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 75화 (74/173)

〈 75화 〉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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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나가서 얘기하세요. 나는 신용섭의 발가락 떼만도 못한 존재라고.”

“알겠습니다.”

참 재수없는 제안이었지만, 내가 저질러놓은 일이니 할말은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치명적인 제안도 아니었다. 인터뷰의 내용은 언제든지 각색될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쉬엄쉬엄할 수는 없다.

나는 여기서 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프로와 비견했을 때, 나의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만약 내 손이 ‘기적의 손’이 맞다면... 신용섭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먼저 한서연, 신이설 두 여자가 각각 위층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다시금 카운터를 맡게 된 최원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 신용섭이 오는 바람에 퇴근도 못하고 이게 무슨 꼴인가. 게다가 신용섭이 깽판이라도 쳐버리면 샵 매출에 큰 지장이 생길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젠장, 이슈는 될 수 있겠지.”

아무도 들리지 못하게 소곤거리는 듯했으나 나는 다 들었다. 이슈는 될 수 있겠지만, 리스크가 크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신용섭보다 낫다고 생각하거나 호기심 때문에 VIP 등록을 했던 고객들이 환불 요청을 할 수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최원재의 경우에는 어부지리 격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돈 물어다주는 개라도 된 것처럼 내가 계약을 따오면 돈을 가져간다.

나는 그런 최원재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하나의 샵을 차려서 운영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 까딱 안 하고 돈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일 테니까.

“긴장되요?”

신용섭은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 내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싱긋 웃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 게임을 질 자신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길고 짧은건 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오늘 한서연 씨 계약건이 상당히 큰 건 같은데 자칫 미끄러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나 원망하지 마요.”

한서연은 초대형 VIP가 될 고객이다. 계약을 하면 적어도 2천만원 이상. 많게는 얼마나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원망할 일이 생길 리는 없을 겁니다.”

“응? 흐흐... 말은 기똥차게 잘 하네. 이제 좀 긴장이 풀렸나봐요?”

“여기는 제 홈그라운드입니다.”

나는 여기서부터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강한 사람일수록 위축되 보이면 안 된다. 아까까지는 정신이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역시나. 내 말에 신용섭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여유롭게 턱을 쓸던 손이 주춤했다. 하지만 이내 씨익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다.

“재밌네.”

과연 저 표정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자.

“이제 들어갈까요?”

“그러죠. 둘 중에 어떤 방에 누가 들어갔는지는 모르는 거예요. 들어가서 자기 정체를 알려주는 것도 반칙이고요. 자, 이거.”

신용섭은 미리 준비해뒀던 마스크와 모자를 내게 건넸다.

확실히 이렇게 쓰고 들어가면 VIP룸의 조명이 어둡기 때문에 정면으로 보더라도 못 알아볼 수 있겠다.

“30분 모래시계를 준비해뒀으니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나갈 준비를 하고 복도로 나오신 후에 교대를 하면 되요.”

나는 그가 준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면서 대꾸했다.

“이런 식의 경쟁을 많이 해보셨나봐요.”

“이 바닥에 오래 있으면 별의별 일을 겪게 되죠. 준현 씨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신용섭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의 말끝에는 이 바닥에서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나 하나 뿐이겠냐는 말을 함축하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에서 돈 많이 버는 방법 중 하나가 인플루언서가 되는 거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특정 인물들에게만 해당하는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지만.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위층에 올라간 나와 신용섭은 각자 고른 방 앞에서 섰다. 나는 왼쪽 방을 선택했고 신용섭은 오른쪽 방을 선택했다. 두 방에 어떤 여자가 들어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안에 있는 두 여자는 우리 둘 중에 누가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다.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두운 조명은 오늘따라 한층 더 어두웠다. 신용섭이 요청한대로 조명의 밀도를 전보다 훨씬 줄여놨던 거다.

그런데도 배드에 누워있는 여자의 야릇한 맵시가 느껴졌다. 유려한 굴곡과 부드러워 보이는 보들보들한 피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머리는 알아볼 수 없게 뒤로 땋았는데 하필이면 두 여자의 머리길이가 비슷해서 또한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단숨에 이 여자가 한서연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한 번 경험해본적이 있는 몸매니까.

그런데 왜 팬티도 안 입은 주제에 엉덩이 위에 작은 수건 하나 걸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어둡다한들 엉덩이가 이렇게 업되어 있으면 모를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나는 손에 오일을 잔뜩 바르고 엉덩이쪽부터 바로 들어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벛꽃 모양의 분홍색 반점들이 엉덩이 곳곳에 잔뜩 피어있었기 때문이다.

스르륵­

걸쭉한 오일이 뿌려지자 여리여리한 여체가 잠시 붕 떴다. 토실한 엉덩이가 자글자글하게 출렁거리며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과감한 손길을 들어갔어도 누워있는 여자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왜? 기분이 좋으니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분홍색 점들이 빵빵 터지면서 조금씩 자리를 옮겨 번식하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 부분이 사타구니쪽인데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하지만 나는 곧바로 사타구니 쪽에 손을 찔러넣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아까도 느꼈지만, 지금은 내가 마사지사로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였다. 단순히 성적 만족감만을 주는 마사지사로 남고 싶지는 않다. 또한 누워있는 사람이 내가 신용섭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신용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리를 벌린다면 그건 생각보다 골치 아픈 일이니까. 내 소유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내 구멍을 뺏긴다는 건 좆같은 일일 거다.

처음에는 임펙트를 주기 위해서 분홍색 점을 쫒았지만, 이제부터는 붉은색 점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허벅지 측면부위라던지 종아리 부분은 구두를 신는 여성들이 붉은점을 가득 품고 있는 스팟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정말 많은 붉은점들이 덕지덕지 묻어서 나는 이 붉은점을 없애기 위해 여러번 새끈한 다리를 훑어내려야만 했다.

내가 다리를 훑어내릴 때마다 문득문득 보이는 어두운 골짜기 때문에 침을 꼴깍 삼켰다.

한층 어두워진 조명 때문에 속이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똥꼬의 실루엣은 보였던 거다.

똥꼬는 참 애매한 구멍이다. 야동을 보더라도 똥꼬는 모자이크처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똥꼬가 섹슈얼한 스팟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남사스러운 구멍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쪽이 보여지게 되면 당연히 자기 것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또한 엉덩이를 오일로 적셔놨기 때문에 흐르는 오일이 똥꼬 부분을 잔뜩 적셔놨을 것이고.

아, 생각만 해도 야릇하다. 나한테 제2의 성기를 드러내고 섹시한 다리를 고스란히 내어준 여자의 뒤태라니.

‘아니지. 아니지! 정신차리자. 강준현. 이러다 내기에서 진다.’

집중해야 했다. 종아리쪽에 내려간 나는 살짝 딱딱해진 붉은점을 찾아내서 열심히 그 점을 제거해냈다.

많은 마사지사들은 그럴 거다. 아무리 뭉쳐있는 근육을 풀수 있다한들 얼마나 주물러야 풀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가능하다! 어느정도 문질렀을 때, 점이 사라지면 그만인 거다.

그러면 고객 입장에서는 내가 기가막힌 타이밍에 마사지를 끊었다고 생각할 거고, 그 시간에 다른 부위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니 내가 실력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발목 부위의 딱딱했던 붉은점을 제거하자 이번에는 그 밑에 숨어있던 푸른색 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잭팟!’

뭔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되면 좋고 아니면 말라는 식으로 누워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혹시 최근에 발목을 접지른 적이 있나요?”

흠칫. 배드 위에 엎어진 여자가 놀랐다.

마스크를 쓴 채로 말했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을 거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렇구나. 역시... 발목 쪽에 있는 푸른색 점은 발목 쪽에 기능상실을 나타낼 테니 십중팔구 발목을 접질렀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열심히 푸른색 점을 지웠다. 이러면 일어났을 때, 전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나 역시 이 여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배드 밑에서 말을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몸매만 놓고보면 한서연이 맞는거 같은데... 반응 보니까 신이설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더 헷갈렸던 건, 일전에 한서연의 몸을 마사지했을 때는 이런 다채로운 점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등짝, 등짝을 보자.’

나는 위쪽으로 올라가 등을 봤다.

잘록한 허리부터 시작해서 살짝 옆으로 삐져나온 젖가슴의 실루엣까지. 몸매가 정말 끝내주게 좋았다. 그 위를 오일로 적셔놓고 살살 펴발랐다. 피부도 만점짜리 피부. 만질때마다 야들야들한데다가 활어처럼 부스럭거리며 움직인다.

‘어... 어...’

내가 등골을 따라 손을 쑥 내리자 여자의 상체가 살짝 떨어지면서 유두 부분이 덜렁거렸다.

옆에서 살짝 몸을 숙이고 있었기에 볼 수 있었던 실루엣이었다. 어두워서 표피의 색감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으나 안 봐도 밝은 색상을 띠고 있을 것만 같은 예쁘장한 유두였다.

급하게 털썩 내려가는 여자의 상체. 나는 조금씩 입술이 마르고 있는게 느껴졌다.

‘잠깐 있어봐. 입술에 침 좀 바르고.’

후...

나는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유두도 봤고, 똥꼬도 봤다.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 다 보여주는 구나.

마음의 안식. 마음의 안식.

대한민국 만만세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마사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하읏♡”

옆방에서 야릇한 소리가 벽을 뚫고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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