다. 젤을 묻히고 혹은 스타킹으로 감싼다거나 남자를 마구 밟아대거나 사정하지 못하게 꽁꽁 묶어대면서 고문을 하는 그런 동영상.

나 역시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그런 동영상을 찾았던 거고, 그 중에서 정말 예쁘고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 치요라는 이름만큼은 기억해두고 있었다.

“응? 응?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오! 빨리 대답해줘! 빨리이...”

내게서 떨어졌던 치요는 다시 내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얼굴을 내쪽으로 향해 올리고 눈망울을 커다랗게 떴는데 눈시울이 붉어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만 같았다.

“아니... 저는...”

“아니..! 저는..! 이상해... 아무리 봐도 이상해...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야. 강준현 어디갔어. 내가 아는 강준현 데려와... 이상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내 허리를 놓아주지는 않는다.

치요는 오히려 내 다리쪽에 자기 사타구니를 끼워넣고 부비적거렸다.

‘헉! 이 여자... 아랫도리가 완전 축축하게 젖어있어..!’

나는 놀라서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코알라처럼 달라붙은 치요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친 듯이 두근두근거렸다. 모쏠아다에게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치명적이다.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같은 멘탈을 어떻게든 잡아내려고 애써야했다.

혹시라도 졸도해버렸다가 이 꿈같은 상황에서 깨어나버릴까 겁이 났던 거다.

“어떻게 알았냐고오오오..!”

모른다. 내가 어떻게 그녀의 본명을 알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계속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아니라고만 얘기할 뿐이었다.

치요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몸은 여리여리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젓가락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만지면 몰캉몰캉한게 만져지면서 온몸이 러블리한 젤리같은 느낌이랄까. 운동은 한 번도 안 했을것만같은 그런 몸이다. 나도 모르게 더듬거리다가 발견한 거지만 엉덩이가 정말 아담하다. 이런 여자랑 데이트하면 어떤 느낌일까. 같이 다니기만 해도 옆에서 남자들이 다 쳐다볼 것이다.

“아, 몰라! 그럼 오늘은 날 위해서 시간을 써줘요!”

“응?”

“치요... 아무리 그래도 사장님인데 바쁘지 않겠어요?”

나는 날 대변해주려는 그레이스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아니! 치요 씨가 말하는 시간을 써달라는 의미가 대체 뭔데요?”

너무 황급하게 말해서 낯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아니, 누구든 이해를 해달라. 나는 내 일평생 이렇게 확실한 기회를 가져본적이 없다. 여자쪽에서 이렇게 확실한 시그널을 보낸다? 못 잡으면 그게 심영이고 고자다.

“음... 나랑 데이트를 해달라는 의미겠지?”

치요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고 나는 단숨에 그 미끼를 물었다.

“제가 오늘 실수한게 있는 것 같으니 데이트 정도로 풀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죠.”

“오, 정말? 진짜 강준현 맞아? 와... 진짜 신기해..! 원래 이렇게 잘 해주지 않는데... 아무튼 나는 너무 좋아... 오늘은 꼭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내 성인식을 망쳐버린 죄..!”

“서, 성인식은 왜...”

“흥. 또 기억 안난다고 얘기하겠지. 성인이 되면 해주겠다고 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거든...”

좆된건가. 대체 뭘 해주기로 했단 얘기지.

나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물을 엎질러버렸고 구원의 눈길을 다니엘에게 보냈다. 그러자 다니엘은 손사래를 치면서 그레이스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그레이스가 사실상 실세가 아닐까 했다. 아... 역시 정부인인가. 내조를 하려는겐가. 아니지. 아니지. 아까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우리 둘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얘기했으니 정부인은 아니겠지. 근데 그녀에게 결정권이 있다는건 무슨 뜻일까?

“흐음...”

그레이스는 고민했고 치요가 간절한 눈빛을 날리는건 당연했다. 치요는 어떻게든 나와의 시간을 보장받고 싶어했는데 그 간절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의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어떤 약속을 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나게 부풀어오른 꿈을 안고 있는 내 자신이 참 찐따같고 밉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거늘. 예로부터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이 많고 궁금한것도 참 많은 것이거늘!

“뭐, 어쩔 수 없죠. 지금 사장님 상태도 좋지 않아보이니까. 두분이서 잠깐 나가서 환기하세요.”

그레이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치요의 표정이 점차 환해지더니 아침해가 뜬 것 마냥 미소가 만개했다.

“꺄흥! 좋아! 역시 그레이스쌤이야. 나 진짜 열심히 보좌할게요오오오?”

“...”

“얼른 씻자! 사장님!”

씨, 씻자니..?

“내가 에스코트하겠어! 얼른 샤워실로 들어와.”

‘..? 내가 무슨 양로원에서 봉사받는 독거노인도 아니고.’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성 싶냐...

“그건 안됩니다.”

우선 첫 번째로 다니엘이 단칼에 잘랐고.

“흐으응...”

나는 휘청거렸다.

“아으... 발에 쥐가 나고 현기증이...”

“...”

“도저히 혼자 씻을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아, 그러면! 내가! 역시! 내가! 고추 박박 닦아줄게!”

‘응? 내가 지금 잘못 들은건가?’

“아, 고추 벅벅인가? 암튼! 내가 보좌하기로 했으니까!”

“...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치요 씨. 하지만 이 집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흐흐... 물론이지.”

그렇게 나는 치요와 함께 샤워실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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