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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21화 (21/173)



〈 21화 〉21화

최원재가 휴게실에 들어오면서 적막은 한층  고조됐다. 만약  얘기가 최원재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당장 신이설과 이연두를 데리고 가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의 억지 화해를 시킬 수도 있다. 그것이 남자들의 방법이니까.
그러나 내 생각에 여자들은 다르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는 행위들은 답답하면서도 차라리 그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하지 못한 존재들. 때로는 남자들이 이런 모습에서 질리기도 한다.  말을 해야 알아먹지, 시팔.
나는 서글퍼 보이는 이연두를 한참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나서 최원재에게 말했다.

“원장님 이따 포핸드 마사지요...”
“어, 왜?”
“사실 포핸드 마사지를 동영상으로 보기는 했는데 무슨 느낌인지  감이 안 잡혀서요.”
“그렇긴 하겠지. 왜, 좀 긴장이 되나보지? 저번에 이미경 씨한테 했던대로 능글맞게 굴면 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하하... 그렇긴한데.”
“흠, 예약까지 2시간 남긴했는데 내가 지금은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 어떤 잡지사에서 인터뷰를 따겠다고 앞에 카페에서 대기중이거든.”
“그렇군요.”
“정 그러면 내가 이설이한테 부탁해볼까?”
“뭘요?”
“이설이한테 2시간 정도 쉬라고 했더니 잠깐 카운터 봐줄 사람 찾던데? 쉬는 시간에 포핸드 좀 해보라고 하면 되지.”

나는 그 순간 이연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맞추더니 얼른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쉬는 시간인데 괜히 저 때문에 일하면 제 입장이 좀 난처합니다...”
“난처는 무슨. 어차피 내가 교육비 따로 다 지급해줘. 너가 아직 이설이를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쉬는 것보다 일하는  마음 편한 애야. 돈이 궁하다는 뜻이지. 내가 부탁해볼테니까 이설이랑... 연두쌤? 연두쌤  시간 이후에 뭐 있어요?”
“아, 아뇨... 없습니다.”
“그럼 이설이랑 둘이 준현쌤 포핸드 마사지좀 해줘요. 이게 하는 것만 보는 거랑 한번 받아보는게 또 다르니까. 이설이한테는 내가 얘기할게. 카운터는 지원이한테 봐달라고 하지, 뭐.  지금 청소 시간이니까.”
“아, 제, 제가 카운터를 볼게요. 차라리.”

이연두가 황급히 말하자 최원재가 손을 저었다.

“아니야. 지원이는 연두쌤만큼 잘하지 않아. 걔 마사지 경력 여기서 처음으로 쌓고 있는중이잖아. 준현쌤은 지금 VIP를 상대하러 들어갈 거니까 경력자들이 해줘야 맞다고 생각해요. 그쵸, 준현쌤?”
“아... 예.”
“그럼 내가 이설이한테 말해놓을테니까 오늘 이미경 씨 마사지 해드릴 VIP실에서 대기해요.”
“네, 알겠습니다.”

이연두에게 포핸드 마사지를 받아보고 싶었던건 맞긴한데 신이설까지 참전하게 될줄이야. 예상 밖의 수익이다.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VIP실로 향했다.
마사지용 티팬티를 입고 상의를 탈의한 채로 엎드려 누워있자 두 여자가 차례대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음에 이연두가 들어왔는데그녀와는 이런 상태로 만났던적이 있어서 딱히 부끄럽지는 않았다. 근데 바로 다음에 신이설이 들어올때는 민망함이 느껴졌다.

“어휴. 진짜 원장님도 참... 수당  챙겨주면 절대 안했을건데. 하아. 뭐야, 푸훗. 빵뎅이 귀엽네요? 생각보다 근육질인데?”

이딴 식으로 말하는데 민망하지 않을수가 없다.
뻔했다. 이연두와 단둘이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니까 나한테 장난을 치는 거다.

“수건 좀 덮어주세요.”
“그래요, 큭큭.”

잔뜩 성희롱을 하더니  엉덩이 쪽에 수건을 올려줬다. 그나저나 여자 두 명이 온몸에 오일칠을 해준다니 생각만해도 심장이 쫄깃하다.
그나저나 윗공기가 궁금하다. 신이설과 나의 대화가 딱 끊기자마자 확 찬공기가 스며드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먼저 따뜻한 수건으로 누군가 내 발을 씻겨준다. 손길로는 누군지 몰랐는데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서 누구인지 알게 됐다.

“어디 특별히 안 좋은 곳 있어요?”

이연두가 친절하게 물어서 “없다.”고 대답했다. 발을  닦은 이연두가 내 몸통 옆쪽으로 이동하는 인기척이 느껴졌고 신이설도 그쪽으로 갔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서 두 사람이 뭘하고 있는지 쳐다봤다.
신이설이 자기 손에 오일을 바르고 이연두의 손을 잡았다. 처음에는  하나 싶었는데 서로의 손과 팔에 오일을 발라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자의 부드러운 손과 팔이 엉키면서 오일 때문에 찐득하고 색정적인 소리를 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어색한 공기 때문에 그 행위가 더 야하게 느껴졌다. 하기 싫은데 어쩔수 하는 느낌. 서로의 터치는 싫지만, 너무 부드럽고 좋아서 더 비비는 듯한 느낌. 물론 이건 나만의 느낌일 뿐이다.
정적을  건 신이설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둘이 포핸드 들어오는 것도.”

예능 프로그램 ‘친해지길 바라’도 아니고. 어색해서 내가 다 죽을거 같다.

“포핸드 하는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실장님 되셔서 마사지도  안 하시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근데 연두쌤  촉감 되게 좋네요.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해요?”
“아... 저 샤워하고...”

갑자기 돗대기 시장에 모인 아줌마들처럼 근황을 털기 시작하는 그녀들. 그래 이렇게 멍석 깔아주면 알아서들 화해하고 다시금 정이 꽃피고 그럴거면서 왜 지금까지 아는 척 안했냐고.
라고 생각했는데.
신이설이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기어코 하고 말았다.

“마사지 실력은 좀 늘었어요?”

냉랭한 눈빛 교환. 나는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신이설의 머리를 당수로 찍어버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이연두의 말투는 차분했다.

“완전 늘었죠. 그 동안 시간 허투루 보낸거 아니니까. 근데 실장님은 마사지 할 수 있겠어요? 오랜만에 하셔서 신입한테 창피 당하면 어떡해요.”
“뭐라고요?”
“실장님 실력이 녹슬었으면 어쩔까 해서요. 포핸드는 밸런스가 중요하잖아요. 제쪽에서 너무 잘하고 빨리 끝내버리면 한쪽만 뻐근할텐데.”
“참나. 실력이 어디 가나요? 이래봬도 제가 실장하기 전에는 여기 샵에서 에이스였는데.”

이연두는 신이설의 말을 듣고 그렇게 말할줄 알았다는듯 씨익하고 웃었다.
이제 보니까 시발, 자강두천이네. 둘이 누가 잘하고 잘못한거 없이 상호간에 개싸가지 없게 굴어 댄다.

“그럼 보여주시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바로 보여드릴게요. 연두쌤이야말로 신입한테 먹히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 하세요. 비교 당하는 대상이 나라는게 다행이겠지만.”

오우, 쒯! 그대로 쇼미더머니 디스 배틀 나가라.

“준현쌤. 끝나면 누구 마사지가 더 좋았는지 말해줘야 되요. 알겠죠? 이거 진짜 우리한테 중요한 문제에요.”

시발, 여기서 나를 낀다고?
나는 이연두의 제안을 승낙할 수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아니... 그건 좀...”
“그거 좋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준현쌤한테 지목 못 받은 사람이 지는 걸로하고. 진 사람이 이긴 사람 5일동안 발 마사지 해주기.”
“발 마사지면 30분이요?”
“1시간.”
“오, 좋아요. 안 그래도 발바닥이 뻐근했는데 잘 됐네요.돈 굳겠네.”
“그럼 여기 이렇게 선을 그어볼까요?”

갑자기 매직을 꺼내더니 내 척추를 따라서 선을 긋기 시작한다. 묘한 기분이다. 이 능욕은 능욕이 맞는 건가? 아니, 애초에 날 두고 싸우는건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실험실에 갇힌 생쥐처럼 아무 말도 없이 여자들이 하는대로 냅두기로 했다.

“이 선을 기준으로 각각 양쪽 마사지하는 거예요. 하반신쪽도 마찬가지. 엉덩이 골 기준으로 넘어오지 마세요.”

남의 엉덩이를 국경선처럼 얘기하지 말라고요.
하고 싶은말은 많지만, 입을  다물었다.
이어서 촉촉한 촉감이 양쪽에서 느껴졌다.
포핸드 마사지는 기본적으로 오일을 전신에 가볍게 문지르고 시작한다. 강하지 않게 말 그대로 바른다는 느낌으로 전신 전체에 오일을 베이스로 깔아놓고 시작하는 거다. 포핸드의 장점은 사람이 한번에 마사지를 하다보니 빠른 시간 안에  전체에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고,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번에 전신을 마사지 받는 것처럼 느끼게 해서 피로감도 확 풀리고, 처음 느끼는 촉감에 의해 신기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샵마다 다르지만, 어느 곳에서는 에프터 서비스로 한 명이 발을 닦아주는 동안 나머지  명이 귀를 파준다고도 한다. 나로써는 참 여러모로 신세계가 아닌가 한다.
우선 첫 감촉은 등짝이었다. 가장 큼직한 부분이기도 하고 근육의 갈래가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해서 첫 느낌으로 개운한 느낌을 주기 위해 첫시작으로 아주 좋은 스타터다.
오일 묻은 손이 기분 좋은 느낌을 내면서 등에서부터 허리까지 주르륵 내려간다. 내기가 걸려있는만큼 양측이 유독 정성들여 만져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이거 잘못하면 꼴리겠는데?’

나는 긴장해야 했다. 한 사람이 두 손으로 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사지샵이라면 술 마시고 여러번 찾아갔었다. 압이 좋은 여자 마사지사가 주물러줬었는데 아로마 마사지를 하더라도 기분이 좋기는 해도 꼴릿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사람이 도합 네 개의 손으로 만져주니까 등이 한순간에 꽉찬 기분이다. 마치 여러마리의 뱀이 그 부드러운 몸으로 살살거리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게 포핸드구나!’

속으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난교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야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한 남자를 상대로 두 여자가 하는 3p. 위로는 키스하고 젖탱이 빨고. 밑으로는 삽입  펠라. 적절한 표현을 찾자면 369다. 물고 빨고 박는걸 동시에 하는 것.
여자의 정조관념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이다. 저년 말고 내거에 박아달라고 애원하는 질투의 향연. 남자배우는 먹고 싶은걸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에  있는 듯한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남자 배우를 보면서 “저 새끼는 나라를 구했냐?” 했었지.
이쪽저쪽으로 다 기분이 좋아진다. 손이 닿는 맨살 뿐만 아니라 망상의 나래를 펼치는 뇌까지도. 아무래도 이러다간 뇌가 정액에 절여질 것만 같다.
야한 생각을 하다보니 아랫도리에서 신호가 왔다. 금방이라도 부풀어오를 것처럼 꼼지락거린다.
위에서는 두 사람이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스킬이 좋은데요? 그 스킬 누가 알려준 거더라?”
“원래 청출어람이라고 하죠. 알려준 사람보다 배운 사람이 더 잘하는 법이죠.”
“과연. 그럼 이 기술은 아무도 알려준 사람이 없겠네요.”

신이설은 자기 손등 위에 손을 포개서 깍지를 꼈다. 그후에 허리부분부터 견갑쪽으로 쭈욱 올라가면서 오일이 발라진 팔까지 써서  미끄러지자 쾌감이 불끈 올라왔다.

“흐아.”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뱉자 신이설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반응이 실감나죠? 이게 노하우라는 거예요.”
“하, 이설 실장님 제가 어디서 일하다 왔는지 까먹으신거 같은데 저 남자들 상대로 마사지해서 에이스 달았거든요?”

이연두는 양손을 서로 끝과 끝쪽으로 보낸 다음, 몸을 살짝 숙여 팔 전체로 한쪽 등골 전체를 감싸듯 눌렀다. 여자 마사지사의 약점이라고 생각할수 있는 지압의 강도를 커버할 수 있는 아주 시원한 감각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살포시 닿는 가슴이었다. 닿은지 안 닿은지 모를 정도로 살짝만 닿았을 뿐인데 묘하게 신경쓰게 된다.
그런데 확실히 빈유는 빈유구나. 납작한 가슴이 아주 살짝 스쳐진다.
어렸을 때는 경제관념이 부족해서 동대문이  잘나가는지 몰랐었다. 그와는 마찬가지로 대구의 곱창거리, 용산의 전자상가등. 라이벌 업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살기 벌벌한 곳에 손님들이 왜 꼬이는지 몰랐었다. 소비자들은 호구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동종 업체 경쟁자들이 많아질수록 물건의 품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고 비교적  가격에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는게 행운이라는  새삼 깨달았다.
 튀기게 싸워주세요. 제발.
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듯 멘트를 하나 던져줬다.

“와... 진짜 시원한데요?”
“봤죠?”
“참내, 여러 가지네요. 어쩐지 여자 손님들한테는 지명을 못 받더라니.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훗. 이런것도 결국 노하우거든요.”
“누구는 못하는줄 아나.”

신이설도 비슷한 느낌으로 상체를  누르듯이 눌러서 압력을 추가시켰다. 그러는 동시에 가슴께가 등살에 닿아 무너졌다.
다른 노하우는 없나? 전부 방출해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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