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30화
* * *
“우리 샵에서 일하겠다고요?”
“네.”
“마사지사로?”
“아, 아닙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오일만 만들겠습니다.”
“오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오일이 좋으면 고객들의 반응도 좋긴 좋다. 그러나 따로 오일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오일이 좋아야하는건 아니다. 수입산을 써도 되는 거고, 머발에스 본점에서 최원재가 만드는 오일을 가져다 써도 된다.
그런데도 나는 내심 기대가 됐다.
신부님이 만드는 성스러운 오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한 번 제가 준 오일을 써보시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얼마나 좋은 오일이길래... 나는 운전을 하는 동안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그에게서 받은 플라스크를 만졌다.
“오픈 전까지만 생각해서 말씀해주시죠.”
“아니, 근데... 우리 집에서 오일을 만들고 있잖아요? 굳이 샵에까지 찾아와서 오일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후후... 그건 오일을 만드는 재료들 때문입니다.”
“재료?”
“그렇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자의 기운이 필요하답니다.”
“여자의 기운?”
이건 또 무슨 사이비 종교에서나 들을 법한 소린가.
“제가 이 오일을 만들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요인은 치요 씨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이후였죠.”
“우리가 아니라 내 집인데..?”
“저는 치요 씨에게서 단박에 오일의 주요 재료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니엘, 설마 치요를 건드린건...”
“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죠. 저는 치요 씨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치요 씨의 기운이 저에게로 왔을 뿐이죠.”
“하, 들을수록 모르겠어요. 아무튼 여자들의 기운이 필요하다는 얘기잖아요.”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2호점이 나오면 그 오일을 미친 듯이 만들어낼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업장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그렇고 고객들도 그렇고요.”
“...”
그러니까 우리 가게가 성욕으로 똘똘 뭉친 업장이라도 된다는 얘기야, 뭐야?
근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2호점에서 일하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날 거다. 내 섹스파트너들이 즐비해있는 업장인데다가 내 고객들에게서 성욕에 의한 정기를 뽑아내는건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닐 터였다.
하지만 여기서 내 구미를 당기는 요소는 이 오일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였다.
“근데 그레이스 씨는?”
“그레이스 씨는 준현 씨의 비서가 될 겁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니... 갑자기 무슨 상황극이야, 이게?”
“안 그래도 집에만 있어서 극도로 우울해진 상황이거든요. 그레이스 씨도 아무리 수녀라지만, 사람은 사람인지라.”
“하... 알겠어요. 하지만 몇 달동안 급여는 못 줄 수 있어요.”
“뭐, 상관 없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날 참사를 막기만 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니까요. 원래 저희가 돈이 필요한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에.”
고용자 입장에서 돈이 필요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더 좋은 노동자들이 있을까?
나는 그들이 내 일을 돕든 말든 손해보는 게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본점에 도착한 후에 주차를 마치고 모두를 데려다가 휴게실로 데려갔다.
외국인 세 명을 데려오자 몇몇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고 몇몇은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특히 치요의 앳된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기도 했는데 누구의 눈인가 했더니 다름아닌 연두의 눈이었다.
“신부님이랑... 수녀님이랑... 그리고 이 분은..?”
“일본에서 온 뮤지컬 배우분이셔요.”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치요입니다.”
치요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직원들은 치요의 능숙한 한국말에 놀라했다.
오 오
“근데 이 사람들을 왜?”
최원재가 의아하게 물었다.
“앞으로 2호점에서 일할 사람들인데 지금부터 교육을 좀 시키게요. 연두쌤? 서아쌤?”
나는 두 사람을 불러서 치요의 마사지 교육을 시켰다. 서아는 최근 마사지를 열심히 배워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지식들은 다 배웠다. 2호점에 갈 사람들은 조금씩 천천히 주변 사람들의 마사지 노하우를 흡수하면서 성장해가고 있었다.
예뻐지기는 당연히 더 예뻐졌다.
2호점에 가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44사이즈에 인형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야된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였는데 연두와 서아 그리고 이설 실장이 본점에서 소문난 다이어터들이었기 때문이다. 회식이 있어도 절대 술도 안 마시고 과식을 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갖고 다녔다.
나는 여자들에게 다이어트를 하라고 시킨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박유영이라는 걸출한 몸매의 피팅모델이 2호점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여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거다. 어떻게 보면 순기능이었다. 저희들끼리 안방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몸매며 피부를 관리하는 거다.
그 때문에 내가 예쁜 여자만 밝힌 다고 소문이 나버렸지만, 거짓도 아니라서 애써 부정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끝내지.”
“아, 잠시만요.”
최원재가 회의를 끝내려는데 다니엘이 그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말했다.
“오일을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그런데요?”
“혹 오일을 만드실 때 저도 데려가주실 수 있으신지요? 공법을 자세히 보고 싶어서요.”
최원재가 다니엘의 부탁을 듣고 내 눈치를 살폈다.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눈치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허언증 환자에 빙의해서 최원재에게 설명해줬다.
“이 분은 프랑스에서 오신 분인데 유럽에서 오일 공정법을 배웠다고 하십니다. 근데 한국의 기술도 배워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신부님... 아니셨어?”
“신부님은 신부님인데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약도 만들고 뭐 그런...”
“아하... 오, 좋습니다. 좋아요. 사람들한테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인데 거부할 이유가 없죠.”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것...”
“이건 뭐죠?”
다니엘은 최원재에게 납작한 통같은 걸 건네주면서 씨익 웃었다.
“필요 하실겁니다.”
“필요하다니? 제가 뭘?”
“2세 보는데 어려움이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최원재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질병을 알고 있었다... 발기부전... 그의 입에서 실토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마사지를 해줘서 치료했다고 해도 그날 이후에는 분명 다시 발기가 되지 않았을 터. 생각해보니 주기적으로 마사지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가 남자라는 이유로 쉬쉬했던 거다.
“이 약을 매일 밤마다 그곳에 바르시지요.”
“오오... 고맙습... 어, 얼른 저랑 같이 나가시죠. 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허허... 좋습니다. 허허...”
이게 지금 뭔...
다니엘은 나가기 전에 내 쪽을 향해 윙크를 한번 날려줬다.
서아와 연두가 치요와 유영을 데리고 실습교육을 하러 가자 나머지 직원들도 각자 자기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따라서 나는 그레이스와 함께 휴게실에 남게 됐다.
그녀는 한시라도 쉬지 않았다.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사용한 컵을 싱크대로 가져가서 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닦았다. 보는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로 열심히 닦아서 좀 쉬라고 해도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어 미닫이 문이 열리고 이설 실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사장님?”
“아, 아니... 사장님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훗. 어차피 지금 여기 최 사장님도 안 계시는데요, 뭘.”
“하하... 근데 무슨 일로?”
“김유진 고객님 VIP 마사지 받으러 오셨습니다.”
욕 박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김유진이 왔구나. 오늘의 첫 스케줄이다. 그리고 최근에 묵혀놨던 정액을 풀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김유진의 볼기짝을 때리며 박아대면서 스트레스 풀 생각을 하니 급속도로 흥분감이 차올랐다.
이제는 내 파트너 리스트에서 평균 외모에도 속하지 않는 김유진이지만, 욕 쳐먹으면서 박힐 수 있는 케이스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다니엘이 준 오일을 챙겼다.
오일 효과도 알아보고 섹스도 하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내가 VIP룸으로 가려고하자 그레이스가 입고있던 앞치마를 벗어던지면서 날 따라오길래 극구 만류했다.
“휴게실에 있어요, 그레이스 씨.”
“아니에요. 항상 준현 씨를 따라가라고...”
“아, 그러니까 다니엘 씨보다 내가 더 윗사람이니까 내 말을 들어요.”
“아닙니다. 저 꼭 가고 싶어요. 준현 씨의 마사지, 보고 싶어서 그래요.”
원래 같았으면 절대 데려가지 않을 거였다. 그런데 그레이스가 또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내 소매를 끌어당기는 걸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렇게나 가고 싶은 거였다고? 이렇게 간절한 눈을 뜰 정도로?
“하...”
나는 한숨을 쉬고 그레이스에게 따라오라고 말했다.
VIP실에 들어간 나는 다소 화끈해지는 상황을 마주했다. 그레이스를 달고 들어가는 걸 김유진이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녀는 나랑 평소에 하던 대로 옷을 다 벗은 채로 엉덩이를 내밀고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뭔가 더 다른게 추가되어 있었다.
목에 뾰족뾰족한 가시가 달린 개목걸이같은걸 차고 있었는데 쇠고랑이 달려있어서 누가 봐도 야릇해 보였다. 아마 수녀님이 봐도 저건 섹스용품일 거다.
한 마디로 좆된거다.
“선생니임... 기다리고 있었어요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김유진. 빨리 때려달라는 듯 반들거리는 피부를 뽐내고 있었다. 양쪽 허벅지 사이로 은밀하게 보이는 도톰한 보짓살이 내 마음에 창피함을 배로 밀어넣어줬다.
“크흠... 김유진 씨. 동반인이 하나 있는데요.”
“헉!”
김유진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펄쩍뛰더니 빠르게 배드 위에 엎드려 누웠다.
“이, 이게 무슨..!”
“아, 괜찮습니다. 저는 수녀입니다.”
“수녀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준현 씨의 취미생활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는 얘깁니다. 저는 그저 보조역할로 왔을 뿐이니까, 두 분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하세요. 도와드릴거 있으면 말하고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