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화 (34/173)



〈 34화 〉34화

컴플레인 건 손님의 이름은 김유진이라고 했다. 문앞까지 바래다  남자친구의 이름은   없지만, 버스에서 보여줬던 행동으로 미뤄보건대 김유진이 하는 말이라면 껌뻑 죽는 그런 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름 복수심에 불타서 이연두를 공격하려는 모양인데 아무리 봐도 이연두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뻔한 일이었다. 남자 손님이 여자 마사지사에게 껄떡거리다가 차여서 개쪽 당한 거다. 괜히 제 화를 못 이기는 거다.
막상 이렇게 놓고보니 내가 김서아에게 느끼는 감정도 그런 비슷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내가 그녀를 좋아했던 거지, 그녀가  호감에 상응하는 보상을 줄 필요는 없었던 거다. 근데 나는 그걸 보상 받고 싶었던 거고.
나도 어쩌면 그놈과 다를 바 없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씁쓸하게 웃게 됐다.
카운터쪽으로 나가자 마침 김서아가 신이설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예, 손님. 담당 테라피스트와 직접 연락하셔서 예약을 잡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내일 준현이 일정있는지 없는지만...”

순간, 내가 그녀에게 약간의 측은한 마음을 품었던 걸 후회했다. 왜 남의 뒷조사를 하고 다니는 거냐고, 이 미친여자는.

“나 내일쉬는날인데 왜.”
“아... 아니, 너어...  나오면 예약 잡을까 하고 물어본 거지.”
“그날 놀러간다며.”
“히잉... 놀러는야 마사지 받고도 갈 수 있는 거니까. 근데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너가 나 몰래 내 뒷조사하는거 같아서.”
“아니야~ 그런거~ 아, 맞다! 나 그럼 다음 예약은 언제 해?”

나는 몇 차례의 질내사정을 떠올렸다.
좋았지. 기분 존나 좋았지. 또 박고 싶고 그렇지.
그리고 아까 했던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며 김서아에게 너무 매몰차게 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음, 나 일요일에 예약 있어서 여기 나와야 되는데 그때 맞춰서 올래? 뭐, 시간 괜찮으면 끝나고 밥이나 같이 먹던지.”
“엉..? 일요일? 그니까 내일모레?”
“응.”
“준현아. 일요일에 동창 애들 만나기로 했잖아? 너 단톡방에 없... 아, 맞다!  단톡방에 없지? 미안. 내가 전달해주는 걸 깜빡했네. 일요일에 한 다섯명 정도? 모이기로 했어.”
“그래? 아쉽네. 그럼 다음주 주말쯤 보면 되겠다.”
“아익! 그,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응. 뭐 그렇게 됐네.”

사실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아직까지는 예약 손님이 많지 않으니까.
근데 김서아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조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년은 잠시라도 느슨하게 굴면 뭔 짓을 할지 모르는 년이다.

“후웅... 그, 그럼 동창회 좀 늦게 참석한다고 하고 나랑 같이 가자. 너 끝나고!”

동창회라. 스마트폰을 한강물에 잃어버린 후로 친구들의 연락처가  다 날아갔다. 연락해보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BJ랑 결혼한 새끼, 모델이랑 만나서  낳고  지내는 새끼. 여자들 후리고 다니는 그 새끼. 뭐, 나열하면 많다.
근데 그 놈들에게 연락하고 만나보고 싶은 이유는 하나.
내가 김서아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그럴까?”
“응! 그러자! 와, 진짜 좋아. 그럼 준현아, 내일모레 봐! 아, 안녕히 계세요!”

김서아는 해맑게 인사하고 총총 걸음으로 밖을 향해 나갔다.
내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자 신이설이턱을 괴고 말했다.

“아무리 봐도 준현쌤 좋아하는거 같은데.”
“그럴리가요.”
“딱 봐도 티가 나는데. 근데 준현쌤은 진짜  친구분한테 관심 없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 정도면 남자들이 다 좋아할 스타일인데.”
“친구일 뿐이죠. 그나저나 그 김유진이라는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VIP 3번 룸이에요. VIP도 아닌데 VIP룸 안 잡아주면 당장 환불 받아야겠다고 난리를 치는바람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준현쌤.”
“네?”
“조심해요. 그 손님 완전 돌아이에요.”

나는 신이설의 걱정어린 소리에 픽하고 웃어보였다.

“제가 더 미친놈이잖아요.”
“그건 그래.”

*

VIP룸에 들어가자 김유진은 엎드린 채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남자 마사지사라는  알고 있었고 엉덩이와 가슴 부분을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나직하게 인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녀는 손을 한번 들었다 내리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싸가지없는 년. 넌 오늘 임자 만났다. 극락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기분이 뭔지 보여줄게.’

나는 손에 오일을 묻히면서 말했다.

“그럼 마사지를 시작하겠습니다.”
“잠깐만요.”
“?”
“저 피부 되게 예민하거든요. 금방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컴플 넣을테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

나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시간에 김유진의 몸을 위아래로 스캔했다.
붉은색 반점과 핑크색 반점의 향연. 핑크색 반점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은 또 처음본다.
이전 여자들의 경우에는 조건부로 핑크색 반점이 나타났었다. 근데 김유진은 조건없이 핑크색 반점이 가득 있는 걸로 봐서는 섹스에 환장한 년이 분명했다.
근데 몸의 굴곡은  어떤가. 그 시발놈의 여자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몸매도 좋고 피부도 좋다. 좆같은 년이지만, 마사지하는 맛은 있을거 같다.
피부가 예민해? 좆까시고.
우선 붉은점이 그득한 허벅지 뒤쪽을 향해 치덕치덕 오일을 바르고 과감하게 쓸어내렸다.

‘오우, 탱글탱글한거 봐. 그 새끼한테 주기는 아까운 몸매인데.’

내가 살살 만지자 김유진은 손을 들어 뭐라고 하려고 하다가 스르륵 손을 내렸다.

“으흥...”

심지어 달뜬 숨까지 내뱉는다. 그도 그럴것이 성적 민감도를 담당하고 있는 핑크빛 반점도 함께 터트리고 있었으니까.
며칠동안 마사지를 하다보니 어떻게 해야 여자들이 미쳐 날뛰는지 조금씩 감이 잡힌다. 붉은색 점이 뜨거운 물을 부어서 노곤노곤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준다면 핑크빛 점은 애무  자체다. 그래서 끊임없이 분홍색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붉은색 점과 번갈아가면서 터트려주는게 좋다.
진아영이 내게 알려줬던 섹스의 기술.
너무 자극적인 애무만 하면 금방 질린다. 이 가르침을 채용한 결과, 김서아가 한 번의 섹스에 서너 번 홍콩으로 떠나는 걸 볼 수 있었다.

“불편하신데는 없으세요?”

중간 체크 겸사 해서 묻는 말이다. 더 주물러야할 곳이 있다면 주무르고 압이 세다면 줄여야 했다. 불편한데가 있을 리가 없지. 지금 가라이 사이에서 물 나와서 마사지용 티팬티가 다 젖었구만.

“아... 네... 없어요. 자, 잘하시네요.”

원래 컴플레인을 걸려고 들어온 김유진은 내 마사지에 살살 녹아내리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배드의 중간부분으로 이동해서 그녀의 엉덩이에 살포시 앉았다. 원래는 손님 위에 올라타는  따위는 상상도 못하지만,  경우에는 예외다. 다분히 섹슈얼한 느낌을 내기 위한 수단이다.
등 마사지를 하면서 붉은색 점과 핑크색 점을 골고루 없애나갔다.

“흐앙... 아, 죄, 죄송해요.”
“뭐가요?”
“이, 이상한 소리 내서요.”
“그럴수도 있죠. 그런걸 갖고 뭘.  이상한 소리 내셔도 되요.”
“아...”

묻지도 않고 수건을 치운 다음, 배드와 몸체 사이에 낑겨 호떡처럼 눌린 가슴의 옆라인을 따라 살살 만져댔다. 여기에도 핑크빛 점이 사정없이 가득하다. 얼마나 음란마귀인거냐, 이 여자는.
이쯤되서도 아무 거부반응이 없는 걸로 봐선 어떤 질문을 해도 괜찮을 거다. 나는 젖가슴의 감촉을 만끽하고 입안 가득 고이는 침을 삼켰다.

“저, 손님?”
“... 네?”
“연두쌤이랑 트러블이 좀 있으셨다고요.”
“아, 예...”
“어떤 문제였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피부가 좀 예민해서요. 갑자기 불쑥 손을 대니까 좀 놀라서 그랬어요.”
“그러셨구나. 그럼 환불할 정도는 아닌거죠?”
“...”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살살 어루만져줬다. 은근슬쩍 귓불 부분에 터치도 해주자 슬슬 실토를 하기 시작했다.

“음. 네... 제가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가봐요.”
“그러셨군요. 지금쯤 연두쌤 속이 타들어갈 거예요. 저희 테라피스트들에게는 그런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일종의 직업적 장인정신이라고 해야할까요?”
“... 그렇군요.”

미안함을 느끼는건지 알 수 없는 반응. 하긴 이 여자가  정도로 미안한 마음을 느낄 여자였으면 내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아서 뉘우치겠지. 지금 내게는 그런 아량이 없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쭈볏쭈볏 서서 꾸지람을 듣던 이연두의 표정이 다시금 생각났던 것이다.  역시 군대에 다녀와서 알고 있다. 세상에 억울함만큼 좆같은 것도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누구한테 말도 하지 못하는 그 좆같음. 이연두와 만난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지만, 꼭 복수 해줘야지.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 네? 갑자기요?”

김유진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아뇨, 없어요.”
“오호... 그래요?”

꾸욱-

찾았다. 김유진의 등허리 부근의 핑크빛 반점이 이미경이 갖고 있던 푸른점처럼 덕지덕지 모여 굳어있었다.
나는 그 그 딱딱해진 점을 가능한 한 가장 강하게  눌렀다.

“왜 없으실까요? 아까 잠깐 뵙는데 얼굴도 예쁘시고 지금 보니까 몸매도 좋으신데.”

입에 발린 칭찬은 아니었다. 실제로 김유진은 예쁘게 생겼고 몸매도 좋다. 얼굴은 이연두보다는 좀 못하지만, 이연두의 빈약한 가슴을 생각하면종합 점수쪽으로는 김유진 쪽이  높다.

“그, 글쎄요.”

문제는 김유진이  자기한테 남자친구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느냐인데.
누가 봐도 뻔한 문제가 아닐까.

꾸욱-!

더 세게 누르자 모루로 깨부수듯이 핑크빛 점이 깨졌다. 그러면서 조각난 핑크빛 점이 내가 지압하는 부분으로 빨려들어오듯 들어와서 알갱이를 전부 터트려댔다.

“흐앙... 끄흥...”
“좋으세요?”

손님을 상대로 어디 아프냐는 질문도 아니고 좋냐는 질문을 하는건 또 처음이다.

“네, 네... 조하요...”

완전 맛이 가버렸구만.

뿌드득-

나머지 남아있는 점들은 순식간에 제거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슬슬 몸의 변화가 있을 때가 됐는데.’

그렇다.
이미경의 굳어버린 푸른점을 제거했을 때, 온도가 확 올라갔었다.
이번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하던 찰나에 엉덩이 밑으로 휴대폰 진동이라도 울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왔다.
엉덩이를 파르르 떠는 김유진.
나는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서서 배드에서 살짝 떨어졌다.
그러자 참지 못한 김유진이 젖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 상체를 홱 돌렸다.

“서, 선생님... 저, 이제 못참겠어요...”

나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얼굴을 알아본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딴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젓고 내쪽으로 기어왔다.

“저, 저랑 해주세요...”

그러면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벗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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