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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55화 (54/173)



〈 54화 〉55화

바스스-

나만 보이는 임태훈의 분홍색 반점이 강한 지압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분홍색 반점은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데  녀석, 지금 상당히섹스가 고프긴 모양이다. 서아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분홍색 반점이 이렇게나 굳어버렸다니.
여자친구가 있는 놈이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구소민이 섹스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미안하다. 서아야. 이번엔 널 좀 이용할게.’

서아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의 임태훈은 눈에 뵈는게 없다.

“시원하냐?”
“어... 야... 개쩐다.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조금씩. 조금씩. 몽실몽실 성호르몬 지수가 솟구치면서 녀석의 몸이 뜨거워져갔다.  상태에서 내가 놈의 몸을 만지는 것 자체가 더럽게 느껴질 정도. 나는 목덜미에서손을 떼고 임태훈만 들을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내가 자리 비워줄테니까. 마음껏 해봐.”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옆에 앉은 서아의 눈치를 본다.

“둘이 무슨 얘기했어?”

나는 웃으면서 둘러댔다.

“나 담배 피고 온다고 했는데 태훈이는 생각 없대. 둘이 잠깐 여기 있어.”
“어? 그럼 나도 같이 가!”

벌떡 일어나는 서아. 얼마나 같이 있기 싫었던 거냐. 반면에 임태훈, 넌 대체 뭔 짓거리를 했길래 서아가 저렇게까지 싫어하냐.

“아니야. 간접흡연은 몸에 해로워.”

내가 다정하게 말해주자 서아는 순간 감동받았는지 자기 가슴 부위에 주먹을 얹고 자리에 앉았다.

“대신 빨리 와야 돼... 애들도 다 집에 갔으니까 우리도 슬슬 집에 가자.”
“그래. 나 갖다 올테니까. 둘이 얘기하고 있어~”

몽실몽실.
이미 임태훈의 눈은정상이 아니었다. 거의 반쯤 감겨서 서아를 욕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손에는 내 것이 아닌 임태훈의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나올때 바꿔치기를 했는데 잠금을 해제한 틈을 타서 가져온 터라 액정이 꺼지지 않게 계속 터치를 해줬다.
로비로 나가자 진아영이 나를 불렀다.

“엇. 준현  지금 나가요?”
“잠깐 밖에서 담배 피고 오려고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서아 씨도 같이 나갈줄 알았는데 안 보이길래.”
“서아는 흡연 안 해서요. 저만 후딱 피고 들어갈거에요. 근데 아영 씨. 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뭔데요?”

내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진아영.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

“서, 서아야...”
“응?”
“나 요즘 운동하는데.”
“근데..?”
“너 벌크업이라고 들어는 봤냐? 여기서 이제 몸매 딱 커팅하면 진짜 인스타에 나오는셀럽같은 몸매 만들 수 있는거야.”
“... 그럼 그 사람들이 다 너처럼 살이  상태였다는얘기야?”
“어. 당연하지! 얘가 뭘 모르네. 마른상태에서 근육을 만들면 그런 사이즈가 안 나와요. 괜히 벌크업, 벌크업하는  아니야. 야, 한번 만져볼래? 요즘 운동해서 가슴이랑 팔 엄청 단단하거든.”

태훈은 서아에게 보여주기 위해 팔을 어깨 있는 부분가지걷은 후에 뽀빠이 마냥 알통을 쥐어 짜냈다.

“한번 만져봐.”
“... 싫은데? 보기 흉하니까 내려줄래?”
“...”

의외의 반응에 처음에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김서아, 이 시벌년.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나한테  주더니. 나이 쳐먹고도 계속  주네. 어차피 자지 박히면 꼼짝도  할거면서.’

예정에도 없던 돈벼락을 맞은 후부터 태훈은 사람을 돈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사실이 그랬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었으니까. 돈이면 진짜 사람도   있었고 예쁜 여자도 만날 수 있었다. 구소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구소민을 꼬실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쉽사리 사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서아 또한 그런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뻔히 보이는 약점같은 건 없지만, 어차피 여자는  똑같다.

“야, 서아야. 나 요즘 돈 많이 번다.알지? 그거. 비트코인.”
“뭐, 어쩌라고.”

빠직.
태훈은 뜻대로 되지 않자곧바로 이마에 힘줄이 굳게 섰다. 어렸을 때부터 비만 때문에 성인병을 앓던 태훈은 고혈압을 항상 안고 살았다.
뒷목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압박감이 뇌리를 강타했다. 뒤통수에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던 거다. 의사는 혈액이 뒷골에 쌓여서  이상 빠져나가지 않는 상태가 되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런데 아까 준현이 풀어줘서 그런지 버틸만하게 느껴졌다.
솟구치는 마음을 쓸어내린 태훈은 서아쪽을 힐끗 노려봤다. 서아는 아까부터 계속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답답해서 미쳐버리겠다. 어떻게 둘만 남게 되면 알아서 섹각이 잡힐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준현이 새끼가 말한거랑 너무 다른데..?’

근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사타구니쪽이 가려웠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없던 감정까지 생겨났다. 감정은착각을 불러내기 쉬웠다. 열띤 공기가 나만의 기류가 아니라  방 안에 흐르는 분위기라고 착각을 해버린 것이다.
착각 때문에 태훈은 진도를 빨리 나가도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순간적으로손을 뻗어 하염없이 휴대폰을 만지는 서아의 손을 낚아챘다.

“뭐, 뭔 짓이야?”

서아는 태훈의 갑작스런 행동에 경악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태훈의 대답은 가히 기가 막힌 것이었다.

“너도나 좋아하잖아. 내숭 그만 떨어.”
“꺄악! 지금 뭐하는 거야?”

태훈은 돌멧돼지마냥 대가리를 서아의 복부쪽으로 쑤욱 밀어넣었다. 서아는 그게 바퀴벌레라도 되는 마냥 소리를 지르며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빠악-!

“아이, 씨발! 지금 장난하나.”
“장난 아니거든? 너야말로 이  안놔? 경찰 부른다?”
“경찰? 푸하핫! 지금까지 온갖 신호  보내놓고 이제와서 경찰? 오냐, 불러봐. 야, 불러봐.”

태훈은 화가 치밀어올라 서아의 나머지 손도 잡았다. 다리로 테이블을 밀쳐내고 서아의 몸에 올라타 무거운 무게로  눌렀다.

“꺄악! 임태훈, 너 진짜 미쳤어? 깜빵 가고 싶어?”
“불러보라니까, 이 개년아. 그만하고 다리나 벌려. 너 원래 걸레로 소문났잖아.”
“개소리할래? 어디서 이상한 소문 주워 듣고...”
“참나, 너가 여왕벌 짓한거 모를줄 알고? 강준현 그 새끼만 봐도 알지.”
“뭐? 뭔 소리야, 그건 또!”
“다 아는 사실이야. 애들이 그러더라 너가 강준현한테 줄 것처럼 굴다가 다 빼먹고 버렸다며.”
“씨,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어. 내가 언제 그랬어? 나 걔가 나 좋아하는지도 몰랐어. 그땐 어렸단 말이야.”

이러는 와중에 태훈은 어쩐 일인지 발정난 돼지마냥 아랫도리가 불끈거려대는 걸 느꼈다. 계속되는 묵직함에 오래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상하다.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술기운 때문인가?’

위험하다고 느낀 것도 잠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된 태훈은 어느새 자기 바지춤으로 서아의 손을 옮기고 있었다.

“야! 야! 진짜 뭐하는 거냐고. 꺄악! 살려주세요! 꺅!”
“이게... 누굴 범죄자 취급하고 있어.”
“너, 너 지금 범죄 저지르고 있는거 맞아. 태, 태훈아! 너 정신차려! 꺅! 살려줘! 준현아!”
“시발, 안 닥쳐?꼽아서 그냥 아무 소리도 못하게 만들어줄라니까.”

태훈은 이제 서아의 손을 놔줬다. 그런데 그래봤자 소용이 없었다. 태훈의 무거운 무게가 서아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서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힘 없는 주먹으로 태훈의 가슴팍을 몇 대 때리는게 다였다.
태훈의 손은 이제 서아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욕망에 젖어들어 서아의 풍만한 가슴을 손에 쥔 태훈은 만족스럽게 킬킬거리며 웃었다.

“준현아! 아아악!”

서아의 눈가에서 눈물이 고였다.
준현의 이름이 서아의 입에서 나오자 태훈은 약간 거북한 느낌이 들어 가슴을계속 애무하면서 서아에게 물었다.

“야, 너 아까부터강준현, 강준현. 너 설마 그 새끼 좋아하냐?”
“흑...  손부터 치워. 이 개새끼야...”
“대답부터 해. 너 그 새끼 좋아햐냐고, 시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던 서아의 옆얼굴로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오늘 준현과 아늑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럴거였으면 동창회건 뭐건 안 왔을 거다.
근데 이 발정난 돼지는 뭐에 홀린 것처럼 눈을 뒤집어 까고 자길 따먹기만 고대하고 있다.

‘최악이야. 진짜.’

서아는 다시금 고등학생 때를 떠올렸다. 강준현.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사실 준현이 자기 어깨를 아무 대가없이 주물러줄때부터 준현에게서 따스함을 느꼈던 서아는 마음 속에아주 자그마한 호감을 품고 있었다.
대학생 때, 동창회 때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추억이 떠오르면서 괜시리 친해지고 싶었다.
사회에 치이고준현이 군대를 가는 바람에 연락은 뜸해졌고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거리는 멀어졌다. 그러다 그녀가 보험쪽에 취직을 했고 계속해서 일에 치이고 영업에 대한 업무 부담감이 커질수록 어느새 금전적인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낳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준현을 오랜만에 봤을 때도 본의 아니게 영업을 해버렸다.
지금도 후회는 하고 있다.
하지만 태훈이 말하는 바는 사실이 아니었다. 억울했다.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렸는지 모르겠지만, 준현에게만큼은 그 따위 소문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키스까지 하고 싶었는데...’

“좋아해.  강준현 좋아한다고.”
“시발... 근데 뭐 어쩌라고...”

어느새 바지를 벗은 태훈은 서아의 바지도 같이 내렸다. 속옷을 잡아 끌어내린 다음, 먹을 것의 맛을 음미할 생각도 없이 바로 찔러넣기 위해 주섬주섬 자기 고추를 겨냥했다.
서아는 눈을 질끈 감았고 때문에 모였던 눈물이 한꺼번에 주륵하고 떨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태훈의 고추가 흥분한 나머지 제대로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입구쪽에서 문대고 있을 때, 벌컥 소리가 나며 등 뒤에 있는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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