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67화
피부에 묻은 반점 따위가 아니었다.
다리 전체가 하나의 딱딱한 푸른점이나 다름 없었다.
있는 힘껏 눌러봤는데 아주 조금의 미동은 있어도 전체적인 윤곽을 생각했을 때는 티끌 정도되는 영향력이었다.
구소민이 구병훤과 얘기를 주고 받고 이내 집으로 돌아갔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마사지를 시작한지 4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여분의 옷을 가져오길 잘했다.
간호사가 호실에 들어와서 식사를 준비해주거나 병원 물품을 갈아줄 때는 잠깐 쉴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온 힘을 다해서 구병훤의 다리를 마사지했다.
그렇게 해가 질때까지마사지를 한 결과, 구병훤의 발쪽에 있는 딱딱한 푸른점을 한풀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이런 미친.’
한풀 벗겨냈다.
한풀 벗겨냈다! 시발! 푸른점이 겹쳐 있었던 거다.
기능이 저하됐다는 걸 의미하는 푸른점이 팬케이크 마냥 차곡차곡 쌓여서 진한 색상을 띄게 만들었던 거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푸른점을 제거한 대가로 구병훤의 몸이 심각할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던 거다.
“으음... 뭔가... 이상한데...”
구병훤의 입장에서는 이상할만 했다. 분명 몸은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은데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닐테니까.
근데 문제는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담당 간호사에게 곧 바로 신호가 갈 터.
나는 재빨리 젖은 수건으로 구병훤의 몸 이곳저곳을 툭툭 문질러서 온도를 낮춰야 했다.
아니, 그걸로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냉동실에 있는 얼음을 꺼내 비닐봉지에 넣은 후에 그걸로 마구 문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도 구병훤은 차갑다는 감촉을 느끼지 못했다.
다행히 이렇게 하면서 시간이 흐르자 차츰 온도가 떨어졌다. 간호사에게 호출은가지 않은 모양이다.
“하...”
미친짓이라고 할 법했다.
‘대체 이 짓을 얼마나 해야 낫는 걸까?’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욕설이 나옴과 동시에 눈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침샘이 마르지 않는 걸로 봐서는 나는 이 마사지에 열의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즐기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의사가 생각했을 때, 그의 증상은 다중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복잡한 병일 것이다. 고칠 수 있었다면 이미 고쳤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짓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하반신 마비에 걸린 사람을 고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있었다.
막다른 길일 수도 있는 길을 지나는 것과 앞에서 빛줄기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길을 지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구소민의 닭똥같은 눈물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마사지를 재개했다.
심지어 구병훤이 누워서 잠을 자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마사지를 했다.
잠도 오지 않았다.
몸에서 땀이 너무 많이 흘러 옷 하나가 흠뻑 젖는데도 마사지를 멈추지 않았다.
*
구소민은 최근 몇 년 간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원래 무교였던 그녀는 구병훤이 병원에 입원하고부터 꾸준히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가장 조용한 새벽 시간에 교회에 나가서 기도하는 것을 일과 중의 하나로 여겼다.
“오늘도 오셨네요.”
함께 다니는 자매님은 나이가 구병훤과 비슷한 정도였다. 그녀는 구소민이 무엇 때문에 기도회장을 찾아오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님은 요새 어떠세요?”
“여전하세요.”
“오늘 내가 뭔가 착각하는 건가? 표정이 전이랑 좀 다른데.”
“네? 제가요?”
“응. 난 보자마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는줄 알았어.”
구소민은 자매님에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거울을 봤다.
확실히 전보다 표정이 좋아보였다. 어두웠던 눈가에도 어느덧 밝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준현을 믿고 있는 게 아닐까.
그녀는 고즈넉한 회장의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이번 주말에 들었던 기도 내용은 사도 베드로가 앉은뱅이를 불쌍히 여겨 자리에서 일으키는 구절이었다.
‘하나님, 부탁드립니다. 제 아버지를불쌍히 여기셔서 꼭 자리에서 일어나게 도와주세요.’
성경에서 앉은뱅이를 일으킨 사도는 베드로와 바울이었다.
기독교에서는 그런 능력을 두고 ‘은사’라고 부른다. 신이 특별한 사람들에게 내려주는 능력.
구소민은 준현이 자신의 현상황을 훤히 꿰고 있는 걸 듣곤 그를 은사를 받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믿는 신이 그녀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준현은 분명 신이 보내준 사람이리라.
또한 특별한 사람을 보내셔서 어려움을 물리치고 악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리라.
구소민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잘못했던 일을 떠올렸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고 산다. 회개를 하는 것과 그냥 넘어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구소민은 임태훈을 떠올리며 그가 저지른 잘못된 일을 마치 자신이 벌인 일처럼 죄책감을 느꼈다.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그녀는 낮에 흘렸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그렇게 3일인가 흘렀다.
나는 하루 정도는 집에 들려야 했다. 이제 갖고 온 여벌 옷들이 전부 젖어서 너무 찝찝했던 거다.
‘설마 고작 하루 마사지를 안 했다고 없애놓은 점층이 다시 생기지는 않겠지.’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3일을 연달아 푸른점을 없애고 얼음찜질을 하는 걸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덕분에 4겹으로 되어있는 푸른 점층의 2겹째를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절반 정도 한 거다.
집에 돌아가서 샤워를 하는동안 내가 여태껏살면서 이렇게까지 어떤 일에 몰두했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는데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물론 섹스할 때를 제외하면. 그때만큼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으니까.
그렇게 씻은 후에 나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잠시 샵에 들리자 최원재를 비롯한 직원 일동이 날 반겨줬다.
“오랜만에 왔네요, 준현쌤. 보고싶었어요.”
“뭐, 도망간줄 알았는데 왔네요. 이따 커피한잔 하던가 말던가...”
“우리 에이스! 그동안 못 봐서 걱정이 많았잖아~ 그래, 구소민 씨 쪽 계약은 어떻게 되가고 있는 거야?”
“아직입니다... 이번 건은 생각보다 너무 큰 건이어서요.”
사실 샵 입장에서는 결과가 이렇다할 정도로 좋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구병훤은 임태훈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야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나는 최원재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잘 구슬려야만 했다.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묘한 믿음도 있었다.
구병훤을 도우면 그에 따른 답례가 따라올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 이 확신의 정체는 그저 직감일 뿐이었다.
그렇게 최원재를 설득하고 며칠동안 양해를 구했던 VIP 고객 관리를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미경이었다.
이미경은 나를 보자마자 내 팔뚝을 어루만지면서 미안해했다.
“미안해요. 나는 서연이 걔가 꼭 할 것처럼 소개해달라고 그래서.”
“괜찮습니다.그리고 아직 확답을 받은 건 아니에요.”
“응? 무슨 말이죠?”
“조만간 저한테 다시 연락이 올 수 있다는 얘기죠. 한서연 씨한테는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오오... 뭔지는 몰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네요? 내 체면도 있고하니까 서연이가 제발 등록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걔 돈도 무지하게 많을텐데, 왜 그랬지?”
이미경은궁시렁대면서 옷을 벗고 배드에 엎드렸다.
“오늘도 목 주름 케어 부탁드려요♡”
“물론이죠. 오늘도 놀러 가세요?”
“아는 동생이 펜션 잡아놨다는데 이십대 남자애들이 대여섯 쯤 온다더라고요. 그러니까 잘 좀 부탁해요.”
이게 유부녀가 할 말이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미경을 케어했다.
이미경이 끝난 다음 스케줄은 박유영이었다. 박유영은 샤워를 끝내고 벌거벗은 채로 나왔고 그대로 우리는 강렬한 키스 후에 섹스에 돌입했다.
박유영에게 섹스만큼 확실한 관리는 없었다. 여전히 여성기 쪽에 푸른빛깔이 감도는데 이 정도는 애무할 것도 없이 바로 박아서 풀어줄 수 있다.
구병훤의 푸른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 아니, 떡 치기다.
실제로나는 누워서 기승위 자세로 박유영을 마음껏 따먹었다.
VIP실에 팡팡거리는 소리가 가득 울렸고, 나는 오랜만의 섹스를 만끽했다.
하... 시발, 그 동안 얼마나 이게 고팠는지 아는가. 중년 남성의 다리를 주무르면서 얄상한 여자 다리가 얼마나 만지고 싶었던지.
“주, 준현쌤... 오늘따라... 더, 더... 강렬해진 거 같아요! 흐읏..! 흐큭..!”
생각해보니 박유영도 덩달아 오랜만에 섹스를 하는 것일 테다. 내가 아니면 성감을 느낄 수도 없으니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지는 않았을 테고.
오랜만의 섹스라 그런지 아래서 뜨끈한 물이 줄줄 샜다. 쿠퍼액과 애액이 서로 합쳐져서 찐득하고 야릇한물체를 만들었다. 박유영의 허벅지 안쪽살은 그 액체 때문에 어느새 반들반들해졌다.
나는 그 세끈한 사타구니에 내 것을 꽂아대면서 아래서부터 차오르는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안에다 정액을 잔뜩 토정해놨다.
한참을 몸을 부둥켜 안은 채로 키스를 하고 있다가 문득 질내사정에 대한 압박이 떠올라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유영 씨, 미안한데 안에다 쌌는데...”
“하앙... 어떡해... 애기 생기겠네.”
“네, 네!?”
내가 당황해하자 박유영은 웃으며 날 끌어안았다.
“장난이에요. 오늘 위험한 날이었으면 내가 콘돔 차라고 했겠지.”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3일 만의섹스라서 정신없이 하다보니 안에다 잔뜩 싸버렸던 것이다.
그 다음 스케줄은 욕 박기 좋은 김유진.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곧장 엉덩이를 때렸다.
“아! 조, 좋아..!”
“미친년. 빨리 무릎 꿇어. 나 지금 급하니까.”
김유진은 욕을 먹고도 배가 고팠는지 무릎을 꿇은 후에 허겁지겁 내 바지를 내려 빳빳하게 고개를 든 고추를 줄기차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꾹꾹 목구멍까지 채워넣어놓고 꺽꺽거렸다.
“시발년... 발정난 돼지마냥 존나 잘 빠네.”
“으극... 우욱...”
나는 이왕 이렇게 된거 끝장을 보고 싶었다.
김유진을 배드에 눕힌 상태로그녀의 입에 역방향으로 고추를 꽂았다. 빳빳한 고추가 그녀의 입모양에 따라 아래로 꺾이면서 쑤욱 들어가 목구멍을 쳐댔다.
이 상태로 폭주한 기관차마냥 퍽퍽거리며 박아댔다.
“커헉... 컥..!”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면서도 좋아죽겠는지 헤롱헤롱한 얼굴. 참 세상에 이렇게나 역설적인 얼굴이 있을 수 있을까. 겉은 지옥인데 속은 천국일 수가 있냐 이 말이다.
나는 아까 박유영 때처럼 질내사정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김유진의 입안에 잔뜩 토정해줬다.
“아직 안 끝났어. 이 썅년아.”
팡팡팡팡-
거세게. 그리고 최대한 거칠게.
뒤치기를 하면서 엉덩이를 뺨 때리듯이 때리고 김유진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하악... 하아! 하앙! 하앙!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최고야... 진짜 최고!”
김유진은 이 맛에 마사지받으러 왔다고 말하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최고. 진짜 최고. 이 맛에 이 일하지.’
나는 사정감이 몰려오는 순간, 고추를 빼낸 뒤에 다시 김유진의 목구멍에 넣고 막 비비다가 다시 또 토정했다.
“후우...”
이제 슬슬 미련없이 본업으로 돌아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