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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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영의 애널을 개방한 후 이틀이 지났다. 나는 그 쫀쫀한 맛을 잊지 못하고 그 사이에 박유영의 집에 불쑥 찾아가서 붙어 먹었다.
그때 나는 박유영이 걱정스러운 소리를 하는 걸 들었다.
아무래도 매니저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취한 대처는 다름 아닌 구소민이었다.
구소민은 내게 진 빚이 많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미래는 나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이야 더 이상의 미래를 확인하는건 불가능했는데 오히려 미래를 확인하지 못하는게 좋은 소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원래라면 죽음에 가까웠던 구소민의 인생은 임태훈과 헤어지면서 탄탄대로였다. 한서연의 말마따나 하루를 바꾸는 마사지가 아니라 일년, 아니 향후 20년을 바꾸는 마사지사가 된 거다.
해외에 있는 구소민은 스카이프를 통해 나와 화상 채팅을 하곤 했는데 그때 박유영에 대한 얘기를 꺼냈던 거다.
구소민과 박유영은 둘 다 모델이긴 해도 엄연히 직종이 달랐다. 그러나 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영 씨요? 나 유영 씨 본적 있잖아요.”
“아, 그때 동창회 때 봤구나.”
“응응. 유영 씨 엄청 귀엽죠. 근데 왜요?”
구소민은 행여나 내가 박유영과 사귀는 건 아닐까 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빨리 일 얘기를 꺼냈다.
요는 간단했다. 박유영이 모델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괜찮은 매니지먼트가 없다는 얘기였다. 혹시 구소민에게 연줄이 있다면 소개를 시켜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녀가 맨즈케어에도 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구소민은 흔쾌히 수락했다.
“좋아요. 내가 한 번 알아볼게요.”
그녀는 이제 내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었다. 되든 안 되든 소매 걷어붙이고 할 수 있는데까지 하겠다는데 이렇게 듬직할 수가 없다.
“오케이.”
“근데 박유영 씨 영어는 할줄 알아요?”
“영어? 영어는 왜?”
“해외에서 일할 수 있을지 확인해볼게요. 아니면 해외 계열사 쪽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한국에 입점해 있으면 그쪽 엠버서더로 일할 수도 있고요. 가능하면 영어가 되는 쪽이 좋아요.”
정확히는 몰라도 무슨 뜻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해외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줄 수도 있고 국내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 지금 구소민이 해외에 있어서 그녀와 섹스를 못하는게 못내 아쉬운 상황인데 여기서 초귀염둥이 박유영마저 잃으라고? 박유영 못 잃지.
“그나마 국내 입점 브랜드 엠버서더가 낫겠는데. 해외에는 안 나가는게 좋겠어. 나랑 계약도 되어 있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 샵이랑 콜라보할 일도 있고 해서.”
“엥? 아... 광고할 때 박유영 씨 고용하시게요?”
“응... 아무래도 피팅 모델이니까. 어울리지 않을까 해서.”
고용주 최원재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일단 질러놓고 봤다. 뭐, 어쩌겠어. 내가 하자면 하는거지.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알아볼게요.”
“좋아. 기다릴게.”
나는 구소민과 화상 채팅을 마치고 박유영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더니 박유영은 너무 기뻐하며 당장에라도 날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안 돼요. 나 오늘 할 일이 있어.”
후유유... 뭔데용...
“오늘 부동산 가기로 했어요.”
아, 맞다. 집 알아본다고 했죠? 샵 주변으로 알아보려고요?”
“멀어도 상관은 없고.”
나랑은 멀어지지 마요.
사이가 가까워지고선 부쩍 끈적이는 농도 던지는 박유영이다. 요새는 이연두보다도 부쩍 더 가까워져서 한층 살가워졌다. 확실히 떡정은 무시 못한다.
이연두는 자주자주 보는데도 섹스를 드문드문하게 되는데 박유영은 틈날 때마다 만나는 느낌이다.
그러면 이연두보다 박유영이 상위 호환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박유영은 모델로서 완성형 몸매를 갖고 있지만, 이연두는 계속 가슴을 주무르면서 조금씩 키워 나가고 있는 상태다.
키가 큰 이연두가 가슴 크기까지 커지면 정말이지 넘사벽의 아우라를 느낄 터였다.
그런데 요즘 원픽이 박유영일 뿐인 거다. 2차선 도로를 개방한 이후에는 그 맛에 중독되어 버린 탓이 크다. 덕분에 박유영은 모델로써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도 하다. 2차선 도로에 정액을 주유해줄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피부가 좋아지는 것도 한 몫했다. 예전보다 더 뽀샤시하다고 해야 할까. 아기처럼 촉촉한 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박유영을 좋아라 할 수밖에.
힝... 주년쌤은 나랑 하고 싶지 않나봐요...
“어? 아니에요... 내가 유영 씨 얼마나 아끼는지 알잖아요. 지난번에도 집에 찾아갔는데.”
흐융... 알고 있어요. 근데 내가 요즘 좀 이상해요. 맨날맨날 꿈에도 나오고 계속 하고 싶고 그래요. 하루 날 잡고 계속 넣어두고 싶다니까요.
하아... 이건 뭐 폰섹스도 아니고 전화통화만으로 흥분해버렸다.
그래도 안 된다. 왜냐하면...
덜컥
차문이 열리고 나는 재빨리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아직 통화 안 끝났어요?”
진아영은 차 안쪽으로 고개를 밀어넣으면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진아영은 씩 웃으며 다시 차문을 닫았다.
“내가 조금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힝... 알았어요. 집 잘 봐요. 사기 당하지 말고.
“하하. 부동산 쪽 잘 알고 있는 분이 있어서 괜찮아요.”
응응. 그럼 다행이구. 알아써요... 그럼...
통화가 끝나고 조금 후에 박유영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랫도리가 흠뻑 젖은 사진을 보내줬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은 손가락을 똥꼬와 보지에 동시에 넣은 사진.
‘캬... 엄청 과감해졌네.’
귀엽기만한줄 알았던 박유영은 점점 진화하고 있었다. 심지어 배경이 스튜디오인데 몰래몰래 야한 사진을 찍는 것도 참 대단하다.
그 매니저라는 새끼는 아마 찍소리도 못하고 있을 거다. 뒤에서 박유영이 몰래 야한 사진을 찍어 내게 전송하는걸 알면 아마 배앓이 꼴릴 것이다.
나는 진아영과 함께 부동산 중개인들과 얘기를 하며 집을 알아봤다.
진아영도 내가 갖고 있는 돈을 확인하곤 전세 대출을 받는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대출을 받았을 때, 이자금이 빠져나가는 건 또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다름아닌 한서연이었다. 한서연에게 차도 받았는데 돈도 빌려줄까? 다소 양심이 없는 짓이긴 했지만 물어는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바로 연락을 취했다.
우리 집에서 살지, 왜.
“예..?”
장난이야. 뭐, 얼만데? 내가 해줄게.
진심 그녀의 쿨함에는 감탄만 나왔다.
“괜찮은 집이 하나 있어서요. 꾸미는 맛도 있고 예쁜거 같아서.”
침대는 킹사이즈 침대로 해. 이불은 내가 고를게.
그게 다였다. 한서연은 더 질문하지 않았다. 내가 6천만원 정도만 빌려달라고 하자 뭘 빌려주냐면서 부동산으로 찾아와 결제를 진행해줬다.
새 집 계약을 끝내고 가구나 물품들은 전부 새 걸로 구매했다. 자취방에서 쓰던 물건들은 굳이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이삿짐이라는 게 없었다. 이전에 샀던 옷가지 몇 개가 다였다.
선물이 많았다. 여자들은 가구며 생필품들을 미친 듯이 선물해줬다. 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이사 온 집에 어느 정도 구색이 맞춰졌다.
이사 온 집은 방이 하나 딸린 오피스텔이었다. 이번에 재개발한 신식 건물이었는데 한층에 20개 가구가 살고 있고 높이는 10층짜리였다.
새로운 입주민들이 입주 중이어서 날마다 주차장 쪽에 이삿짐차가 눈에 띄였다.
요 며칠 간 나는 새 집 냄새를 맡으며 쾌적한 섹스를 즐길 수 있었다.
집에 초대받은 사람은 박유영, 한서연, 이연두, 진아영, 서아 정도였다. 구소민은 아직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거의 매일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즐겼다. 그래도 일주일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
월요일에는 박유영, 화요일에는 한서연, 수요일에는 이연두, 목요일에는 서아. 진아영은 가끔 밖에서 짧게 만나거나 카섹스 혹은 그녀의 술집에서 쓰리썸을 하는 정도였다.
그간 내 고추는 2cm 정도 더 길어졌다. 두께나 강직도는 당연히 그에 따라 더 성장했고.
수입은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VIP 고객들은 이제 줄을 서야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름 바쁜 근무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여지없이 섹스를 했고 여자들은 대부분 아침식사를 차려놓고 출근했다.
누가 보더라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시작한 나.
그러나 여전히 허전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신이설이었다.
뚜뚜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한달 정도가 지나는 동안 아무 말도 없을까. 심지어 일하던 직장까지 포기하면서 말이다.
내가 신이설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우리 미래의 스타! 강준현 테피님! 기억하시나요? 저 맨즈케어 담당자입니다.
“아...”
이정필... 그때 전화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았던 거다.
“무슨 일이시죠?”
하하... 뭐 제가 무슨 일이 있어야만 테피님한테 전화를 하겠습니까? 안부 전화를 드린 겁니다. 헤헤... 잘 지내고 계시나요?
“됐고. 용건만 말하세요. 용건 있으시잖아요.”
아이구... 역시 테피님 눈치 빠른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씨부럴. 그냥 욕 박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다.
근데 이정필의 다음 말을 듣고 나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일정이 잡혔습니다. 공중파 예능 섭외입니다. 연예인들 상대로 마사지를 하는 경연대회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거 같아요.
공중파 예능 방송이라고?
어떤 방송인지는 모르지만,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면 대박이다. 무조건 이슈를 탈 수밖에 없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이정필의 말을 계속 들었다.
좀 구미가 당기시나요? 헤헤...
아오... 진짜. 눈 앞에 있었다면 그 놈의 주둥이를 확 잡아버렸을 테다.
혹시 워킹맨이라는 방송을 아시나요?
워킹맨이라면 국민 MC 유석우가 출연하는 대한민국 간판 예능이 아니던가.
“네, 알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인데 출연 가능하실까요? 헤헤... 이거 엄청난 기회거든요. 물론 저희 멘즈케어의 후원을 받으시니 저희 협찬 상품들을 이용해주셔야 하고요!
대답하기도 전에 조건 얘기부터 하는 걸 보니 참 이정필다웠다.
“네, 좋습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대한민국 간판 예능 워킹맨에 얼굴이 나오기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아예 마사지를 컨셉으로 잡아서 프로그램 한편이 진행된다는 건 더 대단한 일이었다.
국민 MC 유석우와 얼마 전에 대상을 탄 김정현과 막강한 출연진들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역시 수락하실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미리 다 섭외를 해놨고 협찬 지원도 미리 다 받아놨습니다. 아무래도 지원이 많아야 저희쪽에서도 손을 써드릴 수 있으니까요.
응? 섭외? 다른 건 다 알겠는데 섭외라는 단어를 얼버무리는 걸 보니 뭔가 있었다.
“잠깐만요, 섭외라고요? 나 말고 또 다른 게스트를 섭외했다는 뜻인가요?”
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이건 마사지 경연이거든요...
“... 말씀 안 했습니다!”
뭐, 달라질 건 없으세요.
문득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왜 얼버무리려고 할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보였다.
“장소는 어딥니까?”
... 으음... 용천궁입니다.
용천궁!
“이런 미친..!”
네... 맞습니다... 신용섭 씨 사업장입니다.
마침내 올 것이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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