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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64화 (64/122)

00064  5. 눈꽃 샹들리에가 그대 침실을 빛낼 때   =========================================================================

최근 신당에서 와트프라우어 남매로 위장하고 지내며 ‘오라버니’ 호칭을 자주 쓰긴 한다. 그런데 그 호칭이 호위기사의 귀에는 은근히 듣기 좋은 모양이다. 아니, 듣기 좋은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단둘이 있을 때도 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아주 달콤하게 착착 감기는 모양이다.

하긴, 형제라곤 남동생 마르틴 하나뿐인 하이너에게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는 어여쁘고 귀여운 여동생이란 그가 살면서 한두 번쯤 상상했을지도 모를 소소한 환상의 존재 아닐까?

‘그렇다곤 해도 참 놀랍네. 놀라워.’

마리는 사실 조금 놀랐다. 호위기사가 이런 요구를 하는 게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니까. 호위기사는 언제나 잔소리하고 인상 쓰고 비꼴 줄만 알지, 뭔가를 대놓고 바라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런 모습이 그 자체로 흥미롭다. 마리는 호위기사의 요구를 좀 더 듣고자, 호위기사가 제대로 조르는 모습을 보고자, 은근히 한 번 튕겨 보았다.

“싫은데? 보는 이들도 없는데 내가 어째서 그 호칭을 써야 하지?”

하이너는 내심 시무룩해졌다. 비록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부탁하면 흔쾌히 ‘오라버니!’하고 불러주실 줄 알았다. 그 호칭 한 번 쓴다고 아가씨 입술이 닳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삐친 하이너는 ‘한 번만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면 안 되겠습니까?’하고 아가씨를 조르는 대신 생떼를 썼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이렇게 계속 아가씨를 제 어깨에 올려놓고 있지요, 뭐.”

“그럼 나도 계속 이렇게 있을게. 네 어깨에 이렇게 올라가 있는 것도 썩 나쁘지 않거든. 그래 봐야 너만 고생할 테지.”

“흥.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가씨 몸은 너무나 가벼워서 고생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만!”

“그래! 마음대로 할 거야!”

서로 말은 툭 뱉으면서도 미소 가득한 눈길로 눈동자를 탐한다. 들쳐 올리고, 들쳐 올려진 자세로 보는 거라 왠지 묘하다. 두 쌍의 눈은 마주 보다가 점점 상대의 입술로 옮겨갔다.

불퉁함과 미소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호위기사의 입술.

장난기와 미소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아가씨의 입술.

끌리고, 당기는 입술들.

갑자기 하이너의 얼굴이 붉어졌다. 입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욕정이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심장을 똑똑! 하고 두드리는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실렌틴 광산을 떠난 후, 입맞춤다운 입맞춤을 해본 적이 언제더라? 젠장!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입맞춤을 이렇게 오랫동안 못할 줄 알았다면 진즉 많이 해뒀어야 했다. 로젠플라드로 오기 전에, 그러니까 유치하기 짝이 없는 베개 싸움 후의 그 밤에 말이다. 그때 아가씨와 함께 잠들며 입맞춤도 하고 다른 야한 일들도 마구 해야 했는데……!

이게 다 어떤 가슴 집착남이 둘만의 침대에 끼어 자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때 쫓아내야 했지! 생긴 건 계집애 같은 놈이 좀 곱게 자지는 못할망정 이를 어찌나 바득바득 갈던지, 그때 잠을 설친 걸 떠올리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군. 하아. 륀체르 사파이어. 다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무려 백 번을 생각해도 짜증 나는 노총각 같으니…….’

하이너에겐 서른 살 아름다운 동안 외모의 남자 륀체르가 그렇게 여겨졌다.

입맞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이 붙은 하이너의 상태를 안 것일까? 마리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럽게 아가씨의 입술을 느낀 하이너는 온몸에 봄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다. 노인 사제가 아침 후식으로 주었던 상큼한 향의 차가 아직도 아가씨의 입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미치도록…… 좋아 죽겠군.’

얼마 후 두 입술이 아쉬운 듯 떨어졌다.

마리가 하이너의 눈을 보며 속삭였다.

“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

“예?”

“그건 이 자세로는 조금 불편한데…… 일단 나를 좀 내려주시겠어요? 오. 라. 버. 니?”

듣고 싶어 하던 호칭이 귓가에 속삭여지자, 하이너는 대번에 마리를 내려주었다. 그것도 침대라는 가구 위에.

마리는 구름 위에 솜털이 내려앉듯 가뿐히 내려앉아서 하이너를 보았다. 오라버니 소리에 정신을 살짝 놔버린 하이너는 이미 작정한 듯 눈을 빛내며 두 팔을 뻗고 있다.

“아가씨!”

탄탄한 두 팔이 마리를 침대에 쓰러뜨렸다. 곧 두 사람의 거친 입맞춤 시작되었다. 조금 전에 나누었던 스치듯 하는 입맞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아, 입맞춤! 입술과 입술의 달콤한 마주침! 그리고 꿀처럼 감기는 혀와 타액의 농밀한 교류!

로젠플라드에 온 뒤로 좀처럼 기회가 없어서 이런 행위를 하지 못했다. 신당엔 언제나 루돌프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공부했고 노인 사제도 모질어 보이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일거리 없나 하고 신당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여댔기 때문이다.

물론 가물에 콩 나듯 기회가 올 때도 있다. 가령 루돌프가 산책하러 가거나 노인 사제가 장을 보러 가는 그런 때 말이다. 하지만 그땐 느닷없이 신도들이 찾아와 기도하고 갔다. 평소엔 파리만 날리는 신당에 말이다! 그게 아니면 마리에게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런 온갖 일들 때문에 하지 못했던 행위를 지금 하게 되자, 두 사람은 자석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입술이 벌게지도록 짙은 입맞춤을 한참이나 하다가 마리가 숨을 헐떡였다.

하이너는 애써 흥분을 꾹꾹 누르며 담담한 척 물었다.

“후우… 그렇군요. 하시고 싶은 게 겨우 이거였습니까?”

“뭐? ‘겨우’ 이거? 담담한 척하지 말라고. 그렇게 발정이 난 얼굴을 하고서 말이야. 뭔가 하고 싶다고 말한 건 나지만 먼저 달려든 건 너잖아?”

“그야…….”

하이너는 변명하려다가 관두었다. 이럴 땐 그냥 솔직한 말을 하는 게 제일 좋다.

“당신이 고팠으니까.”

대답이 만족스러운 마리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아당겨 다시 입맞춤할 것처럼 가까이했다.

“나도 네가 고팠단다. 지금도 많이 고프단다. 어쩜 이렇게 매일 보고 있어도 말이지.”

문득 하이너의 눈이 아련해졌다. 단둘이서 달콤한 밀어를 속삭일 때 아가씨의 목소리는 유독 저음인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그렇게 야하게 들릴 수 없다. 하이너의 두 손도 마리의 얼굴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가씨는 정말…….”

“하이너. 네 입술도 정말…….”

“아가씨…….”

“그래. 하이너. 아니, 나의 오라버니…….”

또 다시 불린 오라버니란 말에 하이너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이 놀이에 빠져들었다.

“…… 모리. 나의 여동생 모리라고 불러주면 되겠느냐?”

자연스럽게 시작된 남매 놀이에 마리는 야한 여동생이 되기로 작정하고 하이너의 한 손을 끌어와 제 가슴에 갖다 대었다. 하이너의 손가락은 가슴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부분에 닿았다. 오늘 그녀가 가슴을 죄는 면포를 하지 않아서인지 얇은 옷 위로 제대로 느껴졌다. 왠지 흥분하여 바짝 선 것 같은 상태…. 이상하다. 이제 겨우 닿았을 뿐이고 자극을 주지도 않았는데 이렇다니? 하이너는 아가씨의 음탕한 몸에 놀랐고, 마리는 더욱 음탕하게 굴었다.

“오라버니. 저 젖꼭지가 너무 간질간질해요.”

하이너는 무서운 오라버니처럼 굴기로 했다.

“못쓴다. 이런 야한 아이 같으니….”

마리는 받아칠 줄도 아는 호위기사가 재미있으나 웃음을 꾹 참고 호위기사의 손을 아래로 이끌었다.

“어디 가슴뿐인 줄 아세요? 여기는 벌써 이렇게 젖었다고요. 오라버니….”

“이런 음탕하고 고얀 녀석 같으니…….”

하이너는 아가씨가 이끄는 대로 손을 내려 치마 속을 더듬었다. 아가씨의 부드럽고 따스한 허벅지가 만져졌다. 얼른 얼마나 젖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저는….”

달콤한 호칭을 거듭 속삭인 마리가 갑자기 침대 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더니 다리를 M자로 벌리고 치마를 활짝 걷어 올리는 게 아닌가!

“여기 젖은 것 보이시죠?”

하이너는 입을 반쯤 벌리고 말았다.

젖은 것, 보였다. 그것도 살결까지 아주 자세히 보였다. 살결에 맺힌 습기마저 보일 지경이다. 맙소사! 아가씨께선 치마만 입고 속옷은 한 장도 걸치지 않았다! 이런 차림은 언제부턴가 마리의 버릇이 되었다. 정확히는 호위기사가 속옷을 상습적으로 찢기 시작한 그때부터라고나 할까?

“흐응… 젖은 것 보이시냐고요?”

하이너는 잠시 고개를 두어 번 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마리가 피식 웃었다.

‘야한 말도 곧잘 받아칠 땐 언제고 저런 걸 보면 아직 귀엽다니까.’

은밀한 부위를 내려다보는 호위기사의 시선은 고정되어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는 그대로 굳어 하나의 커다란 바위가 된 듯하다. 마리가 먼저 손 내밀기 전에는 꼼짝도 하지 않을 것처럼.

‘후후, 하이너!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던 게 그리도 충격이었니? 그대로 돌이 되어 부서질 기세구나!’

그런데 그것은 순전히 마리의 착각일 뿐이다.

하이너는 시선을 은밀한 부위에 고정하며 서서히 움직였다.

“오라버니?”

그의 두 손은 아가씨를 완전히 벽으로 밀어붙였다. 덕분에 마리는 등을 벽에 바싹 붙이게 되었다. 하이너의 손은 서서히 내려와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만지기 시작한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야릇한 손길. 간질간질한 느낌에 마리는 살짝 몸을 비틀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웃음과 흥분과 앙탈이 동시에 나왔다.

“아아, 오라버니. 그렇게 만지시면 이불이 젖잖아요!”

원망하는 말투지만 이미 그 자체가 교태나 다름없다. 어차피 이불 따위 젖으면 세탁하면 그만! 하이너는 아가씨의 금빛 숲 그 아래 별 모양의 점을 어루만졌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보다 보니 은근히 반갑다. 별을 어루만지고 금빛 숲도 어루만지며 한참을 노닐었다. 그러다 보니 아가씨의 살결이 더욱 축축이 젖었고 살결 틈에 자그마한 것이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이것이 드디어…… 아가씨의 쾌감 단추.’

하이너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은밀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축축한 액을 쓸어 올려 쾌감의 단추를 적시어 꾹꾹 눌러주었다. 아가씨의 입에서 야릇한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흣, 흐응…… 하아, 아.”

그 소리가 점점 높아질수록 하이너의 손도 짓궂어졌다. 고조를 향해 달려가는 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설마, 하필 이런 때 신도가 기도하러 온 것은 아닌가? 마리가 그런 생각에 퍼뜩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하이너가 그녀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쉿. 움직이지 마세요. 그리고 소리도 내지 마세요. 문 여는 소리와 걸음 소리를 보니 루돌프군요.”

하이너는 단지 밖에서 나는 소리만으로도 신당에 들어온 이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드래곤의 뛰어난 청력 덕분이다. 새벽에 마리아가 신당을 나설 때 뒤따라 나갔던 루돌프가 이제 막 돌아와 가볍게 세수를 한다. 산책이 원래 그 소년의 취미긴 했는데 어째 갈수록 산책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하이너는 소년의 산책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들어온 이가 신도가 아니라서 마리는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기사의 눈빛이 정중히 부탁했다.

이런 땐 방에 아무도 없는 척하는 게 좋습니다, 라고.

그는 눈빛으로 그런 뜻을 전달하면서도 손으로는 다시 아가씨의 쾌감 단추를 찾아 부지런히 자극했다. 아가씨가 작은 절정에 이르려다 뜻하지 않은 불청객에 방해받은 것이 안타깝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손가락은 더욱 격렬하고 뜨거워졌다.

마리의 입에서 자꾸만 원치 않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으읏, 응…….”

하이너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아예 눕혀버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한 손은 은밀하게 부풀어 오른 살점을 자극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멈출 듯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희미한 신음이 신경 쓰인 그는 아가씨의 귓가에다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모리 이 녀석, 글쎄 소리를 내면 안 된다니까.”

마리는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소리를 자꾸만 내게 하는 건 오라버니예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호위기사의 손가락은 점점 쾌감의 절정 부분을 연주하려 바빠졌다.

“읏, 하, 지만, 흐읏…… 응!”

어쩌면 호위기사는 이런 은밀한 분위기를 나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쌓인 욕정 때문인지 이런 상황 자체가 오락이 돼 버렸다.

그가 그녀의 귓가에다 대고 다시 경고를 하였다.

“잘 들어. 자꾸 그런 소리 내면 이후에는 모리 너에게 벌을 주겠다.”

“아앙, 벌이요? 앗!”

“그래. 벌, 말이다.”

마리는 무섭게 휘몰아치는 손놀림에 그만 이른 절정을 맞이하고 말았다. 거침없이 신음을 흘리며 절정을 표현할 수 없으니 그 대신 몸이 쾌감을 표현했다. 골반이 부르르 떨리고 사지가 어찌할 바를 몰라 침대 사방으로 나른히 뻗어 나갔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입 밖으로 ‘흐읏, 읏!’ 하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후후. 벌이라. 입으로는 조용히 하라 경고하면서 손으로는 무섭게 몰아붙이는 호위기사의 몸짓 전부가 바로 벌 그 자체 아닐까? 마리가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고르는데, 그녀의 귓가에 달콤한 말이 흘러들어왔다.

“이제부터 오라버니의 이 단단한 것으로 너를 아프게 때리며 벌을 줄 생각이다.”

하이너는 마리의 손을 끌어와 제 단단한 성기를 만지게 했다. 어쩜 이리 자기 자신을 오라버니라 칭하는 게 자연스러운지. 게다가 능글맞은 상황극도 수준급에 이르렀다.

마리의 입가가 씩 올라갔다.

‘뭐야… 좀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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