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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43화 (43/173)



〈 43화 〉43화

카운터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박유영이 나타나질 않았다. 오늘 카운터에는 신이설도 없어서 심심했다. 웬 처음보는 여자가 주말 알바라면서 앉아있다. 최원재는 내가 출근할  마침 퇴근할 때가 됐다면서 집으로 갔고.
주말에는 항상 당직이 있었다. 이번 주말 당직은 김지연. 샵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베테랑 테라피스트였다. 나랑은  마주친적이 몇 번 있지만, 그게 다였다. 그래서인지 볼때마다 더 어색했다. 주중에 볼 때랑 주말에 볼 때랑 또 느낌이 다르다.
이연두나 신이설 이외에도직원들이랑 친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수밖에 없는 하루.
박유영은 왜 나타나질 않는 걸까.
나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마침 이연두에게 문자가 와서 그녀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그러고보니 어제 이연두가 나랑 헤어질 때, 내 폰을 가져가더니 자기 이름을 두부로 저장해뒀었다. 친구들은 자길 두부라고 부른다고 한다.
귀엽긴 했는데 너무 음식같아서 뒤에 씨를 붙여 넣었다.

- 두부 씨 : 예약 손님 아직 안 왔어요?
- 나 : 네.
- 나 : 늦는다고 연락도 없네요.
- 두부 씨 : 그... 박유영 님이라고 그랬죠? 피팅 모델하시는...
- 나 : 네. 알고 계셨네요?
두부 씨 : 음, 예전에 저도 한번 눈독 들인적이 있어서 (머쓱)
- 두부 씨 : 돈 많아 보이는 사람은 다 스캔 해놨거든요.
- 나 : 그랬구나. 근데 연락 안 오면 어떡해요? 벌써 20분이나 지났는데.
- 두부  :  어쩔 수 없죠.
- 두부  : 사실 주말에 예약 펑크나는거 비일비재해요. 이설 실장님이 알면 바로 노쇼처리 해버리라고 했을텐데... 뭐, 테라피스트 재량이죠.
- 나 : 노쇼?
- 두부 씨 : 그 호날두 노쇼 사건 아시죠? 그거랑 똑같아요. 오기로 해놓고   사람은 노쇼 처리해요. 그럼 손님이 멋대로 예약을펑크낸 게 돼서 20만원 짜리 예약이면 20만원 홀랑 날라가는 거죠.
- 나 : 아, 그렇구나...
- 두부 씨 : 어쩌고 싶어요?
- 나 : 글쎄. 그래도 첫 고객인데 너무 가혹하고 싶지는 않네요.
- 두부 씨 : ㅋㅋ
- 두부 씨 : 예뻐서 그런건 아니고요?
 : 설마 질투?
- 두부 씨 : 푸핫! 뭔 질투에요. 그냥 물어보는 거죠.
두부 씨 : 근데 
- 두부 씨 : 질투해도 돼요?

나는 고개를 들어서 카운터 알바 눈치를 잠깐 살폈다. 내가 괜히 폰을 보면서 피식피식 웃고 있는걸 보면 날 이상한 놈으로 오인할지도 모르니까. 다행히 알바는 아직 내 손길을 받아보지 못했기에(?)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 나 : 이렇게 물어보니까 되게 당황스럽네.
- 두부 씨 : 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 두부  :어제랑 너무 다르네요. 무슨 사람이 그렇게 온탕 냉탕 번갈아 들어간 것처럼 확확 바뀌어요?
 : 제가 뭘요. ㅋㅋㅋ 절 그렇게 만든건 두부 씨 몸매죠.
- 두부 씨 : ㅋㅋㅋㅋㅋㅋ 두부 씨래. 아 왤케 웃겨.
- 두부 씨 : 생각해보니까 우리 말도 안 놨네요. 제가 더 어린데 말씀 편하게 해요.
- 나 : 아...  익숙해지면 할게요.
두부 씨 : 두부 씨라고 불리는게 어색해서 그래요.
 : 왜요, 어감 좋은데. 말맛도 있고.
- 두부 씨 : 말맛? ㅋㅋㅋ 어이없어. 마음대로 해요.
- 두부 씨 : 난 다 괜찮아요.
- 두부 씨 : 쭌 오빠

아, 씨. 뭐야... 이러면 바로 핸들 꺾어서 유턴해서 돌아가고 싶어지잖아.

두부 씨 : 오빠라고 불러도 돼죠?
- 나 : 샵에서는 하면 안될거 같은데.
두부 씨 : 아, 그거야 알아서 절제하죠.
두부 씨 : 그럼 허락한 거죠?
- 두부 씨 : 오빠

하루종일 조물락거려서 A컵에서 C컵 만들어버리고 싶다.
근데 지금까지 만져본 가슴들 사이즈는 다들 어떻게 될까. 말이야 A컵이네 C컵이네 하지만, 나로써는 여자들의 가슴 사이즈를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이게 묘하게 크기가 비슷해 보이면서도 모양새가 달라서 측정하기가 애매하다고 할까.
일단 지금까지 그립감으로 봤을 때는 김서아>진아영>김유진>박유영>이연두 이 순서가 아닐까 싶은데.

- 나 : 오빠 소리 들으니까 뭔가 이상해요.
- 두부  : 동생 없어요?
- 나 : 네. 저 막내거든요.
- 두부 씨 : 그럼 좀 어색할 수도 있겠다. 그럼 계속 들어요. 익숙해질 때까지.
- 나 : 내가 익숙해지면 두부 씨 감당하기 좀 힘들텐데.
- 두부 씨 : 
- 두부 씨 : 또 그 불도저 모드 들어가는 거예요? (부끄)

이렇게 이연두랑 문자를 하고 있었더니 박유영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있었다.
갑자기 폰 액정이 통화 상태로 바뀌고 거기에 박유영이라는 이름  글자가 찍히기 전까지는 그녀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냉큼 수신했다.

“어... 여보세요?”
-아... 서, 선생님! 죄,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저 지금 차 타고 가는 중이에요.
“다행이네요~ 저는 오늘 못 오시는줄 알고.
-후잉... 진짜 미안해요. 엄청 오래 기다리셨겠다. 근데 도착하려면 앞으로도 20분은 더 걸릴텐데 어떡해요...
“음. 어떡할까~ 다 해서 거의 시간을 기다렸네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진짜 넘넘 미안해요.  안났죠? 화 났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오늘 두  한 걸로 해주세요. 아니, 세 번... 흐아앙...
“크큭.  화 안났어요. 조심해서 천천히 와요.”
-... 아니에요. 그래도 일찍 가야죠. 정말 죄송해요. 왜 늦었는지는... 가서 설명할게요.
“네~ 이따 뵈요!”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정말 화가 나지 않았다. 박유영이 저런 식으로 귀엽게 말하는데 화가  턱이 있겠나.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 나 : 곧 오신다네요.
- 두부 씨 : 다행이다.
- 두부  : 그래도 헛걸음한거 아니니까.
 : 두부 씨는 오늘 뭐해요?
- 두부 씨 : 오늘은... 집에서 좀 쉬어야 겠어요. 오늘 아침부터 다리가 계속 후들후들 떨리거든요...
- 두부 씨 :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실 어제 일이 선명하지도 않으니까. 섹스를 뻑적지근하게 해댔다는 것만큼은 알겠는데 고추가 좀 아릿할 뿐, 다리에 알이 베긴다거나 뻐근한건 전혀 없었다.

- 나 : 나는 괜찮은데.
- 두부 씨 : 우씨... 갑자기 미워지네. ㅠㅠ
-  : 집에서  쉬어요. 나는  이따가 마사지 들어가 볼게요.
- 두부  : 네. 끝나고 동창회도 간다면서요.
- 나 : 내가 말했던가요? 맞아요. 오늘 좀 바쁠거 같아요.
- 두부 씨 : 그래요. 그럼 내일 봐요. 혹시 보고 싶으면 말해요. 나 오늘 밤새도록 한가해요.

나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허공을바라보며 실실 웃고 있자 어느순간부터 날 지켜보고 있었는지 옆에서 알바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나는 조용히 미끄러지듯 카운터를 빠져나가 VIP룸으로 사라졌다.

*

박유영은 VIP룸에 도착했고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후다닥 안으로 들어오는 박유영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왔다. VIP룸은 기본적으로 샤워시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셨어요?”
“아, 예... 안녕하세요. 그... 진짜 죄송해요. 제가 늦고 싶어서늦은게 아니에요.”
“알고 있어요. 바로 시작할까요?”

오랜만이라고 해봐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날 보곤 쑥쓰러운 듯이 얼굴을 붉힌다. 그녀는 프로필에 얼굴 사진을 안 걸어놓기 때문에 나 역시 그녀의 얼굴을 보니까 괜시리 설렜다.
내가 만난 여자 중에서 이연두가 단연 얼굴은 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까 박유영이 더 예쁜거 같기도 하고...
이연두가 서구적인 얼굴에 여우상이라면 박유영은 완전한 강아지상. 이연두는 키가 큰 반면에 박유영은 키가 작지만, 비율이 좋은 쪽에 속한다. 모든  다 동글동글. 젖살도 아직 안 빠진 얼굴은 진성 귀여움의 극치였다.

‘내가 얘랑 했었다는 게 졸라 놀랍다.’

물론 상황도 잘 따라줬고, 운이 좋았다.하필 박유영이 그런 고민을 갖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푸른점을 보는 나한테 걸렸으니. 운명의 데스티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쭈뼛거리며 몸을 비트는 박유영. 나는 그녀가 서슴없이 옷을 벗을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속살도 한번 섞었었고 그녀가 내게 야한 사진도 보내줬으니까.
근데 그녀가 계속해서 나를 의식하며 말했다.

“저, 저... 샤워  하고 나와도 될까요?”
“앗. 그러세요. 그럼 저는 밖에 나가 있을게요.”
“아, 아뇨! 밖에 나가실 필요는 없어요. 안에서 기다리세요. 근데 좀만 그 시선을 벽쪽으로... 괜히 창피해서요.”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차에 타서 자기 팬티 젖은 것까지 촬영해서 보내줬던 박유영이었기에 나는 좀 더 자극적인 시간을 원했던 거다.
뭘 원했던 건가. 내가 보는 앞에서 누드 촬영 전의 여배우처럼 홀딱 벗고 샤워씬 촬영할줄 알았나. 나도 참 웃긴 놈이지.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벽을 보고 머쓱하게 웃었다.

쏴아아-

물줄기 흐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동시에 박유영의 목소리도 들렸다. 샤워실 문을 닫지 않은 모양이다.

“저기, 선생님?”
“네?”
“저... 오늘 늦은 이유가 있어요.”
“뭔데요?”
“오늘 촬영할  좀 많이 혼났거든요. 사실 저 지난번에 마사지 받은 이후로 좀  좋은 조건으로 다른 사이트로 이적했거든요. 근데 저번보다 포즈라던지 표정이 별로라고 많이 혼났어요. 그랬더니 계속 남아서  잘 나올때까지 찍었는데 결국 어거지로 촬영 끝냈어요. 디렉터 분이 많이 화가 나셨더라고요.”
“그렇구나... 가끔 그렇게슬럼프가 올 때가 있지 않나요?”
“아뇨, 그런문제가 아닌거 같아요.”

나는 서글픈 그녀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릴뻔 했다.
내게 마사지를 받았던 날의 박유영을 떠올렸다. 그날 그녀는 거의 목숨을 구걸하다싶이 내게 애원했었다. 창피할 것을 무릅쓰고서 자기 하반신을 내어줬었다. 그랬던 그녀가 병이 낫고선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귀여운 외모 탓인지 부성애가 끓어올랐었다.
지금도 그랬다. 저 예쁜 얼굴에 눈물자국 좀 안 생기게 하고 싶다.
당장이라도 가서 등을 다독이고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내가 무슨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그저 이렇게 가만히 벽을 보고  있을 뿐이다.
물 소리가 끊기고 수건으로 몸을 닦는 소리. 나는 차마 야한 상상 따위는 하지도 못했다. 그녀를 위해서.
그런데 바로  순간,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졌다.
등 뒤에서 맨 가슴이 닿는 느낌이 느껴졌다. 백허그. 박유영은 그 아담한 팔로 나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얼굴을 내 등에 파묻었는데 볼따구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선생님...”
“... 네.”

솔직히 말해서 당황했다.  상황에서어떻게 당황하지 않겠는가. 등줄기에 땀이 솟구쳐서 무안할 정도였다.
가슴의 닿는 촉감이 얼마나 리얼했는지 꼭지가 쓸리는 감촉까지 전부 느껴졌다.

“저... 한 번만 더 부탁해도 될까요?”
“뭐, 뭘요?”
“그거요.”

으아. 이  글자 단어가 응축기처럼 내 고추를 확 끌어당겼다. 혈액이 사타구니에 쌓이는게 느껴진다.
말섹스인가. 글자섹스? 뭐, 그런건가? 말만 들었을 뿐인데 사정감이 들었다. 썅, 이러다 조루되겠다.

“저 그 날 마사지한 당일이랑 며칠동안은 최상의 컨디션이었거든요. 창피하지만, 성욕도 막 샘솟고 거기에 자꾸  넣고 싶어서 미쳐버릴거 같고...그래서  감정 그대로 촬영할 때 포즈도 취하고 몸짓도 하니까 디렉터님도 그렇고 사장님한테도 칭찬 엄청 들었거든요. 덕분에 좋은데 또 소개 받아서  인생에 있을까 말까한 기회도 얻었구요.”
“...”
“근데 그렇게 계약하기 무섭게 성욕이  떨어지고 그때처럼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싶어서.”

이렇게 가만히 두면 울겠다.
나는 몸을 돌려서 그녀를 끌어안아줬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옷도 입지 않은 그녀의 등을 다독여줬다. 내가 끌어안아주자 박유영은 제 몸을 내쪽으로 더 밀어넣었다. 따뜻하다. 얼굴이며 몸 전체가 다 따뜻한데 그 안은 더 없이 차갑다.

“얼굴 안 나오는 피팅모델은 써주는 데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몸매 관리도 엄청 열심히 해야하고 포즈도 진짜 중요하거든요.”
“그랬구나.”
“저한테 진짜 엄청 중요한 기회에요. 선생님한테 너무 무리한 부탁일수도 있는데... 염치 불구하고 부탁  드릴게요.”

그녀는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서 얼굴을 올려다봤다. 귀여운 멍뭉이 얼굴로 눈을 깜빡이면서 말을 이었다.

“저... 저랑 해주세요.”

하필이면 어제 그렇게 해대고 온 탓에 고추가 뻐근할 때 이런 부탁을 들어버렸다.

“저 그날 이후부터 촬영 때마다 선생님이랑 하는거 상상했어요...”

후, 그렇다면  염치없는 부탁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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