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62화
“뭐하고 있었어요?”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온 한서연은 다른 작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내게 물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최대한 외면하면서 대답했다.
“그냥 휴대폰 보고 있었습니다.”
“흐음... 그래요? 나 같으면 이 저택이 궁금해서 한번쯤 둘러봤을텐데.”
“...”
나는 또 나도 모르게 흠칫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무당이 아니라 네 년이 무당이 아닐까? 하긴 그런 짓을 하는 여자면 무당이라고 불릴만도 했다.
나는 아까 봤던 방의 정체를 다시금 머리에 되새기면서 한서연의 눈길을 최대한피했다.
“여기 이렇게누우면 되나? 잠깐 뒤 좀 돌아볼래요?”
“아, 예... 그러세요.”
나는 그녀가 가운을 벗고 배드에 눕는 동안 뒤돌아서 있었다.
“다 됐어요.”
다시 돌아보자 엉덩이까지 훤히 드러낸 한서연의 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는 적어도 엉덩이 정도는 수건으로 가릴줄 알았는데 한서연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이러면 나야 편하긴 하지.
꿀꺽.
편한 걸 넘어서 자칫 그녀에게 홀랑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군살없는 그녀의 뒤태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큰 가슴 때문에 살짝 뜬 상체와 오목하게 쏙 들어간 개미허리 그리고 봉긋하게 솟은 애플힙과 그 밑으로 쭉 뻗는 기다란 기럭지까지. 어디 하나 지적할만한 부분이 없었다.
“자, 이제 내 몸의 어디가 문제인지 말해봐요.”
“완벽해요.”
“네?”
“아, 아니... 문제가 있네요.”
나는 오일을 손에 발라서 한서연의 등위로 펴바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눈길은 자꾸 옆으로 삐져나온 한서연의 옆가슴과 볼록한 엉덩이를 번갈아 봤지만.
이 일을 하고나서 즐거운 점은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알몸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한서연의 등위에 오일을 바르면서 느낀 바는 이거였다.
시발, 속살에 손이 닿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기분이 좋다고?
한마디로 미친 촉감이었다. 탱글탱글한 걸 떠나서 하도 매끄러운 탓에 굳이 예를 들자면 부드러운 유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찰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서연의 등은 내 손 끝에 착착 감기면서 알게 모르게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이를 테면 질내벽이 얼마나 쪼일지에 대한 상상.
내가 얼마 전까지 모쏠아다여서 몰랐던거였다.
세상에는 이연두보다 얼굴이 예쁜 여자도 존재할 거고, 박유영보다 귀여운 여자도 존재할 거다. 육각형미인이라고 생각했던 구소민도 한서연 앞에서는 작은 육각형이 될 뿐이었다.
한서연의 얼굴과 몸매를 본 후에 피부까지 느껴본 지금 이 순간, 지금까지 멤버들의 스텟치를 그래프로 따져보면 이렇다.
진아영 : 얼굴6 몸매6 피부6 성격10
총합 - 28 + 히든스텟 : 유대
김서아 : 얼굴7 몸매5(조건부8) 피부6 성격4(조건부10)
총합 - 22(조건부32) + 히든스텟 : 복종력
신이설 : 얼굴7 몸매5 피부6 성격2
총합 - 20
이미경 : 얼굴4몸매6 피부5 성격7
총합 - 22 + 히든스텟 : 카드슬래쉬
박유영 : 얼굴8 몸매6 피부8 성격8
총합 - 30 + 히든스텟 : 귀여움
이연두 : 얼굴9 몸매4(조건부7) 피부7 성격9
총합 - 29(조건부38) + 히든스텟 : 여친모드
김유진 : 얼굴5 몸매5 피부5 성격2(조건부6)
총합 - 17(조건부21) + 히든스텟 : 스트레스해소
구소민 : 얼굴7 몸매7 피부7 성격8
총합 - 29
한서연 : 얼굴9 몸매9 피부10 성격?
총합 - ??
측정이 안 되는 부분이있는데도 한서연의 우월한 스텟.
사람을 점수로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듯 알기 쉽게 표현해서한서연의 얼굴이며 몸매, 피부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이 점수는 상대 평가 점수여서 언제든 업데이트될 것이다.
이 주관적인점수는 새로운 미녀를 만날 때마다 어느정도 조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내게 쌓인 여자에 대한 데이터가 너무 적었다.
나는 한서연의 매끄러운 몸매를 만지면서 감탄하는 동안, 그녀의 문제점도 빠르게 찾아냈다.
근데 이게 참 고역이었다. 문제야 만들면 되긴 하는데 한서연의 성격과 그녀의 실상을 비교해봤을 때, 좀처럼 머리를 띵하게 만들 정도의 단점을 찾기 어려웠던 거다.
푸른점이 있다면 참 편하겠지만, 그녀에게 푸른점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핑크색 점이 없는 걸로 봐선 나한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는건 확실해보였다.
“골반 틀어짐도 있으시고 발이 뻣뻣하셔서 금방 피로감을 느끼시겠네요.”
“오, 맞아요... 진짜 용하긴 용하네.”
용하긴 개뿔. 35살 여성 100이면 99명 정도는 다 똑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 누군가는 설거지를 오래 해서, 누군가는 구두를 오래 신어서.
그런데 일반인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이기적이기 마련이라 자기 외에는 딱히 궁금해하지 않는 법이니까.
나 역시 이 사실을 머발에스에 취직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어느정도 신뢰가 생기는 순간, 무슨 말만 하면 다 용하게 쳐다본다. 유튜브같은 SNS를 뒤져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인데도 말이다.
나는 정성스럽게 한서연의 발을 주물렀다. 붉은점을 제거했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평가가 바로바로 나왔다. 시원하겠지. 발이 부드러워져서 발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엄청 딱딱하다고 느낄 정도로 가벼울 것이다.
필요한 부분을 주무르고나서는 한서연의 매끄러운 다리를 쭉 밀어올렸다. 손을 쭉 올려서 야릇한 곳에 가까스로 닿을 듯 말 듯 올린 후에 다시 내렸다.
‘하, 시발... 존나 감촉 좋다. 미치겠네.’
날 미치게만드는 요인은 아무래도 아까 봤던 방의 정체다.
나는 여기서 계약을 따내야하는건 맞지만, 아까 잘생긴 집사가 말했던대로 업무 외적으로 그녀와 관계를 더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한서연을 여자로 봐선 안 된다. 이 여자는 미친여자야. 절대 안 돼!’
나는 속으로 최면을 걸면서 동시에 애국가도함께 불렀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져서 애국가를 속사포 랩으로 뱉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또 있다면,너무욕망에 따라 움직였다간 큰코 다칠 수 있다는 거다. 자칫 잘못했다간 임태훈같은 꼴이 날 수도 있다.
그나저나 임태훈 그 새끼는 어떻게 됐을까.
서아가 진술서를써서 넘긴 모양인데 진아영이 CCTV도 확인하고 나와의 문자내용도 대조를 해보면서 임태훈이 강간 계획을 작정하고 세우고 행동했다는 걸 경찰이알게 된다면 가중처벌까지 이어질 거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한 서아가 합의를 해줄 리는 절대 없을 거고. 뭐, 그 새끼는 인생 좆된 거다.
나도 조심해야 했다.
이 여자한테 코가 꿰이면 절대 쉽게 넘어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녀의 앞면이 보고 싶은건 왜일까.
이거, 시발 나만 궁금할까? 뒤태가 예쁜 여자는 당연히 앞태가 예쁠거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과 보고싶은 이 호기심. 이거 나만 그래? 나만 쓰레기야?
“이제 뒤집어주세요.”
“하앙... 벌써?”
아, 씨발! 신음 그렇게 야하게 뱉지 말라고. 누가 보면 후배위하다가 자세 바꿔서 하자고 한줄 알겠네.
나는 다시 속으로 애국가 1절을 외웠다. 하, 시발... 앞으로는 주기도문을 외워야하나. 하늘에 계신우리 아버지여.
“네. 뒤돌아보고 있을테니 가슴 부분이랑 밑 부분 수건으로 가리시고요.”
“알겠어요.”
그녀는 약간은 차가운 목소리로말했다.
생각보다 마사지가 별로였을까. 그럴 리가 없다. 내 마사지에는 문제가 없을 거다. 아마도 이미경이 밑밥을 많이 깔아놨거나 마사지 경험이 하도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 혼자만 이런 기술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세상의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실제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최원재가 말했던 ‘기적의 손’을 갖고 있었다는 전설적인 사람도 있으니까.
한서연도 그런 비슷한 경지의 사람에게 마사지를 받았던 게 아닐까? 그랬다면 내 마사지가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것 같다.
‘호두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여기서 나는 오기가 생겼다.
한서연을반드시 함락시키고 말겠다는. 하지만 집사의 말마따나 절대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
“다 됐어요.”
그녀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몸을 돌렸는데 방금 했던 결심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웠을 뿐인데 사막의 언덕처럼 나올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완벽한 몸매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군살없는 배와 깔끔하고 예쁜 배꼽이었다.
야동을 볼 때도여배우의 배꼽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로써는 그녀의 깔끔하고 섹시한 배꼽을 보고 곧바로 반응이 왔다.
‘흣... 시발... 아버지시여, 이름이 거룩히여김을 받으시오며...’
한쪽 눈을질끈 감고 그녀의 몸매를 잠시 감상하자 한서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해요? 마사지 안 하고.”
“몸 상태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아까 다 확인한거 아니었어요?”
“전면부는 또 다릅니다. 무릎의 방향이라던지 발의 각도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나는 한서연의 몸을 쭉 훑다가 눈빛을 번뜩였다.
섹시한 몸의 골짜기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사명감에 따른 눈을 떴던 거다.
한서연의 사타구니 안쪽에서 영롱한 빛이 분출되고있었다.
붉은색도 아니고 푸른색도 아니고 보라색빛도 아닌, 구소민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던 오색찬란한 빛. 모든 빛깔을 섞은 듯한 그 빛은 하얀색의 시스루 속옷을 뚫고 나왔다.
‘잠깐만. 시스루? 오색찬란한 반점은 그렇다치더라도 왜 시스루 속옷을 입고 나온거지? 시발... 지금 날 테스트하는 거야, 뭐야?’
오늘따라 속으로 욕을 많이 하게 된다.
‘그나저나 속옷 안쪽으로 손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최근 들어 핑핑 잘 돌아가는 두뇌를 적극적으로활용해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