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 99화 (98/173)

〈 99화 〉 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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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승을 죽이려 들어?’

녀석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쓰레기같은 놈이었다.

나이 많은 노인네 하나 죽이겠다고 건장한 남자를 보냈다. 그것도 흉기를 이용해서 잔인하게 살해하라고 명령했던 모양이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후...”

내 표정이 좋지 않자 옆에서 연두가 물었다.

“오빠... 신용섭이라는 무슨 사이에요? 그냥 알려진 그대로는 아닌거 같은데.”

“신용섭이랑 무슨 사이냐고? 아무 사이도 아니고 싶은 사이지...”

아직 연두가 알아서 좋을게 하나도 없다. 일이 수틀리면 내가 하려는 짓을 동조했다는 죄를 뒤집어 씌기만 할 뿐이다. 서아도 그렇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할 일을 알아선 안 된다.

“이길 거야. 마사지계의 거산이라고 불리는 신용섭이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이번 블라인드 미션으로요...”

“멤버들은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마사지사가 전문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래. 연예인이 들어와서 마사지를 하는건데 마사지 받는것만으로 그 연예인을 맞추는줄 아는 모양이야.”

그때 서아가 불쑥 말했다.

“아니면 멤버 중에 스파이가 있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게스트가 연예인이 아니라 멤버 중에 스파이가 하나 있어서 스파이가 멤버들을 마사지했다고 생각하는거.”

“흠, 그것도 일리가 있네. 서아 너 이 방송 자주 봤어?”

“완전 빠삭해. 진짜 애청자야.”

“그래서 그렇게 나오고 싶어했던 거구나.”

“에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너가 오라고 했잖아.”

이제 서아는 연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팔짱을 꼈다. 오히려 연두를 향해 혓바닥을 내밀기까지 했다.

유치하긴...

그래도 귀엽다.

“김정현보다도 우리 쭈니가 훨씬 멋있지.”

김정현은 체육돌이라고 불리는 아이돌이다. 최근 예능에 투입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나 cf 등에도 나올 정도의 훈훈한 외모. 그런데 그에 비해 짐승같은 몸매를 지니고 있기에 반전매력까지 갖고 있는 넘사벽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그런 김정현보다 내가 더 멋있다고? 서아가 말해서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연두도 딱히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저 보조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는 중이었다.

연두의 성격은 그렇다. 아무리 사적인 감정이 샘솟을지라도 업무를 할 때는 확실히 업무에 집중하는 편이다.

지금은 내가 가슴 마사지를 통해 가슴을 키워놓은 상태. 거기에 연예인들의 숨겨진 색깔 반점까지 볼 수 있으니 활용도면에서는 최상이다.

그렇다면 서아가 할 일은 간단했다.

“서아야, 지금부터 워킹맨 멤버들의 성격이나 주의해야할 점 같은 걸 말해줘봐. 게임 스타일도 어떤지.”

“응, 알았어. 일단...”

나는 8명의 워킹맨 멤버들에 관한 정보를 듣고나서 내 멤버가 좋겠는 멤버와 그렇지 않은 멤버들을 선별했다.

우선 국민 mc 유석우는 반드시 우리 팀으로 만들어야할 멤버 중에 하나. 그리고 김정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탁월한 운동신경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체육 관련 게임에서 우위를 보인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든든한 버팀목으로 한 명쯤 데리고 있으면 좋을 인재라는 거다.

그리고 드립이 우수하고 복종력이 뛰어난 강만우도 필요했다. 내가 고른 3명이 전부 남자들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내가 상대팀을 상대로 마사지를 해서 설득할 일이 생긴다면? 그렇다면 상대가 여자일 경우가 나에게는 훨씬 편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마지막 4번째 멤버로는 유소희. 현직 영화배우인 유소희는 8등신 모델비율에 얼굴천재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당연히 내 기준에서 가장 얼굴이 예쁜 한서연이나 연두조차도 발 끝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한다. 미국에서 발매하는 여성잡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3위에 랭크됐던 적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외모와는 정반대로 숏컷에 털털한 이미지로 여성들한테도 인기가 최고다. 아까 잠깐 봤는데 라이더자켓을 입고 바지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서 그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는데 언뜻 보기에도 센스가 넘쳐 보였다.

‘저런 이미지는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하는 스타일이지.’

이번에 게스트가 되어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하는 나로써는 최상의 선택지.

그런데 과연 이 넘사벽 4인방이 내 마사지에 이끌릴까? 제 아무리 기적의 손이 있다한들 그들을 정말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냔 말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예쁘고 아름다워도 결국 일반인이었다. 구소민이야 지금에와서 유럽쪽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나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게다가 그녀를 꼬실 때는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다.

‘잠깐만... 미래?’

그렇다. 미래다.

나는 한서연을 마루타 삼아 시험을 하는 동안, 오색찬란한 빛깔의 점을 생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냐면 그녀의 미래는 내가 이미 바꿔놨기 때문이다. 그녀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되도않는 남자와 떡을 치다가 그 정원사같은 늙다리 남자에게 걸려서 이혼소송 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나를 만난 이후로는 그럴 위험이 없어졌다. 심지어 그녀의 사타구니 쪽에 있던 오색찬란한 반점도 사라진지 오래다.

연예인들은 어떨까.

한치 앞도 모르는 방송계 생활에서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값비싼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굿을 보러 다니고 점을 치러 다니는 경우가 많은 거다.

하물며 유석우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전부 솔로. 결혼 적령기인 강만우와 유소희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결혼 사주도 궁금할 터였다.

그렇다면 유석우와 김정현은 피지컬 싸움으로 가고, 나머지 강만우와 유소희는 사주털이로 가야겠다.

작전이 세워지자 더할 나위 없이 몸이 차분해졌다.

‘그러고보니 아까까지는 꽤 긴장했나보네. 좀 차분해지니까 알겠어.’

그리고 시간이 되자 허도하가 또 쪼르르 우리쪽으로 달려와 준비가 됐노라고 말했다.

“가자.”

나는 두 여자를 양쪽에 두고 나가서 허도하의 뒤를 따랐다. 양옆의 두 여자도 결연한 표정이었다. 어떻게든 내게 도움이 되려는 목적의식이 확실했다.

마사지실은 붉은색 커튼으로 쳐져있었다. 연예인들이 들어있다보니 확실한 통제를 하기 위해 완전히 가려둔 상태. 나는 서아와 연두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뒤따라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옆쪽에서 누군가 인기척을 보여서 고개를 돌렸더니 신이설이 서 있었다.

“엇? 시, 실장님...”

“실장이라고 부르지마요. 나 이제 엄연히 용천궁 직원이니까.”

“왜 그러는 거예요? 그러지말고 나한테 제대로 된 얘기를...”

내가 애원하듯 말하자 신이설은 내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리면서 말했다.

“갈게요.”

“..?”

이렇게 쉽게 온다고 말한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신이설이 뱉은 말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대신에 이번 경연에서 져줘요.”

“그, 그건...”

“난 가볼게요. 신용섭이 의심할 거예요.”

신이설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가버렸다.

‘대체... 이게 뭔...’

어안이 벙벙해서 잠시 앞에서 서 있었다. 올테니까 져달라고? 이게 지금 말이야, 방구야?

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안쪽에서 연두가 날 부르길래 안으로 들어갔다.

배드에는 국민 MC 유석우가 누워있었다.

평소 근면성실의 아이콘으로 국민들에게 신뢰감 100% 호감도 100%인 유석우는 올해 50세가 된 유부남이다.

서아피셜. 유석우는 평소에 마사지를 받는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발이나 손을 주물러주면 좋아한다. 그리고 평소에 목을 많이 쓰기 때문에 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프로패셔널한 마인드 때문에 하루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시키는걸 목적으로 삼는다.

건강 관련해서는 일가견이 있다는 얘기다.

국민 MC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컨디션 관리를 해왔겠는가.

나는 사실 조금 긴장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하자 배드 위에 코를 박고 있는 유석우가 대답 대신 손을 들었다.

듣자하니 멤버들이 말을 못하게 지시를 해놓은 모양이다. 내 목소리도 변조가 된 상태이니 배드에 얼굴을 박고있는 사람들은 답답해 죽을 지경일 것이다.

우선 그 답답함을 풀어줄만한 환기가 필요했다.

“마사지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바로 기적의 손을 이용, 유석우의 몸에 붉은색점을 만들어 살살 풀어주기 시작했다.

건강관련해서는 붉은색점만한 게 없다. 느슨하게 풀리는 근육과 이전에 있던 근육통이 말끔하게 사라지면서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 긴장감이 해소됐다.

나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연두에게 조용히 읍침했다.

“보이지? 붉은점.”

내가 속삭이듯 말하자 연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리 부분을 맡고 연두가 목쪽으로 올라가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저희 시그니처 기술인 포핸드 마사지입니다.”

위아래로 붉은색점이 풀려나가기 시작하자 유석우는 배드 밑으로 신음을 흘렸다.

“끄으허어...”

확실히 효과가 있자 연두도 놀라했다. 사실 별 다를게 없는 마사지였던 거다. 압력도 그렇게 세지 않았는데 효과가 대단한 거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을 마사지하면서 인간이 가장 민감해하는 곳 몇 부분을 파악해놨다. 간지럼도 탈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그 부분들은 붉은색점이 생기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다.

붉은색점은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부분에서 근육의 수축이 강렬하게 생기면 발생한다.

그러니 손이 잘 안닿는 곳이나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에는 생기지 않게 마련인데 이걸 내 기적의 손이 해낸거다.

목 부분을 연두의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손이 잘 풀어주고 원래 좋아하는 발 마사지를 꾹꾹 눌러서 강도 높은 압력으로 해주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

명색이 국민 MC인데 이 정도로 날 선택한다고 확신할 수 없는 거다.

나는 왼손의 황금빛 반점을 유석우의 등 한가운데에 올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유석우의 미래를 보겠노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유석우의 등짝에 보란 듯이 색깔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상하좌우에 숨어있는 미세한 색깔 반점들이 저 안에 있는 혼을 빼서 모으는 듯. 오색의 찬란한 빛깔이 마침내 내 손바닥 아래 모여서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부분을 보며 연두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인계한 능력으로는 이 점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분명 봤다면 어떠한 반응이라도 했을 테니까.

‘그럼... 국민 MC의 미래를 한 번 볼까?’

나는 유석우의 등 위에 손을 바꿔 올렸다. 그리고 접시에 묻은 떼를 닦아내듯 스윽­ 손으로 반점을 훔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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