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23화
펨돔이라는 말이 있다. 섹스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을 지칭한다. 남성을 학대하면서 쾌락을 얻는 여성. 내가 한창 야동을 볼 때, 너무 똑같은 패턴의 영상들이 지겨워져서 잠시 갓길로 빠졌던 적이 있는데 그때 찾아봤던게 펨돔이었다.
핸잡을 찐뜩하게 해주다가 남성이 쌀거 같다고 말하니까 엉덩이 볼기를 때리면서 사정은 하면 안 된다며 참으라고 했었다. 근데 사실 이런건 약과에 불과, 오히려 꼴릿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좀 더 딥하게 들어가면 미친년들이 별의별 짓을 하며 고추를 갖고 장난을 친다. 불알에다 대고 싸커킥을 날리는 경우도 있으니 뭐, 말 다했다.
그리고 이제는 완벽하게 알게 됐다. 그딴 것들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위에서 여자를 깔아뭉개고 내가 싸고싶을 때 싸 제껴야하는 종자라는 걸.
근데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에 그런 것들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두 여자가 내 고추 밑둥을 보면서 어디에 손가락을 가져다놔야 하는지 실습 중인 이 상황에서 말이다.
“실장님이 직접 한번 해보세요. 여기에요.”
“아, 여기구나. 어머 느낌이... 움푹 들어가는 느낌이네요.”
“혈이 지나가는 자리라서 그래요. 너무 세게는 하지말고 준현쌤 아플 수도 있으니까.”
아니? 짜릿해서 애국가 삼창하는 중인데?
“양쪽을 동시에 눌러주는 것도 좋아요. 각각 눌러볼까요?”
“좋아요.”
크윽. 나는 입에서 삐져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이빨을 앙 깨물었는데도 조금씩 사타구니 쪽에 신호가 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개를 들어서 밑쪽을 바라보는데 반짝거리는 네 개의 눈동자가 신기하다는 듯 내 사타구니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런 모습이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는데 내 사타구니 부위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색상의 반점이 보였던 거다.
딱 지금 이연두와 신이설이 누르고 있는 부위에 보라색 반점이 생겨났던 거다.
이전에는 내 몸에서는 어떤 점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새로운 발견이었다.
시원하면서도 짜릿한 느낌. 분명 몸에 해로운 부위는 아니다. 내가 색상을 보기 시작하고 그 색상들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된 이후에 몸에 해로운 부분을 알려주는 색상은 없었으니까. 빨강, 파랑, 분홍. 그리고 지금의 보라색까지. 나는 그 색상들이 갖는 의미가 같은 맥락의 좋은 효과들을 가져오지만, 약간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리를 오므리자 여자들이 이제 볼장 다 봤다는 식으로 손을 떨어트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보라색 점이 사라졌다. 누르면 자취를 보이고 떼면 자취를 감추는 독특한 반점.
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제 끝내죠.”
“예? 아, 예... 그러죠.”
“그럼 마무리는 어떻게... 하죠? 승부는 승부니까...”
“그러게요. 준현쌤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지금 고를래요?”
나는 두 사람을 빤히 보다가 문득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
“되게 일찍 끝난 편이네요. 시간도 좀 남았겠다. 제가 재밌는 제안을 하나 하죠.”
“뭔데요?”
“이제부터는 한명씩 10분간 절 마사지 하세요. 다른 한분은 잠깐 나가 계시고.”
“?”
“누군가 어떤 방식으로 마사지를 하면 다른 한 사람이 그걸 배워서 그대로 따라하니까 평가하기가 좀 어렵네요.”
“근데 이건 포핸드 마사지 실습이잖아요.”
“... 이미 그 교육 내용은 퇴색된지 오래인걸 몰라서 하는 말씀이세요?”
내 촌철살인에 신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이 발언으로 인해 자길 선택해주지 않으면 무려 5일 동안 매일 1시간씩 이연두의 발을 조물딱거려야 한다. 그것도 무보수로. 게다가 척 보기에도 신이설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라도 이기려고 들게 분명했다.
내 예상대로 신이설이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럼 연두쌤 먼저 할래요?”
“알겠어요.”
“그럼 저는 나가 있을게요...”
신이설이 VIP룸에서 나가자 나와 이연두만 남았다.
이연두는 머쓱하게 웃으며 기다란 머리를 뒤로 묶었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손님을 관리할 때처럼 머리를 묶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민소매로 걷은 티셔츠 때문에 머리를 묶는 동안 그녀의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작전인가? 작전이라면 합격. 어쩌다보니 연출된 상황? 그래도 합격. 예쁜 겨드랑이는 언제나 옳다. 하얗고 밋밋해서 뽀얗게 보이는 속살은 섹슈얼한 매력을 어필하는 듯 보였다.
내가 겨드랑이만 쳐다보고 있자 이연두가 씩하고 웃었고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서 그녀의 빈유 가슴을 쳐다봤다. 껌딱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평평함에 가까운 가슴이지만, 얇은 곡선과 잘록한 허리선 때문에 섹시함이 누그러들지는 않았다.
내가 겨드랑이 쳐다보는걸 들켜서 가슴을 보자 이연두는 웃고 말았다.
“푸핫!”
이연두가 호탕하게 웃길래 다시 고개를 쳐들어서얼굴을 봤다. 아, 씨. 어딜 봐도 다 섹시하잖아. 이거 반칙 아니냐고.
눈이 크고 웃을 때 반달모양으로 휘어서 그런지 확실히 이연두는 웃는 얼굴이 예뻤다. 그리고 머리를 묶는 동안 입술을 달싹여대서 안 그래도 빨간 입술의 위아래가 서로 맞닿아 더욱 붉게 물들었다.
이연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자들은 자기가 잘 꾀고 있다는 식의 저 표정...
나는 그녀의 우월한 표정을 엎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두쌤. 여기 있는 수건으로 눈 가리세요.”
“예? 왜요?”
“제 맘이에요. 눈 가린 다음에 감각만으로 찾아서 마사지해요.”
“흐... 어렵진 않은데... 뭔가 야한데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내 말에 고분고분 따른다. 눈을 가려놓자 그녀의 말마따나 정말 섹시해졌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배드 위에 올라와서 내 다리 사이로 몸을 쑥 집어넣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수치스러운 자세를 다시 하게 됐지만, 어차피 이연두는 눈을 가리고 있으니 일단 지금은 뭘 하는지 지켜봐야겠다.
여자가 두 사람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연두는 비록 수건 밑으로 가려졌었지만 내가 발기된 모습을 봤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녀가 친구들에게 날 따먹고 싶어한다는 문자를 주고 받은 것도 알고 있는 상황. 다소 홀가분해진 상황에서 다리 사이로 밀고 들어오는 이연두의 손길을 받으니 마음껏 황홀해질 수 있었다.
오일 바른 두 개의 손이 엉덩이 골 사이를 질척거리며 들어온다. 애널 부분이 팬티에 가려져 있지만, 그래도 접촉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부분이다보니 이연두의 가녀린 손길이 닿자마자 후끈하게 허벅지가 달아올랐다.
“하앗...”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성기는 아까 버텨왔던 걸 분통터져 하는 듯이 불끈 솟아올라 티팬티 밖으로 귀두가 삐져나왔다.
‘어..?’
그런데 뭔가 다르다. 뭔가 더 커진 듯한 기분이다. 분명 배꼽 바로 밑까지 올라왔던 성기가 어느덧 배꼽 위에 걸쳐져 있었던 거다. 그리고 보다 더 딱딱해진느낌.
나는 야릇한 마사지를 받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연두쌤.”
“네~”
“미안한데 아까 눌렀던 보라... 아니, 실장님이랑 같이 눌렀던 거기요. 다시 눌러줄래요?”
그러자 이연두는 그러면 그렇지하며 싱긋 웃었다.
“여기가 그렇게 좋았어요?”
“뭔가 뻥 뚫리고 말하신대로 순환이 잘 되는 느낌이라.”
나는 빳빳해진 상태로 잘도 얘기를 꺼내는 내 자신이 놀라웠다.
이연두가 꾹하고 사타구니 외곽을 누르자 다시 보라색 반점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끈 달아오른 고추의 옆쪽에서 스멀스멀 핏대가 솟기 시작했던 거다.
“오...”
“그렇게 시원해요?”
“예... 장난 아닌데요.”
아까보다 더 딱딱해지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팽창했던 성기가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와... 미쳤는데.”
“그 정도로?”
“후, 예. 엄청.”
나는 일부러 과장 리액션을 선보이며 이연두가 내 보라색 반점을 계속 누르게 했다. 그녀는 덩달아 신났는지 열심히 보라색 반점을 눌렀다. 작전 성공이다.
느낌적인 느낌이겠지만 아까 박유영과 섹스를 해서 힘이 쪽 빠진 불알도 다시금 재충전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 성기는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이건 미친 발견이다. 세상의 어떤 누구도 성기의 크기를 키우는 마사지는 모른다. 들끓어대는 설렘으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억만장자? 아니,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딱 하나. 어느 시점에 이르자 이연두가 누르던 보라색 반점이 점점 사그라들더니 사라졌다.
내 예상에 따르면 보라색 반점은 아무래도 일본 만화책에서 주인공의 잠재력을 개방시켜주는 아이템처럼 한번 사용하고 나면 소모되는 점인 모양이다. 앞으로는 터치할 때 보라색 반점이 개방되는지도 잘 살펴야겠다.
나는 달래듯이 분노한 성기를 달래주고 수그러들자 이연두에게 말했다.
“오케이. 이 정도면 됐어요. 나가서 이설 실장 데려오세요.”
“벌써요? 흠... 준현쌤 저 안 뽑으려고 그러는거 아니죠?”
이연두는 수건을 벗고 나를 흘겨봤다.
“뭐, 그거야 내 맘이죠.”
“나 뽑아줘요.”
“실장님 마사지하는거 봐서요.”
“아, 나 뽑아줘요. 제발.”
“... 나가요.”
“제가 그럼... 어... 음... 토요일날 2차도 쏠게요. 2차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디가 될지 모른다는게 무슨 말이죠?”
“그, 그러니까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2차 쏘겠다고요.”
“...”
설마 그 2차가... 모텔은 아니겠지? 아, 또 갑자기 꼴릿해진다. 머릿속으로 무한한 갈등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일단 알겠으니까 실장님 불러와요.”
“... 네.”
시무룩해진 모습으로 밖으로 나가는 1번 후보 이연두. 정말 이기고 싶어하는 걸로 봐선 아직까지 신이설과의 기싸움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승부욕이 참 강한 두 여자다.
신이설은 또 어떤 마사지를 해서 날 즐겁게 해줄까?
이렇게 두 사람을 번갈아 들어오게 하는 것 자체만으로 희열감에 젖어든다니... 난 역시 이런 방면으로는 도사가 아닌가 싶다.
머쓱하게 파티션을 걷고 안으로 들어온 신이설은 잠시 감상하듯 내 반라를 구경하다가 말했다.
“이런 상황. 설마 준현쌤이 다 유도한 거예요?”
“무슨 말도 안 돼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체, 암튼 뭐. 저는 상체쪽 마사지해줄테니까 아래는 수건으로 가려도 되요.”
신이설은 그렇게 말하며 머리쪽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어깨쪽을 주무르다가 조금씩 목으로 올라와 귀와 목의 중간의 어느 지점을 살살 간질이기 시작하자 숨이 거칠어지고 소름이 오소소돋는다.
아래쪽에서 신이설의 얼굴을 쳐다보니 어쩐지 느낌이 좀 이상하다. 스파이더맨 키스라고 하던가 거꾸로 매달린 채로 키스하는 자세 그대로다. 나는 문득 흐드러지듯 내 앞에서 힘을 빼내던 신이설을 떠올리며 이 여자는 섹스할 때 어떤 느낌일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봉긋하게 솟은 예쁘장한 가슴선을 봤다.
실장들은 일반 마사지사들과는 다르게 빳빳한 재질의 옷을 입는다. 따라서 가슴의 윤곽이 더 돋보인다. 추가적으로 이연두의 납작한 가슴과 비교되서 이게 바로 참한 젖가슴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어쩐지 이 자세는 콩닥콩닥거린다. 가까스로 와서 달라붙는 신이설의 따스한 숨결조차 야릇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계속 쳐다볼 거예요? 민망하게.”
“달리 볼만한 곳이 없어서요.”
“아니, 가슴 말이에요. 가슴.”
“아, 죄송...”
“상관없어요. 나도 어차피 준현쌤 사타구니 다 봤는데요, 뭐.”
“그럼 나도 계속 봐도 되요?”
“뭐, 뭐야... 가슴 좋아해요?”
“가슴 싫어하는 남자도 있어요?”
“있겠죠. 아까 연두쌤이 말한대로 얼빠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저는 슴빠에요.”
내가 슴빠라고 말하자마자 신이설의 얼굴이 급격하게 환해졌다. 이 게임을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화룡점정을 찍으려는 듯 마사지랑은 상관없는 얘기를 꺼냈다.
“제가 요즘 인사를 담당하면서 느끼는거지만, 역시 고객의 지갑을 열기 전에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얼마나 돈이 많은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요즘 건물에서 주차권 구매할 때차량 넘버랑 모델명 확인하는데 명품차가 몇 대 보이더라고요.”
“... 그래서요?”
“아니, 뭐. 겸사겸사. 내가 준현쌤한테 좋은 고객 꽂아줄지 누가 알겠어요? 박유영 씨도 엄청 만족하고 재등록까지 했더랬죠.”
“그거야 그건 제가 내기에서 이겨서 그런거죠. 실장님이 꽂아준건 아니잖아요?”
“히히, 말이 그렇다고요. 말이. 가슴쪽? 괜찮죠?”
“네, 네? 괜찮냐고요? 뭐가요?”
나는 그녀가 자기 가슴을 계속 봐도 된다고 말하는줄 알고 깜짝놀랐다. 아무래도 아까했던 말과 맥락이 맞아 떨어지니까.
그런데 신이설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준현쌤 가슴이요. 가슴쪽 마사지 괜찮죠?”
“네, 그, 그럼요.”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신이설은 씩 한번 웃었다. 그리곤 굳이 상체를 숙여서 내 가슴쪽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흉근쪽부터 점차 확장해서 대흉근의 전체 부분을 살살 어루만져 나갔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신이설의 가슴이 거의 내 눈앞까지 내려왔다. 혀를 뻗으면 꼭지 부분에 혀끝이 닿을 정도.
뻗으면 좆된다. 뻗으면 좆된다. 혀를 뻗으면 좆된다!!
나는 꼴깍 침을 삼키고 가만히 가슴 마사지를 다 받아냈다.
“후아.”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고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끝나고 한숨을 크게 쉬고 말았다. 신이설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어땠어요?”
“좋았어요. 반질반질하고 윤기가 나는게 마사지가 되게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크크크. 재밌는 표현이네요. 보통 자기가 마사지 받은 곳을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는데.”
“제 마음입니다.”
“그래요. 그럼 저 선택해주는 거예요?”
“그건 좀 고민해봐야겠네요.”
“아닛! 다 끝났는데 뭘 또 고민해요?”
“이런 식으로 나올까봐서요. 아직 선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이익... 알겠어요. 그럼 이렇게 하죠. 저 선택해주면 앞으로 신규 고객 중에 돈 많아 보이는 고객 있으면 바로 준현쌤한테 꽂아줄게요.”
“뭐,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그 사람이 아이돌이어도요?”
“...”
죄송합니다. 연두쌤... 그래도 이건 인정해주셔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