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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87화 (87/122)

00087  6. 돋아난 날개, 몰락하는 별  =========================================================================

하이너는 아가씨의 눈빛에서 야릇한 욕구를 읽었다.

“다른 거… 라니요.”

“알면서.”

마리가 배시시 웃으며 하이너에게 다가가 호위기사의 옷을 벗겼다.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인 상체가 드러났다. 무더운 여름 뙤약볕에 그을어 짙게 변하고, 긴 여행에 살짝 마른 듯한 몸은 성숙한 남성의 기운이 흐른다. 여행 초반 때보다 한층 더 소년기를 벗어던진 몸. 이 몸에 섞여들어 여름 바람보다 더 뜨거워지고 싶다고, 마리는 욕망했다. 그녀의 두 손이 호위기사의 가슴에 닿더니 딱딱한 복근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하이너는 마리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무더위의 갈증을 해결해줄 듯 맑고 시원한 눈동자가 세상에서 가장 음탕해 보이는 것은 지극히 신비로운 일이다.

“대체 무엇을….”

“조금 전에 하려던 일을 마저 해야지?”

그녀가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치마를 걷었다. 속옷이라고는 걸치지 않은 생살이 보였다. 그녀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것도 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얼른 이 다리 사이에 고개를 들이밀고 뭐라도 하라는 노골적인 명령. 뻔뻔해서 귀여운 그 신호에 하이너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아가씨에게 이 은밀한 행위는 연인 간의 다정한 시간을 위해서라기보다 어쩐지 다른 용도가 있어 보인다.

하이너는 그녀의 지나치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며 미간을 살짝 패었다.

“왠지 짜증스러워 보이십니다만.”

“그러니 네가 필요한 거 아니겠니?”

이를테면 짜증을 풀기 위한 것?

“굉장하시군요.”

“뭐가?”

“글쎄요.”

하이너는 기꺼이 무릎을 꿇고 아가씨께서 원하는 것을 해주었다. 아가씨의 몸 중 가장 민감한 살결에 입술을 갖다 댔다. 여성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오는 그곳이 움찔거리며 기대를 표시한다. 하이너는 더욱 얼굴을 강하게 파묻었다. 입술 사이에서 천천히 나온 혀는 은밀한 살결을 탐구하며 헤치듯 집요하게 움직였다.

마리가 낮게 탄성을 내질렀다.

“후우.”

금세 그녀의 깊숙한 곳에서 진득한 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차보다 더 뜨겁고 향기로운 것이라고, 호위기사는 생각했다. 혀 놀림이 더욱 진해졌다.

아가씨는 쾌감을 이르게 얻어내려고 허리를 흔들었다. 하아, 하… 하고 그녀가 숨을 가쁘게 쉬는 그때, 하이너가 무심코 자기 속내를 흥분 어린 목소리를 뱉었다.

“가끔 아가씨께선 이런 것을 다양하게 이용하신단 생각이 듭니다.”

“하, 응? 이런 것?”

하이너는 마리의 엉덩이를 돌렸다. 그 때문에 마리는 호위기사의 얼굴 앞에 엉덩이를 내미는 민망한 자세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민망해하기는커녕 호위기사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하이너는 은밀하게 갈라진 부분을 쉴 새 없이 간질이고 핥으며 입술을 놀렸다.

“야한 일, 들 말입니다.”

“흣, 야한 일?”

“돌이켜 보면 그렇지요. 당신께서 단지 순수하게 저를 원하셔서 이런 것을 요구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만?”

“아닐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하이너는 아가씨의 그곳이 축축이 젖어들자 몸을 일으켰다. 아가씨를 젖게 하면서 이미 자신도 충분히 준비되었다. 그는 팽팽히 선 물건을 아가씨의 깊숙한 곳에 단도를 찔러 넣듯 박으며 읊조렸다.

“이를테면 제가 하나의 도구 같다는 생각이 드는 때, 그때 말입니다.”

하이너는 오를린에서의 기억부터 되새겼다. 아가씨는 드래콘을 손에 넣고자 호위기사의 것을 가지고 음탕한 장난을 치시며 감질을 한껏 끌어 오르게 하신 적이 있다. 그뿐인가. 함께 여행해주면 창녀이자 애인이 되어준다는 말씀을 하시며 당신의 성 자체를 조건으로 내거셨지. 그 다음은? 바너에서 호위기사가 인신매매단을 없애다가 어깨에 총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 후에 아가씨는 그게 미안한 듯 야릇한 행위를 시도했다. 화해의 도구로 그런 야한 일이 쓰인 것이다. 실렌틴 광산의 눈밭에서 한 행위는 마치 연인 간의 즐거운 한 때라기보단 친한 친구 간의 발랄한 유희 같기도 했다. 여행 중 때로는 ‘몰래 하는 게 더 재미있다.’며 마리아 몰래 사람을 자극하는 개구쟁이 같질 않나, 오늘은 누군가에게 받은 자잘한 분노와 짜증을 풀고자 이런 식으로 호위기사를…….

정말이지, 도구라는 생각이 아니들 수 없다.

아가씨에게 성교는 어쩌면 하나의 유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기분 나빠해야 할까.

아니면 그녀의 유희 대상이 지난 몇 달간 오직 호위기사인 자신뿐이란 것에 감사해야 할까.

하이너가 그러한 상념에 빠져있을 때, 마리가 엉덩이를 흔들어 그를 더욱 깊이 삼키며 물었다.

“흐응, 도구라니. 말이 밉구나. 지금은 내가 너를 순수하게 원하지 않는다는 거야?”

하이너는 아가씨의 등을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이면서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풍만한 가슴들을 헤치고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부분을 지그시 만졌다.

“글쎄요. 그건 저한테 할 질문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하셔야 할 질문인지도 모르겠군요.”

가슴을 만지는 호위기사의 손은 마치 심장이라도 꺼낼 듯 날카롭다.

“복잡한 남자 같으니. 그래서… 읏, 도구 같은 느낌이 왜? 별로야? 그래서 멈추기라도 할 거니?”

하이너는 시선을 내렸다. 남자의 성기를 좀 더 깊숙이 담고 빠르게 움직이려고 안달인 뽀얀 엉덩이를 보니, 지금까지 느낀 상념들이 우스워 지는 것 같다. 역시 육체는 정신을 이길 수 없는 건가? 불길처럼 휩싸인 정욕에 눈이 먼 하이너는 마리의 가녀린 허리를 두 손으로 꽉 붙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상념을 하찮아하는 실소를 흘리며 조금 건방지게 대답했다.

“멈추다니, 천만에.”

대답과 동시에 그는 폭군처럼 허리를 쳐댔다.

“앗, 아!”

마리의 입술 사이로 이 더운 여름날 태양보다 더 뜨거운 숨이 턱턱 터져 나왔다. 호위기사의 무자비한 몸짓에 그녀는 허리가 반쯤 접혀 머리를 바닥에 박을 것 같았다. 가녀린 두 팔이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떨리는 두 손은 바닥 어디를 짚어야 할지 모른 채 여기저길 헤맸다.

“흐응, 앗! 좋아! 더! 더 세게 해! 앗!”

몸이 금세 쾌락에 짙게 물든다. 잔뜩 조일수록 더 커지는 것 같은 호위기사의 물건도 참 재미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한 번 불타오르고 사라질 그런 배설의 시간에 불과할 뿐일까?

‘이대로는 안 돼. 이거 정말 어렵잖아.’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고집불통 우울증 환자인 헤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에 관한 계략으로 가득 차올랐다.

***

밤. 황금빛을 뿜는 달 렌키스와 더불어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푸른 달 포울룬디가 함께 떠 있다.

이토록 밝은 밤에는 그림자가 숨을 여유가 없다. 하늘에 드래콘이 날아다녀 지상에 그 그림자가 지게 되면 어찌 될까? 마리 일행엔 좋지 않겠지.

그래서 마리아는 드래콘으로 날아다니지 않고 비싼 이동 스크롤을 사용해 여관으로 돌아왔다. 륀체르의 연결망으로부터 얻어온 이동스크롤 중 하나를 과감하게 쓴 것이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이동 스크롤을 어찌하여 주인의 허락도 없이 썼느냐, 하나도 아니라 여러 개를 가져온 덕분에 그렇게 막 헤프게 쓰는 거냐, 사파이어라는 대부호가 주인을 무한정 지원해준다는 사실만을 믿고 낭비하는 거냐, 그렇게 질책한다면 마리아는 맹세코 그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마리아는 직감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가져온 이 이동 스크롤들이 결국에는 아가씨가 아닌 바로 자신의 소유가 될 거라는 것을. 즉, 아가씨는 처음부터 이 스크롤들을 드래콘 소녀에게 주려고 얻은 것이다.

그야 빤하지 않은가. 주인 마리에게 더는 이동 스크롤 따위의 물건이 필요 없다. 듣자 하니 주인의 호위기사님은 몸속에 지닌 드래곤의 힘 덕분인지 순간 이동이 자유자재라 하셨다. 그런 믿을 만한 기사가 있는데 그거보다 한참 모자라는 능력의 드래콘이 여행에 동행할 필요는 없겠지. 아마도 주인 마리는 이 이동 스크롤들을 드래콘에게 이별 선물로 건넬 것이다. 그러려고 바너의 길드장에게 스크롤 지원을 해달라고 조른 게 틀림없다.

그렇게 예상한 마리아는 씁쓸함을 가슴에 감춘 채 여관 앞에 섰다. 똑. 똑. 똑. 출입문을 두드리는데 안에서 아가씨의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오렴.”

마리아는 문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해서 문을 열고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아가씨는 막 씻고 나왔는지 알몸에 수건을 허리에만 걸치고 있다. 그녀는 무사 귀환한 드래콘을 보며 반가움에 싱긋 웃더니 하얀 상의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눈부신 달빛들이 마리의 뒷모습에 역광을 드리웠다. 찰랑거리는 금발 아래 가느다란 허리가 같은 암컷이 보아도 아주 관능적이다. 마리아는 주인에게 시선을 빼앗긴 채 멍하니 걸음을 멈추었다.

뒤돌아선 마리가 마리아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스크롤 가져오느라 참 수고했어. 힘들었겠구나.”

마리아는 대답 없이 그녀와 마주 앉았다. 어쩐지 기사님은 보이지 않는다.

마리는 주전자에서 물 한 잔을 따라 마리아에게 내밀었다. 마리아는 주전자의 표면을 본다.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것으로 보아, 물 온도는 아주 차가운 듯하다. 이런 여름밤에 주전자 물을 차갑게 만드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마리의 마력 스크롤이 사용돼서? 아니면 기사님의 마력 덕분? 만약 기사님의 마력 덕분이라면 기사님이 실내에 있다는 말인데……. 늘 그렇듯, 어느샌가 마리아의 정신은 기사님에게 가 있다.

마리가 차가운 물을 마리아에게 권했다.

“목이 탈 테니 마시렴.”

마리아는 물 잔을 받아 단숨에 마셨다. 식도를 타고 흐르는 상큼한 냉차가 무더운 여름날의 임무를 깨끗이 다독여 주었다. 아! 하고 시원해서 지르는 탄성에 자신이 다 놀랄 정도다. 이런 반응을 보면 자신도 인간의 몸에 아주 익숙해진 모양이다.

마리가 웃으며 물었다.

“시원하니?”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 이거 받으렴.”

탁자 위에 놓인 금속 장식의 목걸이. 그것은 굴종의 인이다. 헤그에게서 되돌려 받은 물건을 마리는 지금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려주었다.

마리는 중대한 말을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가볍게 뱉었다.

“마리아 그로스. 아니, 드래콘 소녀여. 이제 넌 자유야.”

자유? 보내준다는 말인가? 역시나…….

마리아는 예상한 것과 똑같은 현실을 맞이했다. 전혀 놀라지 않아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다. 사람처럼 넋두리가 나왔다.

“역시 그렇군요.”

“응, 뭐가?”

마리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리는 마리아가 가져온 이동 스크롤을 마리아가 쓸 가방에 모두 담아주며 온화한 친언니처럼 말했다.

“인간으로 떠돌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이 스크롤들을 너에게 주는 거란다. 팔아도 큰 돈이 될 테지. 나는 예전부터 느꼈어. 너는 드래콘이라는 마력 생물이지만, 인간에 더 가깝지. 바너에서 고급 과자를 먹으며 맛있어할 때도 그랬고, 차를 음미할 줄 알 때도 그랬고, 예쁜 옷이나 장신구를 보며 눈을 빛낼 때도, 루돌프와 이 층 침대를 제법 자연스럽게 잘 쓸 때도, 인간의 식사 예절을 잘 지킬 때도, 그리고 인간인 내 말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착실히 도와줄 때도…….”

인간에 더 가깝다, 라. 마리아는 주인에게 ‘하나 더 추가하셔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의 가장 인간다운 부분. 그것은 바로 인간인 호위기사님을 좋아해 버린 것, 아닌가.

“나는 마리아 네가 인간 세계에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느꼈어. 넌 누군가의 종속물로 다뤄져선 안 된다는 걸. 네겐 자유가 필요해.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말이야.”

마리아는 마리의 눈동자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마리는 드래콘의 앞날에 행운을 빌며 안녕을 고했다.

“자유롭게 네 갈 길을 찾으렴. 이제 나는 더는 네 주인이고 싶지 않아. 너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아니에요!”

마리아는 마리도 놀랄 정도로 크게 외쳤다.

마리가 당황하여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물었다.

“아니…라니?”

마리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제 갈 길이라고 하셨나요? 그건 제 선택을 존중한단 말씀이지요? 저는, 저 마리아 그로스는요! 오직 기사님 곁에 있고 싶어요! 저는 당신의 종속물로 있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기사님의 곁에서 그 분을 지켜보고 싶단 말이에요! 그 분의 웃음, 그 분의 목소리, 그 분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단 말이에요! 이건 아니지 않나요? 정말로 저를 진심으로 생각하신다면, 정말로 저를 일행으로 생각하셨다면, 이렇게 갑자기 떠나라는 말씀을 하기 전에 적어도, 적어도 한 번쯤은 ‘앞으로도 일행으로 함께 해주겠니?’라고 물어 보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속은 폭발할 듯 끓어올랐지만, 그 속이 외침으로 터져 나오진 못했다.

하이너가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리아를 보자마자 욕실 문을 다시 닫았다.

“음, 이거 실수했군.”

알몸으로 나오려던 그는 다시 들어가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고 나왔다.

그런데 그가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마리아는 사라진 채였다.

하이너는 마리에게 물었다.

“그 애는 어디 갔습니까?”

마리는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창밖 하늘을 가리켰다. 밝은 하늘에서 드래콘 한 마리가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유를 찾아갔지.”

“예?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인사도 없이….”

하이너는 서운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뭐 잘못됐니? 그녀는 드래콘이야. 인간과 같은 감정을 기대해선 곤란하지. 종속물 신세에서 드디어 벗어났는데 뭔들 못할까.”

하이너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런 식의 이별이라니? 루돌프와도 갑작스럽게 이별해야 할 때도 이 정도로 어이없진 않았다. 그는 아가씨에게 좀 더 해명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이미 아가씨는 침대에 누워 잘 눈치다.

하이너는 아가씨를 보며 조금은 원망했다.

‘비정한 주인이야.’

하지만 하이너는 몰랐다.

마리가 눈을 감으며 하는 생각을.

‘잘한 거야. 가을이 오기 전에 보내려 했잖아? 그러니 괜찮아. 괜찮다고.’

가을. 마법의 계절.

모든 마력 생물들이 크고 작게 발정하는 계절.

마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지난해 가을, 마리아가 한낱 인간 남성인 하이너에게 그토록 쉽게 잡혔던 이유에 관해. 그것은 바로 마리아가 마력 생물 드래콘이고, 하이너가 마력 생물 중 최상위라는 드래곤의 인자를 몸속에 가지고 있었던 수컷이기 때문이다.

당시 계절은 가을. 드래콘은 태어나 성체로서 처음 맞는 발정기, 그것도 본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발정기였다. 발정기를 맞은 드래콘은 수컷 마력 생물인 드래곤에게 순순히 굴복했다. 그 굴복 덕분에 하이너는 굴종의 인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마리 또한 지금까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드래콘을 살뜰히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래선 안 된다.

탈 것이라면 호위기사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가을은 또다시 올 테고, 마법의 계절은 드래콘을 또다시 발정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발정에는 하이너도 예외일 수 없겠지.

‘나는 그를 고작 그런 이유로 빼앗기고 싶진 않으니까.’

마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뿌리를 뻗는 독점욕을 느끼며 나른히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그 황제의 은밀한 욕구] 다음으로 3권 분량을 쓰고 있군요. 정말 장편은... 머리를 새하얗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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