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4화 (24/173)



〈 24화 〉24화

이연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2차로 호텔을 가자고 해도 수지타산에 안맞는다. 이런걸 두고 권력이라고 하는거다.
내가 두 사람 앞에서 신이설의 마사지가 더 좋았다고 하자 이연두는 잔뜩 실망한 기색을 했다. 신이설은 기뻐 날뛰며 어쩔줄 몰라했고 이제는 조금 친해진 이연두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렇게 된거  마사지 잘 부탁할게요. 그 동안 여태 못 했던 얘기도 하면서 서로 오해가 있었으면 풀어요, 우리.”

신이설이 2살 어린 이연두에게 친근하게 말하자 이연두도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설은 카운터로 복귀했고 나와 이연두는 나란히 휴게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내게 원망의 발언을 할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말을 걸어야 할 정도로 그녀는 조용했다.

“어쩔  없었어요. 거기서 실장님  찍고 연두쌤 찍었으면 두 사람 사이, 악화됐을 거예요.”

그러자 꽤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이연두는 싱긋 웃어줬다.

“그거 생각해서 일부러 그런 거예요?”
“네. 연두쌤 마사지가 훨씬좋았어요.”
“진짜요?”

이연두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진심으로 내가 그녀를 선택한 것보다 방금의  발언이 더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다행이다. 나는 좀 불안했거든요. 그새 실력이 녹슬었으면 어쩌지 했어요. 사실 남자를 상대로 하는 마사지는 또 오랜만이다보니.”
“진짜 눈 돌아갔잖아요. 바로 그 자리에서 신용카드 꺼낼 뻔 했다니까요.”
“후훗. 제가 한 때는 기적의 손이라고 불렸답니다.”
“기적의 손이요?”
“네. 몰라요? 기적의 손. 제빵에는 태양의 손. 마사지는 기적의 손. 물론 저는 그냥 그렇게 불린 것 뿐이긴 한데 기적의 손이라고 하면 보통, 맨손 마사지만으로 사람 목숨을 살리는 사람을뜻한다고 해요. 애초에 태양의 손이니 기적의 손이니 하는 것들은 만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캐릭터같은 거겠죠.”

기적의 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네요. 확실히 그런사람이 있었다면 난리가 났겠죠.”
“응응. 아무튼 오늘 뭐처럼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실장님이랑도 조만간 얘기해서 잘 풀릴거 같고. 사실 출근하면 한가해서 시간이 잘 안갔었는데  마사지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죠.”
“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포핸드 마사지 경험시켜줘서 고맙습니다.”
“에이, 뭘요. 그럼 토요일에 2차는 준현쌤이 쏘는 걸로?”
“하하. 그 날 봐서요.”
“완전 쫌팽이시네! 그렇게 모으면 며칠만에 부자되시겠어요.”
“부자... 부자되야죠.”

나는 사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상관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기적의 손이라는 키워드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손. 그렇다면 이미 나는 초기에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있었다. 진아영이 물에 빠졌을 때, 뭍으로 데려가서 인공호흡을 하려 했으나 손을 대는 것만으로 그녀가 벌떡 일어났었다. 그리고 어디  뿐인가. 발목부상과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성불감증에 시달리는 여자의 고민도 해결했다.  모든 일이 능력을 깨닫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 그 기적의 손이라는 말에 합당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문득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내가 했던 말이 그대로 떠올랐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난리가 났겠죠.”.
그렇다. 세상이 발칵 뒤집어질 거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SF 영화에서 보면  수 있듯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람은 누군가 뒤쫒기 마련이다. 별의별 인간들의 타깃이 되어 납치와 감금을 당할 것이다.
능력을 활용하되  색깔 반점이 보이는 능력을 들켜서는 안 될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걱정이 되는지 이연두가 내 얼굴 앞으로  얼굴을 가져와서 빤히 쳐다본다.
그래. 일단 지금은 이연두처럼 예쁜 여자들이랑 찐득하게 붙어먹으면서 인생을 즐기자. 지금까지의 좆같았던 인생을 환원받는 것처럼.

“토요일에 뭐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히히. 뭘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 해요. 그냥 발 닿는 데로 가는거지. 서로 갚아야 할게 있으니까 한번씩 나눠 갖는다 생각합시다, 우리.”
“그래요.”

이연두는 나풀거리며 걸어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토요일날 만날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녀가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시계를 보니 곧 이미경 포핸드 마사지를 들어갈 때가 됐다.
나는 VIP룸에 들어가기 전에 정성스레 손을 씻으며 아까 전에 봤던 보라색 반점에 대해 생각했다.
보라색 반점을 눌렀더니 고추 길이가 길어지고 강직도도 상승했다. 만약 이걸 여성의 몸에 적용하면 어떨까? 가슴은 커지고 질내의 조임이 상승할것이다. 혹은 성감대의 분포도도 넓어질 수도 있겠다.
붉은색 점은 근육이 경직이 되어서 눌렀을 때, 나른해지고 다친 부위를 회복시킨다. 푸른색 점은 기능의 상실이 있다는 뜻으로, 풀어주면 기능이 회복된다. 핑크색 점은 쾌감을 뜻하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보라색 점은 뭐라고 정리할  있을까?
고추 길이, 두께, 강직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콤플렉스?’

머릿속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생각은 ‘콤플렉스’라는 단어였다. 나는 야동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막상 섹스를 하게 됐는데  고추가 상대적으로 작으면 어쩌지? 흐물거려서 여자가 느끼지 못하면 어떡하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는데 성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헤어지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고 들어서 섹스할 여자도 없으면서 좆나게 불안해했다.
무의식 중에 콤플렉스가 있었고 김서아가 나에게 고추가  크다고 말했을 때, 뛸 듯이 기뻤었다.
아무래도 콤플렉스보다 보라색 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라색 점은 풀어줌으로써 콤플렉스를 해소시켜주는 것이라고  수 있는데... 정말 말도 못할 개사기 능력이라는 것도 확실히 알겠는데... 의문이 하나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보라색 점은 이제야 발견할 수 있었던 걸까?
이제 슬슬 머리가 아파진다. 기껏 씻은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서 다시 손을 씻어야했다.
미닫이문이 열리고 신이설이 고개를 내밀었다.

“준현쌤~ 이미경 님 오셨어요. 원장님이랑 VIP룸에서 얘기 나누고 계시는 중이에요. 천천히 오셔요~”

 간악한 년... 내 선택을 받자마자 저렇게 태도가 바뀌다니.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금방 올라가요.”
“역시 우리 에이스~ 준비가 되있네요.”
“아, 근데 실장님.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뭔데요?”
“혹시 콤플렉스 같은거 있어요?”
“엥... 갑자기요? 음, 갑자기 물어보니까 대답하기가 좀...”
“하긴 누군가한테 쉽게 말할 수 있으면 콤플렉스가 아니겠죠?”
“네, 뭐... 그렇죠.”

콤플렉스를 알아내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어느정도 신뢰관계가 두터워지고 내가 콤플렉스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말해주겠지. 따라서 고객들과의 신임을 두텁게 만드는게 상당히 중요해졌다.아직 이 반점들에 대해서 완벽하게 밝혀진 게 없으니  가지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나는 신이설을 보며 씩 웃어보였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거니까 크게 신경쓰지 마세요.”
“알겠어요. 저도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그럼...”

아무래도 콤플렉스 얘기를 괜히 꺼낸 듯싶다. 밝았던 신이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녀에게 말 못할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쯤은 지나가던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확실히 민감한 부분이니 조심스럽게 접근할 분야이다.
나는 거울을 보며 유니폼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고 VIP룸으로 향했다.
시험대에 서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람의 몸을 보면서 반점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땅을 파서 석유를 찾아내듯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내는 재미.
VIP룸을 열자 파티션 뒤쪽에서 이미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우리 주인공 오셨네요?”

파티션을 걷자 이미경이 날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오늘 완전 기대하고 왔어요.”
“자, 자. 그럼 바로 시작할까?”
“원장님도 참~ 근황 얘기도 좀 하면서 천천히하면 되지. 안 그래요, 준현쌤?”
“제 근황 얘기는 할 게 없는데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나는 따뜻한 수건으로 이미경의 발을 닦아주며 겸사겸사 말했다.

“일단 원장님 말대로 피티는 그만뒀어요. 꼴에 위약금 10%는 꼬박 받으려고 하더라고. 실력도 없으면서. 그래서 그냥 현찰로 던져주듯 주고 나왔어요.”
“오~ 우리 사모님 화끈하시네.”

최원재는 아재스럽게 말하며 오일을 준비했다. 설마신이설과 이연두가 했던 것처럼 서로의 손을 만져서 오일을 발라주나 싶었는데 최원재는 자기 스스로 손과 팔 전체에 오일을 둘렀다.

“근데 환불한다고 하면 보통은 왜 그러냐고 물을 법한데 그렇지도 않더라고. 그냥 위약금이 어쩌고 저쩌니까 환불하시면 손해시다~ 이러면서 날 가르치려드는거 있지.”
“원래 다 그래. 특히 실력 없는 애들은.”
“그니까~ 이제 믿을 수 있는 원장님네로 계속 투자해야겠어.”

이미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되게 민망할 정도로 쳐다보고 있는건데 아까까지 신이설과 이연두를 상대로 그런 시선을 끈덕지게 받아온 터라 당황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말이 사실이면 진짜 좋겠네.”
“뭐가?”
“준현쌤이 말했잖아. 지금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이게 해준다고.”

이번에는 최원재가 대답하지 않고 내게 시선을 보냈다.
나는 눈치껏 대답했다.

“제가 보증합니다.”
“훗, 역시. 그렇게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아... 나는 그럼 눈만  붙일게요. 오늘 하루종일 환불이니 뭐니 해서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네.”
“자려고?”
“아니, 눈만 가려줘요.”

최원재는 친절하게 그녀의 눈에 안대를 씌워줬다.
나는 최원재에게 말했다.

“그럼 제가 골반쪽을 맡겠습니다. 원장님은 상체쪽을 맡아주십시오.”

보통의 포핸드 마사지랑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 나는 아무쪼록 이미경의 골반쪽 기능을 살려서 혈액순환을 시켜준다고 말했으니까.
내 말에 최원재는 딱히 트집을 잡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하려던 것처럼 이미경의 머리맡에 가서 앉은 후에 목과 어깨 부분에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다.
 역시 이미경의 발가에 앉아서 오일을 손과 팔에 둘렀다.
그리고 마치 수술하기 전의 의사처럼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포핸드 마사지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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