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127화
* * *
김광래는 신용섭 사건 이후로 좀 많이 이상해졌다. 회춘을 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 에너지가 사방팔방으로 날뛰면서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억제해야만 했던 거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한강에서 성욕이 다 사라질 때까지 조깅을 하라고 시켰다.
“허억... 허억... 야, 임마. 너가 시키는대로 한강에서 조깅하는데 이 년이랑 헉... 눈이 마주쳐서는...”
“아니, 설마 스승님 지금 섹스하면서 전화 받으시는 겁니까?”
“얌마... 이게 보약이야...”
진짜 돌아버리겠다. 나이 90먹고 어떤 년이랑 지금 섹스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얼핏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신음소리가 참 앳되게 느껴진다. 회춘을 하시고 광명 찾은것까지는 좋긴한데 속세와 단절하고 살아가시던 분이 이렇게나 틀어진 걸 보니 참 놀랄 노자다.
“와, 고년 참 맛있네. 반응이 진짜 후와우!”
“아이... 그만하시고... 잠깐 오세요.”
“응? 야, 야! 떡칠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다.”
퍼억 퍼억 퍼억
얼마나 강렬하게 살을 붙여대는지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연상하다가 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그 여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훨씬 젊고 예쁜 여자로 준비해드릴게요.”
“응!?”
퍽퍽거리던 소리가 갑자기 뚝하고 끊겼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요즘들어 완전 섹마가 따로 없다. 회춘하고 몸도 엄청 좋아져서 발전난 망아지마냥 뛰어다닌다. 젊고 예쁜 여자라고 하니까 하던 행동 다 중지하고 달려올 예정이다.
“거기 어디냐?”
“... 저희 샵입니다.”
“내 금방 가마. 바로 할 수 있는 거냐? 아니면 공을 좀 들여야 되는거냐?”
“아마... 바로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좋구나! 역시 젊은 놈이랑 연을 맺어두길 참 잘했다.”
“오, 오빠... 하다말고 어디가?”
“어디가긴 어딜 가? 너도 냉큼 옷 입고 당장 내 집에서 나가거라.”
“아니... 지금 진심이야?”
“진심이지. 내 나이가 마흔이라는 게 뻥이었고.”
나는 더 이상 얘기를 들어주지 못할거 같아서 통화를 종료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담배를 바닥에 탁 쳐서 끄곤 안으로 들어가 소매를 걷었다.
‘이 싸가지 없는 년아. 진정한 유혹이 뭔지 보여주마.’
이런 데에는 도가 튼지라 의기양양했다.
안에 들어가자 이혜인은 이미 마사지 받을 준비를 끝내고 배드 위에 누워있었다. 보통 뒤로 눕는게 정석인데 정말 마사지를 받아본적이 없는지 나와 마찬가지로 앞을 보고 누웠다. 수건으로 주요부위만 간신히 가린 채로.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가 했더니 확실히 몸매가 좋긴하다. 모래시계처럼 쏙 들어간 허리라인부터 시작해서 군살없는 배꼽과 허벅지라인이 보기 좋았다.
가슴크기도 적절하게 수건 바깥으로 살짝 튀어나올 정도로 볼륨감이 있었다.
이혜인은 자기 몸을 스캔하는 날 올려다보며 씩 웃었다.
“마사지 당하는 도중에도 역전할 기회 있죠? 언제든지 하고 싶어지면 말해요. 내가 오늘 진정한 쾌감이 뭔지 보여줄테니까.”
꿀꺽
참 맛스러운 먹잇감이다. 말 그대로 당장 원한다면 삽입을 허용하겠노라고 선포한다는 얘긴데 여기서 군침 흘리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물론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미 휴대폰에는 내가 부르면 달려와서 섹스해줄 여러 명의 뮤즈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문득 이런 캐릭터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욕으로 미쳐 날뛰는 김광래를 컨트롤하기에도 좋은 자원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요즘은 채찍과 당근 대신 채찍과 여자지. 여자로 협박하면 좋은 마사지사인 김광래가 내 말을 고분고분 따를지 누가 알겠는가.
‘고삐 풀린 김광래만 잘 다스릴 수 있으면 우리 샵에서 일하는 순간, 매출걱정은 없겠다.’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혜인을 따먹기 좋게 상을 차려놔야 했다.
뚜둑
자해는 이제 필수코스였다. 손가락 하나쯤 비틀어버리는 고통쯤은 내게 아무런 고통이 아니었다. 그 후에 황금빛 반점을 만들어내는데까지 걸리는 시간까지는 약 5분 정도 소요가 된다.
“째깍째깍. 내 몸매 구경하느라 정신이 나간 거예요? 불멍은 들어봤어도 몸멍은 또 처음 듣네.”
“훗.”
나는 한 번 웃어주고는 이혜인의 다리 위에 살포시 분홍색점을 만들어줬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란게 이런 걸까. 게임 플레이어들이 이용하기 좋게 기계적인 공식을 세워두는 거다. 그러니까 이혜인이 섹스에 미쳐 환장해서 90대 노인의 고추가 자기 보지 안으로 삽입되는 것조차 좋아 죽을 지경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게임 플레이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주 고전적인 게임 테마를 가져왔다. 바로 테트리스였다.
테트리스는 간단하다. 가로줄이 다 차면 그 줄은 터진다. 그런데 누구나 한번쯤 테트리스를 해봤으면 알겠지만, 일자바 하나를 노리는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게 국룰이다. 그래서 그 일자바가 들어가는 순간 쾅쾅 터져대는 블록들을 보면서 희열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혜인의 허벅지에 손을 대고 분홍색점을 미친 듯이 복제해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작 배드에 누워서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이혜인은 어떤 느낌도 느끼지 못할테지만.
“지금 뭐해요? 진짜 그쪽이 마사지의 황제인지 기적의 손인지 뭐신지 맞나 싶을 정도네.”
‘기다려봐.’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테트리스의 블록을 하나하나씩 켜켜이 쌓아가기 시작했던 거다.
나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테트리스의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거다. 플레이할 사람은 김광래. 섹스에 미친 사람이다. 섹스에 미친 남자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섹스에 미친 여자다.
나는 분홍색점을 충분히 많이 만들어놓은 후에 이혜인의 배꼽 위에다가 손을 올려놓고 이번에는 강화된 붉은점을 쫙 퍼뜨렸다. 그리곤 강하게 압력을 줘서 그것들을 한 번에 터트렸다. 이제는 압력을 어느정도 해야 강화반점이 터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이었다. 요령을 터득한 거다.
붉은색점이 터져서 없어지자 이혜인의 몸에서 열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엇...”
약간은 구릿빛이 감도는 이혜인의 피부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룸의 조명이 그녀의 젖어버린 몸을 비추며 피부 위에서 감돌았다. 은은한 색상이 형형하게 빛이났고 이제 얼추 알고리즘은 채워졌다.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은 반점의 확산이었다.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 거다.
뜨겁게 달궈진 이혜인의 몸에 푸른색반점을 생성하자 뜨거운 열을 따라 넘실넘실거리기까지 했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거다. 나는 그 반점마저 강화시킨 후에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그것을 없애버렸다.
까드득!
나만 들리는 이 소리. 이제는 통쾌하기까지하다.
“하아... 하아...”
몸이 뜨거워지자 말 수는 줄어들고 눈을 반쯤 뜬 채 신음하는 이혜인.
“이, 이상한데...”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몽롱하고 정신이 없을 거다.
사실 지금이 제일 적기였다.
“이혜인 씨?”
“네..?”
“잠깐 다리 좀 벌려줄래요?”
내 말에 이혜인은 자동문이 열리는 듯 다리를 벌려버렸다. 그리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앗!”
“내기는 제가 이겼습니다. 참 쉽네요.”
“무, 무슨... 이건... 그냥 내가 편하고 싶어서 다리를 벌린 거예요.”
“그쵸. 원래 그렇게 자주 편하고 싶어서 다리를 벌리시나봐요?”
“아...”
내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깨달은 이혜인은 부끄럽게 얼굴을 붉혔다.
“그래요. 뭐, 편하려고 다리를 벌렸으니 더 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이혜인의 허벅다리를 내 다리 위에 올려놓고 사타구니쪽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절대. 결코. 성기 쪽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도 수건으로 가리고 있는 채로 마사지를 할 수는 없으니 수건은 치워버렸다.
아까 전에 나한테 팬티 입은 성기를 내게 들이밀었었지. 이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차례였다.
성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열심히 문질거리면서 중간중간 톡톡거리면서 분홍색점을 터치해주자 이혜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심지어 자기 성기부분을 내쪽으로 밀어올리며 탁성을 내뱉기까지 했다.
“하앙..! 아아..!”
“왜요? 이혜인 씨? 빨아주기라도 할까봐요?”
“아, 아냐... 아, 안돼!”
“물론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지는 않습니다.”
“하앙... 으읏... 이거... 이건 반칙이야.”
“반칙? 아까 당신이 내 고추를 애무했던건 생각하지 않으시나봐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혜인의 가슴팍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냉큼 치웠다.
구릿빛 피부에 어울리지 않는 연분홍색 젖꼭지가 왜인지 모르게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빨면 정확히 딸기맛이 날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모양새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대로 한 번 섹스한 사람들은 전부 돌아왔다고 했던 말은 진짜인 듯. 먹음직스럽긴 정말 먹음직스럽다.
“하아... 아앙...”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 가슴을 스스로 애무하기 시작하는 이혜인. 확실히 색녀가 맞다.
‘미친년...’
나는 그녀의 손을 치우고 젖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애무를 한 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이곳에 도화선을 장착시킬 뿐이었다. 내가 만든 도화선. 이걸 누군가 톡 건드리는 순간, 모든 테트리스의 조각이 맞아 떨어져서 팡팡 터지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연히 김광래였다.
“여자! 여자 어딨어?”
아니, 미친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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