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 150화
* * *
눈을 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침대에서 눈을 뜬 나는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뭔가 이상했다. 평소에 보던 좆같이 더러운 천장이 아니었던 거다. 원래라면 바둑판처럼 줄이 가있는 천장에 파리채로 눌러 죽인 파리시체가 붙어있었는데 그런건 온데간데 없었다. 이전 사람들이 살 때 천장에 형광색 스티커를 붙여놔서 불을 끄고 누워서 천장을 보면 눈이 다 부실 정도로 밝은 색을 빛내곤 했는데 그것조차 없었던 거다.
납치라도 당한건가.
이 생각을 하는 순간, 바로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나는 가위 눌린 사람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시선만 옆으로 돌려서 옆자리를 흘겼다.
그러자 그곳에는 이불을 걷어내며 고양이처럼 몸을 쭉쭉 펴대는 한 여인이 누워있었다. 그녀는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속옷을 입지 않았는지 잠옷 위로 젖꼭지가 튀어나왔고 몸을 찌뿌둥하게 기지개 켤 때 배꼽이 보이며 펑퍼짐한 아랫도리가 살짝 내려갔을 때는 속 안에 있는 황금빛 음모가 보이기까지 했다.
“음냐아”
정말 고양이라도 되는 걸까. 입을 쩝쩝 다시며 몸을 뒤집는다.
나는 그녀에게서 살짝 멀어지면서 경계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내 인생에서 시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에 웬 처음보는 여자가 누워있다? 그것도 금발머리에 백옥같은 피부를 지닌, 누구나 탐내할만한 여성상이 내 침대 옆자리에 누워있다는 것은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어떤 새끼가 날 담그려고 함정 파놨나? 시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냥 평소처럼 집에서 딸딸이 치다가 잤던 기억밖에 없는데.’
“후우 잘 잤어요?”
여자는 눈도 뜨지 않고 내게 말했다. 열띤 숨이 내게 닿았을 때, 나는 이게 무슨 달콤한 향수라도 되는 것처럼 크게 들이마시며 기분 좋아져버렸다.
사실 발기가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어느 누구라도 내 옆에 이런 매력적인 여자가 누워있고 마치 여자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한다면 꼴리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거기에 나는 모쏠아다...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적도 없고 여자 앞에서 얘기 한번 제대로 꺼내본적도 없는 좆같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여자라는 XX염색체를 보자마자 생물학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거다.
“네...”
나는 얼떨떨하게 대답했고, 내가 대답하자 여자는 마치 인형처럼 눈을 떴다. 그리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베시시 웃었다.
“뭐예요? 오늘 컨셉이예요?”
“컨셉?”
“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예요?”
“무슨... 이상한 행동..? 호, 혹시... 저희 사, 사귀는 사이인가요?”
나는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여버렸다.
그러자 여자는 얼굴이 붉게 물듦과 동시에 아주 재밌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깔깔 웃으며 내 얼굴을 도닥여줬다.
“아이구, 우리 사장님... 왜 이러시는거지? 아침밥 해줄테니까 누워서 눈 좀 더 붙이고 계세요.”
“아, 예...”
분명 외국인인거 같은데 한국말은 또 왜 저렇게 잘하는 거고. 나는 이 상황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모쏠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과제였던 거다.
문이 열리고 싱크대 앞에 선 여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둘렀다. 앞치마를 두르고 기다란 금발머리를 땋으면서 고개를 살짝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아름다운 실루엣.
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가 내 와이프구나!’
그렇다.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나는 미래로 온 거다. 저 여자는 미래의 내 신부인 거고. 나는 지금 그 미래를 살짝 들여다보는 중인 거다.
어쩌다 이런 행운을 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구나 싶었다.
‘크핫! 그래도 미래에는 이렇게 예쁜 여자랑 결혼하고 잘 살게 되는구나.’
앞치마를 두른 나의 신부는 내가 태어나서 봤던 여자들 중에 가장 예뻤다.
맨날맨날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는게 오늘의 신작 AV였다. 그때마다 AV 배우들을 보면서 와, 저런 예쁜 여자랑 사귀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싶으면서도 저런 여자랑 매일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이러면서 망상증에 걸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이상보다도 더 큰 이상이 내 눈앞에 있었다.
‘그래, 이건 꿈이야! 미래를 본 거지. 아니... 아닐수도 있어. 그냥 꿈일 수도 있어. 그런데 감각이 너무 생생해. 꿈인지 생시,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저 여자는 내 옆에서 자는 사이라는 거지? 가만있어봐... 꿈이라면 뭐, 아무렇게나 막 해도 되는거고, 미래라면 어차피 나랑 결혼한 상대니까 상관없고. 현실이라면... 현실이라면 그건 말이 안 되지. 나는 어제 분명 그냥 딸치고 지쳐서 잠 들었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니까 어제 사정하고 씻지도 않고 곯아떨어졌는데 걸쭉한 느낌은 없네. 게다가 어제 아침 저녁으로 3번씩 딸쳐서 고추 엄청 뻐근했었는데 지금은 완전 멀쩡하고. 이게 인체의 신비라는 거다. 시발 것.’
그래서 나는 작정하고 일어나서 여자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도마 위에서 뭔갈 손질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애호박인 것 같다.
그 애호박보다 커다랗지는 않지만, 내 애호박도 꽤나 굵직한 오이 정도는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여자의 뒤에서 여자를 안았다. 일명 백허그라고도 불리는 이 자세를 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내가 뒤에서 끌어안자 여자는 당황했는지 몸을 움츠렸다.
“아코, 간지러워. 뭐, 뭐하는 거예요?”
“뭐하긴. 예뻐서 그러죠.”
나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꺼내버리고 말았다.
이상하게 이런 능글맞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본능인 걸까. 생태학적으로 자손번식을 위한 본능이 터져나와버린걸까. 내가 생각해도 느끼한 소리를 내뱉으며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 이것은 마치 수컷 공작이 암컷 공작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는 것과 같은 논리였다.
나는 여자의 귀에 대고 뜨거운 입김을 내뱉으며 말했다.
“요리는 다음에 하고 나랑 놀아주면 안 돼요?”
그러자 여자는 몸을 뒤로 돌려서 나를 마주봤다. 그녀의 젖꼭지가 아까보다 더 뚜렷하게 튀어나온걸 봐서는 그녀 역시 살짝 흥분한 모양이다.
그걸 보자마자 됐다 싶었다. 내 망상이 맞았다는 거다. 그리곤 머릿속으로 이 여자와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돌면서 아까 잠깐 죽었던 고추가 빳빳하게 솟구치는걸 느꼈다.
와, 미쳤다.
이전보다 더 거세게 항의하듯 올라오는 고추는 잠옷을 뚫고 나올 정도로 거대해졌다.
이 우람하고 우월한 느낌은 뭐지?
‘미, 미래의 나는... 거, 거근?’
옆에 여자가 누워있는 것도 모자라 거근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이 굵직한 느낌 뭐냐고오! 시발, 빨리 써보고싶다..!
“뭐, 뭐하고 노시게요? 요, 요새는 이런거 잘 부탁 안하시더니...”
부탁? 무슨 부탁을 얘기하는 거지?
나는 그런건 잘 모르겠고 일단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듯 빠르게 선을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을 올려서 젖가슴을 움켜잡는다. 살포시 올라간 손은 젖가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고 브래지어 없는 젖가슴은 약간 탱탱한 느낌과 더불어 살짝 물렁한 느낌도 들었다. 풍선은 풍선인데 연유를 채워넣은 듯한 느낌이랄까. 촉감이 매우 좋았다. 천옷의 질감과 이 부드러움이 합쳐지면서 환상의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었다.
물컹거리는 촉감을 만끽하고 있는 동안, 여자의 표정을 살폈는데 뭔가 불편한 기색과 함께 흥분한 기색도 함께 있었다.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 내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
“이, 이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요...”
“들켜요? 뭘 들켜요..?”
“아, 몰라... 하읏...”
거절은 하기 싫으니까 괜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스킨십이 뜬금 없다는 걸 보면 평소의 나는 이렇게 하지 않는 모양인데 아주 배가 불렀거나 정신이 나갔거나 둘 중에 하나인게 분명하다. 이런 여자랑 같이 살면 하루에 10시간씩 떡을 치고도 남을거 같은데?
나는 조금 더 과감하게 여자의 가슴을 마지다가 속옷을 입지 않은 티셔츠 안으로 불쑥 손을 넣어서 보들거리는 젖가슴을 마음껏 만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수줍은지 몸을 틀었다.
“아, 안 돼요...”
안 돼긴 뭐가 안 돼. 좋아죽는거 뻔히 다 보이는구만.
나는 살짝 몸을 튼 그녀의 뒤로 돌아가서 그녀의 젖가슴을 두 손으로 꽉 쥐며 백허그를 했다.
“으아... 지, 진짜 큰일나요..!”
“하... 진짜 너무 만지고 싶었다고요.”
아까 침대에서부터 너무 만지고 싶었다고.
속옷을 안 입고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잠시동안 그녀의 채취를 맡으면서 호흡하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다 만져봤다.
이것이 결혼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정신 아찔해지는 스킨십이구나. 이러니 다 예쁜 여자랑 결혼하려고 지랄발광을 하지. 아유, 시발. 존나 행복하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백허그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내 아랫도리가 그녀의 엉덩이에 붙어 있는 것도 맞다. 여기까지는 좋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왜 밑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탱글탱글한 촉감이 아니라 딱딱하게 느껴지는 거지?
여기서 나는 의기의식을 느꼈다.
이런 몽정류의 꿈을 꿀 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중요한 순간에 여자의 주요부위가 보이지 않는다던지 아니면 삽입을 못하게 막혀있다든지 등등...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나의 섹스를 방해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런건가 싶었다.
이러면서 설마 잠에서 깨지는 않겠지. 불안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빨리 확인을 하고 싶었다.
이 여자의 꽃봉오리가 설마 닫혀있지는 않은지, 사실은 남자였다 개꿀잼 몰카다 이 새끼야를 시전하는게 아닌지 싶어서 한 손으로는 열심히 가슴을 만지고 한 손은 사타구니쪽으로 내려가서 냉큼 사타구니 안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역시나 턱하고 뭔가 걸리는게 있었다.
시발... 무쇠팬티냐?
“아잉... 거기는 안 되는거 아시잖아요.”
안 된다고?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정조대 찼다니까요. 준현 씨, 기억 안나요?”
“예..?”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벌컥.
우리 둘이 함께 자던 방 바로 옆 방에서 벌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웬 흑인 남성이 나왔다.
“뭐하시는 거죠?”
아니, 그건 내가 할 말인데요..? 이게 대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