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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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의 이름은 김광래였다. 빛이 온다는 뜻의 김광래는 전쟁을 겪은 과거가 있을 정도로 나이가 많이 들었다.
사실 김광래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자신의 그 짧은 생명선에 제3자의 개입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그 존재가 자신의 제자인 신용섭이라는 것까지도 알았다.
현생에 초월한 김광래였지만, 제자에게 죽는 것만큼은 싫었다. 사랑하고 아끼던 제자가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졌다는 걸 알았으니 뒷조사를 해야했고, 확인을 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용섭이 김광래를 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김광래의 지압 촉진법은 본래 치유를 위한 한의학에서 가져온 것이다. 침술을 대신하는 지압법이라고 하여 전쟁 중에 빠르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촉진법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신용섭이 활용하는 인간 대상으로 하는 극단적 처세와 상극을 이룬다. 신용섭은 사람의 지능을 퇴화하게 만들어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일제시대에 일본 군인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루타식 의료법의 악기능으로 전수받은 것이다.
김광래가 결코 알려준 적도 없고 낌새를 던져준 적도 없는데 혼자서 독학으로 깨달은 거다.
어찌보면 그 역시 천재였다. 그 능력을 다른 곳에 사용했을 뿐.
신용섭의 촉진법은 혈액에 독극물을 투하하는 것과 같다. 미량의 독극물은 체내에 들어간 직후 조금씩 기생을 하기 시작하며 몸에 점점 퍼져나간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심장부로 직격해서 들어가 호흡을 조금씩 더디게 해서 부정맥과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
호흡이 멈추는 것이다.
그러다 심장이 아예 제 기능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쇼크가 오는 거다.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대상을 살해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적절한 처방을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받은 직후에 실시하는 편이다.
신용섭은 유석우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건강검진을 받을 때를 기다렸다. 유명한 연예인들의 죽음은 큰 파장을 일으킬 거고, 그때마다 불안한 사람들은 용하다는 신용섭을 찾아와서 치료를 받을 것이다.
줄을 지어서 마사지를 받게 되면 떼죽음이다. 한날 한시에 이 전염병을 창궐시켜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신용섭은 그럴수록 돈을 벌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역시나 김광래가 자신의 뒷조사를 했다는 이유다. 동업자들과 만나고 다니는 것 뿐만 아니라 신용섭이 그간 해왔던 짓을 누설하며 함께 막아야한다고 설득을 하고 다닌다는데 이 사실이 위험한 인물들에게 전파되면 자신의 계획이 어긋나고 만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인류를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몰고가려는 신용섭이 자신이 배신한 스승을 죽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이 두 가지 이유에 준하여 신용섭은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사주를 해 김광래를 죽이려 했다.
신용섭은 보고를 받았을 때, 분명 김광래가 죽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준현에게도 죽었다고 말했던 거였다.
그런데 준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당히 머리가 아플 소리였다.
“스승님이 정말 죽었다고 생각하냐?”
“...”
자기보다 한참 어린 준현이 겁대가리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김광래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관자놀이에 있는 핏대가 곤두섰다.
여러 가지가 복합되는 느낌이었다.
왜 이렇게 대대적인 일을 벌이려고만 하면 훼방꾼이 나타나서 방해를 하려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지금은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가 아니던가. 대답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가 벗은 채로 가운만 덥고 있으니 위에서 준현이 무슨 표정으로 자길 내려다보고 있을지 알 수도 없다.
오랜만에 느끼는 답답함이었다.
‘그래. 이 느낌... 시발... 내가 김광래 그 노인네한테 마사지 배우겠다고 산에 들어갔을 때랑 똑같은 느낌이야... 답답해 죽겠네.’
언젠가부터 신용섭은 그곳이 답답하다고 느꼈다.
세상 사는 것도 그랬다.
김광래의 올곧은 제자들이 사회에 나와서 활약을 하고 다닐 때마다 신용섭은 사회가 답답하다고 여겨졌다. 진정한 실력자가 누군지 모르는 사회. 김광래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면서 잘 되는 꼴이 눈꼴 시렸다.
그래서 다 죽였다.
김광래의 몇 안 되는 제자들을 전부 독극 마사지로 살해하고서 자신이 1인자로 군림했다.
답답한 사회에 청량한 물줄기가 되고자 했다. 신용섭은 진심으로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뭐?
김광래가 살아있다고?
신용섭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청부살인을 요청했고 노인네 피도 확인했다. 칼에 묻어있는 피만 해도 노인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치사량.
아무리 생각해도 준현이 허풍을 떨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준현이 자신의 몸에 손을 올리는 순간, 신용섭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김광래.
그가 이곳에 와 있었다.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 전에 그 답답함을 참고서라도 배우고 싶었던 선한 손길 말이다. 치유를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는 따스한 봄바람같은 손길은 한때, 신용섭의 차가운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줬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분명 죽였다고 했는데? 피도 그 노인네 피라는거 확실하고.’
이해할수 없었다.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물씬 올라오는 성욕에 신용섭은 이상한 쾌감까지 느껴버렸다.
노인네인지 준현의 손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느껴지는 쾌감에 불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갑자기... 왜?’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었다. 방송 중에 이게 뭔...
신용섭은 배드에 누운 상태로 아랫도리가 부끄럽게도 팽창되는게 느껴졌다.
‘시발... 이러다가 갑자기 몸이라도 돌리라고 하면..!’
“몸 돌려주세요.”
벼락같은 준현의 목소리.
지금 돌렸다간 수건으로 가려진 가랑이가 불쑥 튀어나와있어서 촬영진이고 연예인들이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발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혹시나 이게 방송에라도 나간다면... 끔찍했다.
‘차라리 지는게 낫겠다.’
신용섭은 소리를 내서 기권을 자처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또 다시 준현의 강펀치가 날아왔다. 아니, 준현이 숨겨둔 필살기가 등장했다.
“오늘 제 어시스트로 한 분을 더 모시겠습니다. 성함은 김광래 씨라고 하는데요.”
“뭐..!”
신용섭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엎드린 상태로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앞에는 준현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신용섭을 내려다보며 깔보고 있었다.
피식
회심의 미소를 짓는 저 표정.
준현은 결코 이번 미션에서의 우승을 했다고 웃는게 아니었다. 패배자에 대한 비웃음과 더불어 숨겨두고 있던 엄청난 한 방을 마침내 드러냈을 때의 희열감을 느끼고 있는 거였다.
“이분이 대한민국 제1대 기적의 손이십니다.”
“저 사람이 기적의 손이라고?”
“생각보다 젊은데?”
“몸은 또 왜 저렇게 좋은거야?”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을 향해 집중됐다.
신용섭 또한 몸을 돌려서 그쪽을 바라봤고 자기 몸을 가리고 있는 가운이 떨어지는 것도 신경쓰지 못한 채 먼곳을 응시했다
‘말도 안 돼..!’
“꺄악!”
“신용섭 씨! 빨리 가리세요!”
“엔지! 엔지! 이거 방송 못 나가!”
“왜... 왜 저렇게 커져 있는 거야? 저 사람?”
“뭐야! 변태였어? 강준현 선생님한테 마사지받고 발기된거냐고 지금!”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던 신용섭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자기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키가 작은 김광래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이 세상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광래는 전과는 많이 다른 외모를 하고 있었다. 머리는 다 빠졌지만, 몸은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덮혀 있었고 약 20년은 더 젊어보이게 주름이라던지 기미나 잡티가 싹 사라진 상태였다.
“네 이놈... 용섭아!”
그런 그가 저승사자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자기 쪽으로 걸어오니 숨을 쉴수가 없었다. 몸에서 뻘뻘거리며 땀이 솟아났다.
기세 좋게 발기됐던 성기도 어느샌가 시무룩하게 주저앉아버렸다.
찰칵
사진찍는 소리에 홱 고개를 돌리자 뒤에서 준현이가 v자를 그리며 씩 웃고 있었다.
“성기가 작은 편이시네요.”
“이런 개새...”
“어이쿠. 윗사람 앞에서는 욕하는거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크윽...”
“스승님, 뭐라고 한 말씀이라도 해주시죠.”
“지금 당장이라도 내 옛제자놈에게 회초리질을 하고 싶은 기분이거늘. 어디 스승 앞에서 고추를 달랑달랑 내밀고 있느냐! 네가 3살 먹은 어린아이라도 되느냐!”
“...”
김광래는 노발대발 화를 내기 시작했고, 근육질의 몸은 더욱 성이 나서 불룩불룩 바람이 차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용섭은 혹여나 그 근육으로 자길 때릴까봐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네놈이 대체 나이 쳐먹고 하는 일이 뭐냔 말이다. 이럴거면 배신을 하고 하산을 하면 안 되었다. 내가 이러라고 널 그리 가르쳤는줄 아느냐?”
빠직
신용섭은 이때만큼은 정말 화가 났다.
김광래가 자신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정확하게 건드렸던 거다.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속죄. 스승을 배신하고 제자들을 살해한 신용섭의 행위는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여기서 신용섭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곳이 얼마나 공식적인 자리인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김광래. 그래, 네놈은 내 옛스승이었지. 하지만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네 밑으로 들어갔던 건 내 위대한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발걸음일 뿐이었어. 넌 나한테 이용 당한거야!”
옆에서 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어서. 계속해서 끝까지 말하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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