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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113화 (113/122)

00113  8. 삶, 삶, 삶  =========================================================================

아내에게 밀쳐져 주저앉았던 비오르틴은 딸의 울음소리에 겨우 이성을 찾아 일어났다. 가녀린 여인이 밀치는데 주저앉아 버릴 정도로 힘이 없는 게 아니었다. 아내의 독한 눈빛에 놀라 넘어졌다는 말이 적절하리라.

“격을 지켜라. 내가 할 말은 그것뿐이다.”

그는 다시 한 번 황후에게 경고하며 그곳을 떠났다.

밖에 있던 시녀는 급히 들어와서 아니카를 얼러주려 했으나, 로테가 시녀를 물려버리고 스스로 아이를 안았다. 어미의 품에 안긴 아니카는 겨우 울음을 멈추었고, 로테는 시녀가 듣든 말든 속에 있는 말을 모조리 배설했다.

“자아, 다 괜찮단다. 울지 마. 그나저나, 이거 참 답답하구나. 마력자가 와야 하는데 네 무능한 아비가 부리는 무능한 인간들은 마력자를 단 한 명도 찾아오질 못하니, 원. 황제랍시고 마나의 인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니. 자기 딸의 눈 하나 어떻게 하지 못하는데.”

시녀는 패역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황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황후는 시녀의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다. 무엇도 두렵지 않은 심정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황후는 가여운 딸의 눈, 안대가 씐 눈을 어루만지며 다짐했다.

“기다리렴, 아니카.”

시녀는 무엇을 기다리라고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황후가 아이를 품에 꼭 안고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이제 금방이야. 제국기술원에선 못하는 게 없단다. 이 어미가 너를 어둠에서 구해주마. 네 눈은 반드시…… 아름다워질 거야. 아무렴. 누구의 딸인데.”

로테는 아이를 안고 침대에 누워 자장가를 불렀다.

시녀는 그런 황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저러시는 걸까. 제국기술원이라니…… 포르투바를 저렇게 노골적으로 말씀하시다니!’

새로 들어온 시녀로서는 잘 알 수 없었다.

황후가 한때 자살 시도를 함으로써 딸에게 얼마나 커다란 죄책감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녀가 외도를 이용하여 남편의 무력함을 얼마나 증명하고 싶어 하는지.

시녀는 불안한 눈길로 황후를 보았다.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분이 왜 저러실까, 대체 왜 궁에 불화를 일으키려고 하시지…….’

황후의 자장가엔 독기가 서렸다. 그래서인지 아니카도 좀처럼 빨리 자지 못했다.

***

얼음 도시 시귀르.

수도 유르.

사파이어 가의 자선 재단 사무관인 안식의 겨울 가까이 위치한 별장.

이 별장은 마리 일행이 머무는 곳이며, 륀체르가 제공한 마력자들이 검은 드래곤에게 마력을 바치려고 대기하는 비밀 장소이다.

이곳에서 마리는 깃털펜을 잡고 종이에 뭔가를 사각사각 소리 내며 적고 있다. 진지한 표정이 공부에 심취한 사람처럼 보이나, 사실 그녀는 공부가 아니라 이곳에 있는 고급 깃털펜의 감촉이 궁금하여 단순한 낙서를 하는 것뿐이다.

오랜만에 종이에 뭔가를 그리고 적는 기분이 참 좋다.

무심코 시작된 낙서는 점점 그녀의 무의식을 반영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정식으로 배워본 적 없는, 그리고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노래를 마치 익숙한 노래처럼 부르며 낙서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종이에 그려진 것은 삼각형, 역삼각형이 포개어진 별 모양이다.

자기 몸의 은밀한 부위에 있는 점을 그린 것이다.

이 점. 이 인위적이고도 기이한 모양의 점.

마리는 이것에 관해 살면서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릴 적,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이 점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생긴 건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많이 놀랐지만,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점에 관해 걱정하는 동생 로테에겐 오히려 유쾌하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나는 세상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멋진 장신구를 가졌다!’고.

이 ‘멋진 장신구’는 자라면서 기이한 능력도 주었다. 종종 꿈에서 먼 미래의 나날을 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게 정말 앞일인지 아니면 꿈의 한 조각인지는 자기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점의 의미를 밝히려고 연금술, 흑마술, 점성술 등에 손을 댄 것은 비밀이다. 사람들은 오를린의 마리니시네가 숙녀로서 해야 할 교양을 공부하는 것에 흥미가 없어서 그러한 잡다한 학문에 빠졌다고는 알지, 이러한 실상은 모른다.

그러나 연금술, 흑마술 등을 아무리 공부해 봐도 점의 비밀을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눈치챌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이 점이 생긴 후로 마력이 가까운 곳에 가면 갈수록, 점에서부터 온몸에 생기가 더욱 활발하게 돈다는 것.

그러한 이유로 어릴 적부터 소용돌이 산에 가는 것을 즐겼다. 소용돌이 산에는 마력생물이 많고, 그곳에만 가면 심란함이 사라져 기분이 좋았다. ‘소용돌이 산은 몹시 위험한 곳이라 인간들이 함부로 다녀서는 안 된다!’는 주위의 반대도 늘 모른 척했다. 마력생물 드래콘을 타고 싶어 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장대한 여행을 떠나면서 탈 것이 필요하여 드래콘을 원했는데, 마력생물 드래콘을 곁에 두면 늘 기분이 상승할 것 같단 예상도 드래콘 사냥에 큰 이유를 차지했다.

작게는 몸에 생긴 비밀을 알고자, 또 크게는 세계를 정복하여 불안한 미래를 스스로 바꿔보고자,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었다.

깃털펜은 다시 무의식을 낱말로 표현했다. 사각사각…….

대륙 여행.

세계 정복.

할데바인 사망.

마황 파멸.

검은 드래… 하이너 이상해.

“하이너. 하이너.”

마리는 머리가 아팠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목표에 한 발짝 씩 다가갔지만, 호위기사 문제에서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지 못했다.

마리는 하이너의 이름을 깃털펜으로 마구 지웠다. 그러다가 아예 종이를 구겨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울 앞에 다가간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외투를 걸쳤다.

“직진! 직진하는 거야! 목표가 코앞이라고! 그러잖니? 마리니시네?”

자기를 독려한 그녀는 우아하고 당찬 표정으로 무장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복도를 걸어가 마리아가 있는 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때마침 그녀의 뒤를 걸어가던 사용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 소녀분은 지금 방에 없습니다만.”

“응? 마리아가 없다고? 어디 갔는데?”

“오를린에 갔습니다.”

마리는 서운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흐응. 나쁜 계집애. 가면 간다고 말은 하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그러다 문득, 마냥 서운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 애로서는 그게 최선이겠지.’

마리아는 하이너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다고 판단하여 남쪽으로 내려갔으리라. 이곳에서 충분히 쉬면서 마력을 회복했으니, 혼자서 오를린의 소용돌이 산으로 가도 문제 될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는 모르고 있다. 그 드래콘 소녀가 오를린으로 간 것은, 드래콘 소녀의 뜻이 아니라 하이너의 배려라는 것을.

아니, 하이너의 처지에선 배려가 아니라 필수의 선택이나 마찬가지다.

흡마귀의 저주, 발정의 기운에 괴로워하는 그에게 마리아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은 존재이다.

마리아를 만날 수 없게 된 마리는 기다란 복도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이를 어쩐다.”

당장 탈 것을 이용하려면…… 역시 이동 스크롤을 이용해야 할까. 하지만 여행 중 생긴 절약 정신이 그런 고가의 스크롤을 사용하길 자제하라고 한다.

그런데 그때, 복도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흑회색의 깔끔하고 우아한 복장, 잘 정돈된 검은 머리카락의 그는 바로 그녀의 호위기사다.

“하이너?”

륀체르가 ‘잡아들인’ 마력자들의 마력을 흡수한 후일 테지.

그런데 어째 차림새와 어울리지 않게 표정이 초췌하다. 아가씨를 보고 인사를 하는 미소가 억지로 쥐어짜 낸 것 같다. 막 마력을 흡수하여 눈이 회색을 띠긴 하지만 멀리서 보면 흰색은 것이나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얼굴이 더 무서워 보인다.

마리는 저런 표정의 이유를 안다. 하이너는 마력자들의 마력을 흡수한 후로는 늘 저렇게 죄인의 표정을 한다. 그러잖아도 내부에서 여러 개의 인격과 싸우는 그가 누군가의 힘을 자의든 타의든 빼앗은 후에는 저런 어두운 기분이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 마력자들이 검은 드래곤에게 마력을 바치는 대신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상 그 일은 륀체르의 강제로 인한 일이니 마력자의 의지 따윈 무시된다. 또한, 마력자 중 심약한 이들은 검은 드래곤에게 마력을 빼앗기는 때에 종종 비명을 지르며 혼절하기도 한다. 그걸 코앞에서 지켜보면서 마력 갈취를 해야 하는 하이너의 기분은 어떠할까.

하이너가 마력자들의 마력을 흡수한 후엔 오슬의 산에 가서 포악한 짐승들을 죽인다는데, 그게 오슬 주민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 분노를 다스리려는 행동인 걸 마리는 잘 알고 있다.

마리는 그런 호위기사의 어둠을 잘 다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짐짓 품격이 넘치는 사람처럼 한쪽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호위기사의 입맞춤을 받으려 했다.

“아아, 나의 호위기사여.”

그러자 하이너는 심란한 와중에도 기꺼이 그녀의 장난에 맞장구쳐주었다. 단정한 입술이 그녀의 새하얀 손에 내려앉았다.

“예, 나의 아가씨.”

마리는 ‘나의’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 싱긋 웃었다. 그녀가 호위기사를 일으켜 마주 보았다.

“가자!”

“어디를 말씀입니까?”

마리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암흑 지형을 좀 조사하러 가야겠어!”

암흑 지형이라……. 하이너는 아가씨의 의중을 알 수 없다.

***

대륙 북부.

야울과 시귀르 사이에 있는 위험 지역, 영원의 꿈.

사람들이 흔히 ‘암흑 지형’이라 불리는 이곳은 땅과 하늘의 경계가 없고 온통 새까만 암흑으로 뒤덮여 있다. 이 암흑 기운의 정체는 바로 강력한 마력이다. 하지만 쉽사리 흡수해서도 안 되는 마력.

마리와 그녀의 호위기사는 이곳에 발을 닿진 않았다. 물론, 발이 닿으려 해도 불가능한 건 당연. 그들은 암흑 지형에 있는 게 아니라 암흑 지형이 저 멀리 보이는 가까운 곳에 서서 스산한 기운을 느끼고 있다.

한때 흡마귀의 저주에 걸렸던 대현자 슈테반 뷔야크가 하이너에게 경고했다. 암흑 지형에 머무는 마력과 암흑 지형 근처 빙귀의 휴야에서 마력자들의 유령이 가진 마력을 흡수하면 흡마귀의 저주가 더욱 강력해질 거라는 거라고, 더욱 끔찍한 목마름에 시달리게 될 거라고 주의하라고 했다.

하이너에게 이곳은 마력을 흡수하고 싶은 충동을 더욱 부채질하는 곳이며, 위험한 유혹이 도사리는 곳이다.

마리도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굳이 이곳에 호위기사보고 같이 오자고 했을까? 탈 것이 없어서 호위기사의 순간이동력을 빌리려는 이유 때문이라 해도 이건 너무 하지 않은지?

평소 투덜거리기 좋아하던 호위기사라면 마땅히 그것을 아가씨께 따져야 했다. ‘언제나 자기 생각만 하는 아가씨군요! 이곳이 제게 얼마나 불편한 곳인지 알긴 아십니까?’, 아니면 ‘대륙 정복에 미쳐 호위기사의 사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이겁니까? 정말이지 귀족만 아니면 혼내주고 싶군요!’라고 쏘아붙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 하이너는 그러지 않는다.

흡마귀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는 척 담담하게 있으려 노력할 뿐.

그렇게 무리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마리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으으, 이런 하이너는 싫다고.’

관계의 일상성이 깨진 것은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하이너가 저주에 걸리면서, 또 얼마 전에 륀체르와 하이너, 자신, 이렇게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도 그랬고, 호위기사의 태도는 달라졌다. 예전에는 투덜거리면서 모든 일을 다 들어준 반면, 요즘은 정중하게 굴면서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인달까.

그런 태도는 마리의 번뇌를 불러일으켰다.

‘이거, 이거, 이래서는 안 되겠어. 마리아와 함께 이곳에 와서 스크롤로 조사 좀 해보려 했는데, 불편하니 뭔가를 할 수 있어야지, 원. 직진! 나는 직진이라고! 반드시 이 녀석의 원래 얼굴을 드러나게 하고 말겠어!’

마리는 갑자기 하이너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하이너가 투명한 회색 눈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의 손을 잡은 마리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하이너.”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 호위기사를 부를 때 나는 목소리가 아니라, 연인을 부를 때 나오는 아주 다정한 목소리.

그래서 하이너는 ‘예, 아가씨.’라고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마리가 입가를 올리며 속내를 터놓았다.

“요즘 힘들지?”

하이너는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왠지 솔직하게 말할 수 없다.

“힘들지 않습니다.”

“힘들잖아?”

“전혀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리의 표정에 작은 균열이 일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호위기사가 좋다. 힘들면 투정하고 반항하는, 그래서 이 여행의 무모함을 꾸짖으며 끝없는 생기발랄함을 늘 되돌아보게 해주는 호위기사가 함께하기 더 편하다. 자기에겐 그런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녀는 하이너의 두 팔을 잡고 자기를 마주 보게 한 다음, 이런 말을 했다.

“거짓말은 이제 그만 둬! 난 나의 호위기사가 날 속이는 걸 원치 않아! 솔직히 말해서, 나 하나만으론 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아.”

“예?”

“그러니 네 멋대로 해도 좋아. 나를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을이 다 가고 있다고!”

하이너는 마지막 말에서 머리가 아팠다.

“가을이…… 간다고요?”

“그래! 가을이 가고 있어! 마력생물들이 일 년 중 유일하게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지나간다고! 오슬의 산에 가서 포악한 수인을 죽이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오를린에 좀 가보라고. 소용돌이 산엔 네가 필요한, 그리고 너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많잖아? 난 지금 같아선 말이지! 네가 욕구를 제대로 풀고 살 수만 있다면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런 기분이란다!”

그러나 정작 하이너는 그 뜻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절대, 그러지 못한다.

그의 눈동자가 새하얗게 변했다. 마력자의 마력을 흡수하고 반나절은 지나야 새하얗게 될 눈이 이렇게 이른 시간이 하얗게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이성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그만큼 그가 분노했다는 것을 뜻한다.

“어처구니가 없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셨습니까? 차라리 나보고 발정이 난 암컷들을 찾으라고 하시지.”

“어멋! 말이 너무 심하잖아! 난 그렇게 노골적인 말은….”

“당신이 이렇게 만들잖아! 욕구를 풀라니, 짜증이 난단 말입니다! 당신 하나만 보고 따르고 욕망하게 해놓고서 소용돌이 산은 무슨 얼어 죽을!”

아주 오랜만에 들은 까칠한 말에, 마리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런데 태도가 변한 것은 그런 말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암흑 지형의 검은 기운이 그들, 정확히는 하이너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하, 하이너?”

“이 지긋지긋한 상태도 이젠 끝이야. 인간들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도 취향에 맞지 않아! 이젠 이런 복잡한 생각, 끝이란 말입니다!”

마리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채 묻기도 전에, 하이너는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검은 드래곤이 날아가는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의 시작.

가을의 끝.

그리고…… 이 번뇌의 끝이 오는 신호.

마리의 몸은 드래곤의 마력에 의해 어디론가 옮겨졌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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