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3 7. 악의 발화 =========================================================================
비오르틴은 하이너의 눈동자를 보았다. 우주처럼 검은 눈동자가 바위 같은 회색으로, 바위 같은 회색이 눈 부신 빛처럼 새하얗게 변한다. 그런 현상은 슈테반이 지녔던 흡마귀의 저주가 여전히 유효하단 의미, 그리고 저주가 더 강해졌단 의미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하이너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를 뜻한다.
하지만 비오르틴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는 순순히 마리에게서 손을 떼 주려 했다.
“아!”
하지만 그런 몸짓은 찰나의 속임수일 뿐이다. 비오르틴은 손을 떼는 척하며 마리의 목을 낚아챘다. 그 사이 하이너는 마나의 인을 움직여 황태자를 막으려 했지만, 늦어버렸다. 비오르틴은 언제나 몸에 지니던 단도를 이미 마리의 목에 댔다. 실처럼 가늘고 낫처럼 예리한 흉기가 하얀 살에 자국을 내기 직전.
비오르틴이 외쳤다.
“맹세해라!”
마리와 하이너는 알아듣지 못했다.
비오르틴은 칼을 든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다시 외쳤다.
“내게 복종하겠다고, 이 마나의 인 앞에서 맹세하란 말이다!”
황태자의 손은 ‘마나의 인’을 말하는 부분에서 조금 떨렸다. 그 탓에 마리의 목엔 아주 실처럼 작은 핏자국이 생겼다. 황태자는 자기 손, 덜덜 떠는 손 안의 단도를 잠시 흘긋 보았다.
‘이’ 마나의 인 앞에서 맹세하란 말…….
마나의 인. 필시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마력주체. 주인을 가려 움직인다고 한다. 주인이 원하면 그가 원하는 물건에 깃들어 있는 게 가능하다고. 지금 마나의 인이 깃든 물건은 황태자가 마리를 찌르려 사용한 그 단검이다!
하이너는 뒤늦게야 그 말을 알아들었다. 마리 역시 황태자가 의미하는 마나의 인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마나의 인이 황태자의 손아귀에 있다, 라…….
지금껏 이 마나의 인을 움직이는 사람은 마황이었으나 그가 곧 마나의 인의 주인이란 의미는 아니다. 마나의 인은 제국 대대로 황가, 로귀하르트 피를 가진 권력자의 소유이고, 지금도 그것은 유효하다. 즉 이 물건은 소유자와 다루는 자가 다르다는 의미. 마황은 언제나 제국 황권의 허락이 있어야만 마나의 인을 다룰 수 있었다.
지금 황태자는 마리를 인질 삼아 드래곤의 힘을 황가에 종속하려 한다.
“이 여자가 죽는 걸 원치 않겠지? 로귀하르트의 피에 충성을, 그리고 복종하겠다고 얼른 약속하라!”
마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 비올…….”
황태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하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떨리는 손으로,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떨리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이면서 누군가를 인질 삼으려 하다니. 모든 권력을 해치우며 무패의 신화를 쓰려던 그가 지금은 불안한 자세로 극단적인 승부수를 내던지고 있다.
감히, 드래곤 앞에서 말이다.
하이너는 그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다가오면 마리를 죽일 거라는 협박을 들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씩 걸어갔고 그럴수록 그의 눈동자는 슈테반의 눈동자와 비슷하게 순백으로 변했다.
“그녀를 죽일 것이다!”
비오르틴이 거듭 협박했지만, 협박은 통하지 않았다. 하이너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비오르틴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의 덜덜 떠는 손은 여전히 마리를 죽이지 못했다. 차마, 죽이지 못했다.
하이너는 고작 세 걸음 정도 남겨 놓고 그를 노려보았다.
“내게…… 복종을 강요했나?”
***
잠시 후, 야울 궁 상공이 이상해졌다. 하늘에선 구름이 제멋대로 퍼졌고 공기는 진동했다. 마치 신의 손이 하늘을 휘젓고 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으름장을 놓는 듯했다.
그아아아아!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화가 난 드래곤의 포효가 시작되었다.
***
제국에 적대적인 동한의 수도 조영.
한 의원이 있다. 겉보기엔 추레하지만 제법 많은 이가 찾는 곳이다.
쌍꺼풀이 없고 턱이 네모난 밋밋한 인상의 의사이자 침술사인 노파가 침을 골랐다.
“그게 어디 보자, 살이 오르고 생기를 넣는 게 어디….”
노파의 앞에는 침상이 있는데, 거기엔 한 여인이 살집이라곤 조금도 없는 등을 드러내놓고 있다. 그녀는 제국 출신의 아름다운 백인 여인으로 머리카락은 한가을 보리밭을 보는 듯 금빛으로 찰랑거리며 눈동자는 바다와 숲을 섞은 청록색이다.
그런데 어쩐지 몸만은 비쩍 마르고 생기가 없어 보인다. 분명 살을 찌우면 아주 예쁜 몸일 텐데……, 아마도 최근 출산으로 인해 몸이 이리도 상한 것이리라.
노파는 여인의 신분이 궁금하다. 이곳에 올 때 보니 귀티가 흐르는 제국식 복장이던데, 그런 차림으로 이런 먼 곳에 와서 치료를 받으려 하니 자연히 궁금증을 자아낼 수밖에. 이곳 동한은 치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므로 이런 부유해 보이는 여인은 오는 길에 무뢰배들에게 해를 당할 위험이 크다. 아니, 반드시 해를 당하고 만다.
‘높으신 분이겠지. 필시 제국의 요술(이동 스크롤)을 써서 왔을 거야.’
그러나 노파는 괜히 묻는 일은 자제했다. 이곳은 신분을 숨기고 싶은 자들이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원이고, 노파는 그 장점을 유지해야만 하니까.
노파는 앞으로 자기가 놓을 침을 설명해 주었다.
“시술 후 반나절만 지나면 몸에 보기 좋게 살이 오를 겁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몸으로 되돌아가실 수 있어요. 탄력이 생기고 가슴도 더욱 부풀게 되지요. 물론, 젖은 나오지 않아요. 그런데 통증은 하루 정도 지속됩니다. 흐음, 견디실 수 있는 수준일 겁니다만.”
여인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제국인이라 노파의 동한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제국어 외에 다른 언어도 많이 배워두었기에 노파의 방언까지도 잘 이해하고 있다.
‘통증 따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
여인, 로테에게 통증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면야 별로 신경 쓸 게 못 된다.
얼른 노파에게 침을 맞고 몸을 출산 전으로 살찌워야만 한다. 최대한 몸을 건강하고 매혹적으로 되돌려 서한의 수도 광천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광천에는 만나고 싶은 아니,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포르투바의 장남, 엔카드라노 포르투바.
엔카드라노의 아버지는 제국 기술원 수석 출신이다. 엔카드라노 역시 아버지의 길을 밟으려 제국 기술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뛰어난 성적은 내지 못했다.)
그는 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할 제 부친을 대신해 조만간 포르투바 가를 물려받을 것이다. 가독 승계야 당연한데 아버지의 기술 관련 건들도 모조리 물려받는다는 소식이 있어 황도 학계와 사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까지가 로테가 알아본 엔카드라노의 정보.
하지만 로테는 그런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뭔가 부족하였고, 그래서 트리아노네에 있을 당시 그를 조금 더 조사해 보았다.
엔카드라노는 열등감 덩어리의 호색한이라고 한다. 최고의 기술자로 불리는 아버지가 사실은 플래티르콘의 날개(빈민가) 출신이라는 것, 어머니가 황도 로귀하르트의 대부업으로 돈을 모은 졸부라는 사실이 그 열등감의 뿌리다. 아버지가 차지했던 제국 기술원 수석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언제나 바닥을 파 내려가는 성적도 엔카드라노의 열등감을 키웠으리라. 천민에 졸부가 만나 이룬 집안에서 태어난 저능아! 그런 심한 욕을 들어서 기술원 내에서 크게 싸움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그 사건 이후 그는 기술원보다 황궁 사교로 더 도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교 생활이 그의 장래에 관한 생각을 바꾸었는지, 그는 아버지가 만들어낸 온갖 기술들을 소재로 한 제품들을 파는 훌륭한 상인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거래 건으로 황도를 떠나 먼 서한의 수도 광천에 있다.
그가 벌인 사업에서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던 이는 누구일까. 졸부인 어머니? 아니다. 그는 지금은 죽어버린 할데바인 대공, 정통 귀족 혈통인 할데바인 대공의 후원을 받아 사업을 단기간에 번창하였다.
과거 황태자비 간택전이 펼쳐질 때 ‘포르투바가 황태자비를 험담한다.’고 떠돌던 말도 모두 그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할데바인 대공은 어떻게든 자신의 딸을 황태자비에 올리려 했고, 그러다 보니 대공의 편에 있던 엔카드라노도 자연스레 오를린 출신의 황태자비 후보를 깎아내려 버린 것이다. 당시에도 대공의 원조를 받았고 그 훗날에도 원조를 받을 생각에 그의 입장에선 그렇게 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성공을 위하여 그런 짓을 했겠지만, 그것 때문에 로테는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엔카드라노.
로테에겐 마냥 미운 사람이지만, 이제 로테는 그 감정을 잠시 접어야 할 때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아버지의 기술, 기술권, 지위를 모두 물려받을 엔카드라노를 이용해 포르투바가 륀체르 사파이어와 기술 협력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포르투바의 기술을 황태자의 자본과 합쳐야만 한다.
듣자 하니 엔카드라노는 아내를 두고도 수많은 애인을 둔다고 한다. 그 애인들이 하나같이 황도의 대귀족 출신이라는 것. 어쩌면 그는 제 아버지가 빈민촌 출신이다 보니 신분이 높은 여자들을 탐하는 취향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의 애인들, ‘야르디네(로샤타르트의 수도) 왕녀, 중천 총독 부인, 황제궁 시녀장 등 모두가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졌다는 미인이란 것이 특이하다.
로테는 그의 취향을 알아낸 후 계획을 세웠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의 미인, 바로 자신이고 자신이 이 계획에 직접 뛰어들어야만 한다.
엔카드라노를 유혹하여 포르투바 가가 사파이어와 맺은 조약을 파기하게 하자.
이는 남편을 위한 일이 아니다.
황가, 더 나아가선 자신의 안위를 위한 일일 뿐.
로테는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잡초처럼 쓴 웃음을 지었다.
‘더는 당신의 마음을 바라지 않아. 아니,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윈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고작 남자의 마음 따위.
이젠 인정해야 할 때다. 실은 눈부신 자리를 위해서 궁에 왔을 뿐이다. 여자가 오를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황태자비가 되었을 뿐이다. 그 자리가 최고에 오르기도 전에 바너의 대부호 때문에 부서진다면, 여태 자신이 온갖 치욕을 감당한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하여, 자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포르투바 가와 사파이어의 계약을 깨게 할 것이다.
치료를 마친 로테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의원을 나섰다. 그리고 곧바로 엔카드라노 포르투바가 있는 서한의 광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바너의 륀체르 사파이어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포르투바가 사파이어 재단과 기술 협력을 할 수 없다는 내용, 즉 배신을 고하는 편지다.
***
야울 궁에서 시작된 검은 드래곤의 폭주는 마탑으로 번졌다. 검은 드래곤의 포효를 감지한 마탑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드래곤을 공격하려 했고, 그러자 드래곤이 그들에게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참사였다. 마리니시네를 인질로 삼은 황태자에 미친 듯이 분노한 청년 하이너의 인격과 흡마귀의 저주에 걸려 끝없이 마력을 흡수해야만 하는 슈테반의 인격, 그리고 얼른 무엇이든 결판을 내서 암흑 지형의 비밀을 캐내는 데만 집중하고 싶은 마황의 인격이 혼재한 검은 드래곤이라는 괴물은 황태자의 소유물인 마법사들, 그 엄청난 마력 덩어리를 미친 듯이 먹어 치웠다.
최강의 포식자에 의한 엘리트 마법사 집단 학살.
그 광경은 대륙이 생긴 이후 최초이자 최악이자 최후의 참사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하이너는 마탑에서 강한 마력을 가진 이들부터 순서로 먹어치웠는데, 그 바람에 마탑의 중요한 일을 맡은 이들이 모조리 죽게 되었다. 황궁을 호위하고 관리하던 이들 역시.
후에 살아남은 무마력자 시중, 요리사 등이 하이너의 모습을 증언하길, ‘선하고 준수하게 생긴 젊은이가 무서운 눈을 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죽이고 뜯어먹는 모습이 마치 지옥에서 온 식인마 같다.’고 했다.
하이너가 마탑의 마력자들을 싹 먹어치우자, 이번에는 황가의 마력 기갑체가 지원을 나왔다. 그러자 하이너는 마력 기갑체를 마치 바람에 바스러지는 낙엽처럼 부서뜨려 버렸다.
한바탕 파괴의 시간이 지나자 그는 더 먹을 마력이 없나 하고 궁을 휘젓다가 트리아노네까지 가게 되었다.
얼마 후, 하이너는 작은 생명과 함께 황태자의 앞에 섰다.
“아……!”
비오르틴은 하이너의 품에 안긴 작은 아이, 아니카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아니카의 눈을 가리던 천이 사라져 있다. 아이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기운, 암흑 지형에서나 번진다는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저것은 미미하게나마 마력이 분명하고, 흡마귀의 저주에 혼재된 검은 드래곤은 필시 그 마력을 흡수하려 들 것이다…….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비오르틴은 그렇게 외치고 싶지만, 검은 드래곤이 뿜어내는 살기에 압도당하여 입을 움직이지 못했다.
하이너…! 어째서!
마리 역시 하얀 눈을 희번덕거리는 하이너가 하이너 같지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변해버린 호위기사를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다.
안 된다고, 아이 만큼은 먹어선 안 된다고. 그 아이는 내 조카라고!
하지만 그녀 역시 비오르틴처럼 검은 드래곤이 뿜어내는 감정의 기운에 얼어붙은 채 몸만 덜덜 떨고 있을 뿐이다.
하이너는 아니카를 들어 올렸다. 그가 뿜어내는 살기에 아니카는 벌써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모습이라 하기엔 비정상적으로 침착하다. 너무 침착해서 공포를 드리웠다.
아이를 들어 올린 하이너의 모습에 비오르틴은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했다. 바닥에 떨어진 마나의 인으로 마리를 베는 시늉을 다시 해서라도 아니카를 살려달라고 협박해야 할 때였다.
아니카……!
하이너는 아니카의 검은 눈동자, 아니,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동공을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보다 보니 아니카가 울기 시작했다.
“흐애애애앵!”
하이너의 하얀 눈빛이 빛으로 사람을 죽일 듯 더욱 밝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낯설지 않은,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하이너의 귓가를 때리는 듯했다.
「형! 안 돼! 그건 아니잖아! 그 아이는 죄가 없어! 형을 해치려한 자들과는 다르다고!」
하이너, 슈테반, 마황이 사로 혼재한 의식에 등장한 누군가의 영혼. 그는 바로…….
“마르틴…….”
과거에 죽어버린 동생의 이름.
마르틴의 영혼은 하이너의 의식에 단단한 축을 세웠고, 지금도 세우고 있다.
「아이에겐 손대지 마, 제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야!」
살아갈 날이라는 부분에서 하이너의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몸이 좋지 않았던 마르틴은 그 얼마나 살아갈 날을 희망했던가. 하이너의 눈동자는 아니카를 향해 있지만, 절대 아니카를 보는 게 아니다.
과거 동생의 웃음을 보는 것이다.
하이너의 눈동자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눈 부신 빛이 흰색으로, 흰색이 밝은 회색으로, 밝은 회색이 무거운 흑색으로…….
그때 비오르틴이 소리를 질렀다.
“안 된다! 절대……!”
그 사이 하이너의 눈동자는 원래의 색깔을 되찾았다.
그는 천천히 비오르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니카를 비오르틴의 품에 안겼다. 덕분에 비오르틴의 손에 쥐어졌던 단도가 챙!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마법사들의 피와 살점이 묻어 지저분한 하이너의 입에서 거칠고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들어라.”
“아, 아니카…….”
비오르틴은 울부짖으며 아니카의 새하얀 피부에서 피를 닦아냈다.
하이너는 아기를 안은 비오르틴의 어깨를 세게 잡았다.
비오르틴의 협박, 마나의 인에 대고 황가에 복종하라던 말에 대한 뒤늦은 대답이 나왔다.
“내가 복종해야 할 분은 오직…… 마리 아가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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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발화 부분은 끝인 듯?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