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 149화 (148/173)

〈 149화 〉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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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뮤즈들은 힘들게 하루를 마감하고 기지개를 켰다.

그런데 가장 힘든건 사실상 나였다.

아침 6시에 출근을 해서 전시상황의 군의마냥 신용섭에게 당한 사람들의 진료를 해주느라 밥도 못 먹었다. 한 마디로 미친 듯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것도 5일. 평일 내내 한 명 한 명을 전부 케어해줬다. 물론 김광래도 날 도와서 선행을 베풀었지만, 일손이 하나 늘었다 정도일 뿐, 이렇게까지 피해자들이 많을줄은 몰랐다.

“혹시 말이다... 준현아...”

“네?”

“네가 말한 역병인지 뭔가가 있다면 신용섭이 이미 밑작업을 거의 끝내놓은 상태가 아닌가 싶을 정도구나.”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을 근무하면서 총 25명을 마사지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났으니 125명을 진료했고 비교적 나이가 많은 김광래는 75명에 그쳤으니 일주일만에 200명을 손봐줬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아직 절반밖에 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한주는 더 힘들게 스케줄을 소화해야하는 거다.

사실 몸은 그렇게 고되지 않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었으니까.

김광래에게 수련을 하는 동안, 정말 고됐지만 효과만큼은 내가 갖고 있던 능력이 무색할 정도로 효율이 좋았다.

물론 그간 겪었던 피땀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실패했고 몇 번이고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육체의 스트레스보다 정신의 스트레스가 더 높았을 정도로 고된 수련이 계속 반복됐던 거다.

하지만 포기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사회에서 도태된다. 나는 쥐뿔도 없으니 나에가 남아있는 마지막 잎새라도 붙잡아야 하는 거였다. 김광래를 만난건 내게 있어서 천운이나 다름 없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을 거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나락으로 빠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확정된 미래. 그리고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죽을 날만 기다리는 패배자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 동안, 변한게 있다면 다니엘과 그레이스의 태도가 살짝 바뀌었다는 점이다.

항상 긍정적이고 밝기만했던 다니엘은 아침식사 시간에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뭔갈 하고 있었으며 퇴근을 해도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24시간 내내 다니엘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날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어쩌다가 가끔 눈을 마주쳐도 고개만 까딱거리며 인사를 할뿐. 그는 거의 폐인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이전처럼 내 방에서 자고는 있지만, 정조대를 차고 있기도 했고 이전처럼 내게 봉사를 해준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내가 신용섭 피해자들을 진료하는 와중이라 날 돕는 일은 하지 않고 있었다. 막말로 신용섭의 피해자들까지 어떻게 다 따먹겠는가. 우선은 능력을 돌리는게 우선이었다. 애초에 사람들의 몸속에 백신을 주입시키려면 능력이 있어야하니까.

그래서 그레이스와는 약간 관계가 소홀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스킨십이 없어졌으니 남녀관계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었다. 명분이 없었던 거다.

그렇다고 다른 뮤즈들과 관계가 좋았냐면 그것도 또한 아니었다.

모든 뮤즈들은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바빴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하루에 8시간씩은 내내 일을 했다. 여유가 없으면 이 서비스업이 3D라고 생각될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된 거다.

바꿔 말하면 샵은 더할 나위 없이 성장해가고 있었다.

오픈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머발에스 2호점의 예상 연매출은 1호점의 무려 10배가 넘었다.

따라서 1호점 직원들은 2호점 직원이 되기 위해서 최원재 몰래 진아영에게 컨택을 하는 사례도 일어날 정도였다.

그래서 진아영은 내게 3호점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나와 진아영 그리고 한서연만이 샵에 남았다.

“3호점이라... 그게 될까요?”

“이 정도 수준의 업장이라면 서울시에만 20군데를 내도 괜찮을 정도야. 나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3호점부터 시작하자는 거지.”

“지금 연매출 100억 정도로 잡고 있는데 건물 확장하고 직원들 추가시키고 여기에 우리가 자선 마사지한 것의 파장효과까지 생각하면 잠재수익은 상상을 초월해요. 3호점을 내면 홍보효과도 더 커질 거고요.”

하지만 이 두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변수가 하나 있었다.

3호점? 나야 내면 무조건 좋다.

그러나 역병이 터지면?

내가 백신을 주입할 수 있는 사람은 여자들이었다. 남자들이야 다니엘이 알아서한다고 했고, 나 역시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들에게 백신을 주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역병이 터진다.

그리고 살 수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다.

그런 종말적인 상황에서 과연 마사지나 쳐 받으려는 병신 머저리새끼들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서비스업의 종말이 올 수도 있는 얘기였다.

물론 여기까지는 내 생각이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뜸을 들이자 당연히 이해가 안 되는 한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해. 그냥 하는게 맞아.”

이 두 사람에게는 얘기를 해야하나. 두 사람은 이미 내게 백신을 주입받은 사람들이니 그닥 쇼크가 오지 않을 거다. 그런데 만약 이 얘기를 들은 후에 자기 지인들은? 어머니는? 친적들은? 아무리 내가 모든 여자들에게 백신을 주입하는 상황이라지만, 이 여자들의 어머니에게까지 섹스를 하면서 주입시키고 싶은 생각은 일절도 없었다. 그리고 내 능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더 일은 커지게 된다. 우선은 내 능력을 되찾는 것부터가 우선이었다.

나는 결국 고개를 저어버렸다.

“안 돼요.”

“왜?”

“얘기를 해봐야할 사람이 하나 있어요.”

“아니, 여기 투자해주겠다는 사람 다 있는데 뭔 얘기를 다른 사람이랑 하냐고...”

“말해줄 수가 없어요. 미안해요.”

“...”

한서연은 잠시 내 얼굴을 진득하게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어, 언니... 화난거 아니죠?”

“화는 뭘. 어차피 애초에 내 사업도 아닌데. 그리고 저 인간이 돈 버는거지 내가 돈 버는거야? 돈 안 벌면 좋지! 여자들 더 꼬이는 일 없으니까 좋은거 아니냐고!”

한서연은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난감한 상황이다.

진아영은 나를 나무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본인도 이해가 되지 않는거겠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얘기 못할 사정이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요.”

진아영은 어쩔 수 없어했다.

사실 두 사람의 생각은 이랬을 거다. 3호점이 빨리 나와서 자리를 잡아야한다. 그러면 최소 6개월이 걸릴텐데 2호점이 자리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과 3호점의 건축 및 인테리어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적기라면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한 거다.

망설이는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당연했다. 연매출 100억원에 잠재적 매출은 500억 정도로 예상한다. 3호점을 안 내는게 이상한 상황인 거다.

심지어 2호점 지원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식으로 직원 모집하고 3호점을 재빨리 오픈하는건 최적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진아영은 알겠다고 말하며 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최근에 뮤즈들과 섹스를 하지 않은지 꽤 됐다.

이제 성인이 된 치요와도 약속을 해놨지만, 그 약속마저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라.’

나는 풀발기 직전까지 솟아버린 고추를 달래며 말했다.

방금 두 사람과 대화를 했을 뿐인데 발기가 되어버렸던 거다.

소등 상태와 시설물 상태를 전부 확인한 후에 밖으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연두와 서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대체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어둠속에서 빠져나온 두 여자는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양쪽에서 팔짱을 꼈다.

“너네 안 가고 뭐했어? 밤이 늦었는데 집에 가서 쉬어야지.”

“내일부터 주말이잖아.”

“주말에는 일 없니? 우리 며칠은 진짜 미친 듯이 일만 해야되는거 알잖아.”

내 말에 복종서아는 가만히 있었지만, 연두는 눈물을 그렁그렁거렸다.

“오빠, 어딘지 모르게 변했어. 사장님 되고나서 좀 변했다고...”

나는 뜨끔해서 연두를 그윽하게 보다가 서아쪽도 바라봤다. 그녀도 날 그렇게 생각하는지 싶었던 거다. 서아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반대쪽으로 돌렸고 두 여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내게서 떨어졌다.

‘어쩌면 이 염병을 떠느라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이런 젠장... 섹스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그래. 나는 지금 풀발기 직전까지 고추를 세운 상황이지만, 김광래와의 수련 끝에 성욕을 대폭 하향 당해버렸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순간, 발기는 하나의 자연현상일 뿐, 나의 본능을 지배할 건수가 되지 않는 거였다.

나는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준 후에 자취방에 돌아왔다.

나는 그레이스가 내 방에서 새근새근 잠에 빠진 걸 확인한 후에 다니엘의 방 앞에서 잠시 서성거렸다.

‘들어가볼까? 젠장. 소민이랑 둘이 밤낮으로 뭘하고 있는 거지? 아, 젠장... 소민이는 며칠 전부터 보이지도 않고. 하, 만약 들어가면 뭐라고 물어보지. 시발, 이대로 내가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멸망하냐고 물어볼까? 아... 모르겠다.’

그렇게 서성거리길 꽤 오래됐고, 내가 마침내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대자 누군가 똑똑거리며 현관문을 두드렸다. 엉? 현관문이라고?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거실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시팔... 지금 새벽 2신데?’

그리고 저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다는건 거실에 있는 사람만 들릴 수 있도록 얌전하게 노크를 했다는건데... 대체 누가 이 시간에 거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노크를 한단 말인가?

나는 귀신에 홀린 듯 현관쪽으로 향했고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채 문을 열었다.

“어..?”

문앞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 다니엘과 함께 방을 썼던 소민이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던 장본인이 딱 등판한 거다.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손을 올려버렸다. 그녀를 살포시 안고 싶었던 거다.

‘그래. 소민이라면 내가 진실하게 물어보면 대답해주겠지.’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소민이 손바닥을 내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나는 그레이스의 음부를 건드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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