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4화 (14/173)



〈 14화 〉14화

골반을 움켜쥐고 마구 아래를 붙여댔다.
한창 벌겋게 달아 살을때리는 소리가 나도록 붙어먹던 중. 준현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한쪽 허벅지 안쪽을 부여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읏!”

깜짝 놀라 허겁지겁 두 팔을  목 뒤에 걸쳐 지탱했다. 이제 그녀를 넘어트리지 않고 지탱해주는 건 한쪽 다리와 딱딱하게 꽂힌 성기가 전부였다. 서아의 허리가 불안에 떨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따끈하게 달궈진 허벅지 윗부분을 그녀의 엉덩이에 갖다 때려댔다. 하체가 발작적으로 튀며 부딪칠 때마다 흔들거리는 가슴은 박아넣고 있는 성기를 더욱 꼴리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팽창한 성기가 한창 드나들던 순간. 서아는 문득 준현의 손가락이 험악하게도 자신의 입안을 까슬까슬하게 스쳤던  떠올랐다. 왜 입을 맞춰주지는 않을까. 이렇게 입술을 헤 벌리고 혀까지 내밀면서 유혹하는데도 준현의 입술은 다가올줄 몰랐다.

“자세 바꾸자. 돌아봐.”

거칠게 손목을 잡아서 빙글 돌았다. 돌자마자 콘돔도 착용하지 않은 성기를 그대로 안쪽 깊숙이 삽입했다. 자세를 바꾸니  새로운 자극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자 수치심은 배로 늘었다.
준현의 얼굴은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자기 이상형도아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얼굴을 볼때마다 아랫도리가 끈적하게 달아오르질 않나 허벅지 안쪽이 간질간질거리질 않나. 어느모로 보나 성적 매력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끌렸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준현의 눈은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던지는 추파에 마구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침착하기 그지없다. 눈을 사정없이 마주쳐도 부끄럽게 떨구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근데 이 찐따 새끼... 흐읏...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예전부터 호구처럼 생각했던 인생의 조연같은 남자. 그가 거칠게 성기를 쳐올릴 때마다 느껴버리는 자기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애원해봐”라고 했을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수치심을 오인한 뇌가 성기에 부적절한 신호를 보낸 거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벗어제꼈다.

‘내가 어딜 좋아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느끼는지 전부  알고 있어.’

서아는 도저히 입을 가만놔둘 수가 없어서 상체를 비튼채로 준현의 귀를 빨기 시작했다. 지금 준현이 빨라고 하면 발가락도 빨  있었다. 그러면 심경의 변화가 생긴 준현이 떡 하나 던져주기라도 하는 듯 새로운 자극점을 찾아 쾌감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커!’

빳빳하고 단단한 그것이  안쪽으로파고들어 자궁 끝을 공성추 마냥 팍팍 때려대면 척추에서부터 골까지 웅하면서 울려댔다. 지금껏 몇 명의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져봤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흣! 아, 좋아... 준현아... 나 갈거 같아... 너 왜케 잘해?”

준현은 대답하지 않고 추삽질에 집중했다. 티셔츠 밑으로 땀이 솟아올라 저도 모르게 몸을  훑어보게 됐다. 준현의 몸에서 잔근육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깡마른 멸치인줄 알았는데 숨겨둔 근육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게다가 왼쪽팔의 전완근이 비정상적으로 굵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서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미쳤나봐. 미쳤나봐. 내가 이딴 애한테 반한 거야?’

갑자기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눈길을 피했다.

“야.”

이제는 매마른 듯한 준현의 목소리마저 색정적으로 느껴졌다.

“어어...”
“나 봐봐.”
“아, 왜...”
“빨리. 얼굴 보면서 하게.”
“얼굴 보면 뭐가 달라지나?”
“참나. 말이라고 하냐? 내가 지금 김서아랑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말에 심장 주변으로 따뜻한 물이 확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처참하게 뭉개졌던 자존심이 조금은 회복되는 기분에, 서아는 어떻게든 준현을 기분좋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화장실에서 격렬하게 섹스를 했더니 습기가 차서 아랫부분이 뻑뻑해지기 시작했다. 김서아도 눈치를 챘는지 턱을 살짝 내려 예의 그 부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여기 너무 환해서 창피해...”

부벼대는 삽입질 와중에 김서아가 내 몸을 꼭 끌어안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무리는 침대에서 할래? 내가 진짜 기분좋게 해줄게.”
“뭐하려고.”
“으응~ 가서 보여줄게.”

아까까지는 앙탈 부릴 때마다 어금니를 확 으깨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양 떤다고 상체를 흔들 때 젖가슴이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콜.”
“으앗!”

나는 김서아의 허리를 끌어안아 올렸고 그녀는 다리를 교차해서 코알라처럼 매달렸다. 덕분에 미끌미끌한 안쪽의 살이 꽉 조여서 주름이 엉겨붙었다.

‘섹스 만세! 섹스 최고!’

심적인 여유가 생기니까 이런 자세도 해보고 저런 자세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아다스럽지 않게 넣자마자 3분만에 싸는 일도 없어졌다.
쾌감을 끌어안고 지속시키는 법을 알게 되니 미친 듯이 좋았다.

‘하, 하루종일 섹스만 하고 싶네.’

평생 이거만 하고 살아도 좋을 정도.
나는 침대까지 김서아를 데려가서야 보지에서 고추를 빼냈다.

“뭐하려고.”
“누워봐.”

김서아는 나를 눕혀놓고 옆에 놓인 오일을 자기 가슴 위에 뿌려댔다. 주르륵 찐득하고 걸쭉한 오일이 그녀의 가슴 형태에 맞게 흘러내렸다.

“와...”
“크크. 너무 육성으로 감탄하는거 아니냐?”
“미친... 그러고... 으아앗!”

내 고추를 향해 엎드린 김서아는 두 개의 봉오리 사이에  고추를 끼웠다. 오일 때문에 질척해진데다가 김서아 몸에서 가장 촉감이 부드러운 곳이라 쾌감이 극한으로 치솟았다.

“와... 기분 진짜 째진다...”
“정말? 그렇게 말하니까 다행이다.”
“와 느낌 진짜... 미쳤다. 너가 원래 이렇게 가슴이 컸었나?”
“나 중딩 때부터 엄청 컸잖아. 애들 다 알고있는줄 알았는데. 남자친구한테도 해줬었고.”
‘중딩 때 딱지를 뗐다고?’

하긴 그럴만 하다. 저렇게 생겼는데 남자애들이 그냥 내버려뒀을 리가 없다. 그나저나 그 새끼 졸라 부럽네. 아니지. 지금에 와서는  새끼가 날 부러워하는게 정상인가?

즈억- 즈억-

처음에는 천천히 오일을 바르는 느낌으로 젖치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빠르게 위아래로 치기 시작했다.

“크읏.”

사정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뜨끈해진 허벅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두 다리를 쭉 폈다.
내가 쌀거 같은 신호를 보내자 김서아는 혓바닥을 내밀어서  귀두를 스치듯 핥아댔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문도 못하고 불교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지만, 이 순간만은 붓 잡고 한 번 크게 그려보고 싶어졌다.
극락極樂.

“나, 나 싼다!”

아까 알려주라고 해서 뱉은 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엉덩이에 힘을 빡 주고 허리를 곧추 세웠다.
김서아는 내 말을 듣고는 젖치기를 해제하고 입술로 고추를 한입 크게 머금었다. 이미 잔뜩 달궈놨기에 온도가 높아지면서 쉽사리 토정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쭈욱.
꿀럭꿀럭거리면서 김서아의 입안에 잔뜩 쌌다.
진아영  이후로 입싸만 두 번째다. 콘돔을  썼다고 여자들이 죄다 입안에 사정을 허락한다면 나는 그냥 영원히 콘돔 안 쓸래!
다 싸고나서도 김서아는 청소하듯 귀두 주변과 흘러내린 국물까지 싹싹 핥아먹었다.
 고추가 흐물흐물 해질 때까지 불알 밑둥을 끝까지 핥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 후... 진짜 좋았다... 후...”

어제의 적은 오늘의 아군이라더니. 방금까지 저 현관문 앞에서 그렇게 티격태격했던 우리는 침대위에 나란히 누웠다. 김서아는 누운채로 새우잠 자세를 취한 후에 내 얼굴을 진득하게 쳐다보고 있다.
섹스가 끝나고 우리는 한동안 숨을 헐떡였다. 어느 순간 침묵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옷을 대충 다 챙겨입은 김서아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준현아.”
“응.”
“너 내가 싫거나 그런건 아니지?”
“아, 씨. 너가 이상한 소리 안하고  이용해 먹을 생각만 안하면 당연히 안 싫어하지.”
“그럼 아까 화냈을 때는 좀 싫어했다는 거네...”
“야 당연하지. 너처럼 하는데 좋아할 친구가 있을거 같냐?”
“그것도 그래. 알겠어. 지금은 나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거잖아.”
“그래. 그놈의 보험 얘기만 안꺼내면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친구..?”
“어. 친구.”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어?”

아마 섹스 때문에 하는 말일 거다. 몸과 몸을 섞은 두 남녀가 친구 관계로 남을 수 있느냐. 내 머릿속에서는 ‘아니오’를 외치고 있지만, 내 몸은 ‘예’를 외치고 있었다.
김서아가 개 같은 년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에게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섹스가 싫은건  아니다. 방금 해줬던 파이즈리를 언제라도 또 받고 싶은 생각이다.
나는 그녀를 내가 두고두고 따먹을 콜렉션에 저장하고 싶어졌다.

“싫어?”
“아니. 그런건 아니고... 뭔가  애매하지 않아? 그... 우리는 방금 그걸 했잖아.”
“뭐, 섹스?”

내가 섹스라는 단어를 뱉자 김서아는 약간 움찔거렸다.

“응.”
“친구끼리 섹스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아니. 그런건 아닌데.”
“친구끼리 마사지는 해주잖아.”
“야, 그건 얘기가 다르지.”
“아니지. 똑같지. 마사지도 결국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건데. 서로 마사지 주고 받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강준현... 나 스물아홉이고 너도 나랑 동갑이잖아. 나 바보 아니거든?”
“생각해봐. 우리 키스도  했잖아. 심지어 손도  잡았고.”
“응. 근데 그건...”
“그건 뭐?”
“... 아니야. 계속 얘기해.”
“연인 사이에 진도라는게 있는데 먼저 손부터 잡고  다음 키스 그리고 섹스. 대충 이 정도잖아?”
“뭔가 엄청 생략된거 같긴한데, 맞는 말이긴 하네.”
“그러니까 우리가  건 그냥 서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한 마사지였던 거야.”

나 역시  말이 개소리라는 걸 알았고, 그녀도 표정으로는 ‘마사지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어... 그게 그렇게 되나?”
“응.”
“그, 그럼 다음에도 또 마사지 해주는 거야?”

‘와, 씨. 이러고 있으니까 졸라 귀엽잖아. 지금 나한테 또 섹스 해줄거냐고 물어보는거나 다름 없잖아.’

“응. 안 바쁘면?”
“나 그럼 번호 주라.”
“어.”

나는 그녀가 건네는 스마트폰에 내 번호를 찍어줬다. 그녀는 다시 돌려받자마자 통화버튼을 눌렀고 내게 진동하자 통화를 취소시켰다.

“내꺼 저장해줘.”
“응.”
“뭐라고 저장할 거야?”
“김서아.”
“아, 왜.”
“그럼 뭘 어떻게 저장하라고.”
“아니야...”

그녀는 쭈뼛거리며두리번거리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피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 더럽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 그럼 이제 어쩔까?”
“뭘 어째?”
“나 그냥 가?”

 어쩌라는 건지.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자 김서아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봐도 하고싶은 말이 엄청 많이 남아있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
나는 웃음을 꾹 참았다.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짝사랑했던 김서아가 나한테 매달리고 있었다. 차마 사귀자고는 말은 못하고 애둘러서 표현하는데 아무리 해도 내가 반응이 없자 애가 끓는다.

‘남자한테 고백 한 번도 해본적 없겠지.’

그녀는 사자에게 먹잇감을 빼앗긴 사자처럼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휴, 알겠어. 나 그럼 간다.”

가져온 파우치를 들고 나가려는 김서아. 근데 왜 반발짝씩 움직이냐고. 어떻게든 뒤에서 붙잡아주길 바라는 듯 시간을 끈다.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웃음을 터트리려는 찰나, 갑자기 누군가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퉁퉁퉁-

“강준현 씨..?”

진아영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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