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6 8. 삶, 삶, 삶 =========================================================================
그러자 마리가 하이너의 검은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허벅지를 튕겨 올렸다.
“으읏!”
반응하는 몸짓이 커졌고 하이너의 혀는 더욱 꼿꼿해졌다. 그가 타액이 번진 혀끝을 세워 안쪽을 집요하게 괴롭힐수록 마리는 그의 혀를 움찔거리며 쉴 새 없이 조였다. 날렵한 코끝이 가장 은밀한 체취를 빨아들이는데, 마리는 마치 자신의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아, 앙!… 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리의 복부는 아주 큰 갈증을 느꼈다. 더 큰 것을 빨아들이고, 더 긴 것을 부딪치고, 또 가득 흡수하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다니! 다른 방식으로 쾌감을 얻고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결국, 그녀는 한 손을 가장 은밀한 구슬에 가져다 대 스스로 마찰하며 골반을 튕겼다.
“아, 흣…!”
어떻게 하면 더 높은, 더 깊은 쾌감에 도달하는지 잘 알기에 여기까지 와 구태여 내숭 따윈 떨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가장 자신다운 모습이기도 하단 생각에 마리는 솔직하게 욕망했다.
“오! 하이너! 미칠 것 같아, 아앙!”
하이너는 마리의 바쁜 손가락을 치워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그 은밀한 구슬을 혀로 핥아주었다. 이미 그의 손가락들은 혀를 대신해 안쪽에 다시 한 번 빡빡하게 들어갔다. 음부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동시에 간질거리는 느낌에 마리는 눈앞이 하얘졌다. 곧 몸이 가루가 돼 버리는 것만 같이 아찔해졌다.
“응, 아아아!”
어째 두 번째 절정은 첫 번째 절정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 듯하다. 하이너의 손바닥에는 처음의 절정보다 더 진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긴 혀를 빼내 그것을 모조리 핥고 마시며 갈라진 목소리로 맛을 평했다.
“달군요…….”
이제는 아예 눈을 감고서 그 달콤한 액체를 모조리 빨아먹는 데 집중했다.
“흐읏, 으…… 후우.”
거듭된 절정에 축 늘어진 마리는 지친 숨을 내뱉으며 호위기사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호위기사의 핥는 감촉이 야릇하여 이따금 몸을 비틀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아닌, 황당한 웃음을 터트렸다. 뒤늦게야 자신의 행동이 우스운 모양이다.
“흐아앙. 뭐야, 나 혼자만 느끼고.”
그런 모습마저도 호위기사에겐 그저 다디단 모습이다. 그는 연체동물처럼 스멀스멀 올라와 그녀의 가슴을 끌어안고 핥았다. 여전히 꼿꼿이 세운 두 젖꼭지가 깜찍하여 모두 모아 한 번에 빨아들였다. 한껏 느끼고 또 달려드는 호위기사가 성가실 만도 하건만 그녀에겐 전혀 성가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으응…….”
어쩜 이리 야한 몸인지 모를 일이다. 늘 어디까지 느끼실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게 하는 그런 몸.
“아직 더 느끼셔야 합니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내며 아가씨의 몸을 뒤로 돌렸다.
네발 달린 짐승처럼 엎드린 마리는 호위기사가 어떤 식으로 더 느끼게 해줄지 기대했다. 그는 아가씨의 엉덩이를 한껏 들어 갈라진 틈 사이를 자세히 보았다.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방울을 보니 감탄사가 터질 것만 같다.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부분으로 가는 가장 원시적인 길을 마주하는데, 어째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지 않는 건지…. 이쯤 되면 그 빌어먹을 가을에 관한 정의가 다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가을은 마력생물들의 발정 기간이 아니라 인간의 발정을 방해하는 도구가 된 듯하다.
‘…얼마든지 방해해 보라지.’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다. 지상 최고의 마력생물 좋다는 게 뭔가. 장점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이용하면 그만이겠지. 마법을 이요해 금세 자신의 성기로 혈류를 회오리치게 했다. 마치 가을에 반항하듯 굳세어진 그것, 인간 남성의 성기는 단숨에 아가씨의 뒤를 파고들었다.
“아앗!”
마리는 안쪽에 바짝 힘이 들어간 채 고개를 베개에 파묻었다. 단지 삽입한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엉덩이 뒤의 근육이 바짝 수축한다.
“아! 어, 어떻게……?”
그녀는 인간에겐 성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호위기사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할 뿐이다.
하지만 호위기사는 그 점에 관해 대답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는 무자비한 몸짓으로 아가씨의 안을 꿰뚫은 채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죽처럼 교성이 터졌다.
“으읏, 아, 아앙!”
안을 찌르는 거대한 쾌감의 창에 마리는 울부짖었다. 여태 몇 번이나 체내에 들였던 것인데, 지금처럼 뜨겁고 단단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찌를 때마다 치고 들어오는 쾌감의 극이 안쪽을 짓이기고 머리를 부순다. 뭐가 어떻게 되어 발기하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드래곤의 힘이라는 것은 굉장하다 못해 괴로울 정도다.
그리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쾌감, 마치 고통 같은 쾌감을 선사하는 그의 표정은…… 어떠할까?
“하읏, 읏, 하이너….”
마리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뒤돌아보려 했다.
“아가씨.”
하지만 하이너는 그녀가 뒤돌지 못하게 한 손으로는 그녀의 고개를, 또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더욱 거칠게 밀어붙였다.
“아, 아… 앗, 앙!”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더욱 조이고 빨아들이는 내벽, 그리고 등을 바르르 떠는 아가씨의 모습. 모든 것이 참을 수 없이 황홀하다. 하지만 그 황홀함은 시각적인 감각에서 오는 것이지, 결코 성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젠장…….’
그는 아가씨의 귀를 물어뜯듯 키스하며 더욱 허리를 쳐댔다. 아마 누군가가 그의 몸짓을 본다면 성교로 얼마나 난폭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절정을 알지만 결코 절정에 다다를 수 없는 그의 몸은 아주 오랫동안, 집요하게 아가씨의 안쪽을 괴롭혔다.
“하, 하응, 하이너, 제발!”
제발이라는 소리가 나온 건 거의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하이너는 멈추지 않았다.
이러다가 혹시 침대가 부서지는 건 아닐까? 마리가 그런 걱정을 하다가 갑자기 여태 내선 교성과는 다른 소리를 흘렸다.
“아얏!”
그제야 하이너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아래를 보았다. 교접 부위를 보니 대체 자기가 무슨 짓을 했나 싶다. 성기에 슬쩍 묻어 나온 피라니. 다른 때 같으면 월경을 하시는가 보다 하겠지만, 조금 전에 들은 아릿한 소리가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젠장…….”
“하이너?”
“아닙니다.”
그는 자꾸만 뒤돌아보려 하는 아가씨를 뒤에서 꼭 껴안고서 아가씨의 몸에 치유를 걸었다. 그리고 정화까지 해주었다. 그 사이 마리가 뒤돌아 그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여전히 불가능하다. 그는 가녀린 등을 껴안은 채 옆으로 누워 그녀의 동그란 뒤통수에 입 맞추었다.
“…… 죄송합니다.”
“으응, 뭐가?”
마리가 뒤돌아 그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하이너는 그녀를 더욱 꽉 껴안고 뒤돌아보지 못하게 했다. 첫 번째 사과가 상처를 낸 것에 관한 사과라면, 지금 하는 사과는 이 상황에 관한 사과라 할 수 있으리라.
“죄송합니다.”
감히 아가씨께서 보고 싶어 하시는 걸 못 보게 하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거듭되는 사과에 마리는 눈을 감았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는 몰라도 아주 오랜만에 만나 뜨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화를 내고 싶진 않다.
“흐응, 우리 까칠한 기사님께서 죄송해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하.”
“하이너가 웃으니까 좋네!”
마리는 호위기사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는 그 상태가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그의 체취와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서로의 차분하고 고른 숨결에만 집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하이너는 제안을 했다.
“…… 아가씨께 자장가를 불러드리고 싶은데, 될는지요.”
“으응. 네 노래라니. 그러고 보니 잘 듣지 못한 것 같아. 불러줘.”
그러자 하이너가 낮은 헛기침을 두 번 하다가 노래를 시작했다. 그 특유의 중저음은 말할 때의 까칠함이나 정중함 같은 개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감미로울 뿐.
“산골짜기 아름다운 새소리, 내 마음 꽃잎 되어 태양 아래 춤추노라. 오, 마리. 가끔은 새의 날개 되어…….”
언젠가 마리가 하이너에게 불러주었던 노래인데, 하이너는 그것의 가사를 바꾸어서 불러주었다. 그런데 노래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그가 노래를 시작함과 동시에 그녀에게 수면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주었다.
‘얼굴을 못 보게 할 정도라면 뭔가 있겠지. 오래간만에 봤는데 귀찮게 하진 말아야지 않겠어, 마리? 참아. 나중에 실컷 보면 되니까.’
마리가 완전히 잠에 빠지자 하이너는 그녀의 옷을 하나 하나 꼼꼼히 입혀주었다. 그리고 이불을 그녀의 목까지 끌어올려 덮어준 후, 방을 나서기로 했다.
문을 여는 하이너의 눈이 새하얗다.
마치 슈테반의 눈처럼.
그는 아가씨가 이런 눈을 보지 않으셨으면, 하고 바랐다.
‘젠장, 이놈의 저주…….’
흡마귀의 저주가 자꾸만 더 큰 마력을 달라고 한다. 마황의 인격도 암흑 지형에 가보면 그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챈다. 이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혹시나 해서 황가가 소유한 마나의 인을 부수지 않았다.
어떻게든 마나의 인을 이용해 이 저주를 깨부수고만 싶다.
***
중요한 손님이 도착했던 소식이 륀체르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륀체르는 곧바로 안식의 겨울이 있는 시귀르의 유르로 향했다. 마차 전체에 이동 스크롤을 사용해서 왔기 때문에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실내로 갔다. 마차 안에서는 답답하단 이유로 구두를 절대 신지 않는 그가, 마차 밖으로 나올 때도 신발을 신지 않고 뛰어가는 모습은 시종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만큼 륀체르에게 검은 드래곤의 방문은 중대한 일이다.
“어디 있어, 이 근무태만 녀석은!”
근무태만이란 아가씨를 열심히 지켜야 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던 호위기사를 두고 꾸짖는 말이다.
마침 하이너는 긴 복도를 천천히 걷는 중이다. 심각한 표정의 그는 달려오는 륀체르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륀체르의 코가 추위 때문인지 새빨갛게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걸 보고 누가 서른 살의 남자라고 할 수 있을까. 동안에서 새빨간 코를 한 륀체르의 모습은 동네 귀엽게 생긴 청년 같다.
‘사파이어는 여전히 만만해 보이는군.’
웃는 하이너가 다르게, 륀체르는 하이너를 보고 얼어붙어 버렸다. 하이너의 얼굴에서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너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 어깨를 만지며 대뜸 물었다.
“자네, 눈알이 왜 그리 허옇나?”
여전히 륀체르다운 말버릇이다. 억양 자체는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나 쓴다는 세련된 억양이지만, 단어 선택은 바너의 뒷골목 시절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저속한 편이다. 아가씨는 지금 저런 말투의 륀체르와 곧잘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지만, 자신은 아니다.
“눈알이 어찌 그리되었느냐 묻잖아.”
하이너는 새하얀 눈동자를 지그시 감으며 대답해주었다.
“…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해두지.”
“오호라. 뭐, 사정은 대충 알고 있지만, 그 흰색은 그러면….”
하이너는 말을 끊고 물었다.
“날 보려고 여기까지 뛰어온 거야 알겠지만, 잠시 시간을 좀 줄 텐가?”
그는 내부에서 충돌하는 세 가지 인격과 저주에의 욕구를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고, 륀체르는 지상 최고의 마력생물이라는 쓸모 있는 손님이 편하게끔 최대한 대우해줄 생각이 있다.
“우리 흑룡께선 얼마든지 최고의 휴식을 보내실 수 있지.”
륀체르는 그런 말을 하며 마침 지나가는 하녀 하나를 불렀다. 북구인 특유의 새하얀 피부에 몸매가 굉장히 탄탄한 아가씨다. 그리고 표정이나 화장법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주인 앞에서 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뱅글뱅글 꼬는 모습도 왠지 모르게 불량한 매력이 있다. 어딜 봐도 얌전한 하녀로는 보이지 않는데…….
륀체르는 하이너를 가리키며 하녀가 해야 할 일에 관해 알렸다.
“이봐, 이분은 아주 중요한 분이야. 이분께는 유르의 최고급 여관, 아니, 로귀하르트 황궁에서 하는 접대보다 더 끝내주는 접대를 해야 할 거라고. 알겠나?”
하녀는 하이너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어보며 야한 농담을 던지는 익살을 부렸다.
“끝내주는 접대요? 이를테면 침대, 아니면…… 주방은 어떻죠?”
그녀의 눈썹 하나가 요사스럽게 올라갔고, 륀체르는 그 신호를 받아들여 고개를 두 번이나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이분께서 원하신다면야 그 어디에서건 괜찮겠지.”
“쓸데없는 짓을.”
단호히 말한 하이너는 뒤돌아서서 가던 길을 갔다. 그는 야릇한 표정을 짓는 하녀도 이해할 수 없고, 그런 하녀에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농담이랍시고 하는 륀체르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륀체르는 더욱 심술궂게 웃으며 하녀에게 재촉할 뿐이다.
“뭐하나? 얼른 접대하지 않고.”
농담하곤 있지만, 어차피 검은 드래곤이 이 농담에 어울려 줄 이가 아니란 건 알고 있다. 단지 륀체르는 지금 이런 시답잖은 말이나 하면서 자신의 흥분을 다스리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생물이 이곳, 다름 아닌 자신의 건물을 이용한다.
제 편으로 끌어들일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건방진 놈들(포르투바 부자(父子),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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