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42화 (42/173)



〈 42화 〉42화

중학생 때부터 만난 남자친구와 5년 만에 헤어졌다. 헤어질 때 들은 소리는 이랬다. “넌 너무 가슴이 작아.”
충격이었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줄만 알았던 그놈과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외모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몇 번의 만남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만남은 거짓처럼 느껴졌고 오로지 나와의 섹스를 위해 만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나같이 잠자리를 갖더니 전부 날 떠나갔다.
친구들에게 내 고민을 털어놨는데 그것도 고민이냐며 그 정도로는 일반인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도 못 나간다고 씨부렁거렸다. 얼굴이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날 놀려대는데,  운동한 남자보다 가슴이  작을거라고 했다.
왜들 그렇게 남의 가슴에 관심이 많으신지.
나 같으면 수술했니, 너는 얼굴은 예쁜데 가슴이 작아서 세상은 공평하다느니.
나는 마사지샵에 취직했다. 나름대로 인기도 많아서 돈도  벌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꼴에 하고 싶은 일은 많았다. 그림도 그리고 싶었고 남들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싶었다.
그래도 돈은 필요했기에 마사지 받는 남자들의 추파와 온갖 성희롱을  겪으면서 꿋꿋이 버텼다. 나 때문에 샵에 경찰도 많이 왔다 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다가 아이돌 소속사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명함을 받았다.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친구들, 부모님에게는 얘기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또 무슨 소리를 할지 대충 감이 잡혔으니까.
도착한 소속사는 되게 후줄근한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오래 돼서 낡아 보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좋아하던 걸그룹 라인엣지가 속해 있는 소속사라고 하니까 일단 믿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면접관은 나를 한참 뜯어보더니 노래도 시키고 춤도 시켰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떨떠름한 표정을짓고서 하는 말이 “옷  벗어봐.”였다. 나는 처음에 내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가? 내가 “네?”하고 반문하자 버럭 성질을 내면서 “좀만 벗어봐. 라인은 봐야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내가 벗지 않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면접관은 내 뒤통수를 향해 말했다.

“가슴이 좆도 작으니까 못 벗는 거겠지.”

*

연두는 그때부터 남자랑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 마침내 믿을만한 사람을 만났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보처럼 얼굴만 뚫어져라 보는게 퍽 귀여웠다. 여자 경험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작은 가슴을 거친 손으로 부여잡고 입으로 쪽쪽 빨면서 좋아해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애간장이나 태우다가 끝낼 생각이었는데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옷을 다 벗고 있었고 거대하게 발기된 준현의 귀두가 연두의 성기를 문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이라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뛰는 순간이었다.  들어오는 순간에는 쾌감에 흠뻑 젖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주, 준현 씨...”
“연두 씨...”
“우리 이래도 되는 거겠죠?”
“당연하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나 좀 걱정했거든요.”

귀두가 자궁까지와서 닿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쾌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 순간, 약간 휘청거리면서 준현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다시 정신을 부여잡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가운데로 돌아오는 준현.

“준... 현 씨?”

걱정스러웠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근데 준현의 몸이 어딘가 이상했다.
근육들에 솟아있는 힘줄이 울긋불긋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감춰 있던 혈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은 불구덩이처럼 뜨거워져서 아래쪽 살덩이가 붙을 때마다 불로 지지는 느낌. 준현은 마치 섹스의 화신이 된 것처럼 몸을 움직여댔다.

퍽! 퍽! 퍽! 퍽! 퍽!

분명오랜만이라서 살살 해달라고 했지만, 준현은 개의치 않고 허리를 놀려댔다.
성기를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겁고 아팠지만, 묘하게 쾌락에 쩔어들었다. 아픔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몰려드는 짜릿함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하앙! 앗! 아앗! 큭... 흥! 조, 좀만... 살... 살살...”

말은 이렇게 해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준현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여댔다.

끼긱 끼긱 기끽 기끽!

침대도 앞뒤로 움직이면서 신음을 질러댔다. 거기에 박자를 맞추려고 하는건 아닌데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앙! 하앙! 읏! 읏! 끅... 아, 아파... 흐끅! 주, 준현... 준현 씨...”

낮에 보여줬던 친절했던 준현은 없다. 이게 말로만 듣던 낮져밤이의 정석인 걸까. 준현은  야생의 짐승처럼 섹스에만 미쳐있었다. 아니, 이건 거의 머신이다. 섹스머신.
섹스머신은 정상위로 하는게 지겨워졌는지 연두의 몸을 거칠게 돌려서 두손을  잡고 박아댔다. 아래가 커서 그런지 후배위로 할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번 박을 때마다 달달한 꿀덩이를 혀에가져다대는 것처럼 질척한 쾌감에 휩싸였다.

‘아아... 이거 중독될거 같아... 너무 좋아. 미치겠어..!’

안에서 한번 더 퉁치고 올라오는 귀두가 쥐스팟을 두들기듯 강력하게 때린다. 공성장비처럼 사정없이 연타하는 귀두는 인정사정 없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두 개의 뜨거운 손이 가슴을 찾아와 한껏 움켜잡는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럴 수가 있었나?
지금까지 그녀와 섹스했던 남자들은 저마다 허리를 놀리거나얼굴 칭찬을 하기 바빴다. 키스나 할줄 알았지 가슴쪽에는 애써 눈도 돌리지 않았다.
근데 준현은 달랐다. 흥분이 극도로 달해서 본능만이 남아있는 상황에 연두의 가슴을 움켜잡고 추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아... 행복해...’

연두는 섹스하는 내내 이 섹스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그리고 연신 밀려오는 행복한 감정에 지금까지 있었던 좆같았던 일들이 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

어렴풋이 의식이 작동을 한다. 먹구름이 깔린 듯한 흐릿한 시선에 드문드문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 밑에 깔린 이연두. 아프다고 신음하는 이연두. 등짝을 보자. 등짝! 역동적으로 박아대는 탓에 스크류바처럼 말리는 이연두의 허리.
가슴! 슴가! 젖가슴! A컵에서 진화한 B컵 젖가슴! 만지자! 아, 그렇지. 이게 진짜 가슴의 그립감이지. 꼭지! 꼭지를 비틀엇! 꼭지를 비틀때마다 오토바이 시동  듯이 허리 들리는거 기분 좋아!
그래도 역시 이연두는 얼굴이지! 키스! 키스를 하자! 혀가 너무 부드러워. 녹아내리는거 같아. 뭔가 엄청 뜨겁다. 침도 전보다  찐득한거 같고.
속살... 기분 좋아. 안쪽까지 닿아. 뇌가 정액에 녹아내릴거 같아. 싸자, 싸! 싸고 한번  하자!
그래도 쌀  느끼는 절정의 쾌감은 실속있게 챙겼다. 이것마저 흐릿했으면 신을 저주했을 듯.
다시 재차 발기되자 이연두가 황홀한 얼굴로 쪽쪽 빨아준다. 그리고 다시 콘돔. 아, 콘돔 싫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 삽입. 와, 방금 쌌는데  쌀거 같아.
이연두! 얼굴 존나 예뻐! 존나 사랑한다!
시빠아아아아알!

*

“핫.”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침대 위에는 정액으로 가득찬 콘돔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면서 내 가슴에 폭 자기 얼굴을 기댄 이연두. 나는 땀으로 범벅이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때문에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떼어줘야 했다.
커다란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내 얼굴을 살피는 이연두. 갑자기 방끗 웃으며 입안에 고인 침을 꿀떡 삼켰다.

“하아... 하아... 이제 내가 알던 준현 씨로 돌아왔다.”
“... 저... 미안해요. 살살해달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풋. 뭘 미안해 해요. 엄청 좋았는데. 하아... 진짜 말도 안 되게 좋았어요, 준현 씨♡”
“그랬어요?”
“네! 근데 진짜 무슨일이에요? 지킬  하이드 뭐 그런건가? 삽입만 하면 내면에 있는 악마가  튀어나오고 그런거에요?”

그건 나도 궁금하다. 딱딱하게 굳은 보라색 반점을 없애자마자 이 여자의 기운을 흡수했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알코올까지 흡수해 버렸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인사불성이 되어버렸지. 취했던 걸까. 나 취하면 진짜 개되는데. 진짜 개가 되어버렸던 걸까.

“... 취했나봐요.”
“아하하. 우리 그럼 둘이서 술 자주 마셔야겠다.”

그렇게나 만족스러웠을까. 아니, 그나저나 대체 섹스를 몇 번이나 한 건지. 침대에 보이는 콘돔만 4개... 언뜻 바닥에 떨어진 것만 3개...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건지 확인했더니 무려 3시간이나 흘러있었다.
미친... 미친... 미친..! 그 3시간 동안의 블록버스터 무비가 짤막한 웹무비처럼 토막났단 말이냐고. 물론 실속있게 쾌감을 챙긴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술 먹어야지. 다음에도 또 먹어야지. 그럼그럼. 그리고 그때는 절대로 정신줄을 놓지 않으리라.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축 쳐진 내 고추에서 밀려오는 뻐근함. 박아대길 수백번에 죽었다가 재발기 된게  번인지. 격한 운동을 끝낸 후의 근육처럼 아릿 뻐근한 것이 오늘 운동 다 했다.

“모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이거 보면 엄청 놀라겠다...”

 시덥잖은 걱정을 하는 이연두. 근데  이 말조차 섹시하게 들리는 걸까. 이렇게나 많이 섹스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듯한 말투였으니까.
그녀는 웃으면서 내  쳐진 고추를 한번 만졌다.

“아, 읏! 아, 아파아...”

엄살 떠는게 아니라 진짜 존나리 아팠다. 이연두도 흠칫 놀라서 미안해했다.

“미안해요.  그냥 엄청 대견해서 쓰다듬어주려고 한거 뿐인데.”
“헤헤. 지금 완전 불살라서 대답도 못하는 상황인가봐요.”
“이름도 있어요?”
“뭐요? 얘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이연두. 아, 존나리 사랑스럽네.

“음... 존슨?”
“아, 뭐야. 너무 아메리칸스럽고 터프해 보이잖아요.”
“오늘 좀 그랬지 않나요?”
“흠... 귀여운 한국 이름이었으면 좋겠는데.”
“똘똘이.”
“푸학!”
“왜요, 원래  그렇게 부르는데... 쭌지는 어때요. 애들이 다 저더러 쭌이라고 불렀거든요.”
“아, 별명이 쭌이었구나. 그래서 얘는 쭌지구나...”

잠깐의 침묵. 아니, 그러니까 누가 얘 이름 지어달랬냐고...
이연두는  무안한 침묵을 깨고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준현 씨는 되게 좋은 사람 같아요.”

갑자기 너무 진지해서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나쁜 사람들만 만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선 옆에서 섹섹 거리며 잠에 들었다.
이연두에게 어떤 말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무슨 걱정을 하며 살까 싶지만, 사람의 트라우마나 콤플렉스는 타인이 평가할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모쏠인게 걱정이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더니 어머니가 내 등짝을 후려치면서 “야, 우리 때는 처음 만난 사람이랑 결혼하고 그랬어.” “다 때 되면 만나는 것이야.” “그것도 개뿔 뭔 걱정이라고.” “니가 지금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니?” 하면서 도움도 안 되는 소리들을 많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었다. 결국 이렇게 예쁜 여자들이랑 마구 해댈  있게 됐으니까. 만약 내가 이전에 어떤 평범한 여자하고  맞아서 코가 꿰어 버렸으면  해봤을 경험들이다. 그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시부럴 집에서 딸딸이 치고 잠만 자는 놈이 뭘 그렇게 세상 씨부렁씨부렁 거렸던지. 허허허. 실소가 나왔다.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지금까지 발현된 내 능력들을 되새기며 잠을 청했다.

붉은색 반점 - 근육의 수축. 일반적으로 뻐근함을 느끼는 부분. 뭉쳤다고들 표현한다. 제일 흔한 반점이고 제거했을 때 노곤해지면서 경계심이 풀린다. 기본적인 마사지 실력을 향상시켜준다.

푸른색 반점 - 기능 장애의 원인이 되는 부분. 현재까지 최원재, 이미경, 박유영. 이 세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었던 희귀한 반점으로, 제거하면 지속적인 효과가 생기고 동일 인물에게서는 다시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반점을 보인다면 땡 잡았다고 보면  듯. 푸른색 반점은 돈이 된다!
딱따하게 굳은 푸른색 반점을 제거했을 때는 몸에 열이 극심하게 올라오니 주의해야 한다. (내 뇌피셜에 의하면 기능을 회복시키면서 혈류가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분홍색 반점 - 쾌감 성감대. 다른 반점들과는 다르게 톡톡 터지는 이펙트가 있어서 터트리는 맛이 있다. 보통 연계 형식으로 많이 나오는데 붉은점을 제거 했을 때나 푸른점을 제거 했을 때 그 밑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김유진의 경우에는 워낙 섹스를 밝혀서 그런지 아무 짓도  했는데 분홍색 반점이 가득했다. 사바사인 듯.
딱딱하게 굳은 분홍색 반점을 제거하면 말 그대로 성욕의 노예가 된다.

보라색 반점 - 콤플렉스 해결을 도와주는 점.  거시기도 그렇고 이미경의 목주름이라던지 이연두의 가슴까지.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커버 쳐주는 개씹사기 스팟이다. 동시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점이기도 하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효과가 발동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딱딱하게 굳은 보라색 반점을 제거하면 상대방의 기운을 흡수하게 되는데 이것도 어떤 방식인지  모르겠다. 표본을 더 만들어봐야 할 듯.

일단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여기까지인가...
나는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야 했다. 행복한 고민이라면 행복한 고민이다. 이런 사기급 능력을 갖고서도 인생을 죽쑤면 진짜 개병신 호구새끼가 아니고 뭐겠는가.

*

다음날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 이연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 이게 왜 안 잠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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