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113화
* * *
‘그나저나 수갑을 찬 상태로 어떻게 마사지를 한다?’
벙어리장갑보다야 수갑이 낫기는 하다. 어차피 마사지는 보통 두 손을 모아서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그런데 이 꼴로 다니기가 참 불편하기 짝이 없다.
“선생님. 제가 이번에도 처음으로 나갈게요.”
김정현이 내게 말했다. 그는 마사지 기술을 알려달라는 소리도 없이 바로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
“눌러서 아픈 곳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나는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우리 김정현 씨는 다 계획이 있구나?
아픈 곳을 눌러서 소리를 내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힘이 세니 그런 작전도 통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누가 나올지 모르는데요. 만약 상대가 여자분이면 어쩌시려고요?”
상대방은 서로 블라인드 상태로 맞이하게 된다. 마사지에 들어가게 되면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되겠지만, 그 전까지는 모른다는 얘기다.
“몰라요. 저 오늘 불 붙었어요. 여자든 남자든 다 어디 하나 박살내놓으려고요.”
“하하하! 좋습니다. 그럼 아픈 곳을 몇 부분 짚어드리겠습니다. 일단 여기 엉덩이 바깥쪽 그리고 종아리 정가운데 부분. 그리고 날갯죽지 끝자락에 붙어있는 이 부분입니다.”
“여기, 여기요..?”
“네, 거기. 자, 이렇게 누르면.”
“앗!”
“그쵸? 바로 반응이 옵니다.”
“음... 근데 참을 수 있는 정도네요.”
“세게하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아마 온몸이 짜릿짜릿할 거예요.”
“좋습니다! 그럼 제가 나가서 무조건 하나라도 물리치고 오겠습니다!”
“좋아요. 김정현 씨 역할은 바로 그거에요.”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김정현은 신뢰감이 한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선생님은 다 소리내게 만들 자신이 있나보네요?”
“물론이죠. 그걸 하려고 왔기 때문에.”
신용섭 팀은 대타로 들어온 신이설을 포함해서 신용섭, 유석우를 포함해서 4명이었다. 나는 가능하면 내 차례때 유석우가 나왔으면 했다. 그래야 그의 몸에 묻은 어둠의 기운을 몰아낼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이참에 김정현을 백신으로 만들까? 한소희처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으로써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 한소희에게 백색반점을 만들어내는데만 시간을 꽤 투자했었고, 그만큼 내 에너지도 많이 소비가 됐었다.
백색반점을 만드는 조건은 간단했다. 말 그대로 도인처럼 하면 된다. 속세에서 벗어나서 모든 욕망에서 멀어진 상태를 유지한다면 백색반점을 만들어내는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그때의 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할 정도다. 마인드컨트롤 때문에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몸이 피곤한데 그걸 김정현한테 또 하려니 힘이 부치기도 했고 손에 수갑까지 달려있으니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나는 연두에게 가서 지시사항을 내렸다.
어디까지나 어시스트인 연두가 김정현을 도와줘야했다. 옆에서 내가 말해준 스팟을 잘 짚어주고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겼다.
서아는 나를 도와줄 거다. 내가 몇 가지 소품을 가져올 때, 수갑을 차고 있기에 힘들기 때문에 서아가 날 도와주면 그나마 나을거다. 워킹맨의 열렬한 팬인 서아는 자신이 워킹맨 멤버들의 몸에 손을 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설레발을 쳤다.
두 여자는 오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초반에 내 성욕을 풀어주는 것도 그랬고 막내PD한테 힌트 얻을 때도 잘 도와줬다. 앞으로는 두 여자를 함께 불러놓을 일이 많을 것 같다. 두 여자와 함께할 밤자리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고추가 발딱발딱거렸다.
그렇게 세 번째 미션이 시작됐다.
그런데 여기서 선수교체가 또 이뤄졌다. 어시스트가 많았지만, 신용섭 팀의 노출을 꺼려하는 한 여배우를 대신해서 마사지를 받을 사람은 다름아닌 허도하로 결정났던 거다.
나는 얘기를 듣자마자 다른 부연설명도 듣지 않고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허도하라면 문제없다. 그녀는 우리가 심어놓은 스파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우리 막내PD가 되게 이런거 쑥쓰러워하는데 괜찮겠어?”
“쟤 금사빠잖아. 완전 금사빠라니까? 손만 잡으면 다 사귀는줄 알아.”
“아, 아니에요! 말도 안돼! 나 그런 스타일 아니라고요.”
“근데 진짜 막내도 하는 일 진짜 많아서 몸도 피곤하고 지쳤을텐데 마사지 좀 받아봐. 여기 금손분들 넘치잖아.”
허도하는 연신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아무래도 평소에도 저런 식으로 놀림을 많이 당하는 모양이다. 저렇게 반응이 귀엽고 재밌으니까 그도 그럴 수밖에. 예능 귀신들이 저런 인재를 놓칠 리가 없다. 아마 오늘 대타로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김정현은 자기가 말한 맡은 바 임무를 충분히 완수했다. 상대는 벙어리장갑을 착용한 고시훈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종아리 부분을 꾸욱 눌러서 상대방을 움찔거리게 만들었고 이를 구경하는 구경꾼들은 여기서 한 차례 폭소가 터져나왔다.
“아, 이걸 참나요?”
“저거 진자 아픈데!”
그러다 내가 말해줬던 부위를 하나하나 공략해나가기 시작하자 고시훈은 그 육중한 몸으로 간지럼이라도 타듯이 참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끄... 크헉!”
“와하하하!”
“야, 시훈이 쟤 저 몸으로 크헉! 이러고 있다.”
씩씩거리는 고시훈은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김정현이 배드에 눕자마자 방금 자기가 눌렸던 부분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공략하기 시작하는 고시훈은 벙어리장갑을 낀 상태로 팔뚝에 불뚝불뚝 핏줄이 솟을 정도로 빡세게 지압을 가했다.
초시계로 따져서 누가 먼저 소리를 내느냐가 중요한데 고시훈의 파괴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이 꽉물고 버티던 김정현도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게 마사지인지 폭력인지 모르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고 이에 PD가 제지에 나섰다.
“이제 다음부터는 세게 누르거나 상대방을 아프게 하시면 안 됩니다.”
“맞아요. 좀 절제하셔야죠. 참... 그... 승부욕만 강해서.”
“사돈 남말 하시는거 아닌가요?”
“아니, 정현이가 먼저 하니까 그랬던거죠. 자, 자 투닥투닥 그만하고 바로 다음 사람 나오세요. 우리 시훈이가 안 때릴테니까 나오시라고요.”
“블라인드니까 비밀로 할 거예요.”
“아, 예예.”
미션이 진행됨에 따라 양쪽 진영의 신경전은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내가 나가겠습니다.”
“벌써요?”
“아직 신용섭도 나오지 않았는데...”
최종 미션인데다가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시점이라 두려운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그러면 한소희더러 먼저 나가라고 했다. 그녀는 신이설을 잡아채서 넘어뜨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기가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고시훈은 여자한테 함부로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 상남자 스타일이다. 따라서 한소희가 나가는건 나쁘지 않은 선택일 터.
그렇다면 나는 나대로 할 일을 해야했다. 사실 나는 지금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연예인들끼리 의미없는 전쟁을 하는동안 나는 혼자서 신용섭을 대항할 방법을 구사해야 했으니까.
왼손에는 이미 다 꺼져버린 황금색 반점의 잔향만이 남아있었다. 이 반점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치욕과 성욕 그리고 고통이 필요할 터.
나는 내 명령이라면 죽고 못 사는 서아를 불렀다.
“응?”
“섹스하자고.”
“... 지금?”
“어.”
“너도 진짜 제정신 아니구나...”
“싫어?”
“싫겠냐...”
“어디서 할래?”
“아잉... 난 몰라...”
나는 서아를 데리고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
나는 허리를 조이고 있는 벨트를 끌러서 서아에게 건넸다.
“이거 쥐어.”
“엥? 이건 왜...”
“그걸로 나 때려.”
“엉?!”
서아는 진심으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이제 정말 내가 미쳐버린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섞여있는 듯했다.
“나 미친거 아니니까. 얼른.”
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벨트를 받아들었다.
내 명령이라면 껌뻑 죽는 서아. 그렇다고 나를 다치게 할 여자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나를 때리는 것과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이 대립하며 딜레마를 일으키고 있으리라.
아마 그녀는 끝까지 선택을 하지 못할 거다.
나는 그 점에서 희열을 느꼈다. 내 명령에 어쩔줄 몰라하는 이 가냘프고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보고있자니 성욕이 솟구쳤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거였다.
서아의 몸을 와락 돌린 다음에 바지를 벗긴 후, 보라색점을 제거해서 애플힙으로 탄탄해진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후려쳤다.
짜악
“꺄아아앙! 뭐, 뭐야아...”
비상계단 안을 울려대는 찰진 소리는 서아의 물찬 몸을 파르르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서아의 엉덩이를 때려댔다.
짜악 짜악 짜악!
“아흣! 아파... 주녀나...”
“아프지? 이제 나도 때려줘.”
“하아... 오늘은 이런 플레이야? 맞는건 알겠는데 나 너 못 때릴거 같단 말이야.”
짜악!
다시 손바닥 자국을 만들어줬다.
“빨리. 이거 부탁이야.”
“하아... 이잇!”
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죽벨트를 손에 감은 다음에 나머지 부분으로 크게 호를 그리며 내 등짝을 때렸다.
투욱
너무 약해서 웃기지도 않아서 정색을 했더니 깜짝 놀란 그녀가 다시 힘껏 호를 그려 내 등을 때렸다.
짜악
이번에는 제대로 맞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세게 오지 않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서아의 엉덩이를 다시 후려때렸다.
짜악
그리고 말로 하지 않고 손을 까딱거려 때리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엉덩이와 등짝을 번갈아가면서 후려쳤다.
짜악 짜악 짜악!
누가 들으면 집단린치라도 한다고 생각했을 거다.
서로의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신나게 팬 후에 우리는 넘쳐흐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서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내쪽으로 당겼다. 서아가 손에 들고있는 벨트를 바닥에 떨어트린 후에 내 등을 꽉 끌어안았다.
내가 서아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키스를 하자 무아지경에 빠진 서아가 내 등짝을 더 세게 끌어안으면서 손톱을 피부에 파묻었다. 기다란 여자의 손톱이 안으로 찍혀들어오자 치욕스러움과 함께 흥분도가 몸에 피어오르듯 솟아올랐다.
‘이거지. 이 맛이지...’
나는 그렇게 하나씩 황금색 반점의 생성 단계를 채워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