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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10화 (10/173)



〈 10화 〉10화

태어나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여자는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다. 무슨 야동 찢고 나온 여자, 야찢녀도 아니고. 근데 저런 외모로 저렇게 말하니까 버틸 수가 없었다. 수건으로 가린 아랫도리가 굵직해져버려서 속으로 애국가를 속사포로 불러야만 했다.

쿡쿡쿡.
불끈해진 내 아랫도리를 발견했는지 키득거리며 웃는 이연두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장난이에요. 아, 진짜 반응 너무 재밌는데. 그나저나 건강하시네요.”

이연두는 날 완전히 갖고 놀고 있었다.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교육을 진행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손모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몸을 돌려서 등과 허리부분 마사지 그리고 종아리와 허리부분의 촉지법도 전부 배웠다.
찬물과 뜨거운물을 왕복으로 이동하느라 풀발기와 중발기, 약발기를 전부 경험한 후인지라 사타구니가 뻐근하게 아프다. 야동을 하도 봐서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데이번 건 좀 쎘다. 빠져들어갈 듯한 예쁜 눈동자와 계속되는 터치도 한몫했다.

“다 끝났어요. 그밖에 궁금한 거 있어요?”
“아뇨, 없습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배드 한쪽 면에 걸터 앉았고 이연두도 나와 한뼘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까딱 옆으로 숙이면서  얼굴을 살폈다.

“내가 장난쳐서 화났어요?”
“아뇨. 화 안났습니다.”
“푸하하. 아까부터 아뇨! 아닙니다! 이것만 계속하고 있잖아요. 화났네. 화났어. 진짜 궁금한거 없어요? 나 완전 프론데. 이런 기회가별로 없어요.”
“되게 한가해 보이시던데요.”

 반격기에 이연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한가해도 녹슬지 않는게 실력이죠. 미안해요. 진짜 화나게 하려고 그랬던건 아닌데.”

샐쭉 웃는 그녀는 배드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농염한 자세를 취했다. 이제보니까 가슴은 꽤 작다. 나는 힐끗 그녀를 봤다가 눈이 마주쳐버렸다. 재빨리 시선을 돌렸지만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차례 웃음소리가 지나가고 이연두가 목을 가다듬더니 내게 말했다.

“듣기로는 실력이 좋으시다고.”
“네?”
“원장님이랑 아까 하는 얘기 들었어요. 들어보니까 VIP 단골 마음에 들었다면서요.”
“아, 예... 뭐 운이 좋았죠?”
“비결이 뭐예요?”
“비결 같은거 없는데요.”
“흐음. 비밀이라 이거죠. 방금까지 내 비기들을 다 알려줬는데 비밀이라니. 참,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아주 보람있네.”
“없는걸 어떻게 말합니까?”
“그래요. 그래요.”
“옷 좀 입게 뒤 돌아줄래요?”
“그럽시다~”

그녀는 이제 배드에 엎드려 누운채로 스마트폰을 했다. 옷을 갈아입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두다리를 퉁퉁거리며 배드에 부딪쳤다.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그녀의 액정을 훔쳐봤다. 그 잘난 인싸질이 뭘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 이외로 평범하게 여자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대화내용을 보고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연두연두연두 어떻게 됐어?
-신입 교육 들어갔다더니  없는 걸로 봐선 졸라 따먹는 중인 듯
-아 개소리야 되게 평범하게 생겼다잖아
-연두가  얼굴에 아무나 먹게 생겼니?
-아까 뭐 따먹고싶다고 하고 들어가지 않았어?
-맛있다.
-엉?
-연두 지금 맛있다고 한거 맞음? ㅋㅋㅋ 내가 잘못 본건가
-실화야?
-응. 맛있는데? 쑥쓰럼 엄청 타고 귀여워서 한입 했어.
-이열~
-어때, 크드나!
-크던데. 졸라 건강해. 빳빳하던데.
-그 남자 완전계탔네 ㅋㅋㅋㅋㅋㅋ
-연두가 계탄건 아니고? 일단 크면 개땡큐지
-ㅋㅋㅋㅋ 근데 애석하지만 구라야. 마사지 해주니까 서긴 서더라. 근데 반응 좀 쎄해서 말았어.
-본격적으로 따먹고 싶다. 나 남친 헤어지고 3년째 묵히는 중이잖아.
-아 ㅋㅋㅋㅋㅋ 쉰내나요 연두 씨
-보태준거 있으셈?
-야 내가 보태준게 왜 없냐 ㅋㅋㅋㅋㅋ 남자를 몇 명 소개해줬는데  차버렸으면서
-ㄴㄴ 가벼운 만남으로만 만나고 싶어. 섹스가 고프다고!
-여윽시 우리 연두
-완전 개방적이야~
-뭘 어쩌면 되지. 원장님이랑 친한거 같은데 잘못해서 소문나면 바로 짤릴 듯.

너무 오래 보고 있었나. 고개를 돌리고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헛기침을 하자 이연두는 그때서야 반응을 보였다.

“다 입었어요?”
“네...”

방금까지 날 놓고 따먹고 싶다고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수 있을리 없었다. 후, 엊그제 첫경험을 한 나에게  시련은 아주 커다란 관문이다.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행동했던 거구나. 남자도 섹스가 마렵지만, 여자도  못지 않게 성욕이 활발할 때가 있다고 들었다. 특히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넘어가는 구간은 말도 못하게 왕성하다고. 물론 인터넷에서 누군가 끄적거린 글을 보고 얻은 잡지식이다.

“그래서... 아직도 생각은 변함 없으시고?”
“무슨 생각이요?”
“천기누설. 비밀 좀 알려달라고요.”
“아니, 글쎄. 없다니까요 그런거.”
“흐흠~ 본인 거짓말 못하는 스타일인거 모르는구나.”

정말이지 먹고 먹히는 세계다. 내가 미시녀를 꿰뚫어봤듯이 그녀는 내 머리 꼭대기에서 날 꿰뚫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먹히고 있지는 않을 거다. 실제로 뭔가 숨기고 있는 것도 맞고 그 때문에 자신감도 상승한 것도 맞다. 게다가 이연두의 문자 내용을 읽은후인지라 조금  과감해질 수 있었다.
나는 반쯤 누워있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진짜 알려줘요? 값이 꽤 비싼데.”
“내가 알려준거랑 퉁치면 안 될 정도로 비싸요?”
“네, 엄청. 그쪽은  기술로 단골 한 명도 없지만, 저는 벌써 두 명이니까요.”
“...”

너무도 맞는 말을 해버려서 이연두의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가까이 다가온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데 아까랑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과연  명으로 끝날까요? 앞으로 수십, 수백명 만들 거예요.”
“흐. 자신감은 좋네요. 그래서뭔데요?”
“맨입으로는  되죠.”
“뭘 원하는데요?”

나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그녀의 몸을 발끝까지 한번 훑었다. 내 강렬한 눈짓에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걸 캐치한 후에 바로 말했다.

“섹스요.”
“네? 뭐, 뭐라고요?”

엄청당황해서 귀까지 다 빨개진 이연두.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까지 밀착해 있다는 걸 인지하고서도 깊은 숨을 몰아쉬어댔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과일향 비스무리한게 흘러나왔다. 눈은 내 입술과 눈동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키스타임을 재는 것처럼. 이렇게 쉬운 여자였나. 기우뚱  이기는척 앞으로 살짝만 쏠려도 입술이 닿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무아지경으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시간을 갖겠지. 나는 머릿속으로 야릇한 그림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 순간, 몸을 떨어트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연두 씨가 아까 했던 거 그대로 한거 뿐이에요. 어때요, 당해보니까?”
“...네?”

불현 듯 뒤통수가 아찔할 거다. 이연두는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러다가 오히려 신경질을 내기까지.

“아, 뭐야. 유치하게 진짜.”
“내가 하면 재밌고 남한테 당하면 재미없죠?”
“...”
“이연두 씨.”
“왜요, 왜.”
“이게 제 비밀이에요. 값비싼 영업비밀.”

이제는 자세를 바로잡고멀뚱하게 날 올려다보는 이연두. 황당함 반, 경이로움 반. 이제는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다.
내가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이연두를 내려다보듯 하자 비참하게 실연당한 여자처럼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먹었는지 졌다는듯 혀를 내둘렀다.

“원장님 말이 진짜 맞나보네. 잘하시네요. 아주 들었다놨다.”
“잠깐 설렜나 봐요?”
“후. 나도 모르게 설렜네요. 근데, 그래서...”
‘뭐, 설렜다고? 이게 끝까지 꼬리치는거 봐라.’

이연두는 쑥스럽게 자기 머리카락 끝을 비비 꼬면서 말을 이었다.

“비밀 알려준 대가. 뭐 값비싼 비밀이라니까 뭐라도 대접해야죠. 내가 써먹을 일은 없어보이니까 밥 정도로 퉁 쳐요.”

분명 자기한테 아무 의미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나도 알고 본인도 알고 있다. 근데 밥을 산다니, 이제는 누가 누굴 귀여워 해야하지?
나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받아쳤다.

“밥으로는 안 되죠.”
“아, 거참 비싸게 구시네.”
“술 한잔 사는 걸로 합시다.”
“...”
“안주 비싼 걸로.”

이연두의 큼지막한 눈동자가 낮게 깔리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입술이 말랐는지 혀를 내밀어서 침을 바르기도 했다. 그녀가 골똘히 생각한 끝에 내게 말했다.

“... 언제요.”

*

출근 이튿날의 밤이 다가왔다. 나는 마지막 타임을 최원재의 VIP 마사지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들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새로운 번호로 개통된 폰에는 예쁜 여자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진아영, 신이설,이연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온통 남자 밖에 없던 내 스마트폰. 그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건 어찌보면 신의 계시나 다름이 없었다. 새로 생긴 폰이 외형으로 보나 내용적인 면으로보나 너무도 마음에 들 수밖에.
잠시 쉬는 시간. 나는 원장님의 허락을 받고 수신 확인이 필요한 문자들을 봤다.

- 진아영 : 취직 축하해요 (화이팅)(화이팅)!! 1
- 신이설 : 내일 예약 건 까먹지 말아요. 펑크냈단 봐요 아주 그냥... 1
- 이연두 : 그럼 토요일 8시에 합정에서 보는 걸로 해요... 1
- 머발에스 단톡방 : 내일 스케줄 다들 한번  검토하고 오늘 스케줄 없는 사람은 퇴근해도 좋습니다. 9

나는 굳이 문자를 확인하지는 않았다.괜시리 기분이 좋아져서 입꼬리가 수직상승했다.
진아영은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물론 내가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지만. 덕분에 첫경험도 했고 자신감도 상승할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신이설은 참 웃기는 여자였다. 단톡방에 분명히 스케줄 관련해서 주의를 줬으면서 나한테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냈으니까. 아마 어떻게든 나랑 엮여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중에 가장 예쁜건 이연두였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린 스물일곱. 커다란 눈망울과 작은 얼굴은 내가 좋아하던 탑급 AV 여배우를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빈약한 가슴 정도.
나는 스마트폰 전원을 눌러서 액정을 까맣게 물들였다.
급할건 하나도 없다. 스물아홉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아 느낀 점이라곤 여자한테 호구당하지 말자는 거였다. 이제는 내가 여지껏 받았던 좌절감과 고통을 돌려줄 때라고 생각한다. 육체와 육체를 부딪는 관계. 서로에게 필요한 신뢰 아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젱여두고 천천히 음미하도록 하자.
성공해서 그에 걸맞는 여자를 찾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세 여자 중에서 진아영에게만 답장을 했다.

 : 고마워요.

 초 뒤에 바로 답장이 또 온다. 나는 흐뭇하게 문자를 확인했다.

- 진아영 : 우리 오늘부터 다음달까지 할로윈이벤트하고 있어요.
- 진아영 : 그리고  염색도했어요. (부끄)
- 진아영 : (사진첨부)
- 진아영 : 찍지말라고 하는데 직원 중에 하나가 멋대로 찍어서.
- 진아영 : 안 이상하죠?

나는 사진을 보고 가슴이 짜르르 떨리는게 느껴졌다. 사진 속의 그녀는 바니걸 복장을 입고 있었다. 이게 실제란 말인가. 나는 지금껏 살아온 데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 나 : 진짜. 진짜. 예뻐요.

*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진아영과 즐겁게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런 감정, 얼마만이냐. 꼭 대학교 캠퍼스 때 썸녀랑 문자했을 때랑 비슷한 감정이었다. 물론 결론적으로 나만 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두근두근 콩닥콩닥거린다고 해야할까. 고작 스물아홉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혈류에 꽃향기가 흐르면서 회춘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앞까지 올라갔는데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센서등이 켜져서 밝았고 그쪽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키로 보나 긴 머리카락으로 보나 여자가 확실했다.
우리집에 찾아올 사람이면... 설마 지방에 계시는엄마가 올라온 건 아닐테고. 폰 잃어버리기 전에도 연락 잘 안 했는데.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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