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29화
수밀도라는 말이 있다. 한입 베어 먹기 딱 좋게 속이 과즙으로 찬복숭아를 이르는 말이다. 상징적으로 여성의 엉덩이를 뜻한다고 한다. 이를통해 알 수 있는 건, 예부터 우리의 미적 기준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엉덩이는 미의 기준에 들 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서아의 콤플렉스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폰딸을 마친 김서아에게 잘 타이르듯이 얘기해서 잠을 재운 후에 딱딱해진 고추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팬티를 벗었다. 진아영과 잔뜩 섹스를 하고 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건지 고추는 원래의 크기로 돌아와 있었다.
침대에 앉아서 이연두가 눌렀던 부위를 눌러봤다. 살포시 누르자 밋밋했던 공간에 보라색 반점이 생겨났다.
다른 점들과는 다르게, 누르면 반응을 하는 독특한 점.
나는 보라색 점을 어루만지며 상황을 지켜봤다. 방금까지 김서아의 자위하는 모습을 봐서 빳빳해진 고추는 수그러들줄 모르고 껄떡거리고 있다. 더 야한걸 봤다간 쿠퍼액이라도찔끔 흘리기라도 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김서아더러 택시타고 와서 한발 빼달라고 하고 싶지만 아까 잔뜩 사정해서 피곤한 것도 있고, 이 시간만큼은 확실히 해결하고 싶은게 있기도 해서 참았다.
보라색 점은 조금씩 그 색깔이 연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츰차츰 고추에 핏줄이 두껍게 일어나더니 두께와 길이가 늘어나는게 육안으로 느껴졌다.
와아-
입을 딱 벌리고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커지는구나 싶었던 거다. 길이도 길인데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걸 진아영의 아래에 보집보집해서 넣었단 말인가. 꽤 아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잘 참았다. 섹스할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보다 더 커졌다고. 그 때문에 더 잘 느낀 탓일까. 나는 여자가 그런 식으로 가버리는 건 처음이라 되게 긴장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효력이 다했는지 보라색 점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아쉽다거나 그런 감정은 없다. 이미 충분히 커질대로 커졌으니까.
그럼 이제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 유효시간이 있느냐. 아니면 몇 차례의 섹스 후에 효력이 사라지느냐의 문제. 자고 일어나면 그 해답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나의 콤플렉스는 결코 고추에만 있는게 아니니까.
***
“어, 여보세요? 엄마?”
- 응, 준현이니?
“나 월급 받았어.”
- 하이고~ 우리 아들! 취직했어?
“어...”
- 어디에서 일해?
꼭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곳에 취직했을 것처럼 물어보시는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아시게 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전용 에스테틱에서 일한다고 구구절절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마사지샵에서 일해.”
- 어? 아... 어... 그렇구나. 그래... 잘 됐다.
역시 미지근한 반응. 공무원 준비하겠다고 부모님 등골 휘어졌던걸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찌질하게 살아왔는지를 설명해주는 증거. 나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말했다.
“계좌번호 보내줘. 많이는 못 주더라도 그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챙겨주지도 못 해서 이렇게라도 보답하려고.”
- 에이, 얘는 뭘 또 돈을 보낸다고 그러니? 생활비에나 보태 써.
“내가 이 좁은 집 구석에서 살면서 생활비를 쓰면 얼마나 쓴다고. 자, 아들이 챙겨줄 때 받아. 계좌번호 보내놔. 안 그러면 이 돈 확 사회에 환원해버린다.”
-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그리고 엄마 아빠 걱정은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 누가 뭐라고 해도 너가 하는 일이 최고고 최선이야. 알았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응. 잘 지내고, 엄마. 끊을게.”
- 어~ 파이팅!
전화를 끊자 기분이 묘하게 이상해졌다. 어머니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떳떳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그러면서도 동시에 섭섭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어조에서 내가 마사지사가 됐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그러면서도 또 고마운 이 느낌은 뭘까. 복합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와중에 어머니가 보내준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했다.
그러자 어머니에게 바로 문자가 왔다.
- 어머니 : 아들!
- 어머니 : 뭘 이렇게 돈을 많이 보내줬어? 200만원씩이나? 월급이 얼만데?
- 나 : 월급은 잘 모르겠고 4일 일해서 500 정도 벌었어.
- 어머니 : ...
- 어머니 : 아들 뭐 이상한 거 하고 있는거 아니지?
- 나 :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 어머니 : 그럼 다행이고.
- 어머니 : 아무튼 고마워. 아들 최고!
- 어머니 : 엄마 이 돈 잘 쓸게! ♡♡♡♡
이건 진심이다. 역시 돈 앞에 장사 없다고. 직업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지금 내 나이 또래 애들은 기껏해야 200~300. 많게는400 버는 애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일 시작한지 닷새 차에 500만원이라는 돈을 벌어버렸으니 대체 어떤 직업이 우위에 있는가.
나는 출근하기 전에 인터넷 쇼핑으로 토요일에 입을 옷을 몇 벌 구입했다. 평소에는 들여다 보지도 않던 브랜드의 옷도 몇 벌 샀다.
쇼핑이 끝나고 심심한 차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전용 에스테틱 카페에 들어가서 게시판을 구경했다.
어제 새벽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글에 댓글이 스무개 넘게 달려있어서 들어가봤더니 내 얘기여서 깜짝 놀랐다.
- 이번에 새로 오신 강준현 선생님 추천합니다.
:틀어진 골반도 잡아주시고 얼굴은 꼭 윤곽시술 받은 것 마냥 광택이 나네요. 밖에 나갔더니 10년은 더 젊게 보더라고요~ 원래 원장님한테만 받다가 준현쌤으로 갈아탔어요. 다들 참고~
⇒ re : 이분 샵 단골인데 믿을만한 정보인 듯
⇒ re : 근데 남자 선생님은 쫌... 원장님이야 그렇다 치지만.
⇒ re : 남자도 남자 나름이죠. 실력 좋거나 잘생기면 만사 오케이 아님?
⇒ re : 마사지 받으러 왔는데 잘생긴게 뭐가 중요한가요?
⇒ re :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모르세요? 내 몸 만지는 사람인데 웬만하면 잘생기면 좋은거지.
⇒ re : 일단 나는 한번 정도는 받아볼 생각이에요. 효과 있으면 계약 ㄱㄱ
⇒ re : 글 작성자입니다. (사진첨부) (사진첨부) 전자가 after 후자가 before 확 차이나죠?
⇒ re : ㄷㄷㄷ 뽀샵 실력 오지게 좋으시네
⇒ re : 뽀샵 아닌거 같은데 굳이 이분이 뽀샵까지 해서 거짓말할 이유가 없음.
⇒ re : 윗글 저도 동의요.
⇒ re : 근데 이게 사실이면... 성형외과는 왜 있나요? 피부과는 왜 있고요.
⇒ re : 강준현 선생님 프로필 사진 올라오면 다시 올 사람들 내 글에 추천 누르시오.
하루만에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이미경이 추천글을 적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비포 에프터 사진까지 첨부했고 그에 따른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뽀샵이니 아니니. 효과가 진짜니 가짜니 등등. 아무튼 대한민국 여자들 미용에 관한 관심은 알아줘야 한다.
새로운 남자 테라피스트에 대한 관심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키는 큰지, 작은지에 대한 관심들. 처음 겪어보는 과도한 관심에 적잖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악플조차 무관심보다는 나은 법이니까.
나는 평소에 하던대로 출근길에 여자들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 폰에 저장된 6명의 여자들은 내가 답장을 하면 기다렸다는듯 대답을 해주는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오늘따라 급 꼴리는 건 박유영이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내게 문자를 보내왔었다.
- 박유영 : 준현쌤 준현쌤
- 나 : 유영씨 유영씨
- 박유영 : ㅋㅋㅋ
- 박유영 : 샵 카페에 가보니까 게시판에 준현쌤 글 올라왔던데 보셨어요?
- 나 : 봤죠 ㅎㅎ
- 박유영 : 음. 저도 써야 할까요?
어쩐지 이 사태를 핑계로 내게 문자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박유영의 작고 귀여운 눈망울을 떠올리며 신나게 문자를 주고받았다.
- 나 : 안 하셔도 되요. (웃음)
- 박유영 : 그래도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서... 오늘 안에 리뷰 꼭 올릴게요!!
- 나 :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 나 : 아차, 다음주 예약 잡아드릴게요.
- 박유영 : 맞다맞다!! 제가 그럼 스케줄 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 박유영 : 쌤
- 박유영 : 주말에는 안 하시죠?
- 나 : 주말에도 원하시면 출근할 수 있어요.
- 박유영 : 일요일에 하고 싶은데
- 박유영 : 저 때문에 괜히 출근하는게 아니신가 해서...
- 나 : 유영 씨가 부르면 당연히 나가야죠. 미안하게 생각하지말고 일요일에 오세요.
안 그래도 박유영에 대해 궁금한 게 있었다. 왜 그녀는 예쁜 얼굴을 갖고 있음에도 노출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콤플렉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뿐만이아니라 그녀와 속살을 한번 섞었더니 재차 맛보고 싶어졌다.
- 박유영 : 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 박유영 : 그럼 일요일에 뵈요 ♡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옆에 누가 있는지 몰랐는데 버스가 정차하는 바람에 몸을 부딪칠 정도로 문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꽤나 여리여리한 몸에 부딪친 걸로 봐서 여자인 듯하다.
“죄송합니다.”
“에이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고개를 들어올리자 몸을 부딪친 여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여자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상태였다.
나는 내 잘못을 인정했기에 재차 고개를 숙였지만, 여자는 여전히 화가 났는지 홱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는 그녀의 옆얼굴은 버스에서 마주쳤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짧게 친 단발에 윤곽이 확실한 콧대와 기다란 속눈썹을 깜박거리는 커다란 눈동자. 방금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났는지 달싹거리는 입술은 연분홍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몸매에 걸맞게 달라붙는 세로줄 원피스를 입었고 그 위에 작은 패딩 아우터를 걸쳤다. 명품 핸드백을 메고 있는데 딱 봐도 버스 타는게 오랜만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옆에서 여자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내 눈치를 보면서 살살 달래줬다.
“자기야, 왜 그렇게 화가 많이 났어. 미안하다고 하셨잖아.”
“아, 됐어. 내가 이래서 버스 타기 싫다고 했잖아.”
“차 사고 났는데 그럼 어떡해...”
“그래서 렌트라도 하자고 했어, 안 했어?”
당사자가 무안해질 정도로 따박따박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여자. 저런 여자의 남자친구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구박하는 선임병과 매일 위병소에 서는 그런 느낌일까?
나는 치를 떨면서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런데 남자도 한 성깔하는 미친놈인 듯. 이 모든게 갑자기 자기 탓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자 내쪽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 미안하다고 하면 다예요? 다음부터는 눈 똑바로 뜨고 다녀요!”
“...”
나는 벙쪄서 할 말을 잃었다.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사과했는데 뭘 더 어쩌라는 거야?”
“저 사람들 완전 진상이다, 그치?”
여론이 좋지 않자 고개를 다시 푹 숙인다. 그래도 여자친구랑 쿵짝이 잘 맞는지 칭찬을 받고 헤실거리며 웃는 모습이 더럽게 꼴 사나웠다.
그들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리곤 여자가 내 쪽으로 몸을 휙 돌리더니 죽일 듯이 째려봤고 남자는 아예 주먹감자를 내쪽으로 날려보냈다.
‘와, 살다보니 저런 미친년놈들도 다 있네.’
사실 어떻게 보면 별 소리 안 들은거 같은데 마지막 제스쳐가 비수를 꽂은 느낌이다.
이래서 사람은 우습게 보여선 안 된다는 말이 있는 거다. 내가 만약 덩치도 크고 몸에 문신이라도 있었으면 저런 식으로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출근길부터 일진이 사납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예쁜 여자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 나 : 오늘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 진아영 : 무슨 일이에요?
- 나 : 버스에서 어떤 커플이랑 마찰이 좀 있었는데 좀 험한 말을 들었네요.
정확히 말하면 제스쳐지만.
- 진아영 : 이잉
- 진아영 : 어떤 사람들이길래 우리 천사같은 준현 씨를...
- 진아영 : 그러려니해요 가끔 대중교통 이용하면 그런 일 생기잖아요.
- 진아영 : 아니면 내가 차 한 대 뽑아줄까요? 준현 씨 면허 있어요?
면허라면 있었다. 그 이름하야 장롱 면허. 정말이지 면허만 따 놓고 딱 한번 운전을 해봤다.
그건 그렇고 차를 한 대 뽑아준다니. 내게는 너무 과분한 소리였다. 그녀가 아버지에 관련된 돈 얘기를 들은 차에 인간의 탈을 썼다면 절대 받아서는 안 될 것이었다.
- 나 : 아니에요. 면허는 있는데 나중에 제가 필요해지면 그때 살게요.
- 진아영 : 응, 아니아니.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어떤 차종 좋아해요?
- 나 : 진짜 괜찮아요.
- 진아영 : 힝... 알았어요. 대신 우리 가게 찾아오면 내가 서비스 많이 해줄게요.
- 나 : ㅎㅎ 그게 좋겠네요. 조만간 찾아갈게요.
정말 그녀의 술집에 찾아갈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가 보내줬던 바니걸 사진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바니걸 코스튬 입은 상태로도 해보고 싶네.
나는 불끈 달아오른 아랫도리를 위로 해주기 위해서 김서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 나 : 거의 다 왔냐? 나 곧 도착이다.
- 김서아 : 응. 다 왔어. 지금 주차하는 중.
- 나 : 그럼 이따 보자.
어제 못 다한거 이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