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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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없어진건 둘째치고 의식을 잃은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맡아서 해야할 VIP 고객들은 최원재가 어떻게든 대타로 뛰어줬지만, 나에게 성적인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서비스를 무기한 연장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서 컴플레인도 많이 들어왔다. 나한테 거액을 주고 등록을 해놓고는 한 번 혹은 아예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나는 집에 소민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어? 소민아?”
“오빠... 좀 괜찮아요?”
어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소민이랑 데면데면한 사이가 아닌데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부끄러워했다. 아니, 부끄러워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경계하는 눈치랄까.
그리고 뒤쪽에서는 다니엘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퇴원하셨군요.”
“엄청 무덤덤하시네요.”
다니엘은 마치 내가 곧 퇴원할걸 알고 있었다는 듯 무덤덤해보였다.
“근데 소민이 너는 어쩐 일이야?”
“응... 아빠도 볼겸해서 들렸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을 어루만지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런데 그녀가 살짝 몸을 뒤로 빼는 바람에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내가 멍한 눈으로 소민을 쳐다봤더니 그녀가 말했다.
“죄송해요. 좀 예민해서.”
“아... 피곤한가봐? 언제 온 거야?”
“이틀 정도 됐어요.”
“준현 씨가 없는 동안 여기서 먹고 자고 했어요.”
먹고 잤다고?
도대체 왜?
의문이 가득해졌다. 하필이면 내가 의식을 잃었을 때 찾아온 소민이 우리집에서 이틀이나 먹고 잤다는게... 그리고 이 묘한 분위기며 기류며... 내 능력이 없어진 것까지 겹쳐서 혼란에 빠졌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려고요.”
“어? 왜?”
“다니엘 신부님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요.”
“어... 그,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내 뒤를 따라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소민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고 구면인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유영이 같은 경우에는 소민을 발견하자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고 연락도 자주 주고 받았으니까.
“오오..! 신부님 간만!”
“오랜만이예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덕분에요. 히히... 우리 준현 오빠 좀 잘 부탁드려요. 체력을 어디에 써서 저렇게 쓰러지고 그러는지 몰라.”
“흐흐... 체력을 어디에 쓰냐면...”
“잠깐만! 너희들 다 조용히 해줄래?”
“맞아. 오빠 이런거 부담스러워 한다고.”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닥 넓지도 않은 자취방에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와서 복잡했다. 굳이 따라올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도 구태여 따라들어온 이유는 여자들이 날 걱정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하가 손목을 다쳤을 때부터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누가 뭐라고 해도 듣지를 못했다. 그나마 신이설이 샵에서 있었던 일들을 브리핑해주는것만 들어서 가게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던 거다.
근데 이제와서 보니 내 걱정은 뒷전이고 완전히 난장판이 나버렸다.
시끌시끌해진 가운데, 다니엘과 소민은 다니엘의 방에 들어가서 쥐죽은 듯이 있었다. 이와중에 둘이서 대체 뭘하고 있는건지... 궁금했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 소민에게 너스레 떨면서 물어보기가 힘들어졌다.
거실에서는 술 파티가 벌어졌다. 물론 이제 막 퇴원한 나에게는 술 한 방울도 못 마시게 했다. 그러나 치요를 제외한 나머지 여자들은 캔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마치 자기 집 안방인것처럼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거의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기 바빴다.
생각해보니 여기 모인 사람들 전부 2호점 멤버들이었다. 마사지사와 매니저들... 그리고 내 전속 하녀 그레이스까지.
그레이스는 매일 밤 나와 잠자리를 해왔던 걸 발설하지 않은 듯했다. 만약 그랬다간 난리가 났을 테니까.
“저는 아영이라고 해요. 성은 진.”
“아, 저는 그레이스입니다.”
“한국말을 참 잘하시네요?”
“네, 준현 씨 덕분입니다.”
“되게 예쁘다. 준현 씨, 이분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예요?”
“아, 다니엘 신부님이랑 같이 오신 분이예요.”
“오... 그럼 같이 살겠네요?”
아...
“헐, 설마! 신부님이랑 같은 방 쓸 일은 없을테고!”
역시나 집착과 질투가 심한 연두가 가장 먼저 발끈했고 서아를 비롯한 몇몇이 수사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같이 산다는 흔적이 있을 거야!”
“강준현... 이제 보니까 금발 취향이었어, 젠장.”
“나도 금발로 염색할까보다. 누군 못하는줄 아나, 젠장젠장.”
그러다가 화장실에 있는 그레이스의 칫솔을 발견하곤 또 난리가 났고, 두 번째로는 침실에서 금색 머리카락을 발견하곤 또 2차로 난리가 났다.
“으악! 진짜였어. 진짜 동거하는 중이었다고!”
“했네, 했어. 했겠지. 하아...”
“같이 잔다고? 지금까지 맨날맨날..? 오메... 부럽다...”
“맨날? 맨날했다고? 그걸? 와, 준현이가 졸도한 이유가 그거였어?”
그래.
나는 허탈하게 한숨을 쉬면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그런데 점점 취조를 하던 2호점 여자들은 그레이스에게 모여들더니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는 완전 뒷전이다.
“근데 신부님이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완전 예쁘다...”
“속살 하얀거 봐...”
“가슴도 커... 완전 사기캐야...”
“엘프가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거야.”
“나도 같이 자고 싶다. 스읍 와, 냄새도 완전 좋아아아.”
“외국인 좋아... 뭔가 신비롭다고 해야할까.”
“쌍커풀 엄청 두껍다. 부러워... 머릿결도 진짜 완전 좋아. 염색 한번도 안 했을거 아냐.”
“몇 살이예요? 언니인가? 얼굴 진짜 예뻐요.”
“보드랍다, 진짜 보드라워.”
“가슴 촉감도 좋은데?”
“나도 만져볼래, 나도.”
아니, 대체 뭣들하고 있는 거야...
얘기만 들어보면 무슨 동물원에서 귀여운 동물을 만났을 때 같은데 어딜 막 함부로 만지고 있는건지.
그때 치요가 내 옆으로 쪼르르 넘어와서 앉았다.
“오빠, 설마 그레이스 언니랑?”
“아냐. 기필코 아니야. 그레이스 씨랑은 아무것도 안 했어.”
“힝. 그치? 난 다 알징!”
나는 치요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 그래도 날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치요는 집고양이처럼 순하게 머리를 들이밀어서 내 몸에 머리를 부볐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품안으로 쇽 들어와서 애교를 부린다. 정말이지 반려묘가 따로 없다.
그나저나 서아랑 같이 지내면서 한국 화장법에 익숙해졌는지 화장이 은은해지면서도 세련되게 예뻐졌다. 19살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성숙미, 하지만 하는 짓이 완전 애라서 귀여움까지 겸비했다.
“잘 지내고 있었어?”
“응! 섹스!”
“...”
“아, 아니... 섹스는 안 했어. 서아 언니랑 지내잖아.”
“그치.”
“언니가 오빠 얘기 많이 해줬어.”
“무, 무슨 얘기...”
“알잖아. 그거. 그 얘기. 다 해줬어.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줬다니까?”
“아...”
서아, 저 년을 진짜 어떡한다.
치요는 내 귀에다가 입을 대고 속삭였다.
“스무살되면 왕창 할 것도 다 얘기해줬는걸.”
아무튼 둘 다 골칫덩어리들이다. 2호점을 오픈하게 되면 사고뭉치가 될 두 사람을 집중마크해야겠다.
그나저나 색깔반점들이 보이지 않으니까 속살이 잘 보여서 좋기는 좋았다.
어렴풋이 여자들의 속옷 사이사이로 맨살이 보일 때마다 가슴이 철렁이고 좋았다. 그래, 원래 저렇게 섹시하고 박음직하고 좋았지. 그 동안에는 색깔 반점이 섞여 있어서 몰랐던 매끈한 다리들이 내 성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치요가 사장님 차지했다!”
“치요, 반칙!”
“일루와. 이 자식아... 치요를 건드리는건 범죄라고!”
“수녀님에 이어서 이번에는 미성년자냐, 이 자식아?”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이제는 소파에 뮤즈들이 북적거리며 낑겨 앉았다. 덕분에 가슴이며 허벅지며 맨살이 다방면으로 내 몸에 접착되었다.
“아, 덥다...”
내가 더워하자 옆에서 치요가 부채질을 해줬다.
눈은 힐끗거리며 옆에 앉은 여자들의 드러난 젖가슴을 향했다.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힌 가슴골과 뜨겁게 달아오른 허벅지살들. 너무나도 탐스러운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부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으...’
가뜩이나 의식을 잃은 요 며칠 섹스를 안 해서 성기에서 발동이 걸리면 걷잡을 수 없는데 이런 상황에 직면하니 점차 성기에 혈액이 차고 있음을 느꼈다.
‘제갈 발견되지 말아라. 제발. 제발.’
어느샌가 온몸에서 땀이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아영이 내 땀을 발견하곤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줬다.
“준현 씨, 땀 나면 옷 벗어요. 아까부터 계속 셔츠입고 뭐해.”
“아... 예...”
“맞아, 맞아. 좀 벗어요. 우리도 지금 다 편하게 입고 있잖아.”
“에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벗겨주자.”
“그래, 그래. 차라리 그러자.”
“아, 잠깐만! 잠깐!”
서아와 연두를 필두로 여러 개의 손이 한꺼번에 다가와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는 맞은편에 앉아서 한가롭게 식탁이나 정리하며 픽하고 웃고 있었고.
이제 내가 의식을 잃었다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구나.
근데 기분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퇴원식을 거하게 치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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