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0 6. 돋아난 날개, 몰락하는 별 =========================================================================
층층이 쌓인 구름 색깔이 거무튀튀한 게 마치 시체의 낯빛 같다. 오늘 중에 소나기가 거세게 퍼부을 게 분명하다.
급하게 차려진 산실에선 몇 시간 째 반가운 소식이 들릴 낌새가 없다. 황태자비가 간헐적으로 뱉는 신음과 시녀들의 산란한 움직임, 황의들의 초조하기 짝이 없는 표정 등이 암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임신 내내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더니 조산에 난산이다. 마법이 제아무리 만능이라 하여도 인간은 출산할 때만큼은 절대 동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 현실이 로테를 절망하게 했다. 밑이 찢어지고 척추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에 허우적거리는데, 산파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자, 이때입니다! 어서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전하!”
없던 힘도 쥐어짜 내고 있는데 자꾸 힘을 주라 하니 미칠 노릇이다.
“헉, 허억, 으윽……!”
말로만 듣던 하늘이 노래진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의식마저 흐려지려 하는데 아직도 배 속의 아이는 나올 것 같지 않다. 이쯤 되니 살아온 지난 시절이 순서대로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언니와 티격태격하던 어린 시절, 황후가 되겠다고 까불던 소녀 시절, 설레며 황도에 가던 시절까지. 지난날 꿈꾸어왔던 모든 것이 그저 철없는 아가씨의 몽상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초인적인 희생정신이 들었다. 이 몸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지만, 배 속의 아이만큼은 살아야 할 테지. 어떻게든 몸 밖으로 빼내 세상의 빛을 보게 하고 말리라고 다시 한 번 온 힘을 쥐어짜 냈다.
“으으윽!”
오를린 출신으로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 시녀 하나가 보다 못해 움직였다. 시녀는 황의들은 인정하지 않는 요법으로 태자비의 고통을 없애주려 했다. 그 요법이란 바로 마취 효과가 있다는 식물의 잎을 찧어 물을 끓인 뒤 그 수증기를 임신부의 곁에 두는 것이다.
황의들이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궁에서 금지된 짓을 하는 촌뜨기 시녀에게 놀라고, 그녀의 고집에 두 번 놀랐다.
“글쎄 이름도 모르는 약초 따윈 치워두래도!”
“이 약초가 전하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없애줄 수도 있단 말입니다!”
“고집불통인 여자군. 대관절 저걸 어디서 보관했다가 이리 들이대는 겐지.”
로테는 뭐가 됐든 고통만 덜 수 있다면 환영했다.
황의들이 ‘엄하게 벌하겠다!’,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는 말을 해대도 시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기어이 알싸한 향이 나는 수증기를 로테의 곁에 두고 쐬게 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마취 효과가 있는 잎이라 해도, 물에 끓여져 수증기로 변한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로테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짜증스럽게 손을 들어 수증기를 내뿜는 것들을 치워버렸다. 그러자 시녀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야겠다며 수선을 피워댔다.
그러는 사이 황의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로테로부터 좀 멀찍이 떨어졌다. 황의들은 만일에 대비한 일을 조용히 상의했다. 가장 경력이 오래된 황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나라도 살려야겠어.”
“역시 그렇지?”
“마탑에서 사람을 불러야 할 거야.”
“마탑? 마의사도 아니고 마법사를 부르겠단 말인가?”
“우리 마의사만으로는 힘이 부족하지 않은가.”
경력이 오래된 황의는 마법사를 부를 필요성을 느꼈다. 마법을 이용해 임신부의 생명력을 아이에게 전부 희생시키는 방식. 그래서 아이만이라도 살릴 생각이었다.
“어쩔 수 있나? 저래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길어질수록 둘의 목숨 전부 다 장담할 수 없네. 황손이라도 구해야 우리의 면이 서지 않겠나.”
가장 경력이 적은 황의가 저어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전하는 아직 이렇게…… 가시기엔 젊으신데…….”
황태자비가 젊은 거야 황도의 개들도 다 아는 사실. 황의들은 그걸 누가 모르느냐는 듯 신입을 흘겨보았다. 그 따위 감성만으로 일을 처리하기엔 황궁이란 곳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다.
결국, 의견을 모은 황의들이 마탑에 전언을 보내려 하는 그때, 야울 궁에서 황태자가 찾아왔다. 황의들은 사람을 부르려던 것을 중단하고 황태자에게 상태를 보고했다.
“전하, 지금 상태는…….”
보고를 들으며 황태자는 아내를 지켜보았다. 고통에 신음하다 지친 아내는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다. 약한 자는 그 자체로 죄인이 되어버린다는 생리를 겪어온 그에게 아내의 모습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는 이대로 두면 둘 다 위험하다는 황의의 말에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고 아내에게 다가갔다.
“로테.”
그는 아내의 손을 만졌다. 손의 차가운 감촉을 느낀 로테가 흐린 눈으로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고통 속에서 의식이 흐려지면서도 그녀는 남편에게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그가 다정한 말이라도 해주길 원했다.
그가 힘내라는 말 한마디라도 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다 죽어갈 때가 아니지.”
로테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그런데 황태자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재촉을 했다.
“이 꼴이 대관절 뭔지 모르겠군. 지금 너는 뭘 하고 있지? 단 하나 네가 자신 있어 하던 게 이 일, 아니었나?”
“저, 전하….”
로테는 남편의 눈에서 경멸을 보았다.
“얼른 내게 황자를 안겨.”
“……!”
“그것만이 네가 본궁(황제 궁)에 내 아내로서 갈 길이란 건 알아야 할 거야. 이렇게 다 죽어가는 꼴로 있다간 트리아노네조차도 빼앗기고 말 테지.”
로테는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황후의 봄 별장이었다가 황태자비의 것이 된 트리아노네를 빼앗기고 말 거라니. 그게 대관절 무슨 말인지? 주었다가 빼앗는 경우가 바로 이러한 것인가?
그러나 의문은 고통에 다시 흐려졌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화가 난다는 것이다. 황태자의 신경질 어린 태도에, 그의 아이를 낳는 여인으로서 고통보다 더 큰 분노가 솟았다.
그 분노는 그녀의 몸에 큰 변화를 주었다. 그녀의 상태를 관찰하던 산파가 외쳤다.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조금만 더요!”
로테는 어떤 신음도 내지 못하고 이를 꽉 깨물었다. 여태와는 다른 반응이다.
황태자는 그런 아내를 보며 시린 미소를 던졌다. 그리고 미련 없이 그곳을 나갔다.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다. 다행히 황의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누구하나 목숨을 잃지 않았다. 산실에선 아이의 울음소리가 힘없이 나왔다.
“으애앵… 으애…….”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황의와 산파, 시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로테가 낳은 것은 딸아이다. 딸이란 것만으로도 로테에겐 아쉬운 일인데, 아쉬움을 넘어서 충격적인 점이 생겼다. 대저 황궁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사지가 멀쩡한 것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려 눈동자를 보기도 하는데, 그 검사를 하던 황의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검어… 너무 검다고.”
시녀 하나가 황의의 어깨너머로 아이의 눈동자를 보았다. 안구가 들어 있어야 할 부분에 안구는 없고 새까만 어둠이 가득 차 있다. 어둠은 어둠으로만 끝나지 않고 아이의 눈꺼풀 밖으로 끊임없이 검은 기운을 뿜어내었다. 두 눈 모두가 그런 상태다.
황의는 이런 어둠을 잘 안다. 북쪽에서부터 번진다는 암흑 지형에 가득 찬 안개, 바로 그와 같은 불길한 물질이 분명하다.
“어찌 전하께서 이런…….”
“가여우신 분! 이를 어쩌지!”
로테는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을 알지 못하고 아이를 낳자마자 까무룩 의식을 잃었다.
***
황태자비가 낳은 아이 때문에 궁이 떠들썩했다. 황제와 황태자는 이번 일을 매우 민감하게 여겼다. 황태자비가 낳은 아이의 눈이 검은 기운으로 가득 찼다는 것은 제국민들이 잊고 있는 암흑 지형 문제를 다시 불거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제와 황태자는 제국의 혼란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황태자비를 포함한 그녀의 시녀 네 명, 산파를 모두 트리아노네에 유폐하였다. 그리고 분만을 지켜보았던 황의들에게도 궁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떠들썩한 것은 오직 궁 뿐, 황도 사람들은 황손의 탄생에 관해 전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궁에서 아이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에겐 어떤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았으며, 형식적인 로젠플라드의 축성도 행해지지 않았다. 황태자는 아이 문제를 외면하듯 오직 황위를 이어받을 작업에만 집중했다.
그 와중에 소문이 돌았다. 비오르틴이 황제가 되면 후궁을 들인다는 소식.
소문의 중심에 있는 그 여자는 바로 마탑의 이인자 후슈킨의 무남독녀 사루아였다.
***
오를린.
루돌프를 후원하기로 한 륀체르가 자금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제국 의학원에 루돌프를 특별히 입학하게 해주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루돌프는 가을 학기부터 제국 의학원에 입학하기로 결정이 났다.
가을까진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하여, 륀체르는 루돌프에게 공부를 좀 더 하거나 아니면 고향에 다녀오라고 배려해 주었다.
덕분에 루돌프는 고향 오를린에 가서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고향은 제법 변했다. 텔레포트 홀이 만들어져 (돈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쉬워졌고, 전보다 기반 시설도 좋아졌다. 마을 곳곳에 ‘황태자비의 고향’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관광 시설, 상품이 가득하다. 시골스러움을 한층 덜어낸 고향의 모습에 루돌프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스승이자 마스터인 한스 레 하인첼이 생각보다 화내지 않고 기쁘게 맞아줘서 그것도 고마웠다. 오랜만에 본 스승은 여전히 술과 사람을 좋아했고, 조금 마른 것만 빼면 표정도 밝고 모두 좋아 보였다. 그는 말도 없이 멋대로 오를린을 떠난 제자에게 도리어 자기가 속이 좁았다며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루돌프는 스승에게 그간의 사연을 설명했다. 물론 아가씨와 드래곤 기사님에 관한 것은 될 수 있는 한 말 하지 않았다. 그게 아가씨를 위한 일이라 여겼다. 루돌프는 특히나 새로운 마스터-륀체르 사파이어-에 관한 말을 아주 길고 자세하게 했다.
“그분은 구두쇠에다 말이 거칠기로 유명하시지만, 정작 저에겐 단 한 번도 구두쇠처럼 군 적이 없어요. 오를린으로 가는 이동스크롤도 지원해 주셨는걸요. 게다가 소년에겐 욕을 하지 않는다며 저에게 언제나 고상한 말만 쓰신답니다.”
한스는 안도했다.
“어찌 됐든 참 다행이다. 나보다 더 잘난 마스터를 만나니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네겐 좋은 일이구나.”
“그리고 스승님, 이거 받으세요.”
루돌프가 건넨 것은 좀 큰 액수의 자일이다. 루돌프는 머뭇거리다가 설명했다.
“제가 그동안 어찌어찌 모은 건데 드래곤 링클을 사기엔 아직 좀 부족해요. 하지만 나머지 돈은 제가 나중에 더 드릴 테니까….”
“이런 건 됐다니까.”
한스는 그 돈을 한사코 거절했다. 그리고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루돌프, 행여나 나중에 훌륭한 의사가 되어도 오를린에 다시 정착할 생각은 하지 마라. 여긴 네가 그리울 때 가끔 찾는 그런 고향으로 남았으면 하니까.”
“스승님….”
한스는 루돌프가 의학 공부를 위해 오를린을 떠나는 것에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앞길이 창창한 소년의 발목을 잡고 싶진 않았다. 다만 그는 소년에게 작게나마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 뿐이다.
“저기 말이야. 이건 그냥 하는 말이니까 대충 흘려들어.”
“예? 뭐를요?”
“음. 황도에 가면 거기서만 판다는 아포크시에 누룩 좀 보내줘. 나는 그거 정도면 만족하니까.”
루돌프는 버럭 성질을 냈다.
“스승님! 누룩이라니요! 제가 술 끊으라고 했잖아요!”
“아니! 내가 마시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여기 사람들이 황도 사람들이 마시는 술에 관심이 많아 보여서 말이지.”
“밀주업도 이제 좀 그만두세요!”
변성기가 찾아온 루돌프의 고함에 한스는 두 귀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끄럽다. 못 본 사이 잔소리꾼이 되었구나. 그러면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걸 알아둬. 하긴. 공부하느라 네 또래 여자애들이랑 놀 시간도 없겠군. 그래도 적어도 황도에 가서 공부할 때 ‘오를린 남자는 잔소리꾼이다.’는 인상은 만들지 않도록 하려무나.”
저녁이 되고 그들은 소용돌이 산 아랫자락에 있는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했다.
달이 하늘 한중간에 걸리고 곤충 소리가 무더운 밤공기를 간질이는 시간, 그때까지도 한스는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며 마을 사람들에게 제자 자랑을 하는 데 바빴다. 제자가 사온 선물들과 제자가 갈 학교 등을 마치 제 자식의 일처럼 자랑했다.
쑥스러운 루돌프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 있겠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점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문득 고향길을 산책하고 싶었다. 일 년 전만 해도 밤에 산책, 그것도 소용돌이 산 아랫자락이라는 다소 외진 곳을 산책하는 것은 위험하여 꺼렸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가씨 일행과 함께 한 시간이 자신을 한층 대범하고 성숙하게 변하게 하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루돌프는 소용돌이 산 입구로 향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더운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력생물이 득시글거리는 위험한 곳이라는 말 때문에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런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황도에서는 이런 고요함을 돈 주고도 살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얼마간을 걸었을까.
심상찮은 바람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리자, 루돌프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놀라서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아! 저건……!”
하늘에 낯익은 생물이 날아다닌다. 마력 생물 드래콘! 달빛 아래 진줏빛 몸을 우아하게 활개 치는 그 생물은 소용돌이 산을 향해 날아가는 듯하다.
그에에에! 그에에에에!
루돌프는 그 생물의 눈빛을 보았다. 피처럼 붉은 선홍빛 눈동자! 자기가 아는 한 이 소용돌이 산에서 그러한 눈동자를 가진 마력 생물, 그러한 눈동자를 가진 드래콘은, 단 하나뿐.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누나! 마리아 누나!”
오랜만에 첫사랑 아니, 짝사랑을 본 소년은 목청이 터져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건지 마리아는 멈추지 않고 기어이 소용돌이 산 저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와 함께 지냈던 시간도 함께 떠나가는 듯했다.
“마리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소년의 눈동자가 축축이 젖어들었다. 보고 싶고 그리운 이를 보았지만, 보면서도 손을 뻗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토록 가슴이 먹먹한 일이라는 것을 소년은 살면서 처음 알았다.
그런데 언제 따라왔는지 등 뒤에서 스승이 소년을 부르고 있었다.
“집에 가자! 루돌프!”
“…… 예.”
“눈가가 축축해. 무슨 일이야?”
소년은 잠시 한 손으로 가슴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 애써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더워서… 더워서, 땀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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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어린 날의 사랑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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