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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105화 (105/122)

00105  8. 삶, 삶, 삶  =========================================================================

그 순간, 잠이 들은 줄 알았던 아가씨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앗! 치한이야아아앗!”

심지어 그녀는 베개를 들고 방어하는 자세까지 취했다.

너무 놀란 하이너는 두 손바닥을 펼친 채 잠시 몸을 뒤로 뺐다. 치한 보듯 반응하는 아가씨의 모습에, 오히려 자기가 더 놀라 마치 없는 애도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그런 호위기사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마리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하하! 하…….”

다 장난인데. 치한이니 뭐니 하는 장난을 쳤을 뿐인데. 어쩜 이리 재미있담? 오랜만에 만난 호위기사는 정말이지 귀엽기 짝이 없다. 자기는 치한이 아니라는 듯 억울한 저 표정을 보라. 저 표정 어디가 지상 최강의 마력생물인 드래곤이라 할까.

“정말이지…… 아가씨. 진짜.”

“하하, 하하하…….”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하…….”

한참을 웃던 마리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웃음 가득하던 눈이 촉촉해지고 한껏 올라갔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 마치 금세 눈물을 뚝뚝 흘릴 사람처럼.

그리고 그녀가 호위기사의 가슴을 주먹으로 살짝 치는 순간, 그녀의 눈물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흐아아앙……!”

“아가씨….”

마리는 호위기사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안기며 울먹거렸다. 하이너는 이토록 서러워하는 아가씨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왜 이제야 오는 거야! 나, 무서웠어! 네가 슈테반과 싸운 후에 여관에 오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다고! 마법사들이 나랑 마리아를 황궁에 납치해가기도 했단 말이야! 내가 궁에서 네가 마황이랑 싸웠다는 이야기 듣고 얼마나 걱정한 지 알아? 그리고 비올이, 비올 그 녀석이 나를…….”

하이너는 마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

안다, 알다마다.

……두려우셨을 테지. 황태자가 아가씨를 인질로 삼았던 당시, 아가씨는 분명 담담한 척하셨다.

하지만 그 속은 절대 담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공포에 떠셨을까. 정말로 죽는 건 아닌지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세계 정복을 꿈꾸던 아가씨가 그런 식으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얼마나…….

세상에서 아가씨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은 당시 아가씨의 기분을 모두 헤아렸다.

그러므로 호위기사로서, 사과하지 않을 수 없다.

“죄송합니다.”

아가씨는 그때의 기분을 투명한 눈물처럼 쏟아냈다.

“무서웠단 말이야! 처음으로 세상일에 긍정할 수 없는 시간도 온다는 걸 느껴버렸다고! 흑흑…….”

하이너는 아가씨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달래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왠지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희망과 긍정과 낙관만을 외치시던 아가씨께서 긍정할 수 없는 시간도 온다는 걸 느껴버렸다고 말씀하시니 소리 없이 웃음이 터졌다.

“흐아앙, 그리고 있지. 나 내가, 내가 아주 작은 사람이란 걸 느꼈어!”

하이너는 아가씨도 결국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평범한데, 결코 긍정을 포기하길 싫어하시는 분일 뿐.

이런 분이 좌절할 때마다 내가 곁에 있어 드려야겠지. 그러한 생각에 아가씨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으흐아앙…….”

농담 같은 말을 좀 속삭여줘야 아가씨가 그만 울 것 같다.

“아가씨 같은 긍정괴물도 우실 때가 있군요.”

“흑흑! 나보고 괴물이라니! 그리고! 내 눈물샘은 장신구가 아니라고! 으하아앙!”

“마음껏 우세요.”

“흐앙?”

하이너는 마리의 몸에서 잠시 제 몸을 떼어냈다. 그리고 마리의 발그레한 뺨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두 손으로 천천히 닦아주었다.

“언제까지고 달래드릴 수 있으니까.”

“하이너?”

“그러려고 제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리는 스스로 눈물을 모두 닦아낸 뒤 하이너의 눈을 마주했다.

어딘가 낯설다. 예전보다 조금 흐려진 회색 눈동자가 좀 신경 쓰이긴 하지만, 표정만은 너무나 따스하다. 이따금 까칠하고 마음에도 없는 못된 소리를 잘하던 그런 호위기사는 온데간데없고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 세상에서 가장 기대고 싶은 남자가 있다.

제멋대로 뻗은 그녀의 두 손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의 얼굴을 만졌다.

그러자 하이너는 아가씨의 두 손목을 어루만지다가 아가씨를 안고 눕혔다. 홀린 듯 서로를 보던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

“……!”

오랜만에 닿은 하이너의 입술이 너무나 달콤하여 마리는 연기처럼 흐린 신음을 뱉을 뻔했다.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고 가슴이 달리기하는 것처럼 뛴다. 그녀는 자신의 뛰는 가슴 좀 느껴보라며 호위기사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고 왔다.

호위기사는 오롯이 그 파동을 느꼈다.

쿵, 쿵, 쿵, 쿵쿵쿵!

그녀의 심장이 세차게 뛴다. 마치 고요한 연못에 연속으로 떨어지는 장대비처럼 맑은소리.

마리는 금세 눈물이 마른 눈으로 하이너를 올려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래. 내 가슴을 뛰게 하려고 네가 있는 것 같아. 그런 거야. 하이너.”

“하하.”

“날 더 가슴 뛰게 해줄 수 있지?”

“……예.”

가녀린 손이 그의 셔츠 단추를 한둘씩 풀기 시작했다. 하이너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기꺼이 셔츠를 다 벗어주었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 드러났다. 마법생물의 피, 험한 일을 당한 흔적을 모두 마법과 물로 씻어 내린 몸, 오직 아가씨 하나만을 위해 단장한 몸이 드러났다. 그가 최강의 드래곤이 되어서일까? 마리는 그 몸이 너무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아가씨의 욕망을 한껏 헤아린 그는 기꺼이 몸을 숙였다. 그리고 아가씨의 몸 곳곳에 입 맞추기 시작했다. 옷을 입은 상태라도 좋았다.

“아… 좋아.”

마리는 물길을 느긋하게 헤쳐나가는 작은 물고기처럼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호위기사의 몸 전체를 손바닥 가득 쓰다듬고 주물어댔다.

옷 위로만 입을 맞추던 하이너가 아가씨의 입술을 찾았다. 두 사람의 입맞춤은 몸짓만큼이나 더욱 진해졌고, 마리의 흥분도 만개한 꽃처럼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이너, 있지. 우리….”

그녀의 성급한 손이 호위기사의 성기에 닿았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어…?”

호위기사의 성기는 몸의 대화를 나눌 준비가 전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물렁물렁하기 짝이 없는 그곳을 만지면서 호위기사의 표정 또한 다시 확인했다.

“하이너?”

담담하면서도 겸연쩍은 묘한 표정. 마리는 왠지 그 표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마력생물이 마력생물들에게만 발정하는 계절.

지금 호위기사는 인간인 아가씨에게 성적으로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슈테반과 마황을 물리치면서 그런 것쯤 어떻게 없애버렸을 줄 알았더니…….’

호위기사의 탓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마리는 왠지 섭섭하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는지 하이너가 대뜸 물었다.

“실망하셨습니까?”

“응.”

너무나 솔직하게 나온 말에 마리는 자기도 놀라 다시 부정했다.

“아니! 아니! 실망 한 개도 안 했어!”

하이너는 못 말리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한순간 그 웃음이 거짓인 듯 정색했다.

마리는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갑자기 그가 그녀의 한쪽 가슴을 부드럽고도 강하게 움켜잡았다.

천 사이로 닿는 손의 촉감이 오소소 소름을 일으켜 마리는 불안한 눈으로 호위기사를 보았다.

“하이너?”

하이너는 풍만한 가슴을 움켜쥔 그대로 그 위에 입 맞추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잔잔한 손짓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살벌한 느낌이 들어 마리는 꼼짝도 못 하고 벗겨지는 대로 있을 뿐이다.

“실망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알아두실 게 있군요.”

흥분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호위기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귓가를 통해 들어와 심장을 울리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으응?”

“제가 인간에겐 반응 아니, 흥분하지 않는 몸이 되었다고 해서 제 마음도 흥분하지 않을 거로 여기신 건 오해입니다.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아가씨께 흥분하고 있어요. 며칠 동안 이 몸을 탐하지 못해서 미쳐버릴 정도로 흥분해 버렸는데 이것을 제 몸으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얼마나 지독한지…….”

“하이너?”

“이제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아가씨의 몸에서 이제 남은 것은 팬티 하나다. 하이너는 버릇처럼 그것을 찢어버렸다. 어찌나 거침없이 찢는지 마리는 그만 천이 살결에 스치는 감촉이 아파 작게 소리를 흘렸다.

“읏! 웁!”

하이너는 그런 아가씨의 입에 입 맞춘 채 기다란 손가락으로 아가씨의 아랫배를 만졌다. 보들보들한 살결은 좋지만, 살이 하나도 없어 마음이 좋지 않다. 안타까움은 손에 힘을 잔뜩 들어가게 했다.

“하이너!”

키스도 파도처럼 거칠고 광폭해졌다. 아랫배와 그 아래 황금빛 수풀을 만지는 손은 그 어느 때보다 아가씨를 욕망하는 듯 과감하다.

“으웁, 읍, 숨 막혀…….”

하이너는 고개를 돌리려 하는 아가씨를 따라가 강하게 입 맞추었다. 마리는 조금도 흥분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관능적으로 입맞춤하는 호위기사에게 오싹함을 느끼며 입술을 열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하이너가 재촉하듯 얼렀다.

“어서요.”

“후우, 나, 숨 막힌다니까.”

숨이 막힌다, 라……. 그럼 더 몽롱하게 즐기실 수 있겠지. 하이너는 집요하게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혀를 절대로 놔주지 않을 것처럼 이로 꽉 물고, 손가락을 점점 은밀한 곳으로 내려갔다.

“아…… 이런.”

아래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호위기사가 흥분하지 않아 실망했다, 숨이 막힌다, 그런 말을 하시면서도 이곳은…….

“축축하네요.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그의 목소리처럼 건방진 손가락은 금세 안을 꿰뚫었다. 마리가 다리를 움찔거리며 신음을 내질렀다.

“아!”

마주친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그 소리가 듣기 좋아서 하이너는 입맞춤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귓불을 혀로 핥으며 아래를 찌르는 손가락을 더욱 빨리 움직였다. 안을 퍽퍽 찌르는 소리가 젖어 음란하기 짝이 없다. 상큼한 열매에 절은 꿀처럼 달콤한 신음이 톡톡 터져 나왔다. 방안이 금세 야한 기운으로 불타올랐다.

“하앙, 읏! 아!”

살 안쪽은 또 어찌나 이렇게 꽉꽉 깨무시는지. 반응이 좋으니 앞일에 걱정이 없다. 오늘 비록 자신의 성기로 만족을 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런 덕분에 다른 행위들로 쾌감을 연주하는 또 다른 방식을 깨우칠 수 있지 않을까?

하이너는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아가씨의 안쪽을 콱콱 찔렀다. 아, 앗, 하앙……자지러지는 신음이 마구 터졌다. 아가씨는 두 손으로 제 머리를 쓸어 올리며 황홀해 하셨다. 그 사이 자신은 손가락을 잠시 늦추고 아가씨의 다리 사이를 보았다. 흥건해진 붉은 속살이 끊임없이 움찔거리며 얼른 움직여 달라고 보채고 있다.

마리는 하이너의 정수리에 손을 가져가며 물었다.

“하아, 뭐하려고….”

하이너는 고개를 들어 아가씨를 보았다. 뚫어지게 보니 아가씨가 민망한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이너는 살다 살다 저런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다 볼 때도 있나 싶어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도 아가씨는 혼자만 흥분하시고 신음을 흘린 게 창피하기라도 한 모양인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저런 표정이 더 보기가 좋다. 더 보고 싶다는 생각에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 총 세 개가 아가씨의 안에 들어섰다. 속살은 비명을 지르는 듯 꽉 죄고, 아가씨의 눈은 고통스러운 듯 찌푸려졌다.

“으읏!”

그러나 그런 표정은 그때뿐, 세 개가 들어갔다 나가기를 계속 반복하자 아가씨는 심호흡하셨다. 몇 번의 심호흡을 거치자 그 아름다운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는 미묘한 소리가 되었고, 나중에는 마치 더욱 빨리해달라고 보채는 소리처럼 들렸다.

“하응, 아… 앙…….”

“그렇게 좋으십니까?”

“싫어, 읏…… 세 개라니.”

다른 때 같으면 아주 좋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실 분이, 오늘은 혼자만 그런 쾌감을 느끼는 게 민망한지 부정하신다. 하이너는 건조한 목소리로 심술궂게 말했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앗! 너무 짓궂… 아아!”

하이너는 어느샌가 이마에 땀을 흘릴 정도로 아가씨의 쾌감점을 자극하는 데 바빴다. 고통스럽게 바르작거리는 몸짓이 사실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현처럼 느껴져 그는 손가락을 절대 쉬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가씨의 가슴을 한 입에 물었다. 그곳을 사탕처럼 빨아들이고 깨물며 손짓을 더욱 세게 했다. 그러자 마리의 골반이 튕기어 올랐다. 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하앙, 앗!…… 아앙, 더, 아!”

“아가씨…….”

하이너는 손가락으로 쾌감에 다다를 수도 있단 걸 느꼈다. 그렇게 속도를 한껏 올리던 어느 순간.

“아……!”

마리는 등을 세차게 튕겨 올리며 부르르 떨었다.

“하아, 하… 후우.”

하이너는 그녀의 안을 꾹 누르다가 손바닥을 보았다.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투명한 물을 보니 그녀가 절정에 다다랐다는 게 느껴졌다. 손을 천천히 빼 번들거리는 손 전체를 보았다.

핥고 싶다.

예전에는 이런 욕구가 강하게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변태나 된 듯 욕구가 치솟는다. 그녀의 가장 야하고 은밀한 물에 취하다 보면, 자신도 마력의 가을이고 뭐고 다 잊고 진정 흥분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하아, 후우… 하이너?”

숨을 고르던 마리는 놀랐다. 갑자기 호위기사가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기 때문이다.

“뭐하는….”

“아시면서.”

하이너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별이 있는 그곳에 혀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 혀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움직여, 뜨거운 물이 흐르는 살결 사이로 깊게 파고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챕터엔 륀체르 분량이 많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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