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7화 〉 147화 (146/173)

〈 147화 〉 147화

* * *

“내가 몇 일이나 걸린 거지?”

“사장니임... 거의 한 달 가까이 안 오셨잖아요. 근데 옆에 있는 분은 누구세요?”

이설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몰라봤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분명 이설도 구면인 사람이지만, 그때처럼 근육이 다부지지 않은 사람. 다름아닌 김광래였다.

김광래는 타락하기 이전의 꼬부랑 노인네 상태로 돌아갔다. 그 동안 나를 도인의 세계에 입문시켜주면서 알게 모르게 함께 수련하게 되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속세에서 벗어난 도인의 상태. 그러나 이전보다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오, 오빠?”

놀라운건 이혜인이 그런 김광래를 알아봤다는 거다.

어느새 출근해서 일을 하는 중이었던 이혜인은 김광래를 보자마자 천천히 걸어왔다. 급격하게 변화한 김광래를 보고선 몸 이곳저곳을 만지는데 대체 그 많은 근육들은 어디 간거냐고 하소연을 하는 듯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참았다.

그러나 이내 내뱉는 김광래의 말에 참았던 웃음을 빵 터트리고 말았다.

“자기야.”

“푸하핰!”

“왜 웃니?”

“아... 죄송해요, 스승님. 너무 진지하게 자기야라고 하셔서.”

“사랑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법. 이런 나라도 사랑할 수 있겠소? 여왕이시여.”

“...”

이혜인은 망설이는 듯했다. 분명 자신의 파트너라는건 한눈에 알아봤으나 사랑까지는...

김광래는 도인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풍선같던 근육이 모조리 빠진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성욕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노인네의 몸으로 성욕의 노예인 채였다.

더군다나 한 달이나 섹스를 쉬어서 미쳐버린 상황. 이혜인의 세끈한 몸을 보고 미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후회하지 않는 잠자리를 만들어주겠소.”

“... 저 사람 원래 저런 식으로 말해요?”

“어... 완전 옛날 사람이거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지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설을 데리고 방밖으로 나갔다.

“잠깐 두 사람만 있게 하자.”

“혜인 씨 위험할거 같은데.”

“아니. 오히려 위험한건 스승님일 수도 있어.”

“... 뭔 소리지...”

나는 이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고 두 사람이 재회하는 동안, 나 역시 다른 뮤즈들과 순서대로 인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잘 지냈어?”

유영은 화가났는지 날 보고선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레 포옹을 했는데 거부하지는 않는걸 보니 많이 화가난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나머지 뮤즈들도 처음에는 날 반기더니 독대할 때만큼은 삐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씩 하나씩 달래주고 다시 김광래가 있는 방으로 향했더니 문 앞에서 여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 안에서 난리가 난거 같아서요.”

“두 사람 싸우는거 같아요...”

그러기에 나는 그저 픽하고 웃어줬다.

“그럼 내버려둬. 일 잘 풀렸다는거니까. 그나저나 나 때문에 밀린 고객들 싹 다 부르지?”

“아, 예.”

“스케줄 관리는 도하가 맡아서 좀 해줄래? 이설이는 지금 많이 바쁠 타이밍이니까.”

“네!”

“보좌 잘해줘야 할 거야. 지금 홍보팀 지원 나가는 인원이 몇 명이야?”

“오늘은 낮 2시부터 3시까지만 홍보를 도왔고 나머지는 교육받고 워낙 스케줄이 빡빡해서 일정 소화하는 중이예요.”

“흠, 그러면 홍보 시간도 다 빼줘, 그냥. 지금부터는 홍보보다는 내실 다질 때야.”

“아, 알겠습니다.”

“기존 고객들 응대 잘해주고 서비스 스케줄 펑크나는 일 없게 이설이가 신경 잘 써줘. 단톡방에. 알지?”

“넵!”

“아영 씨는 최근 홍보 브리핑 좀 부탁드릴게요. 이따가 나 스케줄 끝나고 2시간 후에.”

“오케이♡”

“연두는 요즘 교육 어떻게 되가고 있어?”

“일정에 맞게 하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아서요.”

“그레이스나 치요같은 애들은 확실히 밀착해야되니까 일반 고객 응대할 때는 같이 들어가서 보조역할로 붙어줘.”

“아, 네!”

“이론보다는 실전이야. 많이 보고 배워, 알겠지? 치요랑 그레이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치요는 뭔갈 바라는 눈치이길래 나는 그녀만 따로 불렀다.

“히히!”

신나하는 치요. 못 본 사이에 꽤 성숙해져 있었다. 이제 스무살 성인이 되어서인지 한층 얌전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녀적인 감성이 남아있는지 신이 나는 일에는 진심인 편인 듯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신나게 뛰어서 내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오빠아...”

“응, 치요야. 잘 지냈지? 그래, 성인되니까 어떻든?”

“섹스! 섹스가 너무 하고싶어요!”

“... 그래. 여전하구나?”

“응응!”

“내가 하라는건 잘 지켰고?”

“물론! 당연하죠! 섹스가 걸려있으면 뭐든!”

“그래. 근데 치요야.”

“응?”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좀 바쁜데 어떡하지? 요 며칠동안만 더 참아줄 수 있어?”

“아니, 안 돼. 안 돼. 안 돼.”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는걸 보니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래, 뭐. 며칠 사이에 어른됐다고 많이 바뀌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치요야. 조금만 더 버텨줘. 그럼 오빠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루종일 그것도 해줄게.”

“뭐어. 섹스?”

“응.”

“치... 알겠어...”

나는 토라진 치요를 토닥거리며 잘 달래준 후에 도하가 정해준 스케줄대로 스케줄을 소화해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아영과 이설에게 브리핑을 받았고 짬을 내서 치요와 그레이스를 위해 교육을 해주기도 했다.

이제 엄연히 교육을 할 수 있는 레벨에 이르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대한민국의 어느 마사지사들과 붙어도 질 자신이 없었다.

나만큼 의사에 버금갈 정도로 진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능력은 다시 회수해야만 했다. 그래야 여자들의 몸에 백신을 만들어줄 수 있다.

질내사정.

능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질내사정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능력을 되찾은 후에 치요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의 몸에 백신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다니엘에 따르면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며칠동안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오전 일찍부터 출근해서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3일동안 마사지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들은 전부 만족스럽게 귀가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아깝지 않게만 만들면 만족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손길을 맛봤고 확실히 경직된 근육들의 릴렉스함을 느꼈을 것이다. 좋은 마사지는 길게 가면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 그들은 마치 몸에 날개를 단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하루빨리 능력을 되찾고 싶었다.

능력만 되찾으면 사람들의 콤플렉스도 해결할 수 있었고 몸매나 굴곡같은 것도 바꿀 수 있다.

아직 연두의 가슴이라던지 서아의 엉덩이, 도하의 지방이라던지... 부풀리고 없애고 다듬어야할 부분들이 많았기에 빨리 멤버들의 비쥬얼을 내 입맛대로 장식하고 싶기도 했다.

삼일동안 밀린 스케줄을 모두 소화한 나는 김광래를 찾아갔다.

김광래는 여전히 이인혜와 틈 날때마다 섹스를 했고 시간이 나면 그레이스와 치요에게 마사지 교육을 해주기도 했다.

“스승님, 이제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신용섭에게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치료 해야했다.

김광래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신용섭에게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탐문하고 조사했다.

우리는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일을 진행했다. 우리가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신용섭과 조금이라도 마찰이 있었던 사람은 전부 방문하게 했던 거다.

그렇게 광고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설이 내게 찾아와 말했다.

“사장님... 큰일났어요!”

“응?”

“밖에 나가보셔야할거 같은데...”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밖으로 나가봤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거리가 온통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때문에 교통까지 차질이 생길 정도여서 진아영이 나서서 질서유지를 해야만 할 정도였다.

“와... 이건...”

“이 정도일줄은 나도 몰랐구나.”

김광래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사람들을 치료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슈시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인터넷과 신문, 잡지 등에는 머발에스 2호점에 대한 얘기가 잔뜩 퍼져나갔다.

당연하게도 신용섭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맨즈케어는 눈치를 채고 신용섭에 관련된 인터뷰를 따냈는지 신용섭과 관련한 내용을 기사로 내보냈고 그 때문에 안 그래도 많았던 인파는 더욱 많아져서 전화예약제로 바꿔야만 했다.

그 정도로 신용섭의 패악질이 대한민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거다.

2호점의 뮤즈들은 나를 돕기 위해 자기 일도 아닌데 사람들의 마사지를 도왔다.

그들을 완전히 낫게하는건 불가능하지만, 어떻게든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만 했다.

그래야 내 능력이 돌아온다. 적어도 김광래의 추측이 맞다면 말이다.

*

2호점이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힘들게 일하는 동안, 소민은 다니엘에게서 엑소시즘을 배우는데 성공했다.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건 알고 있죠?”

“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민은 김광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준현이 잃어버린 능력, 그 자체가 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따라서 소민이 엑소시즘을 하게 되면 준현은 영원히 능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준현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는지 모르고 있는 소민은 갈고 닦은 엑소시즘을 바탕으로 준현에게 붙어있는 악마를 제거하려 했다.

“악마를 죽이기 위해 악마의 힘을 사용한다...”

다니엘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것이 본인이 직접하지 못하고 소민에게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근래 강준현 씨가 의식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겠지. 의식을 잃은 시점과 구소민이 악몽을 꾸게 된 시점이 같으니까. 이것이 우연일까? 오, 하느님... 정답을 알려주소서...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나이다.’

일이 잘못된다면 미래의 재앙을 막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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