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40화
여자의 샤워는 남자의 샤워보다 배는 오래 걸린다. 김서아도 그렇고 지금의 이연두도 그렇고 샤워 시간이 20분 정도는 잡아먹는 것 같다.
만약 지금 내가 샤워하러 들어가면 5분만에 후다닥 뛰쳐나올 자신있는데.
기다리기 심심해져서 스마트폰을 켰다.
역시나 애닳는 여자들의 부재중 문자 메시지가 20개 이상 와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독보적으로 많은 양을 보내 놓은건 김서아였다.
- 김서아 : 쭈녀나! 내일 나 몇시까지 가면 돼? 6
남아있는 다섯 개의 문자는 대체 무슨 내용일지 감도 안 잡힌다. 밀당이라곤 전혀 없는 직진서아.
- 신이설 : 커미션 잘 받으셨어요? 1
- 진아영 : 우리 전에 벤치에서 찍은 사진 (사진 첨부) 3
- 박유영 : 오늘 쉬는 날인데 뭐하세요? 1
- 이미경 : 애들이랑 놀러 나왔어요. 선생님 말대로 30대 애들이랑 합석 중 ^^ 2
- 김유진 : 욕 먹으면서 박히고 싶다... 1
- 이연두 : 아무릅ㅇㅁ리 3
일반적인 문자와 극단적인 문자들 사이에 박아넣고 싶기라도 한지 고추가 인사불성 부풀어 올랐다.
김유진은 또 왜 이렇게 잔뜩 발정이 난 거고.
이연두는 또 언제 저런 문자를 보내놨는지. 무슨 멀록이냐고. 아무래도 아까 술 먹을때 화장실에서 문자를 보내놓은모양이다.
문자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괜히 읽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연두... 핸드백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 자꾸 신경 쓰이네.’
이연두가 편의점에서 사온 물건은 다름아닌 콘돔이었다. 그것도 극초박형. 콘돔을 언제 비교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요즘은 초박형 아니면 팔리지도 않는다고.
근데 뭐, 그게 중요할까. 이연두가 나랑 하고 싶어한다는게 제일 중요한거지. 콩닥콩닥콩닥. 다시금 실루엣이 비치는 화장실 유리를 바라봤다. 가슴은 모르겠고 엉덩이 하나는 진짜 일품이네. 일품이야.
그런데 문제는 핸드백에 콘돔 뿐만이 아니라당췌 뭔지 알 수 없는 물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물건은 편의점에서 사온 물건 같지는 않았다. 짱짱해 보이는끈과 맨질맨질한 가죽으로 덮힌 물체... 그건 대체 뭐였을까.
슬슬 물줄기 소리가 약해지고 수건으로 몸을 닦는 실루엣이 보인다. 다시 확인하기에는 늦었다. 아니, 재차 확인을 해도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나올 때, 나는 tv를 켜서 보고 있는척했다.
“뭐봐요?”
살짝 취기가 풀렸는지 똑바로 발음하는 이연두. 그녀는 모텔에서 제공해주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취기가 가셨는데도 불구하고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손으로는 머리를 뒤로 묶었고 입에는 고무줄을 물었다.
가운의 밑쪽 빈틈 사이로 여리여리한 살색이 듬성듬성 보여 나도 모르게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예능?”
“쿡쿡... 무슨 예능?”
“그냥 돌리다가 나오는거 보는 중이에요.”
이연두는 내 옆에 비스듬히 누워서 같이 tv를 봤다.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연예오락이었는데 내용은 잘 모르겠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옆에 누운 이연두의 가슴쪽에 자꾸만 시선이 갔던 거다. 옷고름이 살짝 풀어져서 몸과 가운 사이가 벌어졌고 간신히 꼭지가 보이지 않지만, 유륜의 빛깔만큼은 선명하게 보였다.
피부색이 하얘서 그런지 딸기우유 색상의 유륜. 척 보기에도 맛깔나게 생겼다.
꿀꺽- 두 번째로 침을 삼켰다.
너무 한곳만 바라보기에 민망해서 시선을 올렸다. 똥머리로 땋은 머리와 길쭉하게 뻗은 콧대. 지붕처럼 뻗어나온 기다란 속눈썹은 간헐적으로 깜빡거렸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불끈. 이불 밑이 꼼지락거리며 올라온다. 나는 후다닥 일어나며 화장실로 향했다. 뒤에서 이연두가 쿡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 나 씻고 올게요.”
“네~”
샤워를하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다. 아니, 결국 섹스라는 하나의 생각으로 점철됐지만.
이연두가 여우라는 건 확실하다. 꼬리 한 세 개 정도 달린 요물쯤 되려나.
영화보기 전에 자기 취미가 드로잉이라면서 자기몸매 스케치 그림을 보여줬다거나 영화 볼 때 커플석을 잡질 않나, 앉아서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하질 않나, 방탈출에서도 그렇고, 술 마실 때도 술 취한척 한거 아니야? 만약 그랬으면 연기대상감이지만.
방금도 그래. tv 보는척 하면서 일부러 자기 젖가슴 드러낸거 아니냐고. 물론 심각한 빈유이긴 하지만.
첫 만남 때도 그렇다. 자기 친구들과 톡하면서 따먹고 싶다느니 어쨌다느니.
이 요망한 것. 근데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귀엽다고 해야하나. 왜, 남자들만 이성 꼬시는데 열심히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들의 이런 식의 변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이렇게 들이대는거 싫어하는 남자도 얼마 없을걸. 일단 난 환영. 온몸으로 열렬히 환영이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안면 마사지를 했다.
다 된 밥이어도 나와 같은 종자들은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얼굴 마사지? ok
고추 마사지? ok
준비 완료.
이 정도 얼굴에 대물이라면 자신감이 살아난다.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팬티는 입고 있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 입었다.
“저, 다 씻었...”
그래. 머릿속으로는 생각했다. 자신감이 생겼노라고.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겠노라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침실로 딱 나오는 순간, 이연두가침대 옆에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tv는 어느새 꺼놨다.그녀의 휴대폰에서 끈적한 음색이 흘러나왔고.
은은한 모텔의 조명이 이연두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날 위한 선물처럼 방긋 웃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 생애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옷을 벗고 있는 것보다 더욱충격적인 광경.
이연두는 가터벨트를 입고 있었다.
‘아, 아까 핸드백에서 봤던 게 저거구나.’
검은 스타킹과 함께 착용한 검은색 가터벨트. 가죽처럼 반들거리며 짱짱했던 줄들의 존재가 저것이었다니.
나는 오늘 저녁에만 세 번째로 침을 꼴깍 삼켰다.
이연두... 이 요망한 여우가 내쪽으로 걸어왔다.
“어때요?”
나는 그제야 내가 가터벨트 쪽에만 신경 쓰느라 위를 보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가터벨트와 세트인 듯한 브래지어도 너무 예뻤다. 검은색 레이스가 달려서 볼품 없을 수도 있는 가슴을 보완해주고 있었다.
“예, 예쁜데요?”
나는 일부러 담담하게 말하려 했는데 입이 그렇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어느새 자리는 역전돼서 내가 침대쪽으로 밀려났다. 살포시 내 가슴을 밀어내는 이연두. 나는 끝내 침대 모서리에 걸려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여, 연두 씨... 그, 근데...”
“크큭... 뭐가요? 우리 선생님 많이 당황하셨구나.”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이연두가 몸을 숙여서 내 상체에 밀착시켜 들어오자 나는 도미노처럼 몸을 뒤로 눕혔다.
손. 손을 어디 둬야할지 모르겠다.
“쑥맥 맞네요.”
“네, 네?”
“여자들을 어떻게 구워 삶았나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네요. 확실히 실력으로 영업한거 같은데. 진짜 마사지 실력은 어떨까? 궁금하네.”
꿀꺽.이제 시도 때도 없이 침을 삼킨다.
‘아니지. 잘 생각해보자. 일단 이연두한테 마사지만 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흐흐, 내 손 닿으면 꼼짝도 못하지.’
“보여줄게요.”
나는 이연두의 허리를 잡고 돌려서 눕혔다.
“꺄악!”
순식간에밑에 깔린 이연두는 안 그래도 커다란 눈망울을 더 크게 떴다. 내가 상체를 더 구부려서 얼굴이 거의 닿을락말락하게 되자 이연두는 그 큰 눈망울을 스르륵 감았다.
“눈은 왜 감아요?”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이연두가 감았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날 나무랐다.
“너무해...”
“말했잖아요. 마사지 보여준다고.”
나는 얼굴을 마주본 채로 그녀의 목덜미 쪽에 있는 붉은점들을 약한 지압으로눌렀다. 살살 누르자 바로 반응이 왔다.
“흐응-”
혀를 뻗으면 입술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 입김을 뿜으면 그 뜨거운 입자 하나하나를 전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뜨거운 입자 속에는 알코올의 향이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취기도 취기지만, 내 손길에 닿자마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자, 잘하시네요.”
이연두는 방금까지의 건방진 태도를 누그러뜨려 고개까지돌리고 말았다.
나는손을 조금씩 더 과감하게 내려보냈다. 쇄골 부분을 살살 만지작하다가 팔뚝 쪽으로 내려가서 압력을 좀 더 세게 해서 주무르자 뭉쳐있던 붉은점들이 투두둑 떨어져 나가며 이연두의 몸을 한층 더 뜨겁게 타오르게 만들었다. 이미경 때와 똑같다. 규모가 다르지만, 저들끼리 뭉쳐서 깨부수려면 보다 센 지압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효과도 똑같다. 몸이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하면서 몸의 구석구석에 핑크색 점이 도로록 모습을 드러냈다.
이대로 핑크색점만 제거하면서 마사지를 해나가기만 해도 이연두는 뿅 가버릴 거다. 일전에 김서아에게서 배웠던 거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마사지들이 밑거름이 됐다.
나는 능숙하게 손을 옮기면서 이리저리 막 만져댔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가터벨트의 자태. 피부를 따라 얼굴을 내리면서 스읍- 살 향기를 맡았는데 방금 샤워하고 나와서 그런지 야트막한 비누향과 이연두 특유의 냄새가 섞여서 황홀하다. 아니, 황송하다. 시바, 내 깜냥에 이게 지금 말이 되나?
맨들맨들한 살결. 뜨겁게 달궈져서 만질 때마다 연신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게 재밌다.
그러다가 등쪽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토독 브래지어의 후크를 끌러냈다.
이연두는 이미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힘을 쭉 빼고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브래지어를 벗기려니까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저, 저기...”
“네?”
이제와서? 라고묻고 싶었는데 어떤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시, 실망하실까봐.”
“뭘 실망해요. 난 그냥 마사지하려는건데?”
“아...”
큭큭. 귀엽네.
사실 내가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긴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딸기같은 유두를 찾는 것도 일이지만. 더한 보물이 숨어 있을 것이다.
이연두가 선물의 포장끈을 풀 듯이 스르르 제손을 내리는 순간. 이 순간에 나는 도굴꾼이 된다.
있다. 보물이.
이연두의 가슴 중심부에는 나보다도 훨씬 더 커다랗고 딱딱하게 굳은 보랏빛 점이 뭉쳐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을 깨부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다.
“연두 씨.”
“네?”
“전에 나한테 했던 얘기, 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사람을 살리는 손. 기적의 손이라고 한다고 했죠?”
“네... 근데 그게 왜요?”
“지금부터 내가 놀랄만한거 보여줄게요.”
이게 내 영업의 비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