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140화
* * *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 저렇게 된거 같아?”
“난가..? 나 별로 한것두 없는데...”
“난가봐... 나만 보면 맨날 저러더라구.”
“히잉... 진짜 좀 난감한데 이러면...”
서아, 연두, 이설, 유영, 도하, 치요 그리고 진아영까지. 이 일곱명의 뮤즈들은 내 옷을 벗기면서 결국 알아선 안 되는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바로 나의 발기였다.
속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내 뭉뚝한 것은 여기있는 대부분의 여자가 알고있다시피 풀발기 상태였다. 나는 한동안 생각하는 사람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다리를 꼬고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했다. 아, 덕분에 추운건 좀 나아졌지만, 맨살에 부끄러운 상황인지라 몸에 열이 뜨끈하게 올라오기도 했다.
거기에 일곱 명의 여자들이 뜨거운 날숨으로 내 몸을 녹이고 있었으니 몸에서 땀이 안 나고 배길 수가 없다.
접촉은 더 끈적해졌다.
누군가는 대놓고 내 몸에 가슴을 부벼댔으며 누군가는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가 옆사람에게 들켜서 견제를 당하기도 했다.
나는 조금씩 침이 마르기 시작하는게 느껴졌다.
입안에서는 온갖 야한 상상으로 범벅이 된 밤꽃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이런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그레이스가 내게 시원한 냉수 한잔을 가져다줬다. 역시 수녀님... 천사 그 자체... 나는 성수를 받아마시듯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우리... 뭐라도 할까?”
“아니, 지금 열한시가 넘었는데?”
내가 말하자 옆에서 서아가 내 팔뚝을 붙잡았다.
“우리 오늘 여기서 자고 갈건데?”
“아니... 누구 마음대로..?”
“그레이스 씨도 자는데 우리는 왜 못 자는 건데?”
“맞아. 맞아.”
“우리도 강준현과 동침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옳소, 옳소!”
나는 빠르게 변명거리를 찾아야했다.
“아니, 내가 말했지만 그레이스 씨는 나랑 아무것도 안 한다니까? 그냥 잠만 자는 거야. 잠만!”
“어? 어? 우리도 잠만 잘 생각인데?”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뭐, 뭐 이상한거 생각했나본데~”
“완전 음흉해... 역시 금발킬러야...”
그러다가 행동대장 연두가 딱 말했다.
“우리 게임하자!”
“게임?”
“남의 집 와서 뭔 게임이야... 얼른 다 들어가라니까.”
“흐흐... 사장님. 샵 밖에서도 사장놀이하시면 곤란합니다?”
“게임해요, 게임!”
“그래. 무슨 게임할까?”
“왕게임! 왕게임!”
“와, 왕게임?”
“그건 뭐하는 게임이얌?”
치요가 순진무구하게 물어보자 서아가 왕게임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응, 왕이 시키는거 하는 거야. 자, 이렇게 트럼프카드를 나눠줄건데 K가 왕이거든? 왕이 이렇게 말하면 되. 1번이랑 2번이랑 키스해! 그러면 키스하는거야.”
“아하! 그럼 섹스!”
“섹스는 안 돼.”
“왜 안 돼?”
“여자들끼리 걸릴 수도 있잖아.”
“아, 그럼 애무! 보빨?”
“크흡! 어디서 그런 단어들은 다 배운거야?”
“그레이스 언니가 알려줬어.”
치요의 말 한 마디에 모두 그레이스를 쳐다봤고 그레이스의 얼굴은 머리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저 아니에요! 오해예요!”
“그치, 수녀님이 그럴 리가 없지.”
“그럼 서아가 알려줬나? 둘이 자취중이라며. 헐, 설마 그걸...”
“애무랑 보빨을? 헐... 서아야, 너...”
“아니야! 아니야! 치요는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할 때가 있어...”
“야, 그걸 얘기하면 어떡하냐?”
“아, 아무튼 게임이나 하자! 왕게임!”
서아는 능숙하게 상황을 무마한 뒤에 트럼프카드를 골고루 섞었다.
그레이스까지 포함해서 9명이나 되는 멤버들은 제각각 카드를 한 장씩 받았다. 이 중에 하나는 왕이다.
나는 이런 데에는 꼭 재능이 없는 편이어서 왕을 뽑지는 못했다. 번호는 3번.
“자, 왕님 나오세요.”
서아가 말하자 치요가 자기 카드를 보여줬다. 왕이었다.
“치요가 왕이야! 치요가 시키는거 다 하는 거야?”
“왕이시여, 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 다들 빨리 나 따라해.”
“왕이시여, 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
“크핫! 아웅, 이상해. 기분이 좋아졌어. 흠... 그럼 뭐하지? 아, 음... 준현 오빠 카드 몇 번이야?”
“그걸 왜 알려줘...”
“3번...”
?
옆에서 그레이스가 나긋하게 말했다.
“3번... 일거에요.”
“그걸 어떻게 알아?”
“봤네, 봤어.”
“오옷! 3번이란 말이지! 그럼... 음... 3번은 왕한테 키스해라!”
“아...”
“아..?”
치요의 명령에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졌다.
“크흠... 이거 참... 어쩔 수 없네.”
“연행해.”
“오케이. 애들은 침실로.”
서아와 연두가 치요의 양팔을 붙잡고 다니엘의 방으로 향했다.
“악! 나! 왜! 나 왕인데!?”
“왕이지만, 19금이 걸려있어서 안 돼.”
“힝...”
“다니엘 신부님 죄송해요. 오늘 밤만 부탁 좀 드릴게요.”
“어... 얌전히 있어야 한다.”
“여기 뭐야... 무서워... 나 나갈래...”
“신부님이야. 무서워할 필요없어.”
“맞아. 무서운 사람들 물리쳐주는 분이시거든.”
“아, 진짜? 알게쏘... 재밌게 놀아. 언니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서아와 연두. 서아가 다시 셔플을 하려는데 진아영이 막았다.
“그래도 제명된 왕이지만, 3번이랑 누군가 키스를 하길 바랬으니까 다른 사람을 지명하지?”
“오... 그럼 물어볼게요. 치요야! 번호 아무거나 말해봐!”
“어... 7번이요!”
“그럼 3번이랑 7번이랑 키스네.”
그러자 도하가 수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래서... 키스가 정확히 어떤건데요? 그... 뭐야, 프렌치키스도 있고 그냥 뽀뽀하는 정도도 있고.”
“아, 그거야 두 사람이 알아서 하는거지.”
“도하 씨 7번이야?”
“와웅! 키스해! 짝! 키스해! 짝!”
“하...”
솔직히 말해서.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명의 여자들에게 둘러 쌓인건 처음이다. 그런데 이 여자들이 죄다 내 키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창피하고 추잡한 일일 수도 있는데 게임이라는 명목 아래 키스를 한다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근데 여기서 새로운 룰이 하나 추가됐어요.”
탁
서아가 과감한 자세로 탁자 위에 커다란 물컵 하나를 올렸다.
“지목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전부 다 폭탄주 우정샷. 순서는 1번부터 가요.”
꼴꼴꼴
냉장고에서 갓 꺼내온 소주병을 반 정도 타고 맥주와 여러 가지 과일주들을 섞어만든 폭탄주. 근데 서아가 만든 새로운 룰 때문에 그레이스도 음주를 해야했다.
“야, 야. 수녀님한테 뭔 술을 먹이려고 하니?”
내가 나무라자 서아가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어쭈? 술 기운이 많이 올라왔나보다. 이따가 손 좀 봐줘야겠다.
그래도 우정샷은 비워야겠는지 1번인 서아부터 쭉 돌았다. 그래도 나름 우정샷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맨 마지막 사람에게 많은 양의 폭탄주를 남기기 위해 서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 그러다가 그레이스 차례가 됐다.
“그레이스 씨는 안 드셔도 되요.”
“앗! 저, 저... 마실게요.”
“어? 진짜요? 술 드셔도 괜찮아요?”
“까짓거 오늘 하루만 제 마음대로 살아보죠.”
그레이스는 쿨하게 탁자 앞에 앉은 뒤 폭탄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훠우”
“대박”
“숨겨왔던 나의~ 주량을~ 네게~ 보여~ 줄게~”
자신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다 마실 필요는 없는데 절반짜리 폭탄주의 절반 정도를 다 마신 그레이스는 탁자 위에 잔을 쾅하고 내려놓았다.
“크으”
“어머나... 고마워라.”
진아영은 그레이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뒤 깔끔하게 나머지를 원샷했다.
그렇게 폭탄주를 다 마신 여자들은 전부 나와 도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술 기운이 확 올라와 뜨거워진 분위기와 취기 때문에 일렁이는 눈빛들.
나는 그 눈빛의 뜨거움을 이겨내고 도하의 뺨을 만졌다. 그러자 그녀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그러더니 부끄럽게 고개를 숙인다.
“요즘 운동해?”
“네... 열심히 하는 중이에요.”
“살 많이 빠졌다.”
“핫”
“손목은 괜찮아?”
“아, 예...”
“우 빨리 키스해라. 우”
“감정 잡잖아!”
“감정까지 잡을 필요는 없는데? 히 도하 오랜만이라서 설레는구나?”
“2호점 오픈하면 대세가 도하 씨라는 얘기가 있어”
에잇.
나는 도하의 뺨을 잡은 채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박았다.
그러자 도처에서 비명 섞인 탄성이 터져나왔다.
“오오”
나는 감탄에 보답이라도 하듯 턱을 살짝 돌려 입술을 비집고 들어가 도하의 안쪽 혀를 공략하기까지 했다.
광란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