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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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교육을 시작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언제나 그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사람들에게 뭔갈 가르친다니.
게다가 별 것도 없는 능력으로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말해도 알만한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건 참 미묘한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알다시피 특별한 능력이 있다.
나는 연두와 눈을 마주쳤다.
‘이 미션에서 우리가 무조건 승리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연예인팀에게 내 능력을 조금이나마 전수해주는 것이었다. 방법도 간단했다. 내 몸에 강화된 보라색을 만들고 연예인들이 돌아가면서 그 부분을 주무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렇게요?”
마사지를 처음 해보는지 김정현은 조심스럽게 내 허벅지 쪽을 주물렀다. 완력이 원체 강해서 힘 조절을 하지 않으면 아플 수도 있었으나 강화된 반점이었기 때문에 나는 더 세게 주무르라고 요구했다.
처음 하는 경험에 연예인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내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봤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스스로 깨닫기만을 기다렸다. 반점이 보이는 시점에 그들은 내 교육이 완벽하다는 걸 느낄 것이다.
김정현은 내 보라색 반점을 제거한 이후에 눈에 불이 들어왔다. 입술을 한 차례 혀로 훑더니 과감하게 마사지를 했는데 확실히 붉은점의 위치를 찾아내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자기한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붉은점이 눈에 보이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질 테니까.
“좋습니다. 김정현 씨, 아주 좋은 스팟을 짚으셨어요.”
“후... 뭔가 감이 오네요. 눌러야 할 스팟이 눈에 확 들어오는 기분인데요? 이게 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오... 정현이가 이렇게 말하는거 처음 봐요. 원래 처음에는 의심 엄청 해대거든요.”
“또 시작이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요즘 예능은 이렇다. 멤버들이 진짜 친하고 살가워서 서로에게 막말도 하고 심지어는 욕설까지 해댄다. 사람들은 이런 게 리얼 예능이라고 생각하며 좋아하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TV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이 내 눈앞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자, 그럼 한소희 씨가 해볼래요?”
한소희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얼굴이 벌개졌다.
그와중에 서아와 연두는 김정현과 셀카 찍기 바빠서 내 행동을 유의깊게 보지 못했다.
“여기 허벅지 쪽을 한 번 눌러보세요. 아까 김정현 씨 때처럼요.”
한소희는 방송이라는 명목 하에 씩씩하게 내 앞에 섰다. 그리고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내 허벅지를 만지며 강화된 보라색점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만지면서도 내 눈을 마주보지는 못했다.
나는 짓궂은 장난이 떠올라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하앗..?”
“한소희 씨, 이쪽으로 손을 더 올려볼래요?”
나는 그녀의 손을 내 사타구니쪽으로 조금씩 당겨서 올렸다. 약간의 거부반응. 그러나 지금이 방송중이라는 걸 인식하고 내 뜻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아무리 섹스에 눈이 멀었어도 처음 보는 사람과 몸을 섞으면 분위기가 묘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오히려 그녀는 내가 이토록 능글맞게 굴자 당혹스러워했다. 꼭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라고 묻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쭈욱 올려서 사타구니에 닿을 듯 말 듯 손가락을 가져왔다. 아무리 봐도 섹슈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다.
보라색반점이 다 사라지고 그녀의 눈에 반점들이 보일 즘에는 내 사타구니에 분홍색반점도 만들었다. 그걸 본 한소희는 깜짝 놀라서 주춤했다.
“한소희 씨, 눈길이 좀 민망한데요?”
“아, 아니에요! 무, 무슨?”
나는 그녀의 얼굴을 뜯어보듯 바라봤다. 한소희는 자기 몸을 관통당하기라도 한 듯 몸을 내게서 멀찍이 떨어트렸다.
“뭔가 보이신다면 그건 다 의미가 있는 거예요.”
목소리에 힘을 담아서 말했다. 한소희가 최대한 내 말에 설득당할 수 있게. 내가 잠시 빌려준 능력을 잘 써먹을 수 있게 말이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시간은 좀 더 남았다. 일단 확실한 능력 활용자인 연두를 개방시키고.’
“서아야!”
“응?”
“이제부터 네 차례야. 밖에 나가서 영업 좀 하자. 김정현 씨, 한소희 씨 데리고 나가서 사람들 있는대로 다 모아와.”
마지막 멘트를 날리면서 서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녀는 마치 강아지가 간식이라도 받은 것처럼 열띤 미소와 함께 가슴 위에 손을 얹더니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나 열심히 할게!”
서아를 데려온 이유 2번째.
서아는 영업직이다. 그것도 영업직 중에서 가장 비호감으로 낙인 찍힌 보험 일을 하고 있다.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는 경우도 많지만, 소스가 없을 때는 정말 저런 식으로 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녀의 SNS가 빛을 발할 때다.
김서아가 용천궁에 워킹맨을 찍기 위해 떴다는 사실이 알려진 순간부터 모든 설계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연예인보다도 BJ나 스트리머가 인기있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은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BJ나 스트리머는 동등한 일반인 입장에서 좀 더 투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의 좋은 점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서아는 김정현, 한소희 비쥬얼 연예인들을 데리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이미 허도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는 제작진이 심어놓은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특히나 더 깐깐하게 손바닥 도장을 찍어줄 예정. 만족하지 않으면 정말 손바닥 도장을 거부할 수도 있다.
룰은 이렇다.
시민이 이곳에 들어와서 10분 가량 마사지를 받는다. 만족을 해서 곧바로 손바닥 도장을 주면 그 자리에서 퇴장. 하지만 만족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대로 다른 팀에게 인계가 되어 마사지를 받게 된다.
따라서 처음에 만족을 주지 못하면 아무리 호객행위를 잘하더라도 남의 배만 채워주는 꼴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신용섭에게 마사지를 받고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은 없을 터.
나는 조용히 마사지 준비를 하며 ‘기적의 손’을 정갈히 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중간에 어떻게든 한소희를 꼬시긴 할테지만, 가장 중요한 치욕을 어떻게 받아야하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만약 ‘기적의 손’의 효력이 떨어진다면... 그때는 정면승부밖에는 방법이 없어.’
그렇기 때문에 이 황금빛이 사라지기 전에 결판을 봐야했다.
제한 시간은 1시간! 1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손바닥 도장을 받는지에 따라 이번 미션 승패가 결정된다. 이번 미션의 승패는 다음 미션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미션의 승패유무가 앞으로의 미션을 수월하게 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니 첫판 승리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게 약 3분쯤 기다리자 첫 번째 고객이 도착했다.
나는 옆에서 연예인 팀을 지시해 마사지에 박차를 가했다. 붉은색으로 보이는 점은 김정현이 알아서 잘 제거했다. 한소희도 처음에는 반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르는 듯했으나 특유의 적응력으로 이내 적응해서 곧바로 붉은색점을 하나하나 없애기 시작했다.
이런 단시간에 만족을 주는데는 보라색점이나 푸른색점보다는 단순하게 붉은색점만 찾아서 없애는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 서아를 따라 연이어 들어오는 고객들을 차례대로 마사지해 나갔다.
서아의 수완은 생각보다도 엄청났다.
첫 고객이 입장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을 뿐이지 그 이후부터는 정신없이 남자들이 몰려들어와 마사지를 받겠다고 줄을 섰다. 그 중에는 여자들도 있었으나 압도적으로 남성들의 숫자가 높았다.
줄을 길게 늘여뜨린 시민들.
나는 멀뚱멀뚱 서있는 허도하에게 말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마사지하려면 연예인들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해도 되겠죠?”
“아, 예! 예!”
원래 가능한지 어쩐지는 몰라도 반대편에서 신용섭이 마사지를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나는 빠르게 다음 고객을 배드에 눕힌 다음에 마사지를 진행했다.
누군가의 손목을 꺾는게 아니라면 남자를 마사지하는건 참 오랜만이다. 진득할 것도 없는 남자들의 마사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름아닌 시원함이다.
나는 재빨리 기적의 손을 이용해서 남자의 등짝에 강화된 붉은색점을 잔뜩 만들어놓고 강력하게 터치를 했다.
초밥집 주방장이 초밥을 빚어내듯 재빠른 손놀림을 선보였다.
손바닥 뒤집듯이 탁탁 소리가 났을 뿐인데 남자는 곧바로 신음을 흘렸다.
“어우우우우..!”
이건 진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음이다.
나는 확신이 들어서 누워있는 남자를 일으켜세웠다.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사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만, 시민분에게는 이 정도 마사지만 실속있게 해줘도 충분히 괜찮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예..!”
씩씩한 대답과 나를 신봉하는 듯한 눈빛. 나는 그 눈빛을 믿고 그를 퇴장시켰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투표를 해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손바닥도장을 주지 않고 곧장 신용섭에게 마사지를 받으러가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서아 때문에 이 자리에 왔을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더 빠르게..!’
대기하고 있는 인원을 빠르게 손봐주는 것이 좋다.
일손도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머발에스 2호점을 차리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법한 상황이다. 나는 그때를 위한 예행연습을 한다는 생각도 했다. 직원들의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결국 내가 했을 때,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다음!”
나는 준비를 끝내는대로 바로 다음 사람을 입장시켰고 마찬가지로 초밥 빚어내듯이 탁탁쳐서 퇴장시켰다.
이러기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대부분 건장한 남성들이어서 몸에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차이는 있었다.
허도하가 말한, 제작진이 투입시킨 촬영진 멤버를 알아보는 방법.
그들의 강화된 반점은 일반 시민들처럼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세게 눌러도 소용이 없을 정도. 그래서 나는 연두를 불러 다른 곳의 붉은점을 제거하게 시킨 후에 조금은 느슨해진 붉은색점을 깨트리는 것으로 마사지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깐깐한 제작진은 마사지가 빨리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 후에도 몇 명의 제작진을 곧바로 찾아낸 나는 이전에 했던 방식대로 여유롭게 처리해나갔다.
아까부터 계속 초밥집 같은 느낌이 든다했지만, 정말 이렇게 요식업을 하면 대박이 날 정도다.
바쁜것도 바쁜건데 실속있게 처리를 하다보니 줄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음!”
여기는 나에게만큼은 지금 전쟁터다.
몸에서 땀이 뻘뻘 쏟아져 나오는데도 구소민의 아버지인 구병훤을 치료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입에서 달착지근한 맛이 흘렀다.
나는 확실히 이런 분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까지 활약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붙잡아야 한다. 이때만큼은 섹스보다도 일이 더 좋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서아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주, 주녀나!”
“응?”
“지, 지금 밖에 좀 급한 일이 생겼는데?”
변수였다.
그것도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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