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1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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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섭에게 피해를 받은 사람은 김광래가 취조한 사람 수만 해도 무려 100여명에 달했다. 그런 사람들을 전부 다 데려와서 치료를 한다? 신용섭이 그들의 몸에 남긴 어둠의 기운을 찾아서 지워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둠의 기운이 보이지 않는다.
김광래가 제안한 방법대로 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능력이 있어야한다는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기본을 닦아야했다.
마사지의 기본인 촉지법을 익혀 나갔다.
기본 촉지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대체적으로 힘을 덜 들이면서 마사지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익힌다. 그리고 김광래가 갖고 있는 비기를 토대로 혈자리를 빠르게 찾아내서 누르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훈련은 상당히 고됐다. 필요하다면 손가락을 단련시켜야 했고 그 때문에 손에 물집이 잡힌다거나 굳은살이 터져서 피가 나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수련을 한 내 손은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촉지에 대한 기본과 마사지를 하는 이유, 어떤 사람에게 어떤 마사지가 좋은지에 대한 이론들을 머릿속에 주입시켰다.
눈을 감으면 머릿속으로 사람의 인체를 그리고 계속 촉지를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 덕분에 김광래도 금욕생활을 해야했다. 이 오두막같은 곳에서 먹고 자면서 동거동락을 하며 조금씩 익혀나갔다.
김광래가 추구하는 이상은 자연이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다른 사람의 감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생각.
심지어 나는 나무의 생각을 읽으라는 지시를 받을 정도로 이성을 뛰어넘는 수련을 받았다.
“이곳에 올라가라.”
그리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그가 주로 사용했던 뾰족바위 꼭대기에 올라가 앉는 일이었다.
위험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언반구없이 김광래가 하라는대로 따르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발로 버티는 걸로 시작했다. 한발로 뾰족한 바위 끝에 버티고 섰는데 처음에는 신발로 버티다가 나중에는 신발을 벗었다.
발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그렇다고 발이 뚫려서 내 몸을 가를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끝까지 참았다. 이 상태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시발, 나가서 뭘해도 성공할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 외에도 엎드린 채로 뜨거운 벽돌을 등에 진다던가 장작에 손을 넣었다 빼는 등의 미친 짓거리를 했다.
땀이 1분이라도 마를 시간이 없었다. 해가 있든 해가 없든 밖에 나가서 수련을 했고 잠을 잘 때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개운하지가 않았다.
김광래는 고생 속에서 꽃이 피는 법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긴 기간을 수련한 끝에 바위 위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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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현이 사라졌지만, 진아영은 2호점 오픈절차를 멈추지 않았다.
준현이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그녀에게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2호점은 무조건 오픈해줘요.”
진아영은 그 말을 따랐던 거다.
따라서 2호점은 오픈했고, 오픈 이벤트라 해서 준현의 뮤즈들이 홍보며 인사, 서비스, 상담 등에 모조리 투입해서 일을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에스테틱에 연예인 뺨치는 여자 직원들이 많다는 소문이 동네에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고 그 동네에 있는 남자들도 호기심에 찾아오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는 준현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맨즈케어에서도 준현의 2호점 오픈에 대한 준현의 인터뷰를 미리 따놓은 상황인지라 오픈하자마자 잡지에 오픈에 대한 광고와 인터뷰내용 공개를 했다.
그밖에도 진아영과 한서연이 매니저처럼 대외적으로 움직이며 홍보했고 신이설과 허도하가 2호점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오픈하거나 검색엔진 연동 등의 소소한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를 하면서 오픈빨이란 빨은 다 받은 것도 모자라 순식간에 1호점 상반기 매출을 단 15일만에 달성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였다.
투자자인 한서연도 흡족해하면서 신이설을 비롯한 행정업무를 맡은 이들에게 한우세트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만큼 홍보가 잘 됐던 거다. 준현의 신이설 영입은 그만큼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준현을 찾기 위해 왔던 고객들에게서 슬슬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거다.
며칠이나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고객들과 스케줄을 맞춰주지 않자 강준현은 허울뿐인 사람이며 이름만 내걸었을 뿐이지 머발에스 2호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소문까지 생길 정도였다.
어디서 나타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1호점에서 준현을 봤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
평소에 초조함을 느끼지 않는 진아영이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네일을 해서 손톱을 극심하게 물어뜯지는 않았지만, 딱딱 소리가 날 정도로 이빨로 물기까지했다.
사장이 없는 상태, 그것도 간판 에이스가 없는 매장은 불안한 법이다.
준현으로 인한 매출이 상당했기에 환불이라도 나오면 종잡을 수가 없어진다.
마치 도화선처럼 하나가 터지면 뒤를 이어서 빵빵 터지기 시작하는 것이 환불이다.
“하... 미치겠네.”
“사장님한테 연락 온거 아직 없... 겠죠?”
“없지. 휴대폰 꺼진지는 벌써 5일 됐어.”
진아영은 신이설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이제 어느정도 손발이 맞기 시작한 두 사람이었다.
“환불 상담이 생겼어요. 오픈 이래 처음있는 일이예요.”
드디어 올것이 왔다.
준현을 간절히 찾는 고객 중 하나가 환불 상담을 요청한 거다. 그마저도 상담을 요청했다고 유도리있게 말한 것 뿐이지, 사실은 유선상으로 엄청 화를 냈을게 분명했다.
“사장님 고객이야? 얼마 짜린데?”
“엄청 비싸요... VVIP인데 전자악기 회사 사장님이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얼만데..?”
“직원들 일반 마사지값까지 포함해서 4천짜리예요.”
“뭐? 4천?”
4천이 누구 애 이름도 아니고.
하긴 직원이 20명 정도라고 쳤을 때, 한 사람당 100만원짜리 마사지를 긁어줬다해도 벌써 2000이다. VVIP인 사장님 마사지값까지 포함해서 4천이면 그리 많은 돈도 아닌거였다.
“직원들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상담해야지, 뭐 어쩌겠어.”
“그러게요. 근데 워낙 외곬수 스타일이라 제 말을 들을지 어쩔지는 잘...”
“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들어가라는 소리 아냐!”
진아영은 괜히 신이설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녀는 곧바로 실수를 뉘우치고 신이설에게 사과했다.
“미안, 내가 너무 격하게 했네. 미안해.”
“아니에요...”
진아영은 이번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원래 하고 있던 술집 문을 닫고 오픈한 게 이 마사지샵이다. 이번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면 자신은 정말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래서 진아영은 지금 구렁텅이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준현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부터 시작해서 그에게 남 다른 호감이 생겼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거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얘기가 달랐다.
“하...”
아까했던 한숨을 다시금 쉬었다.
“내가 상담할게.”
그렇게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고, 진아영은 고객의 환불 상담을 위해 상담실에 들어갔다.
사장이라는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많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진아영보다 조금 나이가 많거나 동년배 정도로 보이는 젊은 사장은 약간의 샤프함을 지니고 있는 미남이었다.
“그쪽이 강준현 씨 대리인이요?”
그는 다짜고짜 인사도 안 하고 진아영에게 캐물었다.
“아, 네... 네... 안녕하세요.”
진아영은 평소답지 않게 남자 앞에서 주눅이 들고 말았다. 그에게서 왠지 모를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던 거다.
그는 심지어 실내에서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옆에는 경호원이라도 되는 듯한 떡대가 하나 서 있었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가 연기와 함께 빼든 남자는 진아영의 위아래를 쭉 훑으며 말했다.
“나쁘진 않네.”
그는 기분 나쁘게도 옆에 서 있는 떡대와 눈길을 주고 받으며 실실거리며 웃었다.
이번에는 진아영도 참지 못하고 미간에 와이파이를 그리며 말했다.
“무슨 뜻이죠?”
“여기 홍보 동영상 보고 왔는데 거기서는 다른 여자가 있더군. 그 여자가 나올줄 알았는데 그쪽이 나와서 실망할뻔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예쁘네.”
“실례신데요. 위아래로 훑지 마시죠. 성희롱으로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시면.”
“오, 성깔있네? 일단 앉아봐요. 담배?”
“비흡연자입니다. 그리고 실내에서는 금연이예요.”
“담배 못 피는 여자는 별론데. 키스할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다르거든.”
“뭐라고요?”
진아영이 발끈하자 남자는 개의치 말라는 식으로 손사래를 쳤다.
“그냥 내 취향을 말한거 뿐이야. 왜 김칫국 들이키고 난리야? 앉으라니까?”
진아영은 남자와 떡대를 번갈아 쳐다본 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고객은 고객이다. 이렇다할 짓을 하지 않는 이상, 발끈하는건 자제해야겠다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자리에 앉았다.
“나 이성의 김우연이라는 사람인데, 들었다시피 이성 이사장입니다. 그쪽은?”
“저는 진아영이라고 합니다.”
“오, 그래. 진아영 씨. 그래서 어쩔 거야? 4천만원 환불 해줄거야? 내 4천만원이 그쪽 통장에 입금되고나서 무려 10일 동안 썩었다는거 알아? 나는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받아야 마땅한데.”
“서비스라면 금방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오픈 이벤트와 새해 이벤트가 겹친 탓에 신규 고객들이 많아짐에 따라 일정이 밀리고 있다는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그렇구나. 근데 이상하네. 내가 아는 거랑 얘기가 다른데.”
“... 어떤?”
김우연은 손가락으로 턱을 한번 문지르더니 뒤에 있는 떡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친구가 정보를 좀 캐왔거든. 아주 실속있는 정보지. 지금도 정보는 계속 들어오고 있고. 요 며칠 강준현이라는 내 담당 마사지사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어. 그 사람이 앉은뱅이도 일으켰다는 기적의 손이라면서? 그것 때문에 내가 여기에 4천이나 되는 거금을 부었는데. 4천이 뉘 집 개 이름이야?”
“...”
진아영은 김우연이 어디까지 알고있는지 알 수 없어서 섣불리 반박하지 못했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진아영은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힐끗 봤더니 김우연이 자켓을 벗어 떡대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죄송하면 끝나나? 몸으로라도 떼워야지.”
“... 네?”
이상한 놈에게 잘못걸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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