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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58화 (57/173)



〈 57화 〉58화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자리에 서아는 없었다.
나는 황급히 시간을 확인하고선 침대에 그대로 얼굴을 박았다. 출근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
신이설에게 엄청난 양의 문자가 와 있었다.

- 이설 실장님대체 어디에요?
- 이설 실장님 : 아무리 스케줄이 없다고해도 출근 시간은 맞춥시다.
이설 실장님 : 아니, 왜 대답이 없어?
- 이설 실장님 : 어제 과음했죠?
- 이설 실장님 : 내가 과음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 이설 실장님 : 건강 해치면 또 쉬게되고
- 이설 실장님 : 그러면 또 내가 강준현  스케줄 관련해서 일처리하느라바빠지잖아요.
이설 실장님 : 이봐요, 강준현 씨!
- 이설 실장님 : 빨리 일어나요. 원장님 오시기 전에!

다행히 이 문자가 온 시각은 1분 전이었다.
나는 속으로 날 깨우지 않은 김서아를 욕하면서 신이설에게 답장했다.

 : 실장님, 죄송해요.
- 나 : 어제 사건이 하나 있어서 경찰서 진술하고 뭐하느라늦잠 잤네요...
- 이설 실장님 : 뭐라구요? 경찰서?
- 이설 실장님 : 대체 무슨 사고를 친거예요?
- 나 : 제가 무슨 사고를 친건 아니고요. 제 절친한 친구가 성폭행을 당할 뻔해서요.
- 이설 실장님아이고 참...
- 이설 실장님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무튼 지금이라도 답장해서 다행이네요.
- 이설 실장님 : 다른건 모르겠고 이미경 고객이 준현쌤 찾았어요. 어젯밤에 문자를 보내놨는데 왜 답장을 안 하냐고 툴툴대시더라고요.

아차.
나는 재빨리 이미경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이전에 자기 아는 동생을 고객으로써 소개시켜주기로 했는데 그 동생이 출장 마사지를 원한다고. 하필 진아영과의 섹스할 생각에 정신이 없어서 회신을 못했었다.
아니, 그나저나 이 아줌마는 휴일에 문자를 보내놓곤 답장이 없다고 지랄지랄. 내 고객 중에 대주주만 아니었으면 뭐라고 했을 거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 나 : 죄송합니다. 바로 회신할게요.
이설 실장님 : 이왕 이렇게 된거 원장님한테는 내가 둘러댈테니까 그거부터 해결하고 들어오세요.
- 나 : 네? 그게 무슨..?
- 이설 실장님 : 출장마사지허가 해드린다는 소리예요. 갔다오세요.
- 나 :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이라 머릿속이 하얘졌다.
근데 서아는  나한테 말도 없이 사라진거지? 그러고보니 어제의 기억이 별로 없다.
서아와의 섹스에 심취해 있었는데 어느순간 그녀의 보라색점이 눈에 들어왔고... 그 보라색점을 만졌는데 딱딱해져 있길래 호기심에 풀어줬고... 다음에 달콤한 키스를 하고 뇌가 정액에 절여질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졌던 것까지는 기억에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전혀 기억이  난다.
나는 곧바로 서아에게 전화를 했는데 발신음이 한 번만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 나... 출장가는 중인데, 왜?
“나 놓고가면 어떡해. 출근시간 늦었잖아.”
미안해... 근데 너 어제 생각 안나?
“어제? 어제...우리 엄청 했잖아.”
- 아, 그건 기억하는구나. 미안해... 너 잘자고 있는데 괜히 깨우면 안 될거 같았어.
“그래? 후... 너 괜찮냐?”
뭐, 뭐가?
“어제 좀 격하게 했던거 같은데  지금 사타구니 무진장 아프거든.”

실제로 그랬다. 어제 하루종일 진아영부터 시작해서구소민에 서아까지. 서아와는 거의 밤새도록 달렸을 거니까 발기만  차례, 사정도 거의 그 정도 수준으로 많이 해댔었다.
그래서 사타구니가 온통 시큰했다. 마사지를 해서 풀어주면 괜찮아지긴 하겠지만.
나는 통화를 하면서 연신 성기 주변을 꾹꾹 눌러줬다.

- 난 또 뭐라고... 난 괜찮아. 약간 어기적 걷긴 하는데 어차피 운전하니까.
“아, 지금 운전중이구나. 운전 조심하고.”
- 아, 응... 그, 뭐지? 주, 준현아...“
“응?”
- 아, 아니야...
“뭐야, 시시하게.”

그렇게 말하고 대충 인사만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근데 왜 이렇게 찜찜한 걸까. 어제 나머지 기억이 사라진 것도 그렇고 서아의 의미심장한 반응도 걸렸다.
무슨 일이었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이미경에게 전화를 했다. 여전히 사타구니 쪽에 손을 찔러넣은 상태였다.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미경 고객님. 어제 경황이 없어서 답장을 못해드렸습니다. 하하하.”
- 아, 그러시구나. 쉬시는데 죄송해요. 얘가 워낙 까다로운 애여서.

이미경이 까다롭다고 말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까다로운걸까.

“아하, 그러시구나. 제가 실장님한테 연락을 받기론 출장 마사지를 원하신다고요.”
- 네, 얘가 집에서 잘 안나오려고 하거든요... 힛. 근데 엄청 예뻐요. 돈도 많고.

 많은건 알겠는데 예쁜건  상관이지 싶었다.

“그럼 연락처를 좀 알려주시겠어요?연락하고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그녀는 내게 문자로 연락처를보냈다고 말했고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함께 전화를 끊었다.
이미경도 공을 좀 들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좋은 소스가 쭉쭉 뽑혀 나올게 뻔했다.
서비스직이기 이전에 마사지사는 영업직이다. 자신이 VIP 고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서 능력이 결정되는.
나는 이미경에게 연락이 오기 전에 이연두에게도 연락을 했다. 그녀에게서 걱정스러운 안부 문자가 몇 개 날라왔기 때문이다.

- 야들야들 두부씨 : 준현 씨, 괜찮은 거예요?
- 야들야들 두부씨 : 혹시  때문에 불편해서 그러는거 아니죠..?
- 야들야들 두부씨 : 실장님한테 들었어요. 어제 무슨 사고가 있었다고.
야들야들 두부씨 : 괜찮은 거예요? 진짜 너무 걱정되요... ㅠㅠ
 : 미안해요. 문자를 지금 확인했어요.
- 야들야들 두부씨앗! 다행이다!
- 나 : 저는 괜찮아요.
- 야들야들 두부씨 : ㅠㅠㅠ 나는 나 때문에 불편해서그러는줄 알고...
야들야들 두부씨 :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 나 : 미안해요.
- 나 : 돌아가는데로 바로 마사지 해줄게요.
- 야들야들 두부씨 : 잊지 않았구나... 알겠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후.
나는 급한 불을 껐다는 생각에 마음이후련해졌다. 나한테 무슨 일만생겼다하면 여자들한테 문자가 쏟아진다.
내 팔자에도 없던 따스한 관심을 받았더니 적응이 안 된다고 할까.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그 여자들이 전부 나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거다.
햐- 어제 서아를 안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가슴 주변을 따라 번져 나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욕정에 따라 움직여 내 인생을 다시 예전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정확히 인지해야 할 것  하나! 내가 이렇게 될 수 있게 된 데에는 내 능력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
진아영의 조언에 따라 마사지사가 되지 않았다면  인생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아니지,  몰라 모르긴. 여전히 모쏠아다로 살아가고 있겠지.
남자는 돈! 남자는 능력! 두 개를 합치면 재력!
돈을 벌자! 돈!
나를 지금까지 곱등이 취급했던 여자들을  따먹어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열심히 해야했다.
나는 새로 연락받은 고객에게서 주소를 받은 후에 슬슬 출장 준비를 했다.

*

시간은 여유로웠다. 출장 장소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여유롭게 옷을 입고 나왔다.
문제는 내가 출장 마사지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장소, 소품, 개방된 곳인지 밀폐된 곳인지, 가격 협의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결국 답은 하나였다.
아무 생각도 하지말자.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그랬다. 사전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실상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눈 앞에 닥친 일을 천천히 해결하다보면 결국 출구가 보였었다.
무엇보다 나의  ‘기적의 손’만 있다면...
내가 한참동안 손을 들어서 응시하고 있자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생애 처음으로 채팅 폰질이라는  해봤다.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게임 아니고서야 들여다보고 있을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여자들과 이중 삼중으로 다리를 걸쳐놓고 문자를 해댔다.
이 여자가 문자를 못 받는 상황이어도 다른 여자가 답장을 해줬고 그때즘이면 또 다른여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다보니 어쩔 때는 제때 답장을 못하게 되기도 했다.
참 신기한 건, 인간이란 게 참 간사해서 1픽을 고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중에 하나만 꼽는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배려심 많고  잘 사주는 몸매 좋고 예쁜 누나 진아영.
처음에는 싸가지없었지만, 이제는 내가 시키는  뭐든 다 하는 절대복종 김서아.
빈유지만 얼굴만큼은 넘버원인 이연두.
너무 귀여워서 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니고 싶은 포켓걸 박유영.
이제 막 전화목록에 들어왔지만, 내게새로운 도전과제를 주어준 구소민까지.
이 여자들 말고도 욕박기 좋은 김유진이나 여전히 싸가지 존나 없는 신이설 등이 있다. 김유진은 성격이 쓰레기지만, 가끔씩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는김유진만한 여자도 없다. 그냥 대뜸 “시발년아, 이번주에 언제 시간되냐?” 이러면 “하아... 존나 꼴려어. 더 욕해줘.” 지랄을 했다.
신이설은 뭐, 업무 때문에 문자를 하게 되는데 가끔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오늘 저녁에 뭐해요.” “예? 아무 계획도 없는데요. 근데 왜요? 나랑 밥이라도 먹게요?”“아니, 그때까지 샵에 들어오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뭔 밥을 먹어. 내가 그쪽이랑? 꿈도 꾸지 마세요.” 이런다. 이러니 내가 신이설을  때마다 개싸가지없는 년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그나저나... 여긴 뭐냐..?’

이미경이 소개시켜준 고객의 주소지 앞에 선 나는 발이 땅에 붙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으리으리한 저택이구나 싶었다.

‘이미경도 이런 집에서 사는 건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대저택에 살 리가 없다.
왜냐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큰 저택은 본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돈독 오른 괴물 마냥 침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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