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9화
“아까 뭐냐, 너? 쭌 그 새끼랑 입술 맞대니까 아주 좋아죽더라?”
“아... 오, 오빠. 그건 그냥 게임이잖아.”
“게임은 개뿔. 그 다음부터도 아주 그냥 그 새끼 옆에서 몸이 달아올라있더만. 너 솔직히 말해. 지금 존나 하고 싶지?”
임태훈은 어귀진 골목에서 구소민을 몰아넣었다. 옷 위로 가슴을 움켜잡곤 거칠게 손을 스타킹 팬티 안으로 집어넣는다.
찌걱-
아니나 다를까 구소민의 사타구니는 적나라하게 젖어 있었다.
“이건 뭐야? 어? 이건 뭐냐고?”
“으... 그건 오빠 때문이야.”
“지랄하네. 야, 벽 잡고 서라.한발 빼야겠으니까.”
구소민이 명령에 응하지 않자 임태훈은 신경질적으로 그녀를 돌리고 아랫배를 팔뚝으로 꽉잡고 끌어당겼다. 비대한 몸뚱아리가 여리여리한 여체에 포개져 흡사 무거운 물건을 들어오리려는 지랫대처럼 보였다. 금방이라도 허리가 끊길 듯이 휘어진 구소민은 끝까지 저항했다.
“시, 싫어... 사람들이 안에서 기다리잖아.”
“기다리든 말든. 그 새끼들 어차피 나한테 못 개겨. 그게 트라우마라는 거거든. 나만 보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말도 못 걸걸?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안 그래?”
“...”
그녀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도 들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네 아버지. 지금 누구 때문에 목숨 붙어있는지 잊었어?”
“... 나쁜 새끼...”
“나쁜 새끼라니. 효자지. 효자. 미래의 장인어르신 만수무강하셨으면 좋겠으니까. 그리고 과속해서 애도 빨리 낳으면 그게 더 효자 아니겠어? 암튼 지금안에다 한바탕 쑤시고 싶으니까 빨리 한번만 하자.”
“아, 안 된다니까. 여긴 밖이기도 하고...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안 되면 되게하라는 말 몰라? 한번만 넣었다 뺄테니까, 그럼.”
“한번만 넣는건 다 거짓말이잖아. 넣고나면 끝까지 할 거면서.”
“훗. 잘 알고 있네? 그럼일단 넣어만 줘봐. 눈 깜짝할 새에 끝내줄게.”
임태훈이 자기 바지 지퍼를 쭉 내리고 발기된 고추를 꺼냈다. 그대로 구소민의 팬티를 내리고 고추를 집어넣으려는데 덜컥. 구소민의 손이 임태훈의 고추를 손끝으로 밀어냈다.
“안 된다고. 나 오늘 그 날이야.”
“어..? 아이씨, 그런 얘기 없었잖아.”
“진짜야.아까 손 넣었을 때 뭐 이상한거 못 느꼈어? 냄새 맡아봐. 비릿하지 않아?”
“킁킁. 아, 진짜네. 좀 비릿한거 같기도...”
“그니까 오늘은 안 돼. 그리고 오빠 나한테 너무 하는거 아니야? 아까 보니까 언니들한테 엄청 껄떡거리던데.”
그러자 임태훈이 구소민을 다시 벽에 밀어넣었다.
“그래서? 뭐 어쩔건데, 시발년아.”
“아, 아니야...”
“니 아버지 살리려면 내 돈 필요하지 않아? 그리고 지금까지 쳐받은 돈이 얼만데. 너가 니 서방님 고추 어디로 놀리는지 미주알고주알 할 필요 있냐?”
“... 알았으니까 이만 들어가자.”
임태훈은 빳빳하게 선 자기 고추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구소민은 그가 그러던지말던지 골목을 빠져나갔다.
‘아, 씨발. 존나 꼴렸는데. 오늘 어디든 풀고 싶은데.’
그러다 문득 서아의 공격적인 몸매가 떠올랐다. 분명 구소민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외모지만, 고등학생 때의 추억도 있고, 당시에 못 먹어봤다는 아쉬움이 남아있기도 했다.
‘아까보니까 명품차 끌고 다니던거 같은데. 돈 꽤나 밝히겠지? 한 번 꼬셔봐?오늘 임태훈이가 김서아 한번 자빠뜨려봐?’
크큭.
임태훈은 비릿하게 웃으면서 바지 지퍼를 올렸다.
*
진아영의 가게 앞. 들어가기 전에 앞쪽에서 흡연을 하고 들어가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서아가 내게 와서 앙증맞게 달라붙었다. 나는 누가 볼새라 주변을 둘러봤다.
“야,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렇게 앵기냐? 그리고 너 담배도 안 피잖아.”
“담배 때문이겠어? 아까부터 나 엄청 애닳았단 말야.”
“간접흡연은 좋지 않아. 좀 떨어져 있어.”
“후흥. 이제 내 건강 걱정해주는 거야? 이건 기분 좋은데.”
“너랑 떡칠 때 머리카락에서 담배냄새 날까봐 그런다.”
“앗! 그럼 이따 우리하는 거야? 나 진짜 기대하고 있다구. 오늘 내가 한건 했잖아.”
나는 구소민 일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 나 실적 올리면 엄연히 네 덕이야.”
“근데 소민 씨랑도 그거... 할 거야?”
“뭘.”
“그거...”
“그니까 뭐.”
나는 알면서 은근히 서아를 놀려먹었다. 서아 입에서 직접적인 단어가 나오면 꽤 꼴릿할거 같았다.
“세... 섹스.”
꼴릿하긴 하네.
“모르지. 그게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거냐?”
던힐 6미리를 깊이 빨아서 서아가 서 있는 쪽 반대편을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엄청 예쁘던데... 둘이 하는건 좋은데나도 예뻐해줬으면 좋겠어.”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몸매가 쫙 달라붙는 몸을 비비 꼬면서 저런 소리를 하니까 욘나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댕댕이 역할극을 했더니 진짜 댕댕이가 된건가.
내가 뭐라고 하려고 하는데 골목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서아야, 잠깐만 조용히 해봐.”
구소민과 임태훈의 목소리다. 둘이 다투는 듯한 목소리. 나는 벽에 몸을 바싹 붙여서 중간중간의 내용을 전부 들었다.
‘아, 그래서 구소민이 임태훈이랑 만나고 있는 거구나? 그럼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라는 뜻이네.’
임태훈다운 발상이다. 별 개쓰레기같은 새끼 다 보네. 삽입을 거절당하고선 부들부들 떠는 목소리까지 듣고, 구소민이 이쪽으로 걸어오는걸 확인한 후에 다시 입에 담배를 물고 멀찍이 떨어졌다.
“안에 태훈이랑 소민 씨 아니야?”
“어. 둘이 야외섹스하려고 했는데 임태훈이 까였나봐.”
“크큿. 한창 그럴 나이긴 하지.”
“야, 우리도 동갑이거든?”
“그래서 우리도 졸라 하잖아.”
“우리가 하는건마사지래도. 서로의, 서로를 위한, 서로에 의한 마사지.”
“푸핰! 그게 뭐야.”
구소민과 임태훈. 내가 본 미래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았을까. 만약 사실이라면, 둘의 결혼은 파국으로 이어지며 결국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마냥 눈 감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서아야.”
“응?”
“너가 만약에 누군가의 미래를 봤는데 그 사람의 미래가 절망 그 자체라면. 너 같으면 어떡하겠어?”
“절망?”
“응... 못된 놈이랑 결혼하고 이혼도 하고 결국 자살까지 선택하게 되는... 그런 절망 말이야.”
“...”
서아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빵긋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보험부터 들어두라고...”
“...”
내가 대체 누구한테 뭘 물어본 거지...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을 짓자 서아는 꺄르르 웃으면서 말을 바꿨다.
“에이, 조크지,조크.”
“그런 조크 좀 하지마. 너를 아직까지 인류 중에 하나로 보고 싶으니까.”
“인류래, 인류. 아니, 근데 그런 일이 있으면 도우려고 하겠지. 내가 보험을 들라는 이유도 마찬가지거든. 나는 진짜 돕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치? 아무래도 도와줘야겠지?”
“응. 응. 근데 왜? 누구 미래라도 보고 왔어?”
“아니. 갑자기. 갑자기 생각난 거야.”
“참내, 뭐야~ 완전 싱겁네.”
얘기를 하는 중에 구소민이 밖으로 나왔다.
“어? 여기서 뭐하세요? 안 들어가고.”
“얘가 담배 피고 들어가느라요. 소민 씨는 거기서 뭐하고 계셨어요?”
“아... 오빠랑 잠깐 얘기 좀... 근데 두분 엄청 가깝네요? 혹시 썸?”
“아뇨. 그런 사이 아닙니다. 저랑 서아는 그냥 친구에요. 친. 구.”
“그걸 꼭 그렇게 강조해야 되냠...”
바로 이 타이밍에 임태훈도 구소민을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친 후에 구소민보다도 서아를 먼저 흘겼다.
“니네 뭐하냐?”
녀석이 서아를 보는 눈빛이나 하는 행동들을 잠깐동안 분석해본 결과. 내 모쏠 찌질남 분석 데이터에 따라 놈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지금 지 여자친구한테 못 푼걸 서아한테 풀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역시 찌질이의 마음은 찌질이가 제일 잘 아는 법이라고.
나는 임태훈의 이 감정을 이용하기로 했다.
“잡담. 아, 소민 씨는 담배 안 피죠? 잠깐 두분이서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태훈이랑 담배 피고 갈게요. 너 담배 피지?”
“... 어.”
녀석은 잔뜩 경계하는 투로 말하며 내가 건네주는 담배를 받아들었다.
탁- 탁-
담배에 불까지 붙여주자 단순해서 그런지 살짝 경계를 푸는 분위기다.
“너 서아랑 많이 친하다?”
“뭐, 어쩌다보니?”
임태훈은 두 사람이 오순도순 대화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래서.”
“응?”
“그래서 오늘 할 거냐?”
“뭔 소리야. 나랑 쟤랑 반신욕도 할 수 있는 사이다. 벌거벗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내 말에 피식 웃는 임태훈. 녀석은 입맛을 다시면서 서아의 엉덩이를 계속 쳐다봤다.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알고 있는 김서아가 엉덩이가 저렇게 물이 올라있었나? 뻔하다, 이 새끼야.
그리고 이쯤되면 큰맘먹고 강한 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너 서아랑 하고 싶지?”
“... 뭐?”
표정을 보니까 정곡이다.
나는 담배를 탁탁 털어서 껐다.
“서아도 마음이 아예 없는거 같지는 않던데 내가 둘이연결해줄까?”
“... 진짜냐?”
“후. 나도 솔직히 학창시절에 너한테 당한 게있긴한데 너 돈 잘 번다며. 비트코인인가 그걸로 뭐 성공해서 건물주하고 있다면서.”
“그치. 한달에 내 통장에 월세로만 400씩 따박따박 박히긴 하지.”
“원래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너한테 잘 보이면 나한테도 콩고물 좀 떨어지냐?”
임태훈은 내 말에 대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가는게 제 제삿날인줄도 모르는 돼지같다.
“당연하지. 근데 서아가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
“어. 나한테 그러던데? 자긴 문신 있고몸집있는 남자가 자기 안아주면 좋아죽겠다고. 근데 태훈이 너가 아까 소민 씨 허리 안아줄 때 자기도 괜히 설렜다고 하더라고. 이 정도면 마음 있다는 소리 아니냐?”
“하긴. 여자들이 덩치있는 남자 좋아하긴 해.”
미안한데 넌 그냥 돼지야.
“나머지는 안에 들어가서 문자로 얘기하자. 내가 어떻게든 둘이 엮일 기회 만들어줄게. 근데 소민 씨는 어떡할래?”
“후. 그게 문제지.”
나는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녀석이 어디까지 뇌절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임태훈은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팠다.
“너가 소민이 취하면 집에 좀 데려다주던가.”
“... 그럴까?”
“그래주면 좋지.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을게. 나 한 입으로 두 말 안한다.”
그렇게 딜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술집 로비에는 많은 직원들이 할로윈 코스튬 복장을 하고 있었고,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멀리서 날 발견한 진아영이 쪼르르 내쪽으로 달려왔다.
바니걸 코스튬을 입고 있는 진아영. 안 그래도 육감적인 몸매인데 금상첨화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오셨네요. 친구분들은 안에 모셔놨으니까 들어가시면 돼요. 할로윈 이벤트 중이라 여러 가지 행사가 준비되어 있으니까 맘껏 즐겨요.”
근데 진짜 남자들까지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다. 몸 좋은 남자들이 웃통 까고 위에 토끼 귀를 끼고 있으니 여자애들 눈이 돌아갈만 했다. 내가 봤을땐 그저 토악질만 나오지만.
“어,근데 여기 아리따운 여성분은 그때 만났던...”
“아! 아, 안녕하세요.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죠. 김서아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예뻐서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 앞으로 자주 뵈요.”
“네... 그, 그럼 전 먼저 들어갈게요!”
쪼르르 달려서 동창들이 있는 방으로 내달리는 김서아. 아직까지는 진아영이 좀 두려운 모양이다. 진아영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귀엽네요.”
나는 임태훈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들어가는걸 확인한 후에 진아영에게 말했다.
“아영 씨는 오늘도 아름다우시네요.”
“웬일이에요? 그런 말을 다하고.”
“저도 언제까지는 쑥맥일 수 없으니까.”
“마음에 드네요. 오늘 내가 준비한 선물도 개봉할 시간이 될까 모르겠네. 자, 여기.”
나는 그녀가 건네주는 열쇠 하나를 받았다.
“바로 옆방 열쇠에요. 안에서 잠글 수 있는 유일한 열쇠. 놀다가 심심해지면 불러요.”
진아영은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걸 좋아하는지 딱 알고 있었다. 근데 설마 이게 선물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상체를 앞으로 밀어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나 오늘 노팬티에요.”
듣자마자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럼 아까부터계속 노팬티 상태로 일하고 있었던 건가.
근데 진아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둘이서 하는게 좋아요? 셋이서 하는게 좋아요?”
아... 할 일이 정말 많은 밤이다.
구소민 구제도 해줘야 하지, 임태훈한테 엿 먹여줘야 하지, 김서아 예뻐해줘야 되지, 진아영... 그리고 좀 이따...
오늘 하루, 정말 꽉찬 하루가 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