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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9화 (9/173)



〈 9화 〉9화

“근데 어디 불편하신데가 있을거 같은데. 거기만 뚫어주면 피부가 10년은 젊어질 걸요?”
“?”
“나한테 맡겨주면 띠동갑이 아니라  또래한테도 번호 따이게 해드릴게.”

띠동갑이면 그녀의 나이를 계산했을 때, 서른후반 정도의 남성들일 거다. 그들보다도 10살이나 어린 내 또래라면 10년은 더 젊게 보이게 만들어주겠다는 뜻인데 그걸 못 알아차릴 미시녀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불편한 점이 있을거라고 지적한 부분에서 짚이는 부분이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최원재의 마사지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내게 말을 걸었다.

“진짜야?”
“...”

최원재는 말 없이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말리지 않는 걸로 보나 눈치를 주지 않는걸로 봐서 내 기량을 펼쳐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자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가슴 부분에 있던 붉은점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심장이 격하게 뛰면서 주변에 있는 붉은점들이 비약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거다. 이런 부분은 심리적으로 써먹을 부분이 있겠다. 잔뜩 흥분하고 설렜다는 거겠지. 그걸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건 어떻게 봐도 쓸만한 기술이라고 할  있겠다.

“재밌는 신입이네.”
“그치?”
“나  그래도 요즘 골반 틀어진거 같아서 고민 많거든. 트레이너쌤도 골반 때문에 혈액순환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피티를 받아도 낳을 기미가 안 보여.”
“피티 그만두고  시간에 강준현 씨한테 한 번 맡겨봐.”
“... 그럴까?”
“정 신용이 안 가면 우리 스페셜 코스 중에 포핸드코스 있는데 그걸로 받아보던가.”
“포핸드? 포핸드가 뭐야?”
“말 그대로 손 네 개로 마사지 해주는 거지. 강준현 씨가 어딜 마사지하면 나는 다른 곳을 마사지 해주는 거야. 느낌이 확 다를걸?”

손  개.
한글자씩으로 이뤄진단어가 가져다주는 야릇함이란.
아마 미시녀는 머릿속으로 상상을 할 거다. 지금도 손길이 꽤 야릇한 곳을 스쳐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는데 손 네 개가 자기 몸을 더듬고 있을 걸 생각하는 거다. 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성판을 현실에서도 하는 거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향락을 즐기기 위한 선택이라면 주저할 수도 있지만, 결국 자기 피부와 몸매를 관리하기 위한 일이라는 걸 잘 인지하고 있다.
들어보니 동생들이랑 놀기 좋아하고 띠동갑 남자들한테 번호도  정도면 남편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고 뻔질나게 외도를 한다는 얘기인데. 영계가 보약이라고 이십대 애들 따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축축해진다.
나는 그게 눈에 보였다. 여자의 가슴이 수축이완을 반복하고 달궈진 허벅지 안쪽의 붉은점들이 산만하게 움직였다.
여기서  하나의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성기 주변에 있는 붉은점들이 어느새 그 색깔이 조금씩 탁해져서 연분홍빛을 띄는 것도 확인했다.  연분홍빛은 굳이 연구를 하지 않아도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럴까?”
“응. 추가금액만 더 지불하면 되는데 뭐, 그 정도 쯤은 우습잖아?”
“에이. 나도 그렇게 돈이 많지는 않아. 아무래도 원장님 말마따나 피티 환불 해야겠어.”

원장은  웃었다.

“그거지. 내가 예전부터 그만두라고 했잖아. 마사지하러올 때마다 몸 틀어져 있는게 눈에 보인다니까. 그 새끼 완전 돌팔이 트레이너야.”
“풉. 맞아. 처음에는 얼굴  반반하게 생겼다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몸매도 별로고 수업 내용도 완전 구닥다리. 어디서 주워들은건 있어가지고  호구처럼 갖고놀았다니까.”
‘트레이너 한 번 먹어보려고 다닌건 아니시고?’
“그래. 그럼 속는셈치고 그렇게 하자.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원래 일정은 주말로 잡혀 있는데? 삼일  주말.”
“내일이 좋겠어. 주말에 동생들이랑 술약속 잡을까봐.”
“크크. 남편은?”
“해외 출장가서 다음달에나 돌아와. 에그, 근데 날 뭘로 보는 거야? 재미만 보고 거기서 끝이야. 알잖아, 나.”

조숙한거. 라고 말하려다가 내 눈치를 봤다. 내가 아까부터 계속심리를 자극했던 탓이다. 아마도 꿰뚫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녀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걸 맞추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꿰뚫렸지, 뭐. 보나마나 영계가 자자고 하면 득달같이 뛰쳐나갈 게 뻔한데.

“책임질  있어요? 아까 했던발언?”

아까는 건방지게 반말 찍찍하더니 이제는 반존대 섞어서말을 한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제가 어떻게든 책임지겠습니다.”
“흐음~ 근데 진짜 10년 어려보이면 동생들 난리나겠는데? 강준현 씨... 라고 했죠? 효과 있으면 애들 무조건 데려올테니까 잘 부탁해요.”

나는 대답 대신 살짝 목례를 해줬고 여자는 그 모습에 마침내 만족해 했다.

“여긴  년을 다녀도 항상 새로운 느낌이어서 좋아. 기품이 있어.”

*

마사지가 끝나고 최원재는 나를 따로 불러서 휴게실로 데려갔다. 다른 마사지사들도 마사지가 끝나고 와서 쉬고 있었다.

“강준현 씨, 이제 보니까 마사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입도 아주 잘 터는데?”
“과찬이십니다.”

원장이 호들갑을 떨면서 칭찬하자 주변에서 볼 일을 보던 마사지사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정 수입추가 되겠어. 소개도 들어오면 금상첨화고. 강준현 씨 입장에서는 진짜 좋은 기회야. 첫달부터 인센티브 꽤 많이 나오겠다.”

어제 신이설에게 들었는데 아직까지 단골 고객이 없는 마사지사도 있다고 한다. 마사지는 잘하는데 고객을 유치할만한 사업수완이 없는 거다. 따라서 인센티브제로 운영되는 샵에서 월급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 거다.
따라서 일반고객들을 매칭 시켜주는 신이설은 이곳의 여왕님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 그녀에게 잘못 보이면 급여가 끊겨버리는 일도 생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굳이 그녀가 매칭시켜주지 않아도 자력으로 한 건을 따냈다. 다른건 모르겠고,  부분에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
마사지사들은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대체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이길래 출근 둘째날부터 실력 발휘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눈치기도 하다.
최원재는 한참을 떠들면서 좋아하다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마사지사 하나에게 말했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베테랑 마사지사, 김지연이었다.

“맞다, 지연 선생님? 이 뒤에 스케줄 있어요?”
“오늘은 좀 한가하네요.”
“그럼 이번에 들어온 강준현  디테일 수업 좀 맡길게요. 지압하는 방법이나 손모양 잡는 것 등등. 알죠?”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나는 둘이 얘기하는 동안, 한쪽 벽에 몸을 기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마사지사에게 계속 시선이 갔다. 명찰에 ‘이연두’라고 써있다. 내가 어제부터 눈여겨 보던 여자였는데 이름이 이연두라고 하는구나.나이는  또래쯤 되는 것 같은데 신이설의 말로는 화려한 외모 때문에 다른 샵에서 인기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전용 샵으로 넘어오면서 할 일이뚝 끊겼다. 실력이 없다는 증거인 셈이다.
그런데 여자로서 봤을 때, 나에게 마사지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뿐인데도 유려한 선과 화려한 이목구비. 쌍꺼풀이 엄청 짙고 눈망울도 큰데 얼굴은 주먹만해서 얼굴을 찾으면 눈만 보이는 그런 인형상이었다.
싸가지없는 신이설이 싫어할만 하지. 내가 신이설이었어도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으면 질투가  거다. 어찌됐건 신규 고객 매칭을 안 해주는 부분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다음 시간에도 할 일이 없는지 다른 마사지들이 부산하게 다음 스케줄을 준비하는 동안 연신 스마트폰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갈까요?”

김연정이 내게 와서 말했다. 그때, 미닫이문 사이로 신이설이 빼꼼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는 휴게실에서 대기중인 세 명의 얼굴을 하나씩 돌아보다가 김연정에게 말했다.

“지연쌤?”
“네.”
“일 있어요?”
“아... 원장님이 시키신 일이 있는데요.”
“음. 근데 어쩌죠? 지금 VIP 고객이 갑자기 방문했는데 원래 원장님 담당이거든요. 근데 원장님 지금 예약 손님 받으러 가셔서... 제가 원장님한테말해 놓을테니까 대신 좀 들어가줘요.”

이곳에서의 신이설의 권위가 얼마나 높은지 알만한 대목이다. 군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뭐,  여자들이 군대에 다녀왔을 리는 만무하지만.
약간의 고민을 하던 김지연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저기... 연두쌤?”
“네?”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껌벅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 대신 신입 선생님 디테일 수업 좀 해줄수 있어요? 이 뒤에 스케줄 없으시면.”
“아, 뭐. 그러죠. 저 완전 한가한거 아시잖아요.”
“그럼 부탁좀 드릴게요. 저는 그럼 준비하러...”

총총거리며 휴게실을 빠져나가는 김지연.
이연두와 단둘이 남게되자 급격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밀려왔다. 아줌마나 천박해 보이는 신이설한테나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갔지. 모델 뺨치는 외모를 눈앞에 두니까 심장이 괜히 콩닥거려서 나도 모르게 버벅거리게 됐다.
이연두는 아무렇지 않은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내 얼굴과 발끝을 스캔하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나를지나쳐갔다.

“따라와요.”

젠장. 뭔가 휘둘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따라가면서 살랑거리는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 말랐는데 골반은 탈아시안급이다. 엉뽕을 넣었는지 골반시술이라도 받았는지, 아무리봐도 언밸런스했다. 그런데 그 비율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비감을 조성한다고 해야할까. 벗겨놓고 보면 어떤 그림일지 상상하게 되는.
그녀는  일반 마사지룸으로 데려간 후에 말했다.

“벗어요.”
“네?”
“벗고 대충 이거 입어요. 벗어야 마사지를 하지.”
“아, 네... 근데 여기서요?”
“안 볼테니까 그냥 갈아입어요.”

나는 그녀가 주는 마사지용 티팬티를 받았다. 손가락 하나 가릴것처럼 얇디얇은 속옷이다. 여성 고객들의 수건 아래에는 이런 게 깔려있겠거니. 근데 나는 생각보다 커다란걸 숨기고 있는 짐승이건만 어찌 이따위 종잇조가리로 가리려고 하는지 참.
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이연두는 나와 등을 진채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또 연신 터치에 집념했다. 나는 문득 이 여자가 녹아내리는 걸 보고 싶어졌다.
지금은 모르겠고 언젠가는 두고보자는 생각이었다.

“다 입었으면 일단 위 보고누우세요.”

내가 얼추  입을 즈음에 그녀가 말했다. 나는 티팬티만 착용한 채로 천장을 향해 보며 누웠다. 덜렁거리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티팬티 옆으로 성기가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와, 미치겠네. 생각보다 개쪽팔리잖아, 이거.’

치부를 전부 드러낸 느낌이다. 옆에 있는 수건을 집어서 아랫부분을 덮었다.

“네, 누웠어요.”

내가 준비됐다는 걸 알리자 그녀는 그제야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역시 저렇게 생기면 남자들이 가만 놔두질 않을 거다. 저런 여자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양다리는 양반이고 오징어다리, 문어다리까지 걸치면서 어장관리를한다더라.  외모면 그 어장 안에 들어가지도 못할 거다. 외모만 놓고보면.
이연두는 내게 촉지법에 대한 걸 알려주면서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보여주기도 하고 내 몸을 찌르면서 마사지 포인트를 짚어줬다.
간혹 민망할 정도로 야릇한 부분을 눌러대기도 해서 놀랐지만, 그녀는 프로답게 아무렇지 않아했다.

“여기는 장요근이라고 해서 허벅지 안쪽 근육 스트레칭 해주고 손끝으로  집어넣듯 넣어주면 고객들이 시원해  거예요. 혹시 알아요? 강준현 씨한테 성적 매력을 느낄 지도 몰라요.”
“네, 네?그게 무슨...”
“농담이에요. 생각보다 순수하시네.”
“아...”
“여자친구 없죠?”
“네, 없습니다만...”
“그럴거 같았어요.”

기분 나빠! 존나 기분 나쁘다! 신이설은 여러모로 좆같이 굴었다고 하지만, 여자는 예의차리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뼈를 때린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애교였다.

“섹스 좋아해요?”
“?”
“지금 나랑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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