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3화 〉 143화 (142/173)

〈 143화 〉 143화

* * *

문제가 생겼다.

확실히 문제였다.

나는 퇴근 후에 호텔에서 한서연에게 보상으로 섹스를 해줬는데(?) 고추가 원체 뻑뻑해서 제대로 발기가 되지 않았다.

자가 마사지가 되지 않았던 거다.

그래도 한서연의 우월한 자태 때문에 어찌저찌 한발을 싸긴 했는데 한서연의 입장에서는 영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후우...”

오랜만에 담배를 한 대 펴보겠다면서 내가 갖고 있는 담배를 입에 가져다가 뻑 마시고 색기있게 뿜어내는 한서연. 그녀는 곁눈질로 위축된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주눅이 들었어.”

“오늘 영... 아닌거 같아서요.”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는거지, 뭘.”

“한서연 씨한테만큼은 최고의 컨디션이고 싶어요.”

“피... 어제 누구랑 떡치고 온건 아니고?”

나는 뜨끔했다. 사실 어제 그렇게나 고추를 써댔는데 오늘 정상인게 이상한 거다. 다니엘이 준 물약은 일부러 먹지 않은 상태다. 행여라도 부작용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른걸 생각하면 먹을걸 그랬다.

“누구랑 떡치고 온건 상관없어. 지금 이 시간에 나만 예뻐해주면 되.”

“예뻐요. 한서연 씨는 늘 예쁜걸요. 문제는 저한테 있는 거죠.”

“떡치고 온건 부정 안하네.”

“... 죄송해요.”

“아니야. 죄송할거 없어... 라고 말은 했는데 은근히 신경 쓰이긴 하네.”

한서연은 알몸 상태로 드러눕더니 머리를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예뻐?”

“네?”

“그 여자 예쁘냐고.”

“...”

너무 많아서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피식 웃는다.

“남자들은 참 이상해. 좋은걸 가져놓곤 꼭 하등한 것들을 탐낸다니까. 근데 난 그런 것도 이해는 해. 남자랑 여자가 다르긴 다르니까. 근데 어떻게 보면 또 기특하네. 오늘 나한테 완벽하지 못해서 주눅들었던 거야? 귀여워라.”

한서연은 내 볼을 꼬집으면서 무슨 동네 꼬맹이 대하듯이 날 대했다.

그리곤 어느 순간 갑자기 쎄하게 정색을 했다.

“나한테만 걸리지 마라. 그리고 내가 소개해준 그년은 당연히 안 되는거 알지?”

지금은 김광래의 섹파가 된 이혜인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그 여자는 지금 90세 노인네한테 다리를 벌리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았다.

“네, 그럼요. 절대 안 건드려요.”

“듣자하니까 2호점 오픈하면 무상으로 일하게 됐다면서?”

“아, 예. 내기를 했는데 제가 이겨서요.”

“푸흡.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지네. 그래, 잘했네. 그년은 좀 막 부려먹어야 되.”

‘특히나 더 심하게 부려먹는중이죠.’

김광래를 우리 샵에 붙들 수 있는 방책으로써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문제는 단순히 밤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에 있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섹스 대신에 애무를 통해서 한서연을 미치게 만들었을텐데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시큰둥한 반응인 거다.

한서연에게는 특히나 만족감을 주기가 어려웠다.

이것저것 단맛, 짠맛, 매운맛 섹스를 다 즐겨본 한서연에게 색깔반점이 보이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애무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냥 보빨이나 하다가 내가 만지고 싶은데를 골고루 만지고 끝. 그러니 한서연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그럼... 2호점 오픈하면 망하는거 아니야?’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자 위기감이 확 올라왔다.

‘좆됐는데?’

내 밑에 있느 식구들이 몇 명인가. 거기에 VVIP 고객만 20명에 VIP 고객은 50명이 넘는다. 잘못하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었다. 나한테 돈을 쏟는 여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이것만큼 대망신도 없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빠르게 그 답을 찾지 못하면 내 인생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한서연 씨.”

“응?”

“내가 항상 오늘같으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러자 한서연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한서연의 눈동자는 그 어느때보다 빛났다. 초등학생이 선생님이 하는 말을 다 귀담아 듣는 거처럼 초롱초롱했던 거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따스하기도 했다.

“진짜 싫어할 수가 없다니까...”

나는 말 없이 그렇게 말하는 한서연을 보기만 했다.

그녀의 손이 불쑥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넌 내 노예야. 내가 하자면 하는 거라고... 그냥 그렇게만 하는 거야. 뭘 하려고 하질 마. 알았어?”

“... 어...”

“이거봐, 이런게 문제라니까. 내가 무슨 대답을 들으면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지마. 그냥 너는 내가 시키는대로만 해. 알았냐고 하면 알았다고 하면 되는거야. 응?”

“예, 알겠어요.”

“뭔 이상한 걱정을 다 하고 있어.”

한서연은 내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풀이 죽어있는 내 고추를 살살 만져줬다.

이상하게 힘이 없어야할 녀석이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섹스는 여자하기 나름인건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니까 빨딱 위로 솟구쳤다.

“한번 더 할래? 이번에는 내가 빨아줄게.”

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서연은 내가 아양을 부릴 수 있는 여자였다. 예전에는 진아영이 이런 역할을 해줬다면 지금은 그녀가 그 일을 대신해줬다.

절대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거 걸리지 말아야지. 적어도 한서연과는 쓰리썸을 할 수 없다는걸 의미하기도 했다.

나는 한서연과의 섹스를 마치고 그녀가 새근새근 자는 동안, 나의 스승인 김광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 허억... 허억... 왜. 욘석아, 나 바쁘다.

“스승님! 대체 언제까지 그 짓만 하고 있을 거예요?”

­ 이 여자 보지가 헐 때까지 할 거란다.

­ 오빠! 내거 보고 보지라고 부르지 말랬지!

­ 아... 아... 여왕님... 여왕님 꽃봉오리가 다 닿을 때까지 할 거란다.

­ 내가 언제 그렇게 냅둔데?

­ 이 자식아... 너 때문에 나 혼나잖아.

...

스승님의 카리스마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건지.

“스승님. 진짜 급한 일입니다.”

­ 후욱... 후... 왜... 왜..! 무슨 일인데.

“제가 능력을 잃은 것 같습니다.”

툭­

­ 뭐라고?

“능력을 잃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하는거냐?

­ 아, 오빠..! 이렇게 막 내려놓으면 어떡해... 아, 아파...

­ 아이고, 미안하다. 아, 아니... 미안합니다... 그래도 다 싸고 내려놓은건데...

­ 그래도 그렇지... 엉덩이뼈 바닥에 찍었잖아.

­ 미안... 미안... 아, 그래. 준현아. 뭐라고? 능력을 잃었다고?

“네...”

­ 그거 큰일이구나. 젠장... 신용섭 그 자식이 중국에서 언제고 돌아올지 모르는 일인데.

신용섭이 돌아오면 다행이게요. 그놈이 역병이 돼서 돌아오면 그게 제일 문제입니다.

­ 그래서 어쩔 셈이냐? 능력이 없어졌다면 네가 무능력하다는게 들통나는 것도 한순간일 거다.

기분 나쁜 소리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스승님 밑에서 배운 수련법은 전부 내 능력을 기반으로 이용하는 방식들이었다. 애초에 내가 능력을 잃게 될 거라는 전제조차 깔아두지 않았던 거다.

따라서 말 그대로 지금 내 상태는 무능력 상태에 가까웠다.

당장 직업을 잃고 밑바닥에 던져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인 거다.

“저도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전화를 드린 거예요.”

­ 조언이라... 지금 내 상태가 영... 조언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흐억... 여왕님... 그렇게 빨면... 컥... 지금 통화중인데... 으흐읏..!

미친 건가. 진짜로. 지금 나랑 통화하는 중에 펠라치오를 하는 거냐...

“이혜인 씨. 그만두세요. 사장으로써 명령하는 겁니다.”

­ 사장이면 다예요? 지금 내가 하고싶다는데..!

“그렇게 많이 했으면 이제 놓아줄 때도 됐죠. 원래 스승님은 그런 소박한 일에 치중하실 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보다 더 큰 일을 하실 분이라고요.”

­ 참내, 그 놈의 스승님, 스승님. 뭘 알려줬다는건데 도대체.

“1년 내내 무보수로 일하고 싶어요?”

­ 어휴.

“스승님도 이제 그만 하시고 할 일 하셔야죠.”

­ ...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마.

“... 알겠습니다. 그럼 즐떡하시고. 끝나시면 바로 전화주세요. 그리고 내일은 꼭 뵀으면 좋겠네요.”

­ 그래. 여왕님... 너, 넣어도 되요?

“아니. 끊고! 끊고! 끊고 얘기하라고 끊고!”

뚜­

“하아...”

김광래가 제발 정신을 차리고 나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으련만...

만약 그래도 아무 효과가 없으면 나는 정말 끝장이다.

나는 자고 있는 한서연을 호텔에 그대로 둔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소민은 계속 우리집에 머물렀고 밤새도록 다니엘의 방에서 뭔갈 하는 모양이다.

소파에는 그레이스가 앉아있었는데 허리에 뭔갈 차고 있었다.

“허리에 뭘 차고 있는 거예요?”

“자물쇠요.”

“자물쇠?”

“네... 준현 씨가 절 못 건드리게 하기 위해서 정조대라는 걸 차셨다는데 저는 그냥 자물쇠라고 불러요. 비밀번호를 모르면 못 여니까.”

“... 여자들은 다 집에 돌아갔어요?”

“네. 식사도 하고 다 같이 청소도 도와주고 갔어요. 아주 좋은 사람들이던데요?”

“그... 렇죠. 아주 좋은 여자들이죠.”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능력을 되찾아야만 했다.

그나저나 정조대를 찼다니 충격이다. 어차피 지금 꼬무룩해져 있는 상태라 하고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레이스가 내게 와서 가슴이 딱 붙을 정도로 팔뚝에 매달렸다.

“나 요즘 심심해요.”

“응? 왜요?”

“다니엘 신부님이 소민 씨랑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요. 그리고 최근에는 치요도 없어서.”

“아... 그렇겠네요.”

“나랑 놀아줘요.”

“엇? 뭐... 뭐하고요?”

“음... 왕게임?”

“왕게임이요?”

심장이 콩닥거리며 뛰었다.

정조대를 찼을지언정 그녀의 윗도리는 무방비 상태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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