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3화 〉 103화 (102/173)

〈 103화 〉 103화

* * *

“엄연히 작전이었다니까.”

“아, 아하하... 그래. 그래! 참내...”

“성욕을 억제하지 못했던 거겠지! 상대는 무려 영화배우 한소희니까!”

“그렇게 안 하면 한소희는 우리 편이 되지 않았을 거야.”

“섹스에 미친 여자구만.”

“너는 아니냐?”

“에혀. 에혀! 남자는 다 똑같아!”

“야, 야..! 아직 방송 안 끝났다.”

“그래서 뭐... 아직 우리 마이크도 안 찼잖아.”

다른 사람들의 마사지는 전부 끝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마이크를 차지 않고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반대쪽 방에는 신용섭과 그의 어시스트들이 대기를 하고 있을 거다.

아마 지금쯤 신용섭은 의기양양해 하고 있을 거다.

내가 첫 번째로 마사지를 했던 유석우를 자기 팀으로 확정시켰다고 생각했을테니 사실상 내 마사지 능력을 평가절하했을 것이니까.

그러나 멍청하게도 신용섭은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팠다.

솔직히 한소희를 따먹을 수 있었던 건 신용섭이 묻혀놓은 검은 기운이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그 기운을 빠르게 대처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그가 모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따 팀 선정할 때 그의 표정을 볼 수 있어야 할텐데.

나는 못해도 김정현과 한소희만큼은 우리 팀을 선택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김정현은 의리가 있고 정의로운 편이다. 그리고 비인간적인 걸 싫어하는 노력파 근육헬창이니만큼 자기 몸에 이상한 일을 만든 첫 번째 마사지사를 선택할 리가 없을 거다.

한소희는 자기 보지에 자지를 꽂은 남자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라도 날 선택할 거고.

“잠깐만.”

서아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갈 꺼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셀카봉이었다. 셀카봉에 휴대폰을 장착시킨 서아는 앵글을 돌려 우리 세 사람이 다 나오게끔 했다.

“뭐하는 거야? 지금 셀카 찍을 때야?”

“아니, 아니! 이거 셀카 아니야! 방송이야, 방송!”

“방송? 뭔 방송? 설마 인방인가 뭔가 하는 그거 말하는 거야?”

“푸흡! 응, 맞아! 나 이래봬도 사람들 꽤 들어와. 이거 봐봐. 금방 2천명 들어왔지? 아마 워킹맨 나오는거 알면 사람들 더 들어올걸? 대기실 찍는거니까 상관 없을 거야. 아까 PD님한테 허락도 받았어.”

“아, 그래...”

나는 서아를 따라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화면 옆에는 채팅창이 와르르 올라왔는데 워낙 순환이 빨라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녕! 안녕! 여러분! 오늘은 제가 워킹맨에 출연하게 됐어요! 대박이죠? 와아 진짜 너무 많으신분들이... 아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 너무 많이 들어왔다. 나 이제 곧 방송 꺼야되는데 어떡하지? 아, 요거요? 치파오요? 훗. 어때요, 예뻐요? 아, 이분은 요즘 핫하신 기적의 손 강준현 님인데 모르시나요? 어휴, 요즘 이분 모르면 간첩인데 바로 간첩신고각.”

“넌 이 채팅들이 다 보여?”

“응! 난 보이는데?”

“아이고... 대단하다, 야.”

“내가 좀! 히히...”

나는 서아가 방송을 하든말든 신경쓰지 않고 연두와 작전회의를 했다.

마사지 레이스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예측을 하고 그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할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사실 별 의미는 없다. 막상 레이스 내용이 정해지면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우릴 놀래킬게 분명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두면 비슷한 상황이 나왔을 때 대처하기가 수월해진다. 이런 방법도 사실 신이설이 내게 말해줬던 노하우였는데...

“후...”

“왜요, 오빠?”

“아니. 그냥 실장님 생각나서.”

“아...”

연두도 신이설 얘기만 나오면 숙연해졌다.

그녀도 잠시나마 신이설과 화해를 하면서 부쩍 친해진 터였다. 사실 제일 미안한건 신이설 다음으로 그녀였다. 연두에게도 좋은 친구가 필요할텐데 내가 그런 신이설을 내쫒은 것 같은 꼴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신이설이 내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지는 조건이지만 말이다.

이 얘기를 연두에게 해야할까?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저기... 연두야...”

“응?”

에라이, 어차피 연두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 보지를 쑤셨던 나다. 그것도 두 명이나! 아예 처음보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랬는데도 날 바라볼 때마다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빛인데 아무렴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그...”

말을 하려는데 대기실 문이 열리면서 허겁지겁 허도하가 들어왔다.

“저기요! 강준현 씨!”

“네?”

갑작스러운 방문에 대기실에 있는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서아도 얼른 방송종료를 선언하며 휴대폰을 감췄다. 마치 뭘 잘못한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그 장면을 포착하고 찌릿 눈치를 준 후에 다시 허도하를 바라봤다.

“그 한소희 씨 마사지할 때 카메라를 전부 가리셨어요! 어떡해요...”

“아...”

벌써 카메라에 대한 피드백이 올줄은 몰랐다.

그나마 서아가 개인방송을 켠 것 때문이 아니라 다행이긴 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저희가 방송이 처음이라서... 죄송합니다.”

“후... 아니에요. 근데 뭔가 때리는 것 같은 소리랑... 한소희 씨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서 어차피 다 편집될 판이었거든요...”

“그래요. 근데 무슨 일로 들어오신 거죠?”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능청스럽게 묻자 허도하는 움찔하며 몸을 뒤로 당겼다. 내가 이렇게 능청스럽게 대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차피 편집될거였다면서요. 그럼 방송 끝나고 얘기해도 됐을텐데요.”

“으, 그게... 저...”

“이번에 대기실에 불쑥 찾아오면 원하는 장면이라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거 아니에요?”

푸흡.

서아가 내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그 웃음이 불에 기름을 부었는지 허도하는 거의 울것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 나가볼게요.”

“아뇨. 여기 계세요. 어차피 저희 담당이시라면서요.”

“아, 아니... 여기서 할 일이 없는데.”

“같이 있음 혹시 알아요? 콩고물이라도 떨어질지.”

“아니, 무슨! 저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는데요?”

“아뇨. 우리요, 우리. 우리가 PD님한테 좋은 정보 들을 수 있을거라는 뜻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신 거예요?”

“...”

내가 허도하를 너무 몰아세우자 옆에서 연두가 내 어깨를 탁치며 나무랐다.

“오빠, 너무 뭐라고 하지마. PD님 당황하셨잖아.”

“당황하라고 한건데?”

“에이, 근데 엄청 귀여우시다. PD님 몇살이예요?”

“아, 저, 저는 스물여섯입니다...”

“오, PD 하시려면 경쟁 꽤 심했을텐데 어린 나이에 능력 있으시네요.”

“헷, 아닙니다...”

허도하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이 칭찬 한 번에 혓바닥까지 내밀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귀엽긴 귀엽네.’

살만 좀 빼면 확실히 예쁠 얼굴이다. 가슴도 D컵 이상인데 벗겨보면 더 클 것 같다. 물론 지방 덩어리라 왈칵 쏟아져 내리는 듯한 실루엣이겠지만.

연두는 한술 더 떠서 허도하에게 더 친근하게 물었다.

“피부 진짜 엄청 좋다. 만져봐도 돼요?”

“어, 얼굴이요?”

“좀 그런가?”

“아뇨! 만지셔도 돼요.”

“와, 진짜 말랑말랑해. 피부 관리 어떻게 하는 거예요?”

“따, 딱히 하는거 없는데... 흐앙...”

연두가 양볼을 잡고 쭉쭉 늘렸다가 탱탱거리며 놀자 허도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자 서아도 옆에서 동참했다.

“아, 뭐야! 진짜 귀엽잖아!”

“흐잉... 너무해요... 언제까지...”

“야, 야! 너네 왜 그렇게 장난쳐?”

“뭐? 오빠가 장난친건 생각 안하고...”

“저, 저기요..? 저, 절 두고 왜 그렇게 우우...”

“서아야. PD님 그만 놀리고 일루와.”

나는 서아를 내쪽으로 데려왔다. 명령복종 김서아는 그냥 내가 오라고 하면 오기 마련이다.

서아를 내 허벅지 쪽에 앉힌 다음에 머리를 쓰다듬다가 연두와 허도하가 쳐다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서아의 입술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러자 눈에 띄게 허도하가 움찔했다. 연두는 옆에서 싱긋 웃을 뿐이었다.

츄릅­ 츄릅­

소리가 방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찐득하게 키스를 하고 가슴도 주물주물거린 다음에 혀를 뗐다. 그리고 허도하 쪽을 바라봤다.

“이런 장면 원하고 들어온거 아니냐고요.”

허도하는 정곡을 찔렸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내 예상이 맞았다. 그녀의 이마에서 빛나고 있는 벚꽃 색상의 반점은 없어질 생각을 안 하고 있었으니까. 아주 귀여운 현상이다.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닐텐데 왜 혼자 설레는 거냔 말이다.

나는 여전히 서아의 젖가슴과 엉덩이를 골고루 주무르고 있었다.

허도하의 눈은 내 손길을 탐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순수하지만, 눈빛만큼은 어쩔 수 없다. 본능이란 건 그렇다. 우리가 야동을 볼 때 동공이 확장되듯이 허도하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동공을 확장시키는 거다.

“PD님도 마사지 한번 받아봐요.”

연두가 그녀를 욕망의 구렁텅이로 손짓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사지 한번 받아보는 것 뿐인데요, 뭘.”

“아... 음... 으응...”

허도하는 귀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육덕녀는 그렇게 내게 손길을 허락했다.

그러는 동안 밖에서는 팀선정 투표가 한창이었다.

“자! 이제 우리가 1번과 2번 중에 어떤 분을 선택할지 결정하면 되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이거 사전에 서로 얘기하면 안 되는 거죠?”

“네. 상의해서 들어가시면 안 돼고 누가 어떤 곳에 갈지 미리 알아서도 안 됩니다.”

“하... 이거 원.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은데 어쩔 수가 없네!”

“아, 솔직히...”

“아니! 정현이 너는 조용히 하고 있어.”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자, 자. 지금 PD님이 얘기하시잖아요. 투표 전에는 일절 얘기 하지말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엄청 재밌는 얘기를 하려던건데?”

“아, 됐고. 필요없으니까...”

“진짜 재밌는 얘긴데 나 안 한다?”

“하지마세요, 그럼.”

“푸하하하!”

“이 재밌는 얘기를... 쩝...”

“자,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투표 빨리 진행합시다. 저는 이미 마음 속으로 정해뒀어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투표.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나 역시 허도하를 다 벗길 생각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뒤로 가서 가볍게 가슴 주변을 어루만졌다.

허도하는 처음에는 움찔하며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내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연두와 서아 두 사람의 역할이 참 컸다.

여자 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으니 딱히 거리낌 없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풍만한 허도하의 가슴을 진득하게 만질 수 있었다.

“이건 마사지일 뿐이에요.”

옆에서는 연두가 속삭였고,

“하다보면 기분 좋아질 거예요.”

그 반대편에서는 서아가 속삭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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