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91화 (91/122)

00091  7. 악의 발화  =========================================================================

신비의 지역 루앙.

마도(魔都) 루네.

오를린에서 북쪽 소용돌이 산을 지나면 루앙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들의 땅이 나온다.

대륙에서 마법에 뜻을 둔 이들은 대개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한다. 가문과 학벌이 받쳐주는 이들은 황도 로귀하르트의 마탑으로 가고, 배경 없이 가진 거라고는 마력 하나뿐인 이들은 루앙의 마도(魔都) 루네로 모였다. 그래서 이곳은 대륙에서 마탑 다음으로 마기가 세다.

마기의 덕분인지 이곳은 한여름인데도 그다지 덥진 않다. 마탑에서 마법사들이 황궁의 기온을 서늘하게 해주는 것처럼, 이곳도 루앙의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생활이 편하도록 기온을 조절 중이다.

이곳 루네의 특징이라 하면 하나같이 기괴한 모양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되겠다. 호박, 버섯, 거미줄, 헐벗은 나무, 박쥐, 뿔이 지나치게 긴 산양 등을 흉내 낸 건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곳에 모인 이들, 특히나 이곳의 건물주들이 얼마나 독특함을 추구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으리라.

루네의 극서 쪽에 있는 여행자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이곳 건물들은 다양한 모양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여관이 대부분이다.

가장 허름한 건물 하나를 보자. 최상층인 3층 지붕이 첨두아치로 옹기종기 모여 있어 하늘에서 보면 마치 벌집이 내려앉은 듯하다. 하지만 이곳 주인은 최상층의 장식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간판을 만들지 못했고, 덕분에 나그네들은 이 여관을 두고 ‘벌집’이라 부르곤 했다. 천장 말고는 특징이라곤 내세울 게 없는 여관에다 시설도 엉망이다 보니 숙박비는 아주 저렴하고, 덕분에 빈곤한 뜨내기들이 모이기 좋았다.

마리는 이곳 최상층의 방 하나를 빌렸다. 화장실과 욕실이 없다는 게 좀 걸리지만, 정화 마법이 가능한 드래곤 호위기사가 늘 곁에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방을 빌린 첫날에는 루앙의 지리를 꿰며 여기저기 떠도는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호위기사보다 일찍 일어나 1층에서 정보지를 가져와 읽었다.

마리가 정보지에서 특히나 눈 여겨 본 것은 황도 로귀하르트의 궁 소식이다. 글쎄 이 엉터리 같은 정보지가 밑도 끝도 없이 황태자비 소식을 괴상하게 다루질 않는가.

“흐음,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애가 나오려면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태어났다니? 아기가 여자애라는 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장애아라니. 이것들이 아무리 자극적인 거로 돈을 버는 족속이라지만, 이런 건 너무하잖아?”

제 동생이 낳을 아이에 관한 일이다 보니 마리는 은근 예민하게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황태자가 황위를 물려받으면 후궁을 들인다는 소식도 그녀를 찝찝하게 했다.

‘로테, 너 잘 있는 거니? 후궁이라니! 그런 걸 좌시하려고 궁에 간 건 아니지 않니?’

모두 거짓이길 바랄 수밖에. 원래 세상은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이 얼굴 하나 믿고 황태자비에 오른 여자를 질투하는 법이다. 그러니 신문 내용이 저 따위겠지. 그냥 무시하는 게 좋다.

심란함을 잊으려고 정보지를 덮고 창문을 열었다. 마법사들의 친절한 마기 덕분인지 바람이 여름치고는 제법 선선하다. 바람은 실내에 들어와 낡은 방 특유의 퀴퀴한 공기를 조금이나마 정화했다. 마리는 바깥 공기를 몇 번 들이마시다가 고개를 돌려 호위기사를 보았다.

아직도 그는 바닥에서 깊은 잠이 들어 있다. 침대도 아닌 바닥에서 말이다. 대관절 무슨 고집인지 호위기사는 늘 바닥에서 자려고 한다. 특히나 침대가 하나뿐일 때면 더더욱. 평소 연인 간의 다정하고 은밀한 행위는 침대에서 한다 해도, 결국에는 졸리면 바닥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가끔 자신이 능글맞게 웃으며 ‘탄탄한 근육을 쿠션 삼아 자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도, 단호한 호위기사는 ‘아가씨가 침대에서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편히 주무시는 게 저는 좋습니다.’라며 끝끝내 지저분한 바닥에 누워버렸다.

만약에 그를 호위기사가 아닌 동등한 신분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이 관계도 신분에 따지지 않고 그저 평범한 연인 관계였다면?

마리는 상상해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는 지금도 건방지고 잔소리쟁이인데 신분마저 같다면 더 건방지게 굴 게 분명하리라.

“흐아음.”

잠이 모자란 것 같아서 마리는 다시 침대로 갔다. 그리고 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았다. 하품이 한 번 더 나왔다. 눈꺼풀이 무거워 눈을 한 번 비볐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동생과 동생의 아이에 관한 믿을 수 없고도 찝찝한 정보를 들어서일까?

‘역시 미래가…… 그런 식으로 가는 건가. 그러면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희미하게나마 앞날을 본 적이 있다. 동생의 불행하고도 끔찍한 미래를 보았고, 암흑 지형과 차원의 균열로 인한 참사를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다. 동생을 구하고 끔찍한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 이 여행에 뛰어들었는데, 벌써 소식지에 저런 불길한 정보들이 떠돌아다니니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신경이 쓰인다.

몸은 피곤한데 잠을 이룰 수 없는 그 상태가 얼마간 지속되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바닥에 있던 호위기사가 몸을 일으키는 기척이리라.

‘오호, 우리 기사님이 깨어나셨군.’

마리는 아침 인사를 하는 대신 계속 눈을 감은 체 했다. 호위기사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뭘 할지 궁금하고, 그것을 자는 척 하며 지켜볼 요량이다.

여행 동료이자 ‘연인’으로서 한 번쯤 아침에 일어나면 이마나 뺨, 입술에 입맞춤해줄 법도 하건만, 하이너는 단 한 번도 먼저 그런 적이 없다. 아마도 지난날엔 항상 루돌프나 마리아가 함께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 루앙에서는 오직 단 둘 뿐. 그런 소소하고도 달콤한 일을 기대할 만하지 않을지?

하지만 마리의 그런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드르륵. 창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호위기사가 창문을 닫은 것이다. 아마도 그는 아침 햇살이 아가씨의 잠을 방해하는 게 싫은 모양이다.

그다음엔 침대 옆 세면대에서 물소리가 났다. 호위기사가 세수와 양치를 하는 소리다. 자고 일어나면 역시 그런 깔끔한 일부터 해야 하는 게 맞겠지? 드래곤의 마법으로 몸을 정화하는 게 간단할 테지만, 아직 정신이 인간에 머물러 있는 하이너는 손수 물로 씻는 방식을 택했다.

마리는 그가 그 후에 자기에게 입맞춤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나는 소리는 식탁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호위기사가 찻잔과 정보지를 정리하는 듯하다. 마리가 어질러둔 것을 정리하는 그의 습관은 오늘도 여전.

옷자락 소리가 났다. 호위기사가 가볍게 몸을 푸는 게 분명하다. 넓은 곳을 뛰어다니며 체력 단련할 환경이 아니기에 적어도 그런 최소한의 움직임, 사지를 쭉쭉 펴는 것으로 몸의 따분함을 덜어내는 것이리라.

‘칫!’

마리의 입술이 씰룩였다. 호위기사의 체조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

그 후에 마리가 들은 것은 바로 그의 걸음 소리였다. 어쩐지 그가 침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마리는 실눈을 뜨고 움직임을 살폈다.

호위기사는 옷걸이가 놓인 방구석, 그러니까 벽과 벽이 직각으로 닿는 구석을 보며 서 있다.

‘뭘 하려고 저래?’

잠시 벽을 응시하던 호위기사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예전에 성도 로젠플라드에서 마리가 충동구매한 손수건 중 하나인데, 개수가 너무 많다 보니 호위기사의 주머니에도 늘 한두 개씩 챙겨다니는 물건이 되었다.

손수건을 꺼낸 호위기사는 사람이라곤 아가씨밖에 없는 이 방안에서 괜스레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그 순간 마리는 잠들지 않은 것을 들킬세라 눈을 재빨리 감았다. 궁금증이 일었다.

‘뭐지? 손수건을 왜 꺼내? 울 일이라도 있는 거야?’

눈 감은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오직 천이 사그락 소리 뿐. 그런데 그 사그락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뭐하지?’

마리는 조금씩 실눈을 떴다. 벽을 마주한 호위기사가 오른손을 바지춤에다 대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그의 숨소리는 조금씩 가빠진다.

마리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어머! 우리 기사님, 혼자서 은밀한 시간을 가지는 거니?’

마리는 그게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아침부터 이 얼마나 혈기 넘치는 일인지! 하지만 저렇게 죄짓는 사람처럼 벽을 보며 하는 모양새는 별로다. 아무리 이 방이 화장실이나 욕실이 없어서 저런 일을 할 적당한 장소가 없다 해도 저건 좀 그렇지 않은지? 저렇게 움츠린 채 하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이 많지 않은가. 이 방엔 저 남자만을 위한 창녀이자 애인이 있고 그 애인은 오롯이 침대에 누워 호위기사의 손길을 언제나 그렇듯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데 말이다.

‘밉잖아….’

한편으로는 저런 행동을 이해한다. 숨소리도 자제하려고 애쓰는 저 모습 좀 보라. 아가씨의 잠을 방해하는 게 싫어서 저러는 것이겠지.

‘혈기가 넘쳐. 너란 남자는.’

피 끓는 스물한 살, 드래곤의 피를 가진 연인은 눈만 마주치면 야하게 돌변하곤 했다. 어젯밤에도 사지를 으깨버릴 듯 짐승처럼 굴었으면서 오늘 아침에도 또 저러다니…….

마리는 호위기사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지켜보기로만 했다. 그러다가 그녀 자신이 도리어 흥분하고 말았다. 신음 같은 묘한 소리, 남자의 흥분 하는 소리가 견딜 수 없이 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오! 하이너 그로스! 넌 정말 못난 게 뭐니! 목소리! 목소리뿐 아니야! 그 뒤태마저도 아주 굉장하잖아! 마치 나보고 덮쳐달라고 들썩이는 것 같아!”

갑작스러운 소리에 기함한 하이너는 석상이나 된 듯 굳었다. 다람쥐처럼 가뿐하게 일어나 달려간 마리는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널찍한 등에 뺨을 비볐다.

“아아, 하이너… 하이너 이 미치도록 귀엽고 야한 남자야…….”

그녀의 나른한 목소리가 호위기사의 등에 소름을 일으켰다. 나른한 목소리는 점점 야릇한 흥분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난 그런 멋진 남자가 날 덮치길 바란다고… 나를 두고 이렇게 몰래 할 필요는 없잖니?”

어느새 마리의 손은 호위기사가 열심히 흔들던 그 부위를 감쌌다. 핏줄이 잔뜩 불거져 나온 기다란 것을 감싸며 살살 흔들었다.

뺨은 물론이고 귀와 목까지 시뻘게진 호위기사는 그 반드러운 손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 아가씨.”

“우리, 같이 할까?”

“그게….”

“변명은 필요 없단다, 응?”

마리는 호위기사의 것을 잡은 채로 마주 섰다. 그러자 하이너가 그녀의 눈을 보지 못하고 바닥을 보았다.

“하지만, 그, 어젯밤에도 아가씨가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쉿.”

이제부터 말 따위가 필요한지? 마리는 그의 셔츠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는 뒷걸음질 쳤고, 마리는 그런 그를 침대에 눕혀버렸다. 탄탄한 근육질의 맨 몸이 드러나고 마리는 그 몸에 올라타며 제 풍만한 가슴을 조이는 끈을 하나하나 풀었다.

“그나저나 최근에 우리 호위기사님이 자주 달아오르신단 말이야. 엇?”

마리는 말하다가 그게 범상치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이거, 이 잦은 발정! 단지 나이와 드래곤의 혈기 탓을 할 게 아니었다.

‘설마 가을이 오기도 전에 발정하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마리의 눈이 야살스러운 빛을 띠었다. 드래곤의 발정이라. 같은 마력생물에게 이끌리는 생식 본능. 그 증상이 오기 전에 마리아와 이별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마리는 두 손으로 하이너의 가슴 양쪽을 부드럽게 매만지다가 고개를 내렸다. 그녀의 가느다란 금발 한 가닥 한 가닥이 하이너의 몸을 간질였다.

“후후, 그랬군. 우리 기사님이 그랬어…….”

그녀의 촉촉한 입술은 호위기사의 몸 중에서 가장 수컷다운 향기가 나는 부위를 삼키려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아, 아가씨! 이런 못된 짓을 또! 아니, 안 됩니…….”

“못된 짓이 아니잖아…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예?”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가씨의 야릇한 희롱에 마땅히 더 흥분해야 할 그것이 흥분은커녕 축 늘어져 버린 것이다.

마리는 기가 차서 물었다.

“하이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아…….”

저도, 저도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절 깜짝 놀라게 하셔서 그런 건 아닙니까?

하이너는 그 대답이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 조바심이 난 나머지 그 부위를 잡고 흔들고 핥아대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저기, 아가씨, 저기….”

그의 성기는 아가씨가 과감하게 굴수록 더욱 위축되었다.

“소용없단 말입니다!”

결국, 그것에서 입을 뗀 마리가 침대 구석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호위기사는 절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댔다.

“같은 종족에게만 반응하는 거야? 그런 거냐고!”

하이너는 바지를 제대로 추슬러 입으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가씨?”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이건!”

“대체 뭐가 말이 안 되는 겁니까? 놀라서 그렇습니다! 제가 놀라서 그런 거라고요!”

“아니! 놀라서 그런 게 아니란다!”

“예?”

마리는 하이너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헤쳐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하이너는 불안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가씨의 시선이 안타까운 것은 어째서일까?

“하이너.”

“……예.”

“잘 들어.”

“잘 듣고 있잖습니까.”

“넌, 넌 이제…… 가을을 맞이할 거야.”

뜬금없는 말에 하이너는 픽 웃었다.

“저만 가을을 맞이합니까? 가을은 모두에게나 공평합니다만.”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넌 정말 모르니? 루돌프와 의학 공부를 하면서 뭘 배운 게 없느냔 말이야. 넌 너 자신, 드래곤이라는 생물에 관해 좀 더 알아야 한다고.”

“대관절 무슨 말씀인지…….”

하이너는 마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점점 깨닫게 되었다.

가을.

가을을 맞이하다.

마력생물 드래곤에겐 가을은 평범한 계절이 아니다. 가을은 마법의 계절이고, 마력생물들이 크든 작든 발정하는 계절이라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론으로만 알고 있고, 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기에 하이너는 별로 괘념치 않았다.

그런데 아가씨는 그 계절이 싫다는 듯 말씀하신다.

“무슨 말씀이긴. 당분간은 네가 내게 발정하지 못한단 거지.”

“…….”

“인간인 나에게 말이야.”

“……!”

하이너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된다. 자신이 이런 아름다운 분에게 앞으로 발정하지…… 못한다고? 아가씨의 이토록 달콤하고도 상큼한 향기, 이 향기만으로도 흥분하던 자신이? 과거엔 아가씨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미친 듯 뛰었던 자신이?

그는 정색했다.

“농담은 그만하십시오.”

마리가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 아니야. 그게 이 대륙, 이 대자연의 법칙이라고.”

“그래요…… 뭐, 농담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하이너는 피식 웃었다. 아가씨의 말을 그냥 무시하고 싶었다. 뭔가를 결심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보여드리죠.”

하이너는 마리의 상체를 밀어 눕혔다. 놀란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이너?”

자신만만한 표정의 그는 그녀의 가슴에 입술을 가져갔다. 경고와 같은 말이 나왔다.

“오직 당신, 이 아름다운 당신의 몸 앞에서 나는 그 어떤 법칙에도 휘둘리지 않는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어.”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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