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51화
“하아... 하아... 하아... 말도 안 돼... 하아...”
“내가 얘기했지? 엄청 좋을거라고.”
“하아... 하아... 하아... 이,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에요?”
“음, 마사지하는 사람? 왜, 너도 샵 가서 마사지 받아볼래?”
“하아... 하아... 이러다가 월급 받을 때마다 가게 생겼는데요?”
나는 두 여자를 뒤로 하고 바지를 추켜세웠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은의 몸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붉은색 점과 분홍색 점을 제거했다. 그러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한번 안에다 사정하는 동안, 세 번인가 눈알을 뒤집어댔으니.
두 사람은 내가 나갈 채비를 끝냈는데도 서로의 몸을 더듬으면서 애무했다.
“아무리 해도 준현 씨가 만지는 것만 못하지?”
“... 정말 죄송한데 그 말이 맞아요, 사장님. 하앙... 근데 그렇게 거길 꼬집어대면 하악...”
“흐흣, 좀만 더 이러고 있다가 나갈래? 나도 지금 많이 달아올라서.”
“앙... 저야 좋죠. 근무 시간에 땡땡이치고...”
꿀꺽-
간혹 호기심 때문에 레즈물도 몇 번 보긴했었는데 난 역시 고추로 박아대는 영상이 취향이었다. 근데 또 막상 눈앞에서 보니까 얘기가 달랐다. 세끈한 두 여자가 몸을 겹쳐서 성기부위를 물고 빨고 핥는데 확실히 눈요기가 된다는 느낌이다.
여자의 몸은 여자가 더 잘 안다고 그랬던가.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의 약점을 간파해서 마구 파헤친다.
69자세, 그것도 망사스타킹까지 착용한 두 여자가 서로의 성기를 쪽쪽 빨아대는 모습에 혼이 나갈 뻔했다.
한참을 애무하던 주은이 야릇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본다.
“같이 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봐야 해요.”
“흐응... 같이 하면 좋은데...”
“젠장... 가볼게요!”
지금 가지 않으면 일이 물거품이 되버린다. 이
다음 타자도 머릿속에 생각해두고 있었으니까.
나는 두 여자를 등 뒤에 두고 밖으로 나갔다. 문 암 잠궈도 되려나? 에이, 씨 모르겠다. 자기네 가겐데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내 인생에 쓰리썸을 해보다니. 사실 이쯤되면 진아영쪽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절한 번, 저녁에 섹스하기 전에 또 한번, 잠 자기 전에 낙숫물 받아놓고 대절 한번 해도 모자를 판이다.
쓰리썸... 물론 좋았다. 그런데 너무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대고 흥분하다보니까 길게 못 즐긴 게 좀 아쉬웠다. 솔직히 위아래로 빨아대고 아래는 딴 여자한테 박고 위에는 딴 여자 입술에 키스하는데 흥분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주은이라는 여자도 처음 봤지만, 어린 나이에 섹스를 진짜 좋아한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여자들의 이미지는 뭔가 순수하고 남자와의 진정한 사랑에 의한 섹스를 원하는줄 알았는데 진정 파헤쳐보니 개뿔. 사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성욕이 많은게 아닐까. 단지, 내가 외모적으로 출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 뿐.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외모는 그렇다 치고, 남자는 능력 아니겠는가.
기적의 손. 이 손만 있으면 모든 여자를 다 내 손 안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옆방에 있는 몇몇여자들도 마찬가지다.이미 내 손에 있는 여자도 있었고 내 레이더망에 걸려서 곧 내 여자가 될 여자도 있다.
안에 들어가자 묘하게 자리가 바뀌어 있었고 그들은 정신없이 게임 중이었다.
나는 원래 내 자리에 가서 앉았는데 임태훈이 무슨 수를 써놨는지 바로 양옆자리가 박유영과 구소민이다.
박유영은 내가 앉자마자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뭐, 뭐야. 취한건가?’
“준현 씨... 나 술 엄청 마셨어요.”
“게임에서 다 진 거에요?”
“응응... 내가 그렇게 게임 못한다고 했는데도오... 진짜 너무해요. 준현 씨만 옆에 있어줬으면 좋았을텐데...”
“미안해요.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요.”
“내가 옆에 있는데도다른 볼일이 있어요?
문득 술 취한 이연두가 생각났다. 진짜 뒤없이 돌진하는게 딱 이연두와 비슷한 느낌이다.
얼굴을 내 얼굴 쪽으로 쭉 당겨와서 지그시 날 바라본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마사지할 때만 봐서 메이크업한 모습은 못 봤는데 가까이서 보니 진짜 예쁘다. 티끌 하나 없이 촉촉하고 탄력있는 피부가 룸의 은은한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박유영의 대사는 언뜻 보면 자만이 섞였다고 볼 수도 있었는데 그녀 정도면 절대 자만이 아니다. 이유있는 발언이었다.
그녀의 손길이 내 허벅지 안쪽을 타고 들어왔다.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는데 다름아닌 구소민의 시선이었다. 그녀는 눈을 낮게 깔고 박유영의 손길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박유영의 손을 잡아서 떨어트려놨다. 대체 어디까지 들어오는 거냐고...
“유영씨, 많이 취하셨네요.”
“흐흥... 많이 마셨으니까.”
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박유영의 옆에 앉아있던 조병찬이 신랄하게 떠들었다.
“유영 씨...”
“앗... 눈치없는 병찬 씨다...”
“크큭. 그래도 같이 좀 어울려줘봐요.”
“치...”
나는 박유영 쪽으로 얼굴을 붙여서 귓속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키스를 하려는줄 알았는지 눈을 꼭 감았다.
“좀만 기다려주면 이따 둘만 따로 나가요.”
내가 속삭이자 그녀는 눈을 뜨면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을 했던 거냐며 손발을 불안하게 흔들더니 조병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보호본능이 자극된다. 첫 만남 때도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 마사지를 해줬던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아니, 그냥 귀엽게 생겨서 그런건가.
아무튼 내가 박유영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구소민이 있는 쪽을 힐긋 봤다. 그녀는 임태훈이서아에게 껄떡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억지로 사귀는 걸 아는 입장에서 보니까 저 한숨의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임태훈은 지금 서아에게 한눈을 팔고 있어서 구소민에게는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다. 녀석은 서아가 자기에게 어느정도 마음이 있을거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망상에 빠져있었다.
나는 구소민의 잔에 술을 따라줬다.
“술, 많이 드셨어요?”
“아뇨... 그냥 주는 것만...”
“모델들은 술 많이마시면 안 돼죠? 몸매 관리해야 하니까.”
“어느정도는요? 근데 뭐, 저는 신경 안 써요. 안주를 많이 안 먹으면 살은 안 찌더라고요.”
짠.
나는 그녀와 단둘이 잔을 부딪쳤다. 그러고보니 테이블에 있는 남녀 비율이 1:1로 맞아떨어져 전부 짝을 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무도 우리가 단둘이 잔을 부딪친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영준은 임태훈이 껄떡거리던 여자애랑 둘이 남았는데 만족스럽지 않은지 떨떠름한 표정이고. 임태훈은 나만 바라보는 서아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고. 조병찬도 마찬가지로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박유영에게 껄떡거리면서 혼자 히히거리고 있다. 이 모든 광경을 내 입장에서 바라보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개그 프로가 망하는 이유가 여기 있네.
내가 술을 원샷으로 마시자 구소민도 눈을 질끈 감고 잔을 비웠다.
나는 그런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 예상컨대,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병원비는 모자랄 터, 그 돈을 건물주인 임태훈이 대주고 있다는 얘긴데.
그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그녀는 기구한 삶을 살게 된다.
일단무릎.
나는 무릎에 초점을 잡았다.
“마사지를 받으러 오겠다고 하신 이유, 혹시 무릎 때문 아닌가요?”
내가 정곡을 찌르며 묻자 아니나 다를까 구소민은 흠칫 놀라서 날 바라봤다.
“그, 그걸 어떻게?”
“앉아있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습관들. 무릎이 안 좋은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자세며 습관들이거든요.”
“...”
그녀는 다리를 꼬고 있다가 바로 자세를 똑바로 고쳤다.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구소민이 미끼를 물 때까지.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워킹 교육 받을 때도 여러차례 들었어요. 평소 자세, 습관. 확실히 프로들이 보는 눈은 다르네요.”
전신에서 자르르 전율이 흐른다. 프로라니. 그녀가 무릎이 안 좋다는 사실만을 갖고 떠보듯이 말한 말이 그녀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제가 잠깐 봐도 될까요?”
“네? 여기서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어차피 테이블 때문에 허리 밑으로는 보이지도 않으니까.
구소민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몸을 내쪽으로 돌렸다. 원피스를 입고 있었기에 훤히 드러난 다리. 이게 사람 다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깡마르고 매끈한 다리를 쭉 뻗어서 내쪽으로 밀어넣었다. 덕분에 허벅지가 내 바지에 닿았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모델이라 그런지 몸의 맵시가 말도 안 된다. 몸이 비틀리면서 원피스 밑단이 살짝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속옷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허벅지가 드러났는데 진짜 명품 다리는 이런 거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종아리쪽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살짝 몸을 굽혀서 다리의 아랫부분을 봤는데 역시나, 오금 쪽에 푸른 반점이 똑똑히 새겨져 있었다.
“이쪽 다리가 안 좋은게확실하네요.”
그리고 반대쪽 다리도 확인해보고 말했다.
“오른쪽 다리가 기능이 상실한 건 확실한데 평소 통증이 오는건 왼쪽 다리시죠?”
“... 와... 그걸 어떻게... 의사가 진단한 거랑 똑같아요.”
‘당연하지. 의사놈보다도 내가 더 잘 볼걸?’
왼쪽 다리 오금과 무릎 부분, 허벅지 안쪽에 붉은색 점이 딱딱하게 뭉쳐있었으니까.
붉은점이 딱딱하게 뭉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정도로 구소민의 무릎은 상태가 안 좋았다.
나는 탐색하는 척, 구소민의 다리 이곳저곳을 쓰다듬듯 만져보았다. 피부 탄력이 이렇게 좋을 수가. 그리고 잔털까지 전부 왁싱해서 피부가 꼭 유리처럼 미끄럽다. 만질 때마다 탄성 때문에 피부 전체의 미세한 떨림까지 느껴질 정도. 하, 이런 여자랑 섹스하면 대체 무슨 기분일까? 임태훈, 이 또라이 새끼. 김서아가 눈에 들어오냐?
참, 어이가 없었다. 인간은 자기 깜냥에 맞게 만족하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 제 딴에는 구소민이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는 잠시동안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절레 저어보였다. 근심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구소민.
“그렇게 심각해요?”
나는 대답하기전에구소민의 얼굴을 살폈다. 내게 이미 다리까지 내어줬고 내가 어딜 만져도 신경쓰지 않았다. 무릎 관련해서도 내 말이 전부 맞았으니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미 나에게 어느정도 신뢰가 쌓였다는 걸 증명하는게 아니고 뭐겠는가. 무서워서 뒤걸음질 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요. 당장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모델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요.”
구소민은 내말에 소름이 돋았는지 상체를 부르르 떨었다.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럼... 어떡하죠? 당장 내일이라도 샵에 가서...”
“아뇨. 그럼 장담하기 어려워요. 당장 내일 갔는데 기능이 더 악화된다면 아무리 저라도 손 쓸 타이밍을 놓쳤다고 할 수 있겠죠. 저희 마사지사들 사이에서는 이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부르죠.”
어디서 주워 들은건 있어서 되도록 듣기 좋게 갖다 인용했다.
뭐 알지도 못하면서 나불거리는 거지만, 앞서 내 실력을 입증한 부분이 있기에 구소민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오늘요?”
“네. 오늘입니다.”
구소민은 임태훈 쪽을 바라보곤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오빠가 허락해주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줬다.
“괜찮아요. 태훈이한테는 제가 아까 말해놨어요.”
“예? 언제요?”
“아까 흡연장에서 담배 필 때. 그때부터 저는 소민 씨 무릎에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태훈이는 소민 씨 무릎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어보이긴 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좀 강하게 어필하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구소민은 임태훈 쪽을 보며 뭐라고 하려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준현 씨한테 맡기면 저 괜찮아질수 있는 거죠?”
“당연하죠.”
“근데 제가 돈이 많이 없어서요... 집에 빚도 많고... 초면에 이런 얘기까지 좀 그렇긴한데 저희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거든요.”
나는 구소민의 말을 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늘만 몇 번 깜짝 놀라는건지 구소민은 사슴같은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바라봤고 나는 그녀를 향해 결연한 눈빛을 보내줬다.
“괜찮아요. 다 잘될 거예요.”
구소민의 눈은 아까보다 훨씬 연하게 떠졌다.
자기 인생의 걸림돌들이 하나하나 제거되고 나면 이여자의 인생에 어떤 탄탄대로가 열리게 될까. 나는 그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싶어졌다. 당장의 돈이 아니라 미래에 가져다줄 부와 명예.
그리고 섹스 그리고 여자.
나는 진아영에게 바로 문자를 보내놨다.
- 나 : 옆방 지금쓰고 싶은데 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요?
- 진아영 : 풉
- 진아영 :아까 끝냈죠. 준현 씨 나가고 바로 관뒀어요.
- 진아영 : 그러니까 왜 유혹에 안 넘어와서...
- 나 : 진짜 미안해요. 할 일이 있어서 그랬어요.
- 진아영 : 뭐, 열쇠는 준현 씨한테 있으니까 마음껏 써요.
- 진아영 : 혹시 유영 씨?
- 나 : 아뇨.
- 진아영 : 서아 씨?
- 나 : ... 아닙니다.
- 진아영 : 훗
- 진아영 :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게 아니라니까.
나는 마지막 그녀의 문자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폰을 끄고 구소민에게 말했다.
“옆방으로 넘어가죠. 여기 술집 사장님한테 협조를구했어요. 태훈이한테는 제가 말할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