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8 5. 눈꽃 샹들리에가 그대 침실을 빛낼 때 =========================================================================
소년은 외출 준비를 대충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밖엔 아주 아름다운 모습의 생물체가 소년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드래콘으로 변신한 마리아의 모습이다.
눈이 그치고 달빛이 밝아진 덕분일까? 달빛을 받아 눈부신 눈밭에 우뚝 선 드래콘의 새하얀 모습이 잘 만들어진 얼음 조각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머리에 솟은 뾰족한 뿔은 유니콘의 고고한 분위기가 흘렀고 온몸을 감싸는 유백색의 비늘은 백조의 보드라운 털보다 훨씬 우아하다. 본래 드래콘의 모습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인간으로 변신하면 그토록 아름다운 소녀가 되는 것도 당연하리라.
그사이 마리아의 진홍색 눈빛이 소년에게 재촉했다.
‘뭐해? 얼른 내 등에 타지 않고.’
또 한 번 마리아의 예쁜 목소리가 소년의 가슴에 울려 퍼졌다 .
‘저렇게 눈빛이 아니라… 말로 해줬으면 좋겠어.’
루돌프는 서둘러 드래콘의 등에 올라탔다.
드래콘은 낮은 고도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눈이 그치고 바람도 약해져서 그다지 춥지는 않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루돌프는 몸을 떨었다. 마리아의 목소리가 전해준 여운 때문에 소년의 심장도 구름 위를 두둥실 떠다녔다.
그들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그곳은 유리 돔 여러 개가 옹기종기 모인 구역이다. 루돌프는 이곳이 광산을 지키는 마법사들의 거주 구역임을 짐작했다.
드래콘이 착지하자 루돌프도 그 등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드래콘은 금세 인간체로 변신했다. 유니콘과 드래곤을 반반 닮은 동물이 아름다운 소녀로 변신하는 일련의 모습. 그것은 아주 신비로웠다.
루돌프는 이번에는 설렘이 아닌 조금 다른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해, 그래서 더 신비로워…….’
안내인이 그들을 단장하는 방으로 데려갔다. 한 쌍의 미용사들이 몰려와 소년, 소녀를 꾸며 주었다. 루돌프는 점잖은 정장을 갖춰 입었고 마리아는 눈의 요정처럼 보이는 하늘색 계통의 옷을 입었다. 두 사람의 옷 모두 얇고 가벼운 소재인데, 보온 마법이 처리돼 따뜻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루돌프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늘 덥수룩하던 검붉은 머리카락은 단정히 정리되었고, 추위에 시달리던 창백한 피부는 핏기가 도는 발그레한 뺨으로 바뀌어 있다. 아래위로 입은 은색의 정장도 파란색 눈동자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몸매도 또래에 비하면 마르긴 했지만, 절대 나쁘진 않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조금만 더 크면 기사님만큼 아니, 기사님보다 훨씬 멋진 남자가 될지도……?
소년은 혼자서 바스스 웃다가 마리아를 보았다. 전처럼 수수한 옷이 아니라 예쁜 드레스를 입은 마리아는 어쩐지 불편해 보인다. 그녀는 장식이 많은 소매 부분을 만져보기도 하고 허리 부분을 당기기도 하는 등 새 옷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간혹 거울을 보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불편함은 불편함이나, 어째 새 옷을 입고 더욱 예뻐진 듯한 자기 모습이 은근히 마음에 드는 눈치.
그녀의 감정을 조금씩 읽기 시작한 루돌프는 기분이 좋았다. 가능하다면,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다.
“참 예뻐요.”
“…….”
“그러니까, 마리아 누나의 옷…이요. 옷과…… 머, 머리 모양…….”
칭찬을 해 주면 그녀에게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쯤 듣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말을 걸었지만, 마리아는 늘 그렇듯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는다. 다만, 루돌프의 칭찬이 싫지는 않은지, 어여쁜 얼굴에 잠시 고요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뭐야, 웃으니까 더 예쁘잖아.’
루돌프의 가슴이 다시 한 번 뛰었다. 빨라진 심장 박동 때문일까? 소년의 이성이 잠시 달아났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마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돌발적인 행동에 마리아가 조금 놀란 눈으로 루돌프를 보았다. 마리아의 시선에 루돌프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자신의 행동에 루돌프도 당황한 듯.
하지만 어색한 순간도 잠시, 머뭇거리던 루돌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마리아의 손을 이끌었다.
“얼른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요.”
“…….”
마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루돌프는 마리아의 손을 이끌며 문을 열었다.
***
광산 소유자의 돔에서 작은 연회가 열렸다. 작은 연회라 해도 모인 사람이 족히 오십 명은 된다. 마리, 하이너, 륀체르, 홀디네, 광산 마법사와 그들의 시중들이 참가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광산소유자에 관한 이런저런 말이 새어나갈 염려가 있기에 중요 인물들이 정체를 가리는 건 당연. 륀체르는 이곳에서 홀디네와 친분이 있는 평범한 젊은이 흉내를 낸다고 수수한 복장을 하고서 어설픈 남쪽 지방 사투리를 썼다. 한때 밑바닥 인생을 산 적이 있었기에 그때의 경험을 살려 행동하면 누구도 그를 바너의 실세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인 양 마법사들에게 궁금한 걸 묻기도 하고 광산에 처음 오는 사람처럼 네히트의 문화에 신기한 척도 하며 이 시간을 즐겼다.
그사이 마리는 여기저기 차려진 신선하고 맛난 음식들을 먹는 데 바빴다. 폐가에서 다들 라면을 먹을 때 혼자만 굶었던 마리는 지금 이 음식들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호위기사는 여전히 불퉁하게 굴었다.
그런데 정작 자세히 관찰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게, 표정만 불퉁하지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이따금 그녀가 잘 먹는 음식을 따로 접시에 담아주기도 하고 그녀에게 음흉한 잡담을 걸어오는 시시껄렁한 마법사들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저속하게 휘파람을 불며 마리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이십 대 초반의 마법사들을 향해 슬쩍 중지를 세워 보이기도 했다. 기사로서 그런 저속한 욕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가씨께 감히 버릇없이 휘파람을 부는 녀석들에게는 그런 저속한 욕도 부족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중지를 세워 보이는 그때, 아가씨께 들키고 말았다. 아가씨가 알 것 같단 표정으로 싱긋 웃자 하이너는 머쓱하여 괜히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광산 촌구석 마법사들은 바너의 날건달 수준만도 못하군.”
“어머! 당신은 질투가 너무 심하다니까요! 호호호!”
그들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마법사들은 입을 모아 ‘부부가 사이가 참 좋다!’고 칭찬했고, 마리는 ‘아직 신혼부부라서 그런답니다!’하고 와트프라우어 부인으로서 너스레를 떨어댔다. 하이너는 그런 농담이 그리 싫진 않은지 웃었다.
마리는 갑자기 하이너를 조용한 곳에 데려가 소리를 낮춰 물었다.
“저기, 하이너. 괜찮은 거야?”
하이너는 까칠하게 비꼬았다.
“괜찮다니, 무얼 말씀입니까? 아가씨가 어느 음흉한 변태에게 가슴을 보여줄 뻔한 일에 관해서 말입니까?”
“흐잉. 여전히 삐쳐있긴. 내 말은, 기운 잘 숨기고 있느냐고.”
“무슨 기운 말입니까?”
마리아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며 더욱 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무슨 기운이긴. 네 정체 말이야.”
아아. 아가씨께선 지금 다른 이들이 드래곤의 마력을 느끼는 건 아닐까 염려하고 있다. 걱정 따윈 모르고 사시는 분 같아도 그런 염려를 하긴 하는군.
하이너는 같잖다는 듯 대꾸했다.
“괜찮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괜찮아?”
“예. 아무래도 (드래곤) 기운은 제 심리 상태에 따라 자유로 조절되는 것 같습니다.”
“후와. 다행이다.”
마리가 해맑게 웃자 하이너는 또 비꼬았다.
“그나저나 아가씨,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무슨 순서?”
“그런 걱정은 여기 도착하기 전에 하셔야 하는 것 같은데요.”
“아하! 그랬나?”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왜 그리 대충대충인 거야…….”
호위기사가 힐난의 소리를 해대도 마리는 유쾌하게 그의 등을 치며 농담할 뿐이다.
“뭐라고? 내가 너무 아름답다고? 어머! 당신도 참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그런 칭찬을 하면 낯부끄럽잖아요! 호호호!”
“이 푼수데기 아가씨 같으니.”
그런 그들의 모습을 저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루돌프와 마리아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얼른 섞여 들어가 맛난 음식을 즐기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루돌프는 마리아의 손을 잡아 이끄는데, 마리아는 어째 꿈쩍도 하지 않는다.
“뭐해요? 안 가요, 누나?”
“…….”
마리아는 하이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루돌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이너가 마리를 보며 싱긋 웃자 그녀는 그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루돌프는 마리아의 미묘한 표정을 보는 게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한 기분도 들었다.
“들어가자니까요?”
“…….”
“누나?”
마리아 누나는 어째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기사님만 바라보기만 할까. 기사님의 웃는 모습에 어째서 이토록 미묘한 표정을 하는지……. 소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갑자기 마리아가 소년의 손을 뿌리치고 복도를 가로질러 도망가기 시작했다. 미련도 없이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다시 돌아올 것 같진 않다.
“휴우.”
루돌프는 한숨을 쉬며 텅 빈 손안을 내려다보았다. 마리아의 온기가 남은 손을 한참 동안 보는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누나가, 기사님을?”
그러고 보니 자기가 알기로 마리아 누나는 단 한 번도 기사님 앞에서 인간체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예쁘게 단장한 모습을 했으니 일행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도 한데, 어째서 도망을 갈까? 인간체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쑥스러워서 그런가?
어찌 됐든, 마리아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녀와 함께하지 않는 연회는 소년에겐 무의미하다. 소년도 마리아처럼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사이 륀체르는 마법사들과의 영혼 없는 수다에 한창이었다. 그런 수다가 길게 이어지자 하품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륀체르는 입을 가리고 하품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출입문 쪽을 보았다. 그곳에선 어여쁜 드래콘 소녀가 어여쁜 소년의 손을 뿌리쳐 도망가고 있었다.
륀체르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어이쿠, 손님이 그냥 가시네?”
그러나 그는 굳이 그들을 잡지는 않았다.
그에겐 어린애들보다 더 중요한 손님이 있으니까. 여태 다른 이들과 하하 호호 떠들었지만, 실제 목적은 오를린의 아가씨와 즐겁게 노는 게 아닌가.
륀체르는 슬슬 마리에게 다가갔다. 그가 오는 걸 본 마리는 접시에 맛난 음식을 들어 보이며 ‘얼른 이것 좀 먹으러 오라!’고 손짓했다. 그녀에게 다가간 륀체르는 시무룩한 표정을 연기하면서 그녀의 귓가에다 속삭였다.
“귀여운 숙녀(마리아)분께 좋은 술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오다가 그냥 가버리는군.”
평소 마리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는 마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륀체르를 혼냈다.
“떽! 못 써요! 어린애에게 술을 먹이려 하다니!”
륀체르는 뭐 어떠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뿐만 아니라 짓궂은 농담도 했다.
“이 날건달 출신 아가씨께서 뭐라고 하는 거야? 마치 자기는 어릴 때 그렇게 놀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군?”
마리는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어릴 적부터 술을 입에 대는 사람 취급하는 륀체르를 이해할 수 없고, 마리아와 같은 어린 숙녀에게 술을 마시게 하려는 것도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로서 진지하게 말하는데, 다음부터 어린애에게 그런 농담은 하지 말라고.”
륀체르는 ‘어린애’라는 말에 궁금해져 물었다.
“네 드래콘은 몇 살인데?”
“마흔다섯 살이라고.”
“푸하! 뭐야? 그냥 아줌마였잖아…… 그럼 마셔도 되지 않아?”
“어멋! 드래콘의 나이로 마흔다섯 살이면 인간 나이로는 아직 어리디어린 소녀일 뿐이라고!”
대화가 오가는 중에 누군가의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는 바로 하이너다. 이 질투심 가득한 호위기사는 륀체르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곳의 주인인 주제에 연회장에서는 뜨내기인 척 구는 것도 가증스럽고, 사실 마리아에겐 관심도 없으면서 마리아를 빌미로 아가씨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같잖다. 처음엔 술이니 드래콘의 나이니 이야기를 해대다가 이제는 저렇게 엉큼한 말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너희 말이야. 폐가에서 잘 때… 넷이 다 같이 자는가?”
“응.”
“호오. 그렇게 함께 자면 사고가 일어나진 않아?”
“무슨 사고?”
“음, 가령 너와 마리아가 여자끼리 은밀하고 질척한 유대의 몸짓을 한다든가.”
“으, 은밀하고 질척한 유대의 몸짓?”
“가령 몸부림을 친다고 손을 뻗다가 서로의 가슴이나 그 아래를 만진다거나, 아주 우연히 말이지…….”
하이너는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어 한마디 하려 했다. 그런데 촉새 같은 륀체르는 금세 다른 주제를 꺼내 하이너의 입을 막아버렸다.
“참!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내가 와트프라우어 부인에게 줄 선물이 있는데 말이야.”
“우왓! 그게 뭔데?”
마리가 선물을 기대하자 하이너는 다시 잠자코 있어야 했다. 륀체르는 마리의 손을 잡아끌며 어느 방으로 갔다. 하이너도 그들을 따라 방으로 갔다.
***
그곳은 널찍한 밀실로, 바닥을 채우는 가구라고는 화려한 침대밖에 없다. 한마디로 침실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천장을 보니 아주 아름다운 물건이 달려 있다. 바로 활짝 핀 봄꽃 모양의 샹들리에다.
마리는 그와 똑같이 생긴 샹들리에를 언젠가 본 적이 있다. 그래. 그때였지. 바너의 여관 침묵의 장에 머무르면서 보았던 그 샹들리에!
마리가 손뼉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와아! 너무 예뻐! 이게 내 선물이야, 길드장?”
“예전에 가지고 싶어 했잖아? 뒤늦게 생각나서 말이지.”
하이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졸부의 방식이란.’
하지만 아가씨께서 저 예쁘기만 하고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또 우정이 어쩌니 하며 냉큼 받으실 것 같단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런 하이너의 예상은 틀리고 말았다.
마리가 륀체르에게 정중히 말했다.
“고맙지만 지금은 받을 수 없어. 알다시피 나는 중대한 임무를 앞둔 떠돌이잖아.”
륀체르는 그게 뭐 대수냐는 듯 대꾸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이 몸 아니겠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책임지고 잘 보관해놓을 테니.”
“고마워!”
“그래서 말인데, 와트프… 아니, 마리니시네.”
륀체르는 고개를 숙여 마리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리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수한 복장을 한 륀체르는 그 어느 때보다 륀체르답고 소년 같아 보인다. 무려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도 말이다. 륀체르가 샹들리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뜸 제의했다.
“우리 이거 환하게 켜놓고 저 침대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볼까?”
륀체르의 눈동자는 은밀한 기대를 하며 반짝였다. 누가 들어도 흑심 가득한 제안이리라.
하이너의 인상이 구겨지는 그때, 마리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 넓은 침대를 쓰는 김에 우리 셋이서 오붓하게 베개 싸움해보는 건 어때? 나 어릴 적부터 베개 싸움하는 게 소망이었는데 내 동생이 유치하다며 한 번도 상대해준 적이 없거든!”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